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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생명과 연관된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논란거리에 놓인다.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은 그 편리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학기술은 도적적 종교적 사회적 다양한 사상과 이념에 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명은 존엄성이 있으며 단순 이익과 불이익으로 판가름 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신중을 기해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여기, 인공수정에 관한 소설이 있다. 다만, 우리가 아는 남녀간의 인공수정이 아니라, 여자와 여자 즉 난자와 난자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인공수정에 관한 페미니즘과 SF가 결합된 소설이다. 여혐사태 미투운동으로 논란이 되는 요즘, 이 소설은 무엇을 담아낼까?
‘내 아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세상에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생겼다.
첫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
우리가 임신 방식에서부터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한 걸까?
아기를 이렇게 의미심장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의문이 자꾸 피어오른다‘
- “우리가 아이를 갖는 데 이제 남자는 필요 없어.”
세계최초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그리고 거대한 음모와 폭력
레즈비언 커플인 줄스와 로지는 벌써 십여년째 동거중이다. 서로 다른 직업과 배경을 지녔지만 둘은 여느 커플처럼 신뢰과 애정을 바탕으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고 로지는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정자기증을 통해 임신하거나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줄스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던 와중 한 연구자가 남자의 정자없이 인공수정이 가능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기술을 발표하고, 난자의 체외수정 법안이 통과되면서 임상실험을 할 여건이 마련된다. 줄스는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로지를 떠올리며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줄스와 로지는 자신들 만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기자출신인 줄스는 언론과 사람의 주위의 힘을 알기에 철저히 비밀리에 이 실험에 참여하지만, 누군가의 폭로로 이 사실이 밝혀지고, 줄스와 로지의 주변은 끊임없이 소음과 분란이 일어나게 된다. 지나친 관심을 넘어 비난과 협박이 시작되고, 언론은 사생활을 침해하며 보도경쟁을 시작하고, 보수적 종교단체의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남성우월자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계속되는 간섭과 폭력으로 지칠대로 지친 줄스와 로지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자신들이 선택한 ‘임신’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휴머니즘소설
시의성을 가지지만, 미스터리한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재미를 더한
전반적으로 SF소설에 가깝다. 페미니즘으로 시작되지만 휴머니즘으로 끝을 맺는다. 동성커플과 가모장제에 대한 다양한 억압과 폭력이 현실에 가깝게 그려지고, 두 동성커플에 관한 사랑 또한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생명의 소중함과 여자가 엄마가 되고,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속의 불안과 걱정, 슬픔과 환희 등의 다양한 심리변화와 특정한 아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휴머니즘 메시지를 안겨준다.
이런 시의성을 가진 소설은 대부분 지루하거나 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XX>는 난자 대 난자, 남자없이 임신가능한 기술과 그들에게는 여자아이만이 태어난다는 신선한 가정, 그러면 남자가 멸종될수 있다는 극단적 상황을 상상함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혼란거리를 제공하고, 그 안의 로지와 줄스를 둘러싼 미스터리, 그들의 신원을 제보한 미지의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들을 지켜보고 공격하는 사회분위기와 거대한 권력이 줄지어 등장함으로 팽팽한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시의성있는 주제지만 미스터리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재미있히는 책을 찾는다면 <XX>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