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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평점 :
최근 읽기 편한 ‘코지 미스터리’나 가벼운 무게감의 ‘감성 미스터리’가 대세이다. (물론 사회파 또한 여전히 팔리지만 예전보다 신간에서의 출간은 덜한 편이다) 여기, 아주 가벼운 두께에 빠른 전개지만, 그 스토리의 무게감은 대단히 무거운 추리소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Q&A>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을 하며, 버림받은 아이 즉 방임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법률과 인식에 관한 안타까운 현실이 고발하는 추리소설이다. 보통 사회파 소설의 반도 안되는 200페이지 가량의 소설로 2017년 픽시브문예대상을 수상하며 단행본 출간과 동시에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된 작품이다. 이렇게 짧은 분량이 과연 어떻게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을까?
‘왜 우리는 버려졌고 그는 버려지지 않았을까. 그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입이 막혔지만 분명 엄마와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넌 좋겠네, 누군가를 마음에 그리며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우리한테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네 눈물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야. 행복의 상징이지.
넌 우리에게는 없는 걸 가지고 있어.‘
- 피로 물든 살해 현장, 참혹한 시체 곁에 놓여 있던,
범인과 피해자가 함께 써 내려간 기묘한 문답 노트
현재. 폐허로 변한 교외의 연립주택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칼에 심장을 찔려 사망한 남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다. 기이한 점은 또 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을 남자의 얼굴이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것. 현장에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줄 물건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단 하나, 피에 젖은 노트가 시체 옆에 놓여 있다. 현장 상황에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낀 형사 K와 감식관 G는 범인이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를 펼치고, 살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Q&A’라는 제목이 붙은 노트에는 범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문답과 함께 어느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Q&A 속이야기. 소년9는 12년전 버려진 개처럼 나무 상자에 담겨 성당 정문 앞에 버려진다. 그는 이름없이 9라 불린다. 성당안에서 9번째 키순으로 정한 이름이다. 교도소의 수감번호같이 숫자로 불리는 아이들. 이곳은 부모로부터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의 집합소이다. 같은 고아라도 부모(보호가)가 사망할 경우 정부 보조가 가능하지만, 소년9처럼 버려질 경우 보호자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 제도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무 보조도 받지 못한다. 때문에 절망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한다. 한 번 버려졌다는 사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소년9는 버려진 밤에 자신을 감쌌던 작은 포대기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부부의 아이를 데리고 지나치는 것을 보게된다. 너무 행복한 가족의 모습, 소년9와 성당아이들은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철저한 계획하게 그 아이를 납치하기에 이르고, 잔혹한 폭력을 휘둘르는데...
- 짧은 분량에도 남다른 무게감을 가진 소설.
잔인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인간과 사회,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절망과 구원을 말하다...
읽다보면, 상당히 철학적 관념적 사회적인 추리소설임을 알 수 있다. 짧고 흥미로운 전개가 오락소설처럼 느껴지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년9는 자신이 어른이 되는 날이 ‘가족의 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던’ 아이를 납치해 집단구타한 날이라고 말한다. 소년 9와 아이들은 구타를 하면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피해아이를 보며 즐기기는커녕 괴롭지만 폭력을 멈출 수 없다. 시기 질투 원망 분노 모든 것을 쏟아내는 만들어진 폭력성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져있는가' '인간의 본성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죄를 법으로만 재단할 수 있는가' 등의 물음앞에 놓이게 된다. (얼마 전, 시사프로 <실화탐사대> 에서 한의사 아버지가 국내외를 돌아가며 몇 년에 걸쳐 아이를 유기한 사건이 밝혀졌는데, 그 아이는 영특했으나 여러번 버림받은 탓에 폭력성과 자해적인 성격을 가지게 됬다. 결국, ‘세상의 잔혹함속에 만들어진 악의’지 않을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하지 않다. 읽다보면 그 악의와 폭력성이 잔혹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리던 소년 9가 세상이 잔혹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고 자신도 그 세상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처음 간 학교에서 유일하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소년 &를 만나 Q로 거듭나는 과정, Q와 &의 비극적인 가족사에 얽힌 새로운 인물 A의 사연이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그려지고, 가혹한 운명에 놓인 Q, &, A의 이야기를 따라 살인범을 쫓는 형사K와 감식관 G가 어느새 감화되고 동요되어 인간적인 고민과 연민을 느끼며 흔들리는 모습은 단순 살인 미스터리 추적이 아닌 휴머니즘 또한 담고 있다.
읽어보자. 200페이지 가량의 짧은 분량에도 사회파와 휴머니즘, 반전미를 고루 갖췄기에 왜 신예작가의 데뷔작임에도 수상과 드라마방영이 이뤄졌는지 납득이 간다. 다만, 이들의 이름이 이니셜과 기호로 되어있어 처음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을 맞닥뜨린 이들의 처절하고 씁쓸한 사연과 함께, 그들이 던지는 인간과 본성에 관한 질문들,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즐비해 있으니 그 고통?을 감수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