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 스릴러 장르물은 언제 가장 출간이 많이 될까? 대체적으로 여름이다. 여름은 계절 특성상 뜨겁고 찐득찐득하고 타들어가듯 목이 마르다. 이 때 우리가 찾는 것은 시원한 에어콘 바람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그리고 한권의 오싹한 이야기이다. 옛날에는 납량특집으로 '여고괴담'이나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곤 했는데, 요새는 통 볼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설이 출간된다, 말 그대로 '괴담'만 담아내는 소설. 작가 고이케 마리코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출간한 작가인데, 연애스토리를 쓴 경험 덕분인지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독자를 몰입시키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특기이다. 그런 작가가 만든 괴담 7편, 평범한 일상에 불쑥 찾아오는 기이한 것들의 이야기. 평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기묘하고 서늘하게 찾아올 때, 우리는 왠지 안될것 같지만 뒤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름이 끼치곤 한다. 쌀쌀한 가을, 비록 후덥지근한 여름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서늘함과 을씨년스러움을 더욱 느끼게할 괴담을 읽어보자, 뚝 떨어진 기온차로 더 몰입될지도 모르니.



"내 눈은 그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연기 같은 것조차.
하지만 그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작은 사내아이가 그 미닫이문 너머에 서서 나와 다마가 있는

이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척을..."



- 일상에 소리 없이 스며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척

누구든 실제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7개의 기묘하고 기괴한 이야기

가을, 당신의 온도를 더욱 뚝 떨어트릴 이야기들


카디건 - 실연 당한 것도 슬픈데 동료는 결혼을 한다.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동료 직원의 송별회를 담당하게되는 그녀. 시끌벅적한 송별회를 마치고 술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가게 직원이 검은색 카디건을 내민다. 그녀의 것도 아니고, 주변에 물어보니 물건을 놓고 간 사람도 없다. 그녀는 카디건 주인을 찾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가게 주인 역시 카디건은 가게 직원 것이 아니라고 한다. 헌데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당일 참석인원이 11명이라 한다. 참석한 직원은 10명인데... 음식점 주인은 아무도 본 적 없는 긴 머리의 여성을 목격했다고 말하고 의문의 명함 한장을 건낸다. 그녀는 명함의 주소로 카디건을 들고 찾아가는데...


동거인 -  외딴 시골 별장.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에 노년의 화가가 살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집안일을 하며 고양이와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없기에 적막하기 그지 없는 장소. 하지만 어느날부터 남자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남편이 죽기전 시끄러운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었는데... 그때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이제는 들린다...그 아이는 누구일까?


곶으로 - 그녀와 그는 친구이다. 사실 그가 그녀를 짝사랑 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가지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심한 그는 애완동물 펜션에서 기르던 반려견을 두고 투신 자살을 한다. 그리고 20년 후 그녀는 그의 사랑을 외면했기에 지금이 삶이 순탄치 않은 것은 아닐까. 업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가 자살한 펜션을 찾아가 하룻밤 머물기로 한다. 애완동물과 함께 숙발할 수 있는 인기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짐승 냄새가 감도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의문의 남성을 만나게 되는데...


손님방 - 그녀는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는다. 재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친구의 전 남편은 지방의 대지주이다. 자식을 보고 얼마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현재 친구는 전남편의 남동생과 재혼을 했다.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에 저택을 방문하는 그녀. 친구는 비쩍 마른 몰골로 겁이 질려있고, 기묘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죽은 남편이 보여...' 친구가 본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 일상이라 더 무서운 이야기들

명확하지 않은 결말, 상상력을 발동 시키는 여운있는 괴담집.


괴담이나 공포를 다루는 소설을 보면 결말을 명확하게 준다기 보다는 어느정도 의문만을 남긴채 결말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이 그런 경우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기괴한 분위기로 그려지고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원혼의 한을 풀어준다던지, 복수를 한다던지, 죽은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명목을 빌어준다던지, 어떤 명료한 결말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연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이야기들도 일상의 공간,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평안한 공간을 배경을 두고, 그 곳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 순간을 그려냈기 때문에 그 생생함과 몰입감이 남다르다. 또한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과 지독하고 음험한 공포감을 함께 다루어, 현실속에서의 외로움, 불안, 기쁨, 슬픔, 환희, 절망 등의 감정을 비현실적인 존재로 인한 기묘, 공포 와 뒤섞여 복잡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뒷끝이 명확한 것 보다, 스스로의 상상력에 의존해가는 공포, 일상생활에서의 기묘한 경험담을 엿보고 싶다면,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오싹한 <괴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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