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해바라기
유즈키 유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황금시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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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점대상 1위를 읽었다. 아! 역시 서점대상.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춰야만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서점대상’이다. 단순 ‘재미’를 넘어선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단호한 사회비판이든 작가의 희망적 메시지든 독자에게 ‘울림’을 주어야 한다. 여기 2018년 서점대상 2위의 <반상의 해바라기>가 있다. 단순 추리소설로 시작되지만, 1위보다 더 짙은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비운의 천재,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의 고리, 광기에 사로잡힌 채 영혼을 쏟아 붙는 반상위의 전쟁들. 추리소설이라 얕보지 마라, 읽고 나선 알 수 없는 묵직함이 ‘해바라기’처럼 피어날지도 모르니.


 

“세상에는 좋으라고 한 일이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어. 내말 흘려듣지 말라고.”

- 600만엔 장기말과 함께 묻힌 시체, 범인은 왜 장기말을 묻었는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헤집는 살인과 승부의 뜨거운 현장

산속, 산림 벌채를 하다 백골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는 중년의 남성, 사체가 입고 있던 셔츠에 예리한 칼날로 베인 흔적과 혈흔이 발견되고, 경찰은 살인사건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다. 살인, 누군가가 ‘살의’를 품고 사람을 죽였다. 헌데 사체가 지닌 ‘장기말’이 큰 의문을 가져온다. 사체의 유류품들은 전부 값싼 옷가지뿐인데, 사체의 가슴팍에 600만엔 가치의 장기말이 발견된다. 누군가 증오심을 품고 사람을 죽여 산속에 매장했다. 헌데 명인이 만든 고가의 장기말을 함께 묻어두었다? 괴팍한 베테랑 형사 이시바와 한때 프로 장기기사를 꿈꿨던 신입 형사 사노가 장기말을 단서로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4개월후 이시바와 사노는 장기말을 단서로 범인을 단정한다. 그는 ‘불꽃의 기사’라 불리는 대중이 열광하는 천재 장기 기사 게이스케. 과연 그는 그들이 찾는 살인범일까?

한편, 게이스케의 어릴적. 소년은 불행하다.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아버지는 술과 도박에 빠져 그를 학대한다. 그런 어린 소년의 유일한 취미는 쓰레기 더미에서 장기잡지를 찾아 읽는 것. 퇴직한 교사 가라사와는 누군가 자신의 쓰레기를 뒤진 것을 알게 되고, 그 범인인 소년 게이스케를 만나게 된다. 가라사와는 게이스케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장기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게이스케는 장기를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한다. 청년이 된 게이스케, 진검(도박장기)밖에 두지 않는 장기 천재 도묘를 만나게 된다. 그게 도박 장기든 뭐든, 진검이란 것을 두고 싶다. 게이스케의 광기어린 진념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는데...

- 추리소설이란 범주를 넘어선 묵직한 인간 드라마.

천재의 비운, 숙명의 고리, 뜨겁게 타오르다 추락하는 비극

한줄평: 추리소설의 매력을 가지면서, 그 범주를 뛰어 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로써의 매력: 처음부터 천재 장기 기사 게이스케를 범인으로 지정하고 시작한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그렇듯 암묵적인 범인을 초반에 배치할 경우,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진범이 따로 있거나, 범인은 맞되 범인의 동기에 주목하게 된다. <반상의 해바라기>의 경우는 이 둘을 함께 다루며 두배의 즐거움을 준다. 게이스키는 그 사건의 진범은 아니나 여죄가 있다. 범인의 동기는 한 사건에서는 독자가 납득 가능한 범행동기를 보여주나, 또 한 사건은 논리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어도 그 감정이 유발되는 일련의 과정이 비극적이나 경외심을 선사할 정도로 미묘한 울림을 전해준다. 결국 범인찾기나 동기찾기나 어떤 것에 주목해도 즐거움은 따르기 마련.

추리소설외의 매력: 장기판을 뜻하는 ‘반상’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체와 함께 묻힌 장기말이 살인사건을 풀 수 있는 단서로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의 일부는 이 장기말를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소설의 영역을 뛰어넘는다. 소설은 형사들이 범인을 게이스케로 단정짓기까지의 추적과정과 24년전 게이스케의 성장담이 교차진행된다. 사체의 신원과 범인의 정체, 장기말의 주인,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위 등 해답을 찾는 쾌감과 함께 게이스케의 가정사, 출생의 비밀, 은인인 가라사와와의 만남, 숙적과 동시에 스승이었던 도묘와의 승부 등 여러 인물들과의 오랜 시간 품고 온 애증과 거스를 수 없는 숙명, 생명을 갉아먹는 장기에 대한 열망 등이 묵직한 인간 드라마로 그려진다. 또한 중간중간 보여지는 장기 대국의 장면은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로, 숨죽이고 손에 땀이 찰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소리없는 스포츠를 관람하는 듯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파트를 두파트로 나눠 서평을 쓴것은 이 소설이 추리소설로써 매니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만, 강렬한 여운이 가득한 묵직한 인간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반인층에게도 충분히 매력있는 소설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 그릇>이나 일본드라마 <화려한 일족> 같은 사람의 이야기만, 범접할 수 없는 묵직함이 내내 여운 짙게 드리우는 작품을 찾는다면 바로 <반상의 해바라기>를 읽어보자.

장기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장기에 관한 설명이 뒤에 첨부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단,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하진 말것, 논리나 추리외의 감정선에 치중한 작품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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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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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울렁거린다. 작가의 역량에 매료되고, 한편으로 그의 한계가 보이지 않아 무섭다. <종이 동물원>는 한명의 작가가 쓴 단편집이다. 헌데, 각각의 단편이 마치 다른 사람들이 쓴 것 마냥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한 가지에 도달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환상문학, SF, 스팀펑크, 대체역사, 하드보일드까지. 팔색조라는 표현이 딱이다.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주는 재미도 감동도 다르다. 독자는 켄 리우가 쓴 단편집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을 토해낸다. 괴물의 등장인가, 마법사의 등장인가? 켄 리우는 단편이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편 못지않은 놀라운 서사로 각각의 장르에서 유려하게 변주한다.

 

‘고개를 숙인 채로, 나는 여성에게 엄마의 편지글 밑에 ’아이(愛)‘ 라고

읽는 한자를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글씨와 내 글씨가 포개지도록.’

 

 

- 모든 독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장르의 융합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명단편집의 탄생


 

여기, 14개 서로다른 장르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은 몇 개의 단편을 소개한다.

 

[종이 동물원] 어릴 적, 엄마는 잭이 울면, 종이접기를 했다. 엄마는 종이 덩어리에 입을 대고 숨을 불어 넣었고, 종이 동물들은 엄마의 숨을 으로 생명을 받아 움직였다. 어린 잭에게 종이 동물들은 장난감이자 친구였다. 10살이 되던 해, 잭의 가족은 새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곳에서 잭은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잭의 미국인 아빠가 돈을 주고, 카탈로그에서 중국인 엄마를 샀다는 소문이 떠돌고, 잭은 엄마를 경멸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받는 멸시와 냉대를 고스란히 엄마의 탓으로 돌리면서. 잭은 더 이상 종이 동물들과 놀지 않았다. 그것들을 전부 잡아 납작하게 누른 다음 다락에 처박았다. 훗날 잭은 어른이 됬다. 엄마는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면서 참다 결국 구급차에 실려 갔다. 암이 퍼져 수술도 못할 지경이 된 것이다. 엄마는 청명절에 상자를 꺼내보라는 유언을 남긴다. 상자 속에 간직한 엄마의 ‘비밀’은 무엇일까? 다시 되살아 나는 동물들이 전하는 가슴 시린 이야기. 

 

[천생연분] 먼 미래, 사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틸리’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한다. 틸리는 민간기업 만든 인공지능으로 매순간 함께한다. 틸리는 행동, 생각. 대인관계를 모두 기록해, 사이에게 최적화된 선택을 제안한다. 윤택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해. 사이는 이런 틸리를 신봉한다. 하지만 사이의 이웃인 제니는 ‘틸리는 단순히 알고 싶은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뭘 생각해야 할지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에요.’라고 경고한다. 퇴근 후 사이는 틸리의 소개로 한 여성과 데이트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흠잡을 때 없이 매끄럽지만, 서로 알아야 할 것을 모조리 다 아는 기분이 든다. 감탄도 긴장감도 없다. 데이트 순간순간 틸리는 이것저것을 권한다. 사이는 문득 제니의 경고를 떠올린다. 그리고 틸리를 꺼놓고 제니의 집을 찾아간다. 제니는 드디어 당신도 진실을 알 때가 된 것 같다며, 틸리의 숨겨진 이면을 고발하는데...감시와 도청의 한가운데, 사이는 틸리를 피해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즐거운 사냥을 하길] 아들 량은 아버지와 함께 사냥에 나선다. 그들은 요괴를 잡는 사냥꾼이다. 어느날, 부자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노부부의 아들이 후리징(여우요괴)에게 홀려 날로 쇠약해져간다고. 아버지는 연마검을 휘두르고, 량은 요괴에게 개 오줌을 뿌려서 여우로 변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막기로 한다. 밤이 오고, 드디어 나풀거리는 흰색 비단에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아름다운 귀부인이 나타난다. 량은 떨리는 손으로 개 오줌을 뿌리고, 귀부인은 울부짓는 소리를 토하며 반인요괴로 변한다. 아버지와 량은 도망가는 요괴를 추적하고, 승당에 다다른다. 절 안, 아버지는 요괴를 죽이고 혹시 모를 요괴의 새끼를 찾는다. 량은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새끼 여우요괴를 숨겨준다. 그 후 명절이 되면 량은 새끼 여우요괴인 염을 찾아간다. 그렇게 인간 소년과 요괴 소녀는 친구가 된다. 세월이 지나 만주족 황제가 전쟁에서 지자, 홍콩은 강국에 넘어가고 철도가 놓이게 된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이 더 이상 사냥꾼을 찾지 않자, 아버지는 비관해 대들보에 목을 맨다. 그런 량에게 염은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야 해’ 라는 말을 남긴다. 5년후 량과 염은 서로 달라진 모습으로 재회를 하게 되는데...


이 밖에,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패망하지 않은 일본이 강제징용을 통해 미국과 해저터널을 잇는다는 대체역사물인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대만 2.28 사건처럼 아픈 역사를 다룬 [파자 점술사], 몰래카메라와 관련된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레귤러], 특수한 기계로 가상 외도를 하던 아버지를 목격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시뮬라크럼] 등 다양한 장르가 대거 수록되어 있다.



- 14가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기승전결 촘촘하고 방대한 장편 못지않은 단편들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켄 리우의 방대한 세계관


 

40년만의 일이다. <종이 동물원>은 휴고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한다. 이 단편집은 판타지, SF, 하드보일드, 대체역사, 전기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넘나든다. 10년의 무명작가 켄 리우가 10년에 걸쳐 쓴 단편집중 그의 색깔이 가장 뚜렷한 작품을 엮은 것이다. 그러니 모든 단편이 독특한 작풍을 구축하며, 보편성을 가진 명작일 수 밖에.


 

다른 장르이기에 다른 감흥에 취한다. 울컥하다, 서늘하다, 기묘하다, 분노하다 등 격한 감정이 그의 이야기를 타고 쏟아진다. 보통 단편은 압축해 놓은 이야기로 클라이맥스를 집약한 인상을 준다. 때문에 기승전결이 무너지기 쉽고, 독자의 감정 또한 매마를 때가 많다. 하지만 <종이 동물원>은 다채로운 장르에 놀랍도록 서로 다른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각각의 중단편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배경위에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소재로 촘촘하나 방대하게 서술되어 있다. 마치 포장지를 풀러놓으면 살아 움직이는 종이 동물처럼. 꽁꽁 싸맨 이야기가 독자를 통해 읽어졌을 때 과감하고 장대한 켄 리우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장편 못지않은 단편을 읽어보자. 일상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 몽환적인 중국과 비극적인 중국, 상상력이 충만한 미래와 생생한 아픔을 간직한 과거, 섞이지 않을 것들이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이야기. 전통적인 동양 문화와 현대적인 서양문화 사이에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지닌 <종이 동물원>은 장르적 재미는 물론 켄 리우만의 철학과 사유가 풍요롭다. 순문학 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오락적 단편을 찾는다면, 바로 이 책이다. 


​+@ 다양한 연령, 성별, 취향을 아우를 수 있다. 한 작가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기 때문이다.

재미, 감동, 작품성 3가지를 모두 갖춘 장편 못지 않은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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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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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중, 행복한 온기로 반짝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첫 그림에세이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책이 출간됬다. 인스타그램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일러스트레이터 집시가 그린 첫 그림에세이다. 살과 살이 맞닿는 순간, 연애를 하는 따뜻한 순간을 사진을 찍은듯 생생하게, 하지만 수채화물감이 번지는듯 아련하게 그려낸 그림집이다. 누구나 연애를 하면, 그 '닿는 순간'에 행복을 느낀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때론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듯, 손과손이 깍지끼인 순간, 어깨가 살포시 감싸안기는 순간, 숨이 막히도록 꽉 안기는 순간, 입술과 입술이 닿으며 시간이 멈추는 순간. 그런 순간의 찰나를 추억하기 좋은 책이다. '마음이 몰랑몰랑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다'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등 그림을 본 사람들은 연애의 순간을 추억한다. 연인들의 일상 속 다양한 스킨쉽을 담아낸 그림은 현재 연애중인 이들에게는 더 짜릿하고 설레이는 순간을 선물하고, 이별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프지만 그 때의 행복감을 추억할 수 있다. 하루하루 따뜻한 행복과 위로가 필요할때, 연인을 떠올리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 시선 아래에 그가 있을 때, 아마 이런 순간이 여자들이 가장 바라는 순간이 아닐까? 풀어진 신발끈에 연인이 넘어질까, 큰 몸을 숙여 서툰 손길로 신발끈을 묶어줄때, 내가 넘어질까 걱정하는 마음과 세심한 그의 배려가 이 사소한 행동으로 느껴진다. 저런 순간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건 나만 그런걸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에서 공유가 채정안의 머리를 묶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장면. 그 장면이 나온다. 내 뒤에서 그가 투박한 손길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묶어줄때. 아마 그 손길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듯 투박하고 어색할 수록 여자는 더 설레인다. 그리고 그 손길이 내가 아플까봐 조심조심하는 것이 느껴질때, 아! 이 사람이 날 소중히 대해주는 구나 하고 한번 더 설레인다.


표지에 쓰일만큼 아마 대부분으 연인들이 좋아하는 스킨쉽이 아닐까? 등뒤에서 느껴지는 체온, 푹신한 베게는 아니지만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팔베게, 목덜미에 닿는 그의 숨소리. 순간 내 몸이 그 사람에게 빨려들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다면 이 순간이 아닐까? 서로의 품에 기대고 안기는 순간, 사랑의 온도가 1도 더 올라간다


도파민보다 세로토닌이 좋은 순간이 온다. 미칠듯이 뜨겁게 안고싶은 순간이 지나가면 편안하고 따사로운 행복감에 취한다. 서로 너무 잘 알기 시작해서 혹은 서로 너무 닮아가기 시작해서 굳이 신경쓰거나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안정되는 순간.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게 연애의 끝이다. 설레임이 끝났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쎄 가장 농도가 짙어지는 순간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숙성된 와인같이 씁쓸 달콤하지만 풍성한 향기에 취해 온몸이 늘어지는 편안함. 그 순간이 좋다.



나보가 강하고 날 지켜줄것 같은 사람이 내 어깨에 기대고 내 무릎을 베는 순간. 여자가 가장 모성애를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한 연구 결과에서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순간과 아이에게 모정을 느끼는 순간 뇌에서는 같은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사랑은 어쩌면 엄마처럼 한없이 보살펴주고 아껴주고 내 모든것을 주고싶은 걸지도 모른다. 일에 지쳐 미간이 찌푸려지고 한숨이 푹푹 나오는날. 연인에게 기대어 휴식을 취하는 순간. 가장 큰 위로를 받고 사랑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글은 거의 없는 그림집인데, 딱 글이 나오는 순간이 바로 이 마지막 부분이다.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고 색이 어떻게 입혀지고 마침내 어떻게 완성이 되는지 보여준다. 작업과정을 보는 과정은 드라마의 NG장면을 보는 것과도 같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것은 모든 팬들의 큰 행복이니. 작가의 배려가 고맙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에게 특히나 좋은 부분이다.


사실 그림이 가득한 책이라 내용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평을 쓰기 참 난해한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림이 주는 감정은 빽빽한 로맨스 소설의 글보다 더 로맨틱하고 설레였다. 이 겨울 연인에게 선물한다면 이 책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특히나 내 연인이 스킨쉽에 서툴다면? 로맨스는 전혀 없는 무뚝뚝한 성격이라면? 좋은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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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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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해결률 100%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가 돌아왔다. 많은 서두를 하지 않겠다. 이 책이 이미 많은 것을 갖추었으니, 자칫 속도감을 저해할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그것들이 만들어가는 완성도 높은 스릴러. 입체적인 인물들은 많이 봤지만, 입체적인 사건들이 보여주는 방대한 스토리는 과격하고 장대하다. 단 사흘, 하지만 20년을 기다렸다. 


"세상엔 흑백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일도 있소,

흑과 백 사이에는 커다란 회색지대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오"

- 수사관들의 연쇄 자살극, 누군가의 복수극인가? 기막힌 우연인가?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대격돌. 회색의 정의는 무엇인가?​
    
61일 이후, 연쇄적인 자살사건이 일어난다. 도로 위를 전속력으로 역주행해 트럭을 박아버린 남자, 계단 밑으로 추락해 온몸의 뼈가 부러진 여자, 철로 위에 차를 세워둔 채 자신의 차를 폭파시킨 여자, 만찬석상에서 나와 다리 밑 철로로 투신한 여자, 그리고 욕실에서 자신의 턱을 총으로 쏜 남자... 나이, 연령, 성별도 다르다. 자살동기도 없고, 자살방식도 다르다. 그렇다면, 타살인가? 하지만 뚜렷한 타살 흔적이 없다. 정말, 우연히 차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고속도로 역주행 사건의 자살자(로이벡)는 죽기 전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에게 의문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61일은 우리 모두들 파멸시킬 거요' 한편 철로 위 차 폭발 사건의 자살자(안나)는 죽기 전 슈나이더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로이벡 사건을 담당한 티나, 안나 사건을 담당한 자비네, 그녀들은 피해자들의 슈나이더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는 똑같은 대답만 반복할 뿐이다. ‘당장, 이 사건에서 손을 떼시오!’ 엄중히 경고하는 슈나이더. 그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얼마 후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사건을 물고 늘어진 자비네가 실종된다. 불길한 예감, 결국 슈나이더는 사건과 마주하기로 한다.
    
한편, 61일 이전. 하디는 복수를 다짐한다. 마약밀매 조직원인 그는 20년을 감옥에서 썩었다. 그리고 이제 출감한다. 그는 모든것을 잃었다. 20년전 자신의 아내 리지와 아이들이 산채로 불에 타 죽었다. 모든 증거는 그를 향했고, 정신감정도 그가 범인임을 가리켰다. 그는 마약밀매 사실을 숨기려고, 자신의 집을 불태워 가족을 살해한 살인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진실을 찾으려 한다. 누가 왜 누명을 씌웠는지, 그리고 20년동안 세운 치밀한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하는데... 



- 그 날의 진실, 한 가지를 향하는 다른 시간과 시선들
정의를 향한 순백의 기사가 아니다, 괴팍한 회색의 모호성을 가진 천재 프로파일러!
 
간혹, 줄거리를 요약하기 난감할 때가 있다. 인물이 많고, 사건이 많고, 인과관계가 많으면 그렇다. 딱 이 소설이 그렇다보통 이러면 방대함이 어려움으로 느껴지고, 중간중간 늘어지기 쉽상이다. 결국 맥이 쏙 빠진다. 하지만 이 책 이 아니라 을 쏙 빼놓는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단조로운 문장과 파격적인 자살방식, 숨기려는자와 밝히려는자의 날선 대립, 정의가 아니라 회색(모호성)을 띤 괴팍하지만 인간적인 캐릭터가 '가독성'에 추진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사실, 증거를 수집해 범인찾기를 집중하면 한 사건의 흐름을 쭉 따라가기 마련이다. 또는 범죄현장의 트릭을 밝혀내는 것에 집중하면 그 수수께끼, 문제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는 한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읽기 편안하다. 쭉쭉 넘어간다. 하지만 그 끝은 단순히 재미있다에 그치게 된다. ‘대단하다라는 감탄을 내지르긴 어렵다는거다.
 
<죽음의 론도>는 단 나흘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을 다르고 있음에도 방대하다. 현재와 과거, 수사관 자비네와 티나,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잠정적 범인인 하디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베틀에 북 나들듯 이리저리 꼬여간다. 또한 그 시점들이 주목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사정과 동기가 있어, 정의와 죄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딱 이것 하나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이 시작된 거라 꼬집기도 어렵다. 사건 자체가 다양한 단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입체적이란 말이다. 처음에는 피해자인 사람이 후에는 가해자가 되고, 자살현장이 타살현장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구 뒤집어 재끼는 통에 정신없이 몰아친다. 결국 엮이고 설켜서 촘촘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완성한다.
    
방대함, 복잡함, 미묘함, 모호성이 가득하다. 이런 점들은 잘못하면 맥이 쏙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말자.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엄청난 속도로 베틀을 짜내 독자의 혼을 쏙 빼놓으니. 자칫 장르물에서 단점이 될 수 있는 이런 많고 복잡한 것들이 성공적인 결말에 이르렀을 때, ‘재미있다가 아니라 대단하다’ 탄성이 쏟아진다.


+@ 각기 다른사건, 다른시간, 다른인물들의 시점으로 교차진행된다. 사건위주로 짜맞춰져가는 스토리이다.

입체적인 사건이 대단하다. 곳곳에서 비리가 터지면서 사건의 이면들이 밝혀질때, 그 진실은 대단한 반전들의 향연이다.

​개인적으로 번역체가 아쉽다. (괴팍한 슈나이더가 예의바른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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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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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잠들기 전에 엄마가 들려준 동화들을 기억하는가? 낮고 다정한 음성이 읽어주는 동화들은 행복한 결말과 정의로운 교훈들이 담겨있었다. 이런 <그림동화>는 어린이들의 자장가이자 교과서였다. 하지만 사실 이것의 시초는 어른들의 계몽을 위한 민담이었다. 동화의 배후에 숨어있는 인간의 사악한 악의, 음란한 욕망, 무시무시한 독설, 흉포한 폭력, 사실 <그림 동화>는 결코 아름답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기괴하고 잔인한 날고기와 같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구워진 스테이크가 아닌, 낯선 날것의 이야기들. <그림 동화>의 원작과 예술가 숀탠이 표현한 <그림동화>의 조각들을 만나보자. 기묘한 조각들이 살아 움직이며 들려줄 <그림 동화>는 어떤 이야기 일까?

엄마는 나를 죽였고,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빠짐없이 추슬러서
비단에 더할 나위 없이 곱게 싸서 노간주나무 아래에 놓아두었다네.
짹짹 짹짹! 난 참으로 어여쁜 새라네!“ 

- 75편의 <그림동화> 원작과 75개의 숀탠의 조각
원작의 클라이맥스를 압축한 예술품이 들려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화.

 
<뼈들이 노래한다><그림동화>75개의 원작과 시각예술가 숀탠이 만든 동화를 재창조한 조각, 동화연구가 잭 자이프스 해설이 담겨있다.
 
그림 형제는 어떻게 세상에서 성공하게 되었나’는 잭 자이프스가 쓴 그림형제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파트이다. 그림형제는 그림동화를 쓴 독일형제이다. 법학을 전공하나 문헌학에 관심 있던 형제는 고문서, 무용담, 서사시, 전설, 신화, 우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형제는 이 민담 속에 삶의 보편적인 모습과 지역만의 의식, 전통, 문화가 담겨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런 민담의 힘과 가치에 주목하고, 자신들이 모은 이야기에 서문과 주석을 달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를 출간한다. 하지만 이 모음집은 학술적인데다 삽화 하나 없고, 내용도 다소 불쾌하고 음산하다는 비평을 받는다. 후에 그림 형제는 고딕풍의 동판화를 싣고, 불편한 내용들(근친상간,살인,고문 등)을 생략하거나 수정해 다시 출간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그림동화>이다.

 

 

‘<그림동화>와 조각의 만남은 동화의 단편적인 부분(영감을 주는 부분)을 짧게 실고, 숀탠이 그 부분을 재해석 재창조한 조각들이 짝지어 배치된다. 숀탠은 원작의 복잡성과 모호성, 지속성에 대해 주목한다. 오래 기억되고 다시 쓰이는 동화는 비이성적인 면과 논리적인 면이 섞여있으며, 간결하다는 것이다. 숀탠은 원작의 복잡미묘함이 인간의 내면과도 같고, 실존과 환상에 걸친 원작이 다소 충격적이고 설명하기 어려우나 그 때문에 흥미를 끈다는 점을 염두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바탕으로 무딘 손길로 <그림동화>조각으로 재탄생 시킨다. 


그림동화 더 읽어 보기는 앞서 본 숀탠의 조각품과 짝지어진 단편적인 이야기의 전체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백설공주>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노간주나무><손없는처녀><개와참새><> 등 기괴하고 섬뜩한75가지 동화들이 요약되어 있다.

 
- <그림동화>를 주제로 한 '조각 전시회'를 한권에 담아내다!
75가지의 숨겨진 비밀스러운 동화들, 동화의 이면은 어른들을 매료시킨다.

 
단 한권의 책이 이토록 풍성 할 수 있을까? <뼈들이 노래한다>는 글자체는 없지만 방대한 감정을 끌어낸다. 책은 앞쪽 그림형제의 생애와 업적부분과 뒤쪽 75가지의 요약된 동화 줄거리를 제외하면 거의 활자가 없는 편이다. 사진집에 가깝다고나 할까? 동화책에 가깝다고나 할까?
 
전체적인 구성은 앞서 말해 듯, 그림동화의 일부분, 즉 숀탠의 조각에 영감을 주는 클라이맥스 부분이 왼편에, 숀탠이 만든 조각품이 오른편에 위치해있다. 숀탠의 조각들은 동화 속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평면적이고 상투적인 인물임으로 단순화해 표현한다. 고대 석조 조각과 토우에 많은 영감을 얻은 탓인지, 돌과 점토, 종이반죽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대로라면 박물관이나 다름없겠지만, 숀탠은 그림동화의 원작의 기묘함과 괴상함을 형상화하고, 자신의 개성을 입혀 화려하지만 우울한 이미지를 완성해 독특한 현대 미술관에 온듯 한 느낌은 준다.
 
조각품들은 박물관에 희미한 조명에 비춰지고 있는 전시물처럼 보이길 바란 그의 의도처럼, 사진들은 어둠속에 조각만 조명이 집중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한 작품씩 감상하다보면, 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림동화>의 원작이 궁금하고, 방대한 75가지의 새로운 동화를 알고 싶고, 동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감상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생생한 조각품과 다양한 이야기가 풍성한 감정을 이끌어 낼 것이다. 

+ 한자리가 제안하는 '책 더 재미있게 읽기!'

뒷부분의 줄거리를 먼저읽고, 왼쪽 페이지를 가린채 오른쪽 조각들의 이름을 맞춰보자!

 

+@ 알고있던 동화보다 모르고 있던 동화가 더 많다.(75개의 요약된 동화줄거리)

전시회를 갈 여건이 안된다면 이런 책 한권 읽어보자. 다양한 볼거리로 풍성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조각이름 맞추기를 해보자, 상상력을 키우고 작품해석력이 좋아진다.(정답:백설공주,라푼젤,헨젤과그레텔,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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