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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살카 저주의 기록
에리카 스와일러 지음, 부희령 옮김 / 박하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과학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나 무속신앙을 믿는다. 재미로 관상을 보기도 하고 점성술이나 룬(돌로 점치는 방법),타로카드로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괴담이나 전설에 솔깃하기도 하고 괴물이나 유령의 존재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론으로 설명할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감각적으로 느끼고 이내 의심은 하되 빠져든다. 그리고 때론 알 수없는 힘에 이끌려 위험할정도로 깊숙히 발을 들이게 된다. 말로 형용할 수 없지만 예전부터 전하고 전해지는 이야기. 믿을 수 없지만 솔깃하고, 어둡지만 매혹적인 이야기. 이 책은 그런 고전 미스터리와 관련된 '고딕풍 판타지 스릴러' 이다. '저주'와 '전설' 매니아들은 이 책에 주목해보자.
“루살카의 눈은 바다보다 깊다.
루살카의 숨결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루살카의 사랑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그리고 루살카의 후예들은 모두... 7월 24일에 익사한다.
이제, 열흘이 남았다.”
- 가족의 오랜 비밀이 담긴 매혹적이고 기괴한 유랑극단의 이야기!
바다 깊숙한 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어둡고 슬픈, 그러나 매혹적인 루살카 인어의 이야기!
도서관 사서 자리로 근근히 살아가는 사이먼. 그는 어울리지 않게 롱아일랜드의 해변에 위치한 저택에 산다. 이 집은 유서깊은 양식과 해변에 위치한 집이지만 사실 끝없는 비바람과 파도때문에 무너질 위기를 몇번 거친 집이다. 그의 부모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유산이라 할 것없이 이 저택과 너무 큰 수리비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막막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 사이먼의 어머니는 서커스와 카니발의 연기자, 점술가, 마술사의 조수였다. 어머니는 그에게 물고기 처럼 수영하는 법을 가르쳤고, 아버지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런 다정한 추억이 숨쉬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동생 에놀라가 있다. 모든 불행은 잔인하게도 그의 나이 7살때 시작된다. 그가 7살때 수영을 잘하던 어머니는 마치 자살처럼 물속으로 걸어가 바다에서 익사하고 만다. 그 뒤 아버지를 잃고 홀로 여동생을 키웠지만 여동생마저 정착하지 못하고 그의 품을 떠나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된다. 이제 그에게는 큰 수리비와 다 무너져가는 저택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소포가 배달되어 온다. 얼핏 보기에도 오래된 고서. 오래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매캐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낡은 가죽 책이다. 보낸 사람은 고서와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고적상으로 일해오던 사람으로 그는 이 책속에서 사이먼의 조상의 이름을 발견했고 이 책이 자신에게는 쓸모없지만 그에게는 연관되어 있으리라 생각되 보내게 된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 책 속의 이름은 베로나 본으로 사이먼의 할머니이다. 유랑극단의 공연자 였던 할머니, 그리고 그 책은 1700년대 유랑극단의 단장의 일지였다. 그 속에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투명해지는 야생소년, 타로카드 점술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어등. 매혹적이고 각 인물들의 사연은 신비롭고도 기괴했다. 사이먼은 알 수 없는 힘이 이끌린듯 책에 매혹되며 겉잡을 수 없이 책을 읽어나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조상, 할머니, 어머니가 모두 7월24일날 익사한 사실을 알게된다. 그 사실을 읽은 시점은 7월 14일. 사이먼은 여동생 에놀라에게 곧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을 예감하고 책과 집안의 저주를 조사하기로 하는데... 과연 사이먼은 저주를 풀고 여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7월 24일 시계는 죽음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 놀랍도록 어둡고, 감미롭고, 대담한 이야기
판타지 고딕풍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저주' '전설' 매니아들에게 희소식!
판타지와 고딕풍 미스터리의 만남. 이 소설은 소재와 배경부터가 독창적이다. 다이앤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같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액자소설 구성을 가졌거나 마법적 사실주의를 소재로한 매혹적인 스토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즐겨볼만 하다. 영화와 연관지어 보자면 저자 에리카 스와일러는 영화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같다. 감각적인 연출,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열결, 어둡지만 감미로운 이야기. <판의 미로> <오퍼나지>를 재밌게 봤다면 이 책 또한 흥미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