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과 연관된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논란거리에 놓인다.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은 그 편리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학기술은 도적적 종교적 사회적 다양한 사상과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명은 존엄성이 있으며 단순 이익과 불이익으로 판가름 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신중을 기해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여기, 인공수정에 관한 소설이 있다. 다만, 우리가 아는 남녀간의 인공수정이 아니라, 여자와 여자 즉 난자와 난자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인공수정에 관한 페미니즘과 SF가 결합된 소설이다. 여혐사태 미투운동으로 논란이 되는 요즘, 이 소설은 무엇을 담아낼까?



‘내 아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세상에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생겼다.

첫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

우리가 임신 방식에서부터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한 걸까?

아기를 이렇게 의미심장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의문이 자꾸 피어오른다‘

- “우리가 아이를 갖는 데 이제 남자는 필요 없어.”

세계최초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그리고 거대한 음모와 폭력

레즈비언 커플인 줄스와 로지는 벌써 십여년째 동거중이다. 서로 다른 직업과 배경을 지녔지만 둘은 여느 커플처럼 신뢰과 애정을 바탕으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고 로지는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정자기증을 통해 임신하거나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줄스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던 와중 한 연구자가 남자의 정자없이 인공수정이 가능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기술을 발표하고, 난자의 체외수정 법안이 통과되면서 임상실험을 할 여건이 마련된다. 줄스는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로지를 떠올리며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줄스와 로지는 자신들 만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기자출신인 줄스는 언론과 사람의 주위의 힘을 알기에 철저히 비밀리에 이 실험에 참여하지만, 누군가의 폭로로 이 사실이 밝혀지고, 줄스와 로지의 주변은 끊임없이 소음과 분란이 일어나게 된다. 지나친 관심을 넘어 비난과 협박이 시작되고, 언론은 사생활을 침해하며 보도경쟁을 시작하고, 보수적 종교단체의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남성우월자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계속되는 간섭과 폭력으로 지칠대로 지친 줄스와 로지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자신들이 선택한 ‘임신’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휴머니즘소설

시의성을 가지지만, 미스터리한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재미를 더한

전반적으로 SF소설에 가깝다. 페미니즘으로 시작되지만 휴머니즘으로 끝을 맺는다. 동성커플과 가모장제에 대한 다양한 억압과 폭력이 현실에 가깝게 그려지고, 두 동성커플에 관한 사랑 또한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생명의 소중함과 여자가 엄마가 되고,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속의 불안과 걱정, 슬픔과 환희 등의 다양한 심리변화와 특정한 아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휴머니즘 메시지를 안겨준다.

이런 시의성을 가진 소설은 대부분 지루하거나 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XX>는 난자 대 난자, 남자없이 임신가능한 기술과 그들에게는 여자아이만이 태어난다는 신선한 가정, 그러면 남자가 멸종될수 있다는 극단적 상황을 상상함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혼란거리를 제공하고, 그 안의 로지와 줄스를 둘러싼 미스터리, 그들의 신원을 제보한 미지의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들을 지켜보고 공격하는 사회분위기와 거대한 권력이 줄지어 등장함으로 팽팽한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시의성있는 주제지만 미스터리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재미있히는 책을 찾는다면 <XX>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이 머무는 곳
히가시 나오코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번쯤 ‘죽음’을 상상하고, 그 후의 ‘사후세계’를 그려내곤 한다. 세상에 불변의 진리는 없다지만, 모든 생명이 탄생과 함께 죽음이 시작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최근 가볍고 신선한 소재의 미스터리소설을 선보이는 출판사 소미미디어에서 ‘죽음’ ‘이별’이라는 강렬하지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혼이 머무는 곳>은 이승에 미련이 남은 죽은 이가 원하는 사물에 깃들어 이승에 머물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남기고 죽게 된다면? 미처 이루지 못한 소망을 두고 떠나야 한다면? ‘영혼관리국’에서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드립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사물로 이승에 머물겠습니까?



“당신이 그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동안에는 이승에 있는 어떠한 물건에 깃들 수 있습니다.”

“이승의 물건?”

“네,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생각나는 걸 말해 보세요. 사물이 되어 한 번 더 이승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당

신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 게 분명해요.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은 안됩니다.

살아 있는 것에는 이미 먼저 깃든 영혼이 있으니까요. 뭐,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만.”

-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을 이어주는 ‘영혼관리과’

‘이승에 미련은 없나요? 원한다면 이승의 물건에 깃들어 머무를 수 있습니다’


40대에 인생을 마친 ‘나’. 오랜 투병 끝에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죽은 후 가게 된 곳은 ‘영혼관리과’. 죽은 후 흘러간 곳에, 영혼관리과 직원이란 사람이 시커먼 구멍을 빠끔히 열며 묻는다. ‘저는 영혼들의 희망을 들어 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나’가 이승에 미련이 있는 강한 기운을 뿜고 있고, 그 소망을 이뤄주겠다고 한다. 단, 조건은 살아있는 것은 이미 영혼이 깃들어 있으니, 사물로 태어나 다시 이승 체험을 해야한다는 것. ‘나’는 남편 신지와 아들 요이치가 그리워 그 제안을 수락한다. ‘나’의 아들 요이치는 중학교 연식야구부이다. 마지막 공식 시합을 꼭 보러가겠다고, 힘내라고 말한 말을 지키고 싶어 아들 요이치의 로진백 안의 송진가루가 되기로 한다. ‘나’는 아들을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아들의 마지막 시합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죽은 뒤 사물이 되어 소중한 사람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사람으로 죽었으나 사물로 다시 태어나는 기이하지만 따뜻한 단편들

일단, 소미미디어의 책들이 그렇듯, <혼이 머무는 곳> 또한 독특한 소재와 가볍게 읽히는 문장이다. 다소, 어렵고 무거울수 있는 ‘죽음’과 ‘사후세계’ ‘환생’이란 키워드를 무게감을 거두고, 일본 특유의 가볍고 포근하게 다룬다는 점이 다시한번 출판사의 작품선택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혼이 머무는 곳>은 11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죽은 후 ‘영혼관리국’으로 가고, 그 곳에서 이승의 사물도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엄마는 아들의 송진 주머니, 딸은 엄마의 보청기, 남편은 아내의 일기장, 추억이 깃든 놀이기구, 사랑하던 사람의 머그컵 등, 일상생활 속 남겨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물건에 혼이 깃드는 것이다. 영혼들이 이승에 미련이 남은 것은 어떤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라, 사랑하던 사람, 그리고 그들과의 추억, 혹은 그들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점이 공감과 애잔함을 가져온다.


죽은 후 사후세계를 다룬 소설은 많다. 그만큼 사람은 죽음 후, 그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만큼 궁금한 또 하나는 내가 죽은 후의 남겨진 세계와 사람들이라는 것. 이 소설은 그 점을 새롭게 부각시킨다. 빙의나 환생같이 사람에게 혼이 깃들고, 말이나 행동을 통해 남겨진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쌓인 오해를 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겨진 사람의 물건에 혼이 깃들고, 조용히 그들의 세계를 지켜보다 사라지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되려 더 씁쓸하다.

남겨 두고 가는 자의 아픔, 남겨지는 자의 슬픔, 그리고 그 뒤에 새로이 만들어 지는 복잡미묘한 생각과 감정들을 이야기한 책, 저자가 시인이라서 인지 그려지는 듯한 분위기와 함축적인 단어선택이 여운을 남기는 책. 아름답지만 씁쓸하고, 다채롭지만 허망한 이야기. 죽은 후 어떤 사물로 태어날지 상상해 보며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소재는 신선하고 단편만큼의 재미가 있고 문장 또한 매력적이나,

각각의 짧은 사연이 줄거리여서 깊이있는 이야기와 진한 감동은 안타까울지도.

전부 해피엔딩의 온기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씁쓸하고 비정한 이야기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미스터리 추리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거대한 권력, 사회의 구조나 부조리를 비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생활, 관계, 감정, 생명에 중점을 둔 가벼운 감성미스터리, 휴먼미스터리가 많이 출간된다는 점이다.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인어가 잠든 집>은 이런 흐름을 탄 휴먼미스터리이다. 만약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뇌사상태’라면? 그 죽음을 인정할 것인지,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이번 소설은 이 문제를 다룬다. 분명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사랑 혹은 집착, 헌신 또는 미련. 과연 당신은 결정을 내릴 것인가? 삶과 죽음, 사랑의 정의를 다룬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인어가 잠든 집>을 소개한다.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야.‘

- ‘이 아이는 살아 있어요!’

딸을 지키려는 금단의 선택, 사랑인가 광기인가?

IT기업을 운영하는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는 부부이다. 그 부부관계가 오래전 끝났지만. 가오루코가 둘째 이쿠오를 임신했을 당시, 남편 가즈마사는 바람을 폈고, 가오루코는 별거, 이혼을 요구한다. 다만 둘 사이에는 이미 두 아이가 있고, 때문에 첫째 딸인 미즈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이혼하기로 합의를 본다. 그러던 어느날 ‘이혼’은 가벼운 문제라 여길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사립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부모 면접 자리,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진다.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 부부에게 의사는 딸이 이미 뇌사상태에 빠졌으며, 장기기증을 고려해 볼 것을 권유한다. 부부는 절망에 빠지고, 선택에 기로에 놓인다. 부부는 고통과 슬픔에 빠지지만, 미즈호라, 자신의 착한 딸이라면 아픈 누군가를 돕고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장기기능을 결심한다. 부부는 미즈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내기로 하지만, 그 순간, 딸의 손이 움찔하는 것을 느낀다. 착각인지 기적인지 모르지만, 딸이 살아있음을 느낀 부부는 이혼 결정까지 번복하고 함께 미즈호의 연명 치료를 하기로 한다.

연명치료 중, 가즈마사는 자신의 회사의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 기술을 딸에게 도입하기고 결정하고, 수술을 받은 미즈호는 뇌사상태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 호흡을 하며, 전기 자극 장치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기까지에 이른다. 마치 ‘잠자는 것’ 같은 미즈호에게 가우루코는 점점 집착하게 되고, 심지어 둘째 이쿠토의 입학식에 미즈호를 휠체어에 앉힌 채 데려간다. 주변사람들의 우려는 깊어만 가고, 가즈마사는 이 것이 진정 딸을 위한 행복인지, 아내와 자신의 자기만족에 불과한지 고민하게 되는데...

- 사랑과 집착, 헌신과 미련. 연명치료에 관한 당신의 선택은?

추리와 범인은 없지만, 흥미진진한 전개가 빛난, 충격과 감동의 휴먼미스터리

추리소설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그는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 날카로운 문장을 대담한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전개, 예상 못한 충격 반전으로 맛깔나게 썼다. 이번에도 그의 장점은 여전하다. 비록 긴장감 넘치는 연쇄살인 사건, 정신이상의 잔인한 살인마, 투지에 끓는 형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가독성’ 있게 읽힌다.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 고심했을만한 뇌사와 연명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만한 감정과 의문을 넘치도록 담아냈기 때문이다. 딸의 죽음앞에 놓인 두 부부, 그 부부의 고통 절망 슬픔이 빽빽한 가운데,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연명치료’가 인류에게 행운일지 불운인지, 삶과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연명치료가 환자를 향한 사랑과 헌신일지 집착과 미련일지 등, 사람의 삶과 죽음, 사랑의 정의와 더불어 연명치료와 장기이식에 관한 도덕적 법률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유독 사랑하는 이유는 ‘대중성’ 때문이다. 그 대중성은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그의 소설은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인데 트릭이나 해답이 아닌 인물과 감정에 주목하고, 소설과 독자와의 감정적 교감이 이뤄지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에는 범인과 형사간의 팽팽한 대립에서 오는 긴장감이 아닌, 딸의 죽음앞에 놓인 엄마의 애절한 사랑 때문에 퍽 가슴이 조여오는 소설이다. 만약 추리소설이 별로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자. 분명 눈물과 함께 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테니.


+@ 평점이 높은 이유는 엄청나게 재밌고 획기적인 추리소설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볼 '연명치료' '장기이식'에 관한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울어버린 소설이기 때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을 비롯 다양한 나라에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다. 저출산은 출생률이 저하되는 현상으로 초창기에는 남성의 경제력 부족이 문제로 인식되었으나, 현재는 낮은 취업률, 개인주의, 가치관의 다원화, 성격문제, 인간관계 스트레스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때문에 이 소재를 이용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대표적으로 ‘어른 고교’ ‘결혼상대는 추첨으로’가 있는데, 어른고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연애를 가르치는 학교로, 결혼상대는 추첨으로는 추첨 중매결혼 법 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인기 일본 드라마의 원작소설이자, <70세 사망법안 가결>로 사회문제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가, 가키야 미우. 이번에는 ‘저출산 비혼화’에 도전한다.



 

 

‘정부는 저출생대책으로 내년 4월 1일부터 ‘추첨맞선결혼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혼화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법을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 발칙한 상상력으로 바라본 저출산 비혼화라는 사회문제!

정부가 맛선 주선자? 결혼 의무화가 법안이 된다면?

 

 

생산 인구 저하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지방자치단체는 인구유출로 소멸 위기이며, 외국인 유입으로 인해 치안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모든 것이 만혼화에 따른 저출산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해소할 대한으로 파격적인 법안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추첨맞선결혼법’이다.

 

 

‘추첨맞선결혼법’은 결혼적령기인 25~35세까지 이혼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본인의 나이에서 위 아래로 5세 범위를 두고,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맛선을 보게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강제맞선은 총 3회가 주어지고, 상대를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의무 복무 해야 한다. 야당은 결혼이라는 사적인 일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인권침해이자 국가적 수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당사자인 미혼남녀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 제도를 맞이하게 되는데...

 

 

엄마의 집착과 답답한 시골생활을 결혼으로 청산하려는 요시미,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결혼까지 생각한 연인이 있었으나 막 이별통보를 전해들은 나나, 유명교수와 기모노 장인을 부모로 둬 부유하지만 자신과 같이 검소한 여자를 원하는 란보, 20대 후반이지만 서툰 센스와 자존감 부족으로 모태솔로의 길을 걸어온 남자 다쓰히고, 2명의 여자와 2명의 남자. 그들에게 이 법안은 기회일 것인가? 절망일 것인가?

 

 

 

- 무거운 사회현상를 가볍고 재밌게 시작하는 ‘맞선연애소설’

소재는 기발했으나, 전개는 아쉽고, 결말은 고심하게 되는 ‘사회문제소설’

 

 

가키야 미우는 2005년 <회오리>로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이다. 때문에 장르적 재미를 살리며, 기발한 상상력을 소재로 삼고, 반전이라 생각될만한 방향전환의 줄거리가 특징이다. 그의 기발한 소재가 다소 허황되고 어이없는 면모가 있지만,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웃음으로 쉽게 시작하고, 고심으로 어렵게 마무리되는 작가이다. 저자는 저출산, 고령화, 노후자금, 청년실업, 주택 마련 대출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냈는데, 이번에는 ‘저출생 비혼화’를 풀어냈다.

 

 

얼핏 보면 연애 못하는 4명의 남녀에게 닥친 강제추첨맞선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빗나는 가상연애소설 같지만, 그 안은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운 사회소설이 존재한다. 이 소설은 저출산 만혼화 추세가 고착되고 있고, 현 시행되는 출산장려지원책은 국민을 설득하기 턱없이 부족하며, 출생률 문제를 국가의 통치 도구로 활용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단순 현상으로 보고,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독자에게, 극약처방급인 독재적이고 극단적인 해결방안을 상상하게 만들고, 그안에 방황하거나 나아가는 인물, 대립하는 관계들을 설정해, 사회의 위기와 불안을 독자로 하여금 좀 더 가깝게 느끼고 고심하게 만든다.

 

 

호기심을 끌만한 기가 찬 소재가 매력적이고, 사회문제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읽어보자. 하지만 결코 오락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명심할 것, 현실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어서 웃프고, 오늘날의 저출생 비혼화는 나라의 존폐, 개인의 행복과 권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주 저수지에 한 여성 변사체가 떠올랐다. 유서도 단서도 목격자도 없었고, 타살 흔적도 없었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여성은 열아홉의 홍수연양. 어린 소녀가 어째서 차가운 물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일까? 2017년 3월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의문을 파헤쳤다. 그리고 밝혀진 것은 특성화고등학교의 추악한 민낯이었다. 당시 학교 현장실습의 일환으로 콜센터 상담사로 일한 홍수연양은 청소년이며 실습생이라는 불리한 지위로 일상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에 시달렸다. 기업의 폭력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취업률 100%달성을 위해 묵인했다. 결국 조기취업을 꿈꾼 한 여학생을 잔인한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이다. 2019년 이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콜24>는 이 실화를 소재로 한 사회파추리소설이다. 고졸신화, 학력파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라져간 생명. 그 어두운 진실을 다시 재조명한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해요.

현실을 바로 보지 않고 피하기 시작하면 끝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죠."

- “누구나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잖아.”

“그런 꿈들이 널 아프게 할지도 몰라.”

김변호사는 조변호사에게 한 사건을 부탁받는다. 사건은 강간치사사건. 공익근무 중인 재석이 미성년자인 학교 후배 해나를 성폭행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검결과 피해자(해나)의 시신은 외부의 뚜렷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사인원인은 익사로 밝혀졌으나, 시신에서 재석의 정액이 발견됨으로 재석이 지목된 것이다. 김변호사는 재석을 만나고, 사건이 벌어진 저수지와 근처 모텔, 식당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점점 단순 남녀사이의 문제가 아님을 직감하게 되는 김변호사. 한편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맞물린 시점, 해나 사건은 관심밖으로 밀려나야 하는데, 검찰수사관이 투입되고, 검찰이 준강간죄가 아닌 강간 및 살인치사죄로 무리하게 몰아 붙이기 시작한다. 김변호사는 점점 사건의 이면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김변호사는 조변호사에게 사건의 내막을 묻게 되고, 조변호사는 해나의 죽음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말과 함께, 해나의 죽음이 대기업 KC의 계열사와 관계되어 있다는 것과 그녀보다 먼저 자살한 팀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김변호사는 해나가 강간 당한 수치심에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인 콜센터 해지방어팀의 폭력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는데...

- 현장실습생 제도가 가진 폐단, 그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치다!

취업신화에 숨겨진 폭력 그리고 사라져간 희생자들.

<콜24>는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죽음에 이른 여고생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취업난이 발생했다. 이로인해 일부 고등학생이 대학진학보다 일찍이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을 희망하게 되었고,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생 제도가 생겨났다. ‘고졸신화’ ‘학력파괴’ ‘취업률100%’를 내세우며 획기적인 제도임을 광고했지만, 이 모든 것은 임금부담을 덜려는 대기업과 교육청으로부터 연관 지원을 받기위한 학교의 기만이었다.

기업은 이중계약과 임금차별, 초과근무, 실적요구 등 불합리한 대우와 폭력을 행했다. 학생은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기업과의 관계와 높은 취업률 달성을 위해 알면서도 묵인했다. 실화의 홍수연과 소설의 해나는 보호받아야할 신분이었지만, 그 학생이라는 신분과 꿈을 꾼다는 희망 때문에 피해자가 되었고,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이렇듯, 실화와 소설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한다. 결코 가볍게 다뤄져선 안되는 소재, 다소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실화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콜24>를 읽어보자. 읽는 내내 안타까움, 분노, 슬픔이 자리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희생자는 발생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알아야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는 민낯도 바라봐야하는 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준 숙제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설을 찾는다면, 세월호 사건을 기반으로 한 김탁환의 <거짓말이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기반으로 한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