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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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가 '험악'하다는 말,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만 봐도 그렇다. 17세의 중퇴 여고생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와 함께 고어게임을 하다가, 그 상상을 실천에 옮겼다. 성인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어른 옷을 골라입고 케리어를 든채 놀이터에서 '사냥'을 시작하고,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핸드폰을 빌리러 오자 베터리가 없다며 집에 데리고 가 목을 졸라 죽인 뒤 시체를 회손,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다. 이 소식에 모든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호순처럼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성인이라는 나이와 남성이라는 성별이 아닌, 연약하고 어린 여고생이 벌인 치밀하고도 극악한 사건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고, 내 옆에 평범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수도 있다는 생각은 사회의 범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언제, 누가, 어떤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여기 한국 최초의 범죄학 학사를 받은 이윤호가 쓴 책을 읽어보자.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을 다룬 책으로 앞선 궁금증을 풀어줄 살인자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레이더의 연쇄살인이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여느 평범한 미국 가정의 아버지요, 남편이요, 직장인으로 보였으며

직장 또한 시민의 안전을 제공하는 민간경비회사에 다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범행을 편지로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에 알려서

자신의 범행을 자랑하고 명성을 얻겠다는 공명심이 가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범행이 무려 30여 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 지금 우리는 점죄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그들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범죄학의 기본, 살인자의 살해동기를 밝히는 이야기.


이 책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유학을 한, 1987년 한국인 최초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윤호 범죄학자가 쓴 책이다. 세계에서 유명한 연쇄살인범 53명의 범죄를 다루고, 이들의 과거사와 범죄동기, 처벌에 관한 이야기와 범행이 미친 사회,문화,예술,법률적 파급력을 함께 다룬다. 범죄학 이론과 현실적인 사건을 대입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현재 누구도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범죄학에 관한 기본 지식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범죄 동기와 성향을 묶어서 사례들을 나눈다. 인격장애로 인한 시간,식인,존속살인 사례, 가정불화가 만든 강간, 살인 사례, 극에 대한 집착이 만든 증오 범죄 사례와 미성년 범죄 사례, 사회불만이 만든 총기난사 사례, 정신분열이 만든 총기난사 사례, 우월해지고 싶은 개인의 욕구가 만든 잔혹살인 사례, 여성의 증오가 만든 여성살인자들의 사례로 나눠져 있다.


- 범죄자들은 사실 무고한 사람들 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정신병이나 심신미약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오류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사례를 읽다보면, 범죄자들은 평범한 사람이거나 다른 범죄의 피해자 일 경우가 많다. 그들의 배경과 환경이 그들을 극악 살인마를 둔갑시킨 것이다 .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을 고찰해 보면, 어릴적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에 노출된 사람이 많다. 친부모나 친조부모, 친척들이 무고한 어린 아이들에게 추악한 권력을 행사한다. 이를 '가족의 역기능'이라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보호와 사랑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정신병을 유발 시키는 것이다. 마이클 부루스 로스는 어릴적 어머니의 정신 이상 행동으로 인한 학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돈타 페이지는 어릴적 학대로 인한 뇌손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토마 린 셀즈는 어머니의 동의하에 클라크라는 남자에게 성적 학대를 받아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들은 모두 무고한 어린이들이었다. 인간 본성인 모성이나 부성의 부재로 인한 피해자였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찬란했을 시기를 억압과 분노로만 쌓아오다가, 그것이 성인이 되자 다른 무고한 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만 봐도 살인을 한 여고생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 점만 보면 사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들이 자신들이 받은 학대나 환경으로 인한 정신병, 혹은 알콜중독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감형을 받으려는 시도는 공분을 살 일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가장 큰 딜레마이다. 살인자가 또 다른 피해자이자 정신이상자라서 사회로 부터 보호 치료 되어야할 대상인가, 아님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해 엄벌에 처해야만 할 대상인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후자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읽다보면 많은 혼란에 휩싸인다.

이런 연쇄살인범들의 과거사 외에도 연쇄살인범들의 '규칙'이나 '특징'들이 있으니 읽어보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시대, 그리고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범죄학을 아는 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예방책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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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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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 장르물은 언제 가장 출간이 많이 될까? 대체적으로 여름이다. 여름은 계절 특성상 뜨겁고 찐득찐득하고 타들어가듯 목이 마르다. 이 때 우리가 찾는 것은 시원한 에어콘 바람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한권의 오싹한 이야기이다. 옛날에는 납량특집으로 '여고괴담'이나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곤 했는데, 요새는 통 볼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설이 출간된다, 말 그대로 '괴담'만 담아내는 소설. 작가 고이케 마리코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출간한 작가인데, 연애스토리를 쓴 경험 덕분인지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독자를 몰입시키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특기이다. 그런 작가가 만든 괴담 7편, 평범한 일상에 불쑥 찾아오는 기이한 것들의 이야기. 평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기묘하고 서늘하게 찾아올 때, 우리는 왠지 안될것 같지만 뒤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름이 끼치곤 한다. 쌀쌀한 가을, 비록 후덥지근한 여름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서늘함과 을씨년스러움을 더욱 느끼게할 괴담을 읽어보자, 뚝 떨어진 기온차로 더 몰입될지도 모르니.



"내 눈은 그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연기 같은 것조차.
하지만 그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작은 사내아이가 그 미닫이문 너머에 서서 나와 다마가 있는

이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척을..."



- 일상에 소리 없이 스며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척

누구든 실제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7개의 기묘하고 기괴한 이야기

가을, 당신의 온도를 더욱 뚝 떨어트릴 이야기들


카디건 - 실연 당한 것도 슬픈데 동료는 결혼을 한다.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동료 직원의 송별회를 담당하게되는 그녀. 시끌벅적한 송별회를 마치고 술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가게 직원이 검은색 카디건을 내민다. 그녀의 것도 아니고, 주변에 물어보니 물건을 놓고 간 사람도 없다. 그녀는 카디건 주인을 찾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가게 주인 역시 카디건은 가게 직원 것이 아니라고 한다. 헌데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당일 참석인원이 11명이라 한다. 참석한 직원은 10명인데... 음식점 주인은 아무도 본 적 없는 긴 머리의 여성을 목격했다고 말하고 의문의 명함 한장을 건낸다. 그녀는 명함의 주소로 카디건을 들고 찾아가는데...


동거인 -  외딴 시골 별장.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에 노년의 화가가 살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집안일을 하며 고양이와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없기에 적막하기 그지 없는 장소. 하지만 어느날부터 남자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남편이 죽기전 시끄러운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었는데... 그때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이제는 들린다...그 아이는 누구일까?


곶으로 - 그녀와 그는 친구이다. 사실 그가 그녀를 짝사랑 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가지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심한 그는 애완동물 펜션에서 기르던 반려견을 두고 투신 자살을 한다. 그리고 20년 후 그녀는 그의 사랑을 외면했기에 지금이 삶이 순탄치 않은 것은 아닐까. 업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가 자살한 펜션을 찾아가 하룻밤 머물기로 한다. 애완동물과 함께 숙발할 수 있는 인기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짐승 냄새가 감도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의문의 남성을 만나게 되는데...


손님방 - 그녀는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는다. 재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친구의 전 남편은 지방의 대지주이다. 자식을 보고 얼마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현재 친구는 전남편의 남동생과 재혼을 했다.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에 저택을 방문하는 그녀. 친구는 비쩍 마른 몰골로 겁이 질려있고, 기묘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죽은 남편이 보여...' 친구가 본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 일상이라 더 무서운 이야기들

명확하지 않은 결말, 상상력을 발동 시키는 여운있는 괴담집.


괴담이나 공포를 다루는 소설을 보면 결말을 명확하게 준다기 보다는 어느정도 의문만을 남긴채 결말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이 그런 경우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기괴한 분위기로 그려지고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원혼의 한을 풀어준다던지, 복수를 한다던지, 죽은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명목을 빌어준다던지, 어떤 명료한 결말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이야기들도 일상의 공간,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평안한 공간을 배경을 두고, 그 곳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 순간을 그려냈기 때문에 그 생생함과 몰입감이 남다르다. 또한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과 지독하고 음험한 공포감을 함께 다루어, 현실속에서의 외로움, 불안, 기쁨, 슬픔, 환희, 절망 등의 감정을 비현실적인 존재로 인한 기묘, 공포 와 뒤섞여 복잡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뒷끝이 명확한 것 보다, 스스로의 상상력에 의존해가는 공포, 일상생활에서의 기묘한 경험담을 엿보고 싶다면,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오싹한 <괴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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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애송이 1
진아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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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그래 인정할건 인정하자. 난 대한민국 '노처녀'이다. 아무리 고령 결혼, 저출산 시대라지만, 여자 나이 앞에 3자를 다는 순간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여자에게 30대란 마치 유통기한 지난 케잌과도 같기 때문이다. 겉은 20대때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매마른 케잌같이 하나 둘 작은 주름들이 생기고, 급격한 체력저하에 이제 화장안한 맨얼굴이 자신 없어진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마치 미뤄놓은 '숙제'같다고나 할까? 명절에 수험생에게 '공부 하고 있냐?'라는 질문이 인사말이라면, 30대 노처녀에게는 '누구 좋은 사람 있냐?'라는게 인사말이다. 이런 30대의 암울함에 폭소만발 웃음꽃을 전해줄 웹툰이 있다. 20대 대학생들을 위한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공감과 웃음으로 30대의 암울함을 뻥 뚫어줄 속시원한 웹툰이 있으니



"여자 나이 크리스마스 케이크이라 했던가...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아서 25일 전까지 가장 잘 팔리던 케이크가

26일부터는 안 팔린다는 설"



- 나이, 다이어트, 결혼, 가족, 직업, 연애...

30대들 노처녀들에게 전하는 애송이 노처녀 작가의 웃음 핵펀치!

다이어트 상습실패범 '나', 소녀같지만 딸저격수인 엄마, 가장이지만 철부지 아빠, 엄친아지만 염장지르기 국가대표급 남동생.

'나'는 이제 막 30대가 된 노처녀 웹툰작가이다. 직장을 관두고 프리랜서 웹툰작가가 되서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기도 하지만, 엄마와는 개그콤비처럼 죽이 잘 맞는다. 아빠는 어릴적 나를 공주처럼 사랑했지만, 지금은 엉뚱하게도 집 고양이를 어화둥둥 이뻐하신다. 멍멍 짓으라고 엉뚱한 개인기를 바라기도 하시지만. 남동생은 꽃미남에 대기업 신입사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엄친아'이다. 하지만 나를 연애 원시인이라 부르는 누나 염장지르기 국가대표이다. <괜찮아 애송이>는 30대 여성의 고민인 나이, 다이어트, 결혼, 가족, 직업, 연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4계절로 나눠 진행되는 웹툰은 일상에 있을 법한 스토리이면서, 개성넘치는 가족들의 언변으로 공감과 웃음을 전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방울토마토를 먹기 시작하지만 방울토마토로 폭식하는 모습, 남자들이 먼저 다가오는 여자들을 좋아한다지만 현실은 아오이 유유급의 얼굴이어야 된다는 현실, 닭가슴살과 야채만 먹고 100일간만 버티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엄마의 다이어트 전도, 엄마의 눈을 피새 야식으로 라면을 먹기위해 밤 늦게 향을 피우는엉뚱하고 치밀한 첩보작전, 늦잠잤다고 헐레벌덕 출근하다가 알고보니 휴일이라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까지... 30대 여자라면, 가족 시트콤을 좋아한다면 읽어봐야할 노처녀의 생활형 웹툰! '나'와 30대 우리는 얼마나 비슷할까? 


- 대한민국 30대 노처녀와 평범한 가족들의 시트콤으로 '공감'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저격하는 촌철살인 언변으로 '폭소'

행복한 30대를 위한 '키득키득' 웹툰!


​네이버에서 발로 그린듯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인기절정인 웹툰이 있다. 바로,'대학일기'이다. 작가가 대학생으로 자신이 겪은 일상을 간편한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웹툰인데,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추억을 떠오르게도 하면서도, 그 공감속에 뼈가 있는 유머코드와 엄청난 표정으로 미친듯한 웃음을 선사한다. C뿌리는 교수님, 아침에 대기타야하는 수강신청, 토마토가 될때까지 부어라마셔라 하는 MT등. 공감과 폭소를 아주 절묘하게 섞은 그림보다 스토리가 있는 웹툰이다.


그리고 이런 웹툰을 좋아한다면, 혹은 20대가 아니라 30대라면, 노처녀라면, 읽어야할 웹툰이 바로 <괜찮아 애송이>이다. 대학일기처럼 간단하고 짧막한 그림과 에피소드로, 런닝타임은 가볍되, 공감과 웃음이 있는 이야기이다. <괜찮아 애송이> 역시 작가가 30대 노처녀라서인지 30대 여성이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가족과의 일상을 가족시트콤 처럼 꾸며낸다.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맞아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마치 자신이 있었던 경험담 같아서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특별한 소재나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가 겪는 '일상'을 보여주는 웹툰, '평범'이 때론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웃음과 감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매일먹는 '밥이 질리지 않는 것처럼, 일상이되 질리지 않는 유쾌하도 든든한 이야기를 읽고싶다면, 머리 아프게 줄줄 읽지 않아도 되는 런닝타임 짧은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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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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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소설을 대변한다. 거미줄 같이 지어진 반전소설. 

먹먹한 슬픔, 처절한 분노, 닿을 수 없는 복수…
인간의 욕망 뒤에 숨은 서늘한 진실을 파헤친 수작.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미집 짓기. 거미는 거미줄을 지을 때 두가지 졸류의 실을 쓴다고 한다. 가운데를 향하는 직선의 실과 그 똑바른 실들을 연결하는 둥근 실. 똑바른 실을 방사실이라 부르고, 원형의 실을 나선실이라 부른다. 이 소설을 제목 그대로 거미집 짓기나 다름없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시간, 공간, 인물이 다른 2가지의 이야기가 결말인 가운데를 향하는 직선의 실이고, 그 인물들 간의 복잡한 과거사가 이 똑바른 실을 연결하는 나선실이다.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이들의 사연 참 불운하고 비참하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비극을 겪고 그로인해 무너지거나, 변해가는 과정을 서슬퍼렇고 암울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2012년 서울에서 작가 이재영의 이야기와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소녀 서희연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재영은 적당히 팔리는 범죄추리물을 쓰는 작가이다. 하지만 전작이 히트를 치지만 그뒤로 제대로된 소설을 쓰지 못한다. 그럭저럭 팔리는 수준이랄까. 이재영은 주변의 조언으로 인터뷰를 하며 소설의 소재거리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어느날 미술관에서 매화그림을 보고있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얼굴에는 끔찍한 화상 흉터를 가진, 어떤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것 같은 의문의 남자. 이재영은 남자에게 인터뷰를 청하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중 이재영이 궁금한 얼굴의 흉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남자는 돌변하여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이재영의 머리를 낚아채 테이블에 박아버리기 까지한다. 하늘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이재영은 어이없게 폭력을 당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게 억울해서 그 남자를 찾기 시작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울안에 사회복지사를 찾던중 마침내 그 남자, 정인이 근무하는 곳을 찾아낸다. 그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재영은 정인을 찾아 떠난다. 

한편 1963년 모든 것이 검은곳, 어두침침한 마을 강원도 산골의 탄광촌에서 자란 소녀 서희연, 그녀는 하얀얼굴에 곱상한 외모를 지녔지만 인생은 암흑 그 자체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이나 다름없고, 폭력적인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 밑에서 홀로 가정을 도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버지의 구타와 밖에 나가지 않는 엄마의 무기력함에 지친 그녀는 이곳을 나가 자신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다. 시내의 고등학교에 졸업하고 간호대학을 가기로 한다. 결국 끊임없는 노력끝에 간호대학을 진학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서희연은 이제 지긋지긋한 불우한 어린시절에서 탈출해 새출발을 하리라, 평범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리라 생각했건만, 고향에 내려가 좋은 소식을 알리려던 날.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날부터 희연의 삶은 그토록 끔찍하게 여긴 엄마의 삶처럼 어두운 길을 걷게된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작가 이재영,사회복지사 김정인, 탄광촌 소녀 서희연이 어떤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서로 연결되는지 그들의 숨은 관계 즉 거미줄의 방사줄을 찾는 것이다. 작가가 3년을 투자한 만큼 인물 각각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방대한 두께 임에도 지루하지 않는 전개, 마지막 놀라운 반전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훌륭하다 볼 수 있다. 다만 포인트인 이들의 숨은 관계가 충격적이긴 했으나 이 반전을 위해 도달하는 과정에 숨은 트릭이나 떡밥을 쥐어주어야 독자들은 어느정도 추리를 해가며, 정답에 가까워질수도, 작가에게 속임수를 당할수도 있는데, 다소 이 과정이 생략되있다는 인상을 받는게 아쉽다. 그래도 이 정도의 방대한 양을 거침없이 읽게하는 작가의 필력은 대단하다고 칭찬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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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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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핵을 실험하고, 끊임없이 미사일을 쏜다. UN에 자신들도 핵을 보유한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무력 시위이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해왔던 방식 그대로 말이다. 세계각국은 김정은이라는 어린지도자의 포악함에 걱정이 앞서고, 미국의 트럼프는 이 사태를 두고 크게 비난하며, 한반도 사드배치와 전술핵재배치를 언급한다. 결국 문재인대통령은 국민의 안보를 위해 사드 임시 배치라는 결정을 내린다. 중국은 이 사드 배치에 대해 자신의 영토를 감시하는 용도가 아니냐면서 반기를 든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체제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렇게 국가 안보와 전쟁에 대한 걱정이 앞선 시점에 '아트 서스펜스' <암막의 게르니카>가 출간되었다. 이 이야기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아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반전의 심벌인 피카소의 역작 <게르니카>라는 '무기'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자, 전쟁이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작가의 처절한 울림이다.


  이것은 검이 아니다. 그 어떤 병기도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어두운 색의 그림물감을 칠한 캔버스. 단순한 그림 한 장일 뿐이다.
하지만 검보다도, 그 어떤 병기보다도 강하게, 예리하게, 깊게 인간의 마음을 도려내는.
세계를 바꿀 힘을 가진 한 장의 그림.
 



- “우리는 단연코 싸울 것이다. 전쟁과. 테러리즘과. 어둠의 연쇄와.”

피카소는 왜 <게르니카>를 그리게 되었는가? 한편 9.11 이후 누가 <게르니카>에 암막을 쳤는가?

반전의 상징 <게르니카>를 두고 벌어지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음모'

과거: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은 내전 중이다. 피카소는 당시 슬럼프로 붓을 놓기 직전이었고, 자신은 '예술가' 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성향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비참한 폭격이 발생하고, 그의 생각은 바뀌게 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공군이 투하한 수천 발의 소이탄이 전선과 멀리 떨어진 무방비 소도시 게르니카를 무참히 파괴한다. 1654명 사망, 889명 부상, 일반시민을 표적으로한 인류사상 최초의 무차별 폭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당시 프랑스에 머물던 피카소에게 공화국 정부는 '파리만국박람회'에 전시할 벽화를 그려달라고 제안하고, 피카소는 게르니카 공습 소식을 듣자, 피가 역류할 정도로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이념을 화폭에 담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스페인 내전의 상처와 고통을 담은, 강력한 반전 메세지를 표현한, 피카소 최대이자 비운의 작품 <게르니카>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큐레이터인 야가미 요코는 어릴적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매료된다. 결국 미술계에서 일하게 되고, 아트 컨설턴트인 남편 이든을 만나게 된다. 이든은 결혼반지 대신 요코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 피카소의 비둘기 드로잉을 선물로 주고, 순백의 비둘기가 상징하는 '평화'는 이 부부의 신념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2001년 9월 11일 아침. 이든은 평소와는 달리 아침식사로 토르티야를 가져온다. 언젠가 '최후의 만찬'으로 뭘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대답한 요리였다. 그리고 그 농담같은 식사는 정말 '최후의 만찬'이 되고 만다. 세계무역센터는 비행기 자살 테러로 무너지게 되고, 이든이 그 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요코의 삶도 처참히 무너지게 된다. 2년후, 요코는 피카소에 대한 열정과 남편의 신념인 평화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새로운 전시회 <피카소의 전쟁: 게르니카를 통한 항의와 저항 전>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9.11 테러에 대한 보복을 명목으로 전운이 감돌게 되고, 결국 UN안보리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를 용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날, 뉴욕 UN 본부에 걸려있던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원작을 천에 복재한것)가 암막에 가려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피카소 전시회를 기획중인 요코가 지목된다. 박물관 관장인 루스는 요코와 자신들에게 범행을 뒤집어 씌운 범인에게 분노하고, 요코에게 스페인에 가서 진짜 게르니카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게 되는데... 게르니카를 두고 벌이는 싸움, 숨기고 강탈하고 쫓는 싸움, 과연 게르니카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



- '신냉전'이란 전운이 감도는 지금, 이 이야기는 단순 추리소설이 아니다.

과거의 불운한 역사와 현재의 서스펜스 가득한 음모가 전하는 작가와 피카소의 '평화'를 향한 염원.

'아트 서스펜스'라는 하라다 마하만이 구현할 수 있는 미와 역사 그리고 추리의 영역.


이 소설은 예술과 역사 그리고 추리가 함께하는 '아트 서스펜스'이다. 작가 하라다 마하는 미술을 전공하고,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활용해 그녀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추리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야기는 피카소의 역작 '게르니카'를 두 개의 시간으로 나눠 교차진행 하는데, 20세기 일어난 게르니카 폭격과 21세기 일어난 이라크 폭격, 전혀 다른 시대의 폭력을 '게르니카'라는 반전의 심볼인 예술품으로 이어 놓는다. 즉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UN본부에 걸려있던 게르니카 태피스트리가 암막에 가려진 사건의 배후로 누명을 쓰게된 요코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이야기는 피카소라는 거장의 인생과 예술가로써의 고뇌, 전쟁이 가져오는 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치유하는 스토리를 담은 미술사학적인 역사소설 같고, 현재의 이야기는 누명을 벗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짜 게르니카를 가져와 전시하려는 요코와 그 것을 막으려는 거대한 음모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서스펜스가 농후한 추리소설 같다. ​


이 소설은 하라다 마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허품'이나 다름없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역사소설과 추리소설을 섞어내 피카소라는 거장의 유언인 자유와 평화에 대한 염원과 전쟁의 폭력을 거세게 비난하며, 예술의 역할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은 말한다. 예술은 단지 '아름다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처절한 항쟁이 될수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치유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신냉전이라는 전운이 감도는 지금, 이 이야기는 또 다른 예술품이자 무기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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