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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가 공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한다. 때문에 때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기도 하고, 숨기고 싶기도 한다. 여기, ‘엑스맨’ ‘투명인간’ 같이 특별한 초능력이 있지만, 존재는 숨기고 싶어하는, 다소 연약한 존재들이 있다. 마음 한 켠으로는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도 싶지만, 현실은 ‘인싸’보다 ‘아싸’에 가까운 이들. 자신의 특별한 초능력으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세상의 무리속에 속하며, 그들만의 인연을 찾아가는 이야기. 국내에서는 잔인한 추리,공포물의 <goth>로 알려진 오츠이치의 <나는 존재가 공기>를 소개한다. 그는 다양한 필명을 사용해, 마치 다른 작가가 쓴 듯 한 다양한 작품색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데, 이번에 쓴 필명 ‘나카타 에이이치’는 서정성과 감수성을 겸비한 러브 스토리의 작품을 쓴다. 과연 초능력자들의 러브스토리는 우리들과 어떻게 다를까?
‘아침에 깨어난 나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 창문을 열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바람에 녹아서 공기 중에 빨려 들어가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될 테니까.‘
- 초능력자들의 특별한 능력이 만들어내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첫사랑
웃음, 스릴, 애잔함, 그 모든 것이 스며든 열병 같은 판타지 청춘 로맨스는?
이 소설은 국내에서는 미스터리 소설가 오츠이치로 알려진 저자가, 연애 소설을 쓸대 쓰이는 필명인 나카타 에이이치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판타지, 청춘, 로맨스 소설이다. 총 6편의 단편이 있다. 각각의 단편에는 각기다른 특별한 초능력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가 쓰여있다. 공간이동(텔레포트), 염력, 발화능력, 투명인간 등 영화속에서 등장해온 다양한 초능력 소재가 쓰인다. [소년 점퍼] [나는 존재가 공기] [사랑의 교차점] [스몰라이트 어드벤처] [파이어 스타터 유카와 씨] [사이킥 인생].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몇가지 단편을 소개한다.
[소년 점퍼] 못생긴 외모 때문에 스스로 위축된 소년. 그는 등교거부를 하며 집에 틀어박힌 채, 청춘을 허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특별한 능력, 순간이동 초능력를 알게 되고, 소년은 자신이 원하던 때에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짝사랑. 그 능력으로 학교선배이자 첫사랑인 소녀가 전차에 치일 위기에서 구하게 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과연 그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나는 존재가 공기]가정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가족을 지닌 소녀. 그녀는 거친말과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피해, 한 초틍력을 갖게 된다. 그 능력은 마치 ‘투명인간’, ‘공기’가 된 것같이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는 능력. 소녀는 그 능력을 알아본 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것은 짝사랑하는 선배를 스토킹하는 것. 과연 들키지 않고 임무완수를 할 수 있을까?
- 필명마다 다른 인격체를 가진 작가 오츠이치의 러브 버라이어티!
액스맨 키즈들의 첫사랑 단편집이랄까?
6편의 각 단편집은, 각기 다른 초능력과 개성을 가진 소년소녀들의 풋풋한 감성 로맨스를 그려낸다. 실상 초능력이라면, ‘히어로’와 연결되고, 지구나 세계를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거대한 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주목받기보단 소외된 인물로, 무리의 관심을 받기를 원하기도, 숨어버리기도 원하는 우리와 다를 것없는 다소 평범한 인물이며, 사춘기때의 예민한 감성을 소유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초능력은 다양한 히어로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한다. <액스맨><점퍼><투명인가>같은 SF판타지영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초능력들이다.(순간이동, 투명인간, 염력, 발화 같은)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소년, 존재감을 지우는 소녀, 염력으로 유령의 존재를 증명해야하는 소녀, 위험한 발화능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혼혈소녀 등이 등장한다. 다양한 능력만큼 그들에게는 각기 다른 사연과 성격이 부여되는데, 이것이 다소 소외와 외로움이 섞여 안타까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초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만남, 인연, 인간관계로 극복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들어내고, 그들을 지키거나 도와주며 성장하는 미소지을만한 청춘로맨스가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그려진다.
<나의 존재는 공기>를 읽어보자. 오츠이치의 달콤새콤하고 풋풋한 러브스토리와 마블히어로즈같은 초능력 소재의 결합. 유쾌하고 발랄하고 울적하고 애잔한 분위기. 고독함과 그리움부터 설렘과 즐거움의 감정까지. 다양한 초능력소재만큼이나 다양한 청춘들의 로맨스가 그려져 있으니
+@ 단편마다 각기 다른 초능력이 나온다. 실상 판타지SF에서 많이 보아왔기에 소재의 상상력면에서는 특별할 것 없지만, 지구와 세계를 구하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히어로물’이 아니라 다소 소외되고 웅크려진 예민한 소년소녀들이 주변인물을 돕고, 스스로 성장하는 ‘청춘연애물’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 ‘소소함’이 만들어내는 ‘특별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