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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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독일 작가를 뽑는 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성장 소설인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가 단연 1위일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그런헤르만 헤세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후인 45살 때 쓴 책으로 인도 브라만 계급의 두 친구 싯다르타와 고빈다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난 기나긴 구도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헤세는 싯다르타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고타마(석가모니) 사상의 본질을 설파하고 있는데, 저도 소설 읽기 전에는 제목이 싯다르타라 부처님 얘기인줄 알았는데, 이름만 같을 뿐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부친도 학자이며 자신도 학식이 높았던 싯다르타는 미남이어서, 소위 모든 걸 다 가진 매력적인 남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고행의 길에 들어서기로 결심한 것은 갈증으로부터, 소원으로부터, 꿈으로부터,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을 비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고빈다는 고타마(석가모니)를 만나 이내 그의 제자가 되어 고타마를 닮고자 머무르게 되지만, 싯다르타는 번뇌에서 벗어나는 해탈이 가르침에 있지 않고, 홀로 수행하며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순례 길을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점 기존 피안의 세계가 아닌 차안의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고, 3년 동안 수행자 생활을 하다가 도시에서 아름다운 기생 카말라를 만나 사랑에 대한 배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소개로 부자 상인 집에서 일을 하며 차츰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카멜라와 육체적인 쾌락에 탐닉했지만, 남은 것이라곤 기교뿐 둘은 사랑은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싯다르타는 부자가 되어 여러 유희에 빠져들어 보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친구라고는 카멜라 뿐입니다. 그는 세상이라는 덫-육체와 돈-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인생의 가을인 40살이 되자 그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드디어 카멜라와 헤어지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강을 만나 빠져 죽으려 했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충동에서 벗어납니다.

 

20년 전 젊었을 때 강을 건네준 뱃사공 바주데바를 다시 만나 함께 지내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강을 통해 무엇보다 경청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강이 얘기하고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 50 초반에 카멜라가 데리고 온 11살 난 아들과 함께 살게 되는데, 자식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그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보게 됩니다. 그는 생애 처음 자식을 통해 맹목적인 사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아들은 순례 여행 중에 도망가 버립니다.

 

바주데바는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자 숲속으로 떠나 둘은 다시 이별하게 됩니다. 바주데바는 이미 완성된 자이자 성자였지만 다시 수행을 위해 숲으로 간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친구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 고빈다는 여전히 구도자로 살고 있고, 싯다르타를 본 고빈다는 그가 싯다르타처럼 이미 깨달은 자임을 알고 큰 절을 올리고 사랑과 존경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나게 됩니다.

 

220여 페이지 분량에 불과한 중편 소설이지만, 헤세는 싯다르타와 고빈다라는 두 친구의 삶을 통해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삶에서 진리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에 대해 아마 헤세만큼 집요할 만큼 탐구하고 잘 묘사하는 작가도 없을 것입니다.


두 친구라는 설정은 같지만, ()-이성-와 사랑-감성-을 상징하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병행해 읽는다면, 훨씬 더 깊이 있게 헤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불교라는 소재를 택했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얘기는 비단 불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신앙 서적을 읽는 것보다 싯다르타소설을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깨달음과 질문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속 구절>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감각과 사유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경시되거나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그 두 가지로부터 가장 내밀한 것의 비밀스러운 소리들을 들어야 할 것이었다.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형상의 세계란 무상한 것, 덧없는 것이야.

 

너무 많은 지식이, 너무 많은 성스러운 구절이, 너무 많은 제사의 규칙들이, 너무 많은 단식이, 너무 많은 행위와 노력들이 자기를 방해하였던 것이다.

 

끝장을 볼 때까지 고통을 겪지 않아 해결이 안 된 일체의 것은 다시 되돌아오는 법이며, 똑같은 고통들을 언제나 되풀이하여 겪게 되어 있는 법이다.

 

자기 말에 귀 기울이는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마치 그 상처를 강물에 넣어 씻어서 결국은 상처가 아물어 강물과 하나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물은 물끼리 어울리고 싶어 하고, 청춘은 청춘끼리 어울리고 싶어 하는 법이죠.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이 매순간마다 그 속에 파고들어가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는 그런 고요한 은신처가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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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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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학 작품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느끼고 깨닫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작품성도 뛰어나면서 깊이가 있는 책들은-예를 들자면 괴테 파우스트나 밀란 쿤데라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불멸-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참 난감합니다.

 

좋은데.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특히 쿤데라의 소설은 깊이가 있고 철학적이며, 표현도 아주 뛰어나고, 유머 감각도 훌륭해 한번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그 진가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습니다. 적어도 그의 소설은 두 번은 봐야 합니다.

 

작년에 불멸을 두 번 읽었는데, 처음과 달리 두 번째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도 훨씬 더 깊이 있게 오더군요.

 

불멸은 쿤데라가 작가로서 완숙기인 1990, 61살에 쓴 소설로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살펴보니 제가 이제껏 읽은 책들 중에 모서리가 가장 많이 접혀져 있네요.

 

소설 하나에 철학, 역사, 예술, 정치는 물론이고 개인의 가치관, 성격, 사랑, 증오, 화해까지 모두 심도 있게 다루는 쿤데라라는 작가는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소설가입니다.

 

불멸은 그의 장편 소설인농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우스운 사랑들처럼 얼굴, 불멸, 투쟁, 호모 센티멘탈리스, 우연, 문자반, 축복 등 모두 7부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의 부가 개별적인 이야기이면서 전체적으로 아주 잘 설계된 도면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멋지게 연결되어 커다란 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 부가 개별 토론의 주제가 될 만큼 깊이가 있기 때문에 소설의 줄거리를 장황하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4부 호모 센티멘탈리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3부 투쟁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예술과 자연뿐인데 쿤데라는 이 책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예술가인 괴테, 헤밍웨이, 베토벤, 루벤스, 말러, 릴케처럼 그의 소설이 불멸로 남기를 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주 도전적이죠.

 

그의 소설이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만큼 알려고 노력한다면 영원히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약 그가 체코 출신이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러시아 출신이었다면, 그의 소설이 좀 더 대중적이었다면 벌써 노벨상을 받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그의 소설 속 특징을 좀 더 설명을 드리면, 그의 작품에는 음악이나 음악의 기법이 많이 등장합니다. 쿤데라의 아버지인 루드비크 쿤데라(1891~1971)는 체코의 유명 음악 학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작곡가 야나체크의 제자였으며 브르노 음악학교 교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쿤데라는 한 때 음악을 공부하기도 해서 음악에 대한 조예가 아주 깊습니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 속에 음악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그는 조국에서 추방되어 46살인 1975년부터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그의 작품 속에는 조국 체코의 역사나 문화, 지명이 자주 등장합니다. 문화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나라 사랑의 일단을 알 수도 있고, 지역적이 것이 어떻게 세계적인 것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지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성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아녜스는 물망초 한 가지를, 물망초 오직 한 송이를 사고 싶어 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자취로서, 그것을 두 눈 앞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아베나리우스는 유희를 즐기며, 그 유희는 중요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그에게 중요한 유일한 것이다.

그녀는 내 생의 여인이라오. 자축해야 할 일이죠. 인생은 너무 짧아서, 사람들 대부분은 절대 자기 생의 여인을 찾지 못하니까요.

유럽은 유럽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적 작품 오십여 편의 유럽으로 축소되었소. 이 얼마나 불평등입니까.

기억은 영화를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가 모든 여자들에 대해 간직한 것은 기껏해야 마음속에 있는 사진 몇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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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17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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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조성모 가시나무중에서


 

올해 50살로 부드러운 표정에 키 크고 건장한 체격의 미남인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외모만 멋진 게 아니라 의학박사이자 법학자로 왕립협회 회원이기도한 신사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저명인사지만, 평소 자신의 욕구를 철저히 누르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내면에는 자기도 모르게 여러 의무감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싶은 아주 강한 욕망이 점점 커가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 젊고 쾌락을 추구하는 사악한 하이드로 변하기에 이른다.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하이드는

점점 지킬 박사의 본성이 되어가고 하이드는 결국 살인까지 하게 된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의 성격이 점점 자신의 본성이 되어가자 괴로워하다 선한 자아로 남고자 하지만, 그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두 달 후 다시 하이드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순수한 악의 존재인 하이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 결국 그를 찾아온 친구 앞에서 죽게 된다.

 

드라마틱한 소재로 인간 내면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원작 소설은 많은 영화와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문득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된다. 천사 같은 고운 마음씨와 말로 상대를 대하다가도 꼭지가 도는 일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폭발해버리고 싶은 것이다.

 

사도 바울도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기 안에 하나님의 법과 사람의 법, 두 개의 자아가 살고 있다고 했고, 조성모는 자신 안에 너무 많은 자기가 살고 있다고 노래했다.

 

물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수시로 마음의 불을 잘 조절해 가면서, 내 안에 있는 여러 자아를 잘 다독이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100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에 어려운 내용도 전혀 없고, 대중에게도 워낙 친숙한 작품이어서 오히려 손이 가질 않다가 올 초에야 처음 원작을 접하게 되었다.

 

1850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명문가의 외아들로 태어난 스티븐슨은 어릴 적부터 아주 병약해 요양차 여행을 많이 다녔고, 이는 고스란히 그의 작품 소재가 되어 주었다. 그러다 36살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출간하게 된다.

 

70여 년 전에 영국 런던 출신의 여류 작가인 메리 W. 셰릴이 쓴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인 프랑케슈타인과 함께 비교해 읽는다면, 비교도 되고 좋은 공부가 되리라 생각한다.

 

여러 나라의 고전을 읽다보니 나라별로 특색이 드러나게 되는데 영국 쪽은 모험, SF 쪽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세를 보인다. 대륙과 교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섬나라의 지정학적인 특징 때문일까?

 

 

 

 


만사에는 종말이 있다.
아무리 넓은 그릇도 결국엔 채워지게 되어 있다.

지킬은 절제의 불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반면 하이드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환희와 전율에 온몸을 떨었다. 악에 대한 갈망은 충족되어 사라졌고 삶에 대한 애착도 최고조에 달했다.

삶이란 종교의 뿌리이자 가장 거대한 고통의 원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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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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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 같기는 한데 언제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고 합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명히 읽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집에 책도 없고 해서 작년 가을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영국 요크셔 서부 시골 마을에 있는 저택 워더링 하이츠의 집주인 언쇼씨는 어느 날 리버풀에 다녀오면서 새까맣고 더러운 집시 아이 히스클리프를 데려오게 됩니다. 집시는 인도에서 유럽에서 건너 온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유랑하는 사람들로 멸시와 천대를 받아 온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민족입니다.

 

언쇼씨의 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예뻐하자 그를 줄곧 괴롭히고 학대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교감하고 의지할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캐서린입니다. 둘은 이내 친한 사이가 되고 자라서는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아내를 데리고 온 힌들리는 히스클리프와 총격전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를 정도로 둘 사이의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캐서린을 남겨 두고 종적을 감추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습니다. 3년 만에 돌아온 그는 힌들리, 애드거, 이사벨라에게 처철한 복수를 하고, 재산을 가로채는 등 후손들에게까지 재앙의 손길을 뻗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양심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모든 것을 손에 쥐게 되자 자신의 삶이 여전히 캐서린으로 채워져 있고, 그녀를 잃은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설 읽는 내내 두 사람의 슬픈 사랑과 이별이 빚어낸 슬픈 가족사가 무겁게 가슴을 내리 누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이들을 막지 마라! 이는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니까.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의 여동생인 에밀리 브론테는 29살에 이 작품을 남기고 건강이 악화되어 30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니, 이 소설은 그녀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드러시크로스 저택 세입자인 록우드와 가정부 엘렌 딘에 의해 전개되는데, 양 집안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러시아 소설처럼 얘기가 헷갈립니다. 그리고 같은 영국의 선배 소설가인 제인 오스틴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가독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성장기에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년이 자라서 어떻게 삐뚤어질 수 있는지, 광기어린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할 때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이 소설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질문들..

 

 

하나. 워더링 하이츠 저택 주인인 언쇼씨는 자신의 아이들보다 길에서 데려온 집시 아인 히스클리프를 왜 더 이뻐했을까?

 

이는 이유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자신의 아들인 힌들리와 히스클리프가 원수가 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설사 히스클리프가 마음에 들더라도 하인과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분명한 선을 긋고, 교통정리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죽고 나서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된다면, 그는 저승에서라도 땅을 치고 통곡할 것이다.

 

 

하나. 캐서린은 어려서부터 히스클리프를 좋아했고 자라서는 사랑했지만, 하인이라 천하고 교양 없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결국 조건보고 판사인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다. 하지만 그런 결혼이 행복할리 없고, 결국 신경 쇠약으로 고통 받다 딸(캐시) 낳다가 죽고 만다.

 

결국 사랑이 아닌 조건보고 결혼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 새롭게 주목한 인물이 에드거 린튼이다. 그는 캐서린과 결혼해서 힘든 결혼 생활을 하게 되고, 캐서린 간호하다 몸까지 상하게 된다. 나중에는 여동생 이사벨라까지 히스클리프에게 이용당하게 되는데, 그는 대체 뭔 죄가 있는지?

 

 

하나. 이사벨라가 낳은 히스클리프 아들은 병약하고 변변찮아 늘 구박덩어리가 된다. 그런데 히스클리프의 야심은 멈출 줄을 몰라 예쁘고 영리한 캐시와 거의 반강제적으로 결혼시켜, 그녀까지 불행한 인생을 살게 만든다.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탐욕에 등골이 다 서늘할 지경이다.

 

그런 아들이 태어난 건 저주일수도 있고, 성장기 학대와는 별개로 히스클리프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근본 성정이 못된 인간인지 잘 보여주고도 남는다.

 

인간이란 얼마나 허황한 바람개비같이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지금 당신의 손이 닿고 있는 내 몸은 당신 것일지 몰라도, 당신이 다시 내게 손을 대기 전에 내 영혼은 저 언덕 꼭대기에 가 있을 거예요.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알다시피 난 그녀가 죽은 뒤로 미치광이처럼 밤낮으로 그녀가 내게 돌아오기를 빌었어. 영혼이라도 돌아오라고 말이야.

온 세상이 그녀가 전에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저렇게 조용히 땅속에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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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범우희곡선 6
피터 셰퍼 지음, 신정옥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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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 모델 중에 에쿠우스란 이름의 차가 있다. 최상위 모델인데 라틴어로 말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호스(Horse)인데 같은 뜻인데도 라틴어로 써 놓으니까 잘 안 쓰는 단어라 왠지 뭐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만 있는데 아니라 피터 셰퍼가 쓴 같은 이름의 유명한 희곡도 있다. 재작년 초겨울 어느 날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던 연극 에쿠우스(EQUUS)를 보았는데,메세지도 분명하고 주연 배우들 연기도 훌륭하고, 말로 분장한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소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가끔 영화나 연극 등을 원작인 책보다 먼저 보는 경우가 있는데, 에쿠우스도 연극을 먼저 보고 원작이 궁금해 뒤늦게 책을 읽게 되었다.


 

영국 시골 마을에 17살 난 소년이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희곡으로, 다이사트란 정신과 의사와 오랜 상담을 통해 알런은 소통 없는 부모로부터 소외되어 자랐음이 밝혀지고, 말이 그에겐 예수님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임이 드러난다.


 

다이사트 역시 알런을 치료하면서 말에 대한 알런의 뜨거운 열정과 삶을 보면서 부부 사이가 남처럼 냉담하고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살아온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치유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주목한 것은 여판사 헤스터인데 만약 그녀가 다른 판사들처럼 결과만 보고 알런을 그냥 실형에 처했다면, 그의 행위에 대한 이유는 영원히 풀리지 않은 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다이사트 역시 과거처럼 그렇게 무의미하게 하루하루 평범한 정신과 의사로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참된 판사였는데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판사를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 소년은 내가 이제까지 어느 한 순간에도 느껴보지 못한 격렬한 정열을 이미 가져봤어요. 사실은 난 부러워하고 있어요. 그 애를.

네 몸 안에 들어가 있고 싶다! 너와 일심 동체가 되고 싶다.
영원히 영원토록! 에쿠우스, 너를 사랑해!

그앤 사회와 단절된 현대인이죠.

아빠라고 특별한 건 없어.아빠도 가엾은 늙은 광대야.

나의 인생에 한사람만이라도 내가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소년이 눈초리. 나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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