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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
유키나리 카오루 지음, 주원일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슈퍼히어로는 오래전부터 인기 있는 소재이다. 고난을 이기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대부분의 어릴적 로망이기 때문이다. 벽을 타고 다니는 스파이더맨, 하늘을 나는 슈퍼맨, 고담시를 지키는 부유한 남자 배트맨, 첨단과학기술로 여심을 사로잡는 아이어맨 등 그 배경과 스토리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멋진 외모나 특별한 능력으로 로망이 되는 것이 아닌, 대머리 영웅이라니, 설정자체부터 독특한 영웅이 등장했다. 이번에 소개할 <우리도 문정도는 열 수 있어>는 ‘대머리 영웅’이라는 독특한 애니매이션으로 화제가 된 <원펀맨>같은 조금은 안타깝고 기이한 설정이 있다. 강해지는 대신 대머리가 되는 히어로가 있다면? 탈모 능력자, 결벽증 능력자, 히키모리 능력자 등 특이한 능력으로 웃픈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 <우리도 문정도는 열 수 있어>를 소개한다.
‘치한이잖아, 라고 생각한 순간에 오장육부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저 어린 소녀의 엉덩이를 만지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범인은 곧바로 찾아냈다. 카네다 옆에 선
남자였다. 이 자식이, 라고 정의로운 분노를 폭발시키려 고개를 들자
치한이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왜소한 카네다가 올려다 볼 정도로 컸다.
몸은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도드라져 보일 정도여서 완력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을 듯했다. 남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카네다에게
얼굴을 들이대더니 불만 있냐는 듯이 위협했다. 이 더러운 치한 자식아!
당장 그 손을 떼지 못할까! 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자, 목이 꽉 메인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초능력’을 쓸 수밖에 없군.‘
읽는 내내 참 짠할 수 밖에 없는, 웃플 수밖에 없는 히어로가 있을까? 이 소설의 영웅들은 비범함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초능력이 아닌 초라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각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 능력의 기막힌 설정만으로도 재미를 준다. 만지지 않고도 물건을 움직일 수 있지만, 고작 눈앞의 작은물건을 하루 몇 센치미터정도만 움직일 수 있다면,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지만 능력을 쓸때마다 머리카락이 빠져 탈모를 고민해야한다면, 어디서든 불을 만들수는 있지만 제어하지 못해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다면, 사람이나 물건을 만지면 그 기억을 읽어낼 수 있지만 극도의 결벽증이라 만질 수 없다면, 눈을 보면 상대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무서워해 눈을 볼 수 없다면?
이 소설이 인상깊은 점은 이들이 초능력을 가졌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소 사회문제시 되는 상황이나 배경에 놓인다는 점이다. 학생이나 주부 회사원같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대인기피증이나 결벽증같은 정신병을 가졌거나 하는. 아마 그래서 더 이들의 이야기가 특별한 걸지도 모르겠다. 히어로가 가진 능력이나 어마어마한 재난을 해결하는 스펙타클 함으로 무장한 이야기 아니지만, 성추행을 목격했거나 부당한 상황에 놓였을 때 발휘하고자하는 평범하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의 공감가고 호쾌한 히어로물. 로망이나 선망이 아닌 다소 웃프기도하고 단짠하기도하고 한 맛이 썩 인상깊은 히어로물을 읽고싶다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