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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작가마다 독특한 이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이다. 저자가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력이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연구 성과를 쓴 논픽션이기 때문에,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명확하고 세세하게 묘사하면서도, 문학적인 미사여구를 통해 한편의 찬가 같은 소설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과학과 문학 사이에서 표현해낸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소개한다.
‘혼자 지낸 건 그녀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 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에 홀로 남겨진 소녀
그 소녀의 우정, 사랑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성장까지
외딴곳 비좁은 작은 판잣집에서 일곱식구가 산다. 아빠, 엄마, 그리고 다섯남매. 카야는 이 다섯남매 중 막내이다. 여섯 살 자리 작은 아이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아빠의 무자비한 폭력 때문이었다. 단출하고 쓸쓸한 차림의 엄마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떠난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서 다른 형제들도 뿔뿔이 흩어지듯, 아빠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다. 남은 건 주정뱅이 아빠뿐. 카야는 어린나이에 집안일을 해야 했고, 그마저 남은 아빠도 그녀를 떠나자,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홀로 남겨진 소녀 카야. 갈매기와 왜가리가 가족이 되었고, 넓지만 외로운 습지만이 그녀의 공간이 된다.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습지의 괴물’이라 취급하고, 배우지 못한 미개인이라 외면하고 따돌린다. 소녀의 유일한 행복은 새의 깃털과 조개껍질을 수집하는 것인데, 어느 날 이 것으로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습지에 나타난 소년이 나무 그루터기에 깃털을 놓아두고, 카야는 그 깃털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깃털과 편지가 놓여있다.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카야는 편지의 내용을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또 다음날, 이번에는 소년이 카야를 기다리고 있다. 카야는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히자, 소년은 그녀에게 글을 가르켜준다는 제안을 하는데...
- 외로움을 넘어서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 타인을 믿고 진정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한 소녀의 고전적인 로맨스이자 성장물에 생물학자의 관찰력과 연륜의 미학을 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두가지 이야기가 함께 서술된다. 주인공 카야의 어릴적 이야기와 성장한 후 마을의 사랑을 받는 인물 체이스 앤드루의 살인사건 후의 이야기가 동시 진행된다. 그녀의 어릴적은 폭력적인 아버지로인해, 그녀를 버린 가족들로 인해 불우했다. 그리고 그녀가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는 모습은 미개하고 야생의 습성을 받아들인 모습이였기에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배척한다. 결국 이 모든 불우한 환경조건은 그녀를 마을의 인기스타 체이스 앤드루스의 살해용의자로 만든다.
때문에 이 소설은 카야를 주인공으로 한 습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이자 성장물이자 스릴러물이자 법정물이다. 스스로를 고립하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던 한 소녀에게 매력적인 남자 체이스와 테이트가 등장하고, 이 세명의 매력이 서로를 매혹하며 복잡미묘한 관계들을 그려나가는 로맨스를 보여주지만, 마을의 인기 스타인 체이스의 시체가 해변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스릴러와 법정물의 성격으로 바뀐다. 모든 사람들은 카야를 외부인이라 여겼기에 그녀를 의심했고, 결국 카야는 체포와 구금, 재판의 과정을 이어간다. 흡사 마녀사냥과 비슷한 카야의 고난기는 스릴러물과 법정물이면서도 그 안에 사회파적인 메시지 또한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나오는 카야의 이야기는 성장물의 성격으로 마무리되며, 그녀와 함께 독자또한 성장하게되는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어보자, 로맨스, 성장물, 스릴러, 법정, 사회파적인 다양한 성격을 품은 스토리에,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만든 세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광활한 자연묘사, 그리고 저자의 늦은 데뷔 때문에 만들어진, 그 연륜이 묻어나오는 시적이고 찬미적인 글귀까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 그 윤리와 본능을 독자로 하여금 단순 소설적 재미를 넘어 성찰할 여지까지 주는 책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