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잠들기 전에 엄마가 들려준
동화들을 기억하는가? 낮고 다정한 음성이 읽어주는 동화들은 행복한 결말과 정의로운 교훈들이 담겨있었다. 이런
<그림동화>는 어린이들의 자장가이자
교과서였다. 하지만 사실 이것의 시초는 어른들의 계몽을 위한 민담이었다. 동화의 배후에
숨어있는 인간의 사악한 악의, 음란한 욕망,
무시무시한 독설, 흉포한
폭력, 사실 <그림
동화>는 결코 아름답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기괴하고 잔인한
‘날고기’와
같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구워진 ‘스테이크’가
아닌, 낯선 날것의 이야기들. <그림
동화>의 원작과 예술가 숀탠이 표현한 <그림동화>의 조각들을
만나보자. 기묘한 조각들이 살아 움직이며 들려줄 <그림
동화>는 어떤 이야기 일까?
“엄마는 나를
죽였고,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빠짐없이 추슬러서
비단에 더할 나위 없이 곱게 싸서 노간주나무 아래에
놓아두었다네.
짹짹 짹짹!
난 참으로 어여쁜 새라네!“
- 75편의 <그림동화>
원작과 75개의 숀탠의
조각
원작의 클라이맥스를 압축한 예술품이 들려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화.
<뼈들이
노래한다>는 <그림동화>의 75개의 원작과
시각예술가 숀탠이 만든 동화를 재창조한 조각,
동화연구가 잭 자이프스 해설이 담겨있다.
‘그림 형제는 어떻게 세상에서
성공하게 되었나’는 잭 자이프스가 쓴 그림형제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파트이다. 그림형제는 그림동화를 쓴 독일형제이다. 법학을 전공하나 문헌학에 관심
있던 형제는 고문서, 무용담,
서사시, 전설, 신화,
우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형제는 이 민담 속에 삶의 보편적인 모습과 지역만의 의식, 전통, 문화가
담겨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런 민담의 힘과 가치에 주목하고, 자신들이 모은 이야기에 서문과
주석을 달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를
출간한다. 하지만 이 모음집은 학술적인데다 삽화 하나 없고, 내용도 다소 불쾌하고 음산하다는
비평을 받는다. 후에 그림 형제는 고딕풍의 동판화를 싣고, 불편한
내용들(근친상간,살인,고문
등)을 생략하거나 수정해 다시 출간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그림동화>이다.

‘<그림동화>와 조각의
만남’은 동화의 단편적인 부분(영감을 주는
부분)을 짧게 실고,
숀탠이 그 부분을 재해석 재창조한 조각들이 짝지어 배치된다. 숀탠은 원작의 복잡성과 모호성, 지속성에 대해
주목한다. 오래 기억되고 다시 쓰이는 동화는 비이성적인 면과 논리적인 면이 섞여있으며, 간결하다는
것이다. 숀탠은 원작의 복잡미묘함이 인간의 내면과도 같고, 실존과 환상에 걸친 원작이 다소
충격적이고 설명하기 어려우나 그 때문에 흥미를 끈다는 점을 염두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바탕으로
무딘 손길로 <그림동화>를 ‘조각’으로 재탄생
시킨다.

‘그림동화 더
읽어 보기’는 앞서 본 숀탠의
조각품과 짝지어진 단편적인 이야기의 전체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백설공주>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노간주나무><손없는처녀><개와참새><달>
등 기괴하고 섬뜩한75가지 동화들이 요약되어 있다.
- <그림동화>를 주제로 한 '조각
전시회'를 한권에 담아내다!
75가지의
숨겨진 비밀스러운 동화들, 동화의 이면은 어른들을 매료시킨다.
단 한권의 책이 이토록 풍성 할 수 있을까? <뼈들이 노래한다>는 글자체는 없지만 방대한
감정을 끌어낸다. 책은 앞쪽 그림형제의 생애와 업적부분과 뒤쪽 75가지의 요약된 동화 줄거리를
제외하면 거의 활자가 없는 편이다. 사진집에 가깝다고나 할까? 동화책에 가깝다고나
할까?
전체적인 구성은 앞서 말해 듯, 그림동화의
일부분, 즉 숀탠의 조각에 영감을 주는 클라이맥스 부분이 왼편에, 숀탠이 만든 조각품이 오른편에
위치해있다. 숀탠의 조각들은 동화 속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평면적이고 상투적인 인물임으로 단순화해
표현한다. 고대 석조 조각과 토우에 많은 영감을 얻은 탓인지, 돌과 점토, 종이반죽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대로라면 ‘박물관’이나
다름없겠지만, 숀탠은 그림동화의 원작의 기묘함과 괴상함을 형상화하고, 자신의 개성을 입혀 화려하지만
우울한 이미지를 완성해 독특한 현대 미술관에 온듯 한 느낌은 준다.
조각품들은 박물관에 희미한 조명에 비춰지고 있는 전시물처럼 보이길
바란 그의 의도처럼, 사진들은 어둠속에 조각만 조명이 집중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한 작품씩 감상하다보면, 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림동화>의
원작이 궁금하고, 방대한 75가지의 새로운 동화를 알고
싶고, 동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감상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생생한
조각품과 다양한 이야기가 풍성한 감정을 이끌어 낼 것이다.
+ 한자리가 제안하는 '책 더 재미있게
읽기!'
뒷부분의 줄거리를 먼저읽고, 왼쪽 페이지를
가린채 오른쪽 조각들의 이름을 맞춰보자!


+@ 알고있던 동화보다 모르고 있던 동화가 더 많다.(75개의
요약된 동화줄거리)
전시회를 갈 여건이 안된다면 이런 책 한권 읽어보자. 다양한 볼거리로 풍성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조각이름
맞추기를 해보자, 상상력을 키우고 작품해석력이
좋아진다.(정답:백설공주,라푼젤,헨젤과그레텔,신데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