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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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만큼 영국인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국민들로 존경을 받던 한 나라의 훌륭한 장군이 권력에의 탐욕으로 스스로 파멸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이 궁금해 읽게 되었는데, 글래미스의 영주이자 충직하고 용맹한 전사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전쟁 영웅입니다.


사촌 왕인 던컨의 신임을 받으며 동료 장군 뱅코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오던 길에 그는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을 듣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예언을 듣는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요? 무시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처럼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고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만족하기 보다는 더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맥베스는 이미 재산도, 명예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다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딱 한 사람 부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왕입니다.

 

마녀의 예언은 잠재되어 있던 이런 맥베스의 마음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갈등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고민 끝에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만듭니다.

 

던컨 왕은 승전에 대한 보답으로 멕베스에게 코더 영주의 작위를 내리고, 아들 맬컴과 맥베스가 있는 곳으로 찾아옵니다. 명예로운 2인자로서 남을 것인가, 반역을 꾀함으로서 왕이 되어 최고의 권력자로 남을 것인가?

 

맥베스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갑니다.

 

그때 앞으로 나선 사람이 바로 그의 아내입니다. 아내는 갈등 속에 빠진 맥베스를 부추겨 왜 굴러 들어온다는 복을 걷어차느냐?”라며 결단을 하라고 촉구합니다.

 

가끔 보면 남자만큼이나 승진 욕심이나 권력욕이 강한 여자를 보게 되는데, 맥베스의 아내가 딱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맥베스는 잠을 자고 있던 왕을 살해하고, 아들인 맬컴은 잉글랜드로 도망치게 됩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맥베스를 보면, 던컨 왕 살해 전에 고뇌하는 맥베스와 대범한 아내의 대화 부분이 희곡보다 훨씬 더 강조되어 있습니다.

 

왕은 죽고 왕자는 잉글랜드로 떠났으니 스코틀랜드 백성들은 자연히 맥베스를 왕으로 추대하게 됩니다. 드디어 그토록 간절히 고대하던 절대 권력자, 왕이 된 것입니다. 이제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마녀의 두 번째 예언이 남아 있습니다. 충성스런 장군 뱅코가 왕을 낳을 분이다라는...

 

맥베스는 왕이 되었지만 마녀의 두 번째 예언 때문에 마음이 늘 불편하고 근심 걱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고민 끝에 재앙의 씨앗을 미리 없애려고 몰래 자객을 보내 뱅코는 죽였지만, 아들 플리언스는 달아나고 맙니다.

 

친구를 죽이고 죄책감에 빠져 환영에 시달리는 맥베스. 아내는 이제 더 이상 악행을 멈추고, 스코틀랜드 왕으로서 부귀영하를 누리고 살자고 설득하지만, 맥베스는 탐욕에의 화신이 되어 죄 없는 귀족 맥더프의 가족까지 불태워 죽이고 맙니다.

 

부인은 점점 파멸로 치닫는 남편을 지켜볼 수도 없고,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하고 맙니다. 이제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왕이 되면 세상을 다 가질 줄 알았는데, 막상 되고 보니 그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왕자 맬컴은 맥더프 장군과 함께 잉글랜드 군대의 도움으로 왕좌를 되찾기 위해 쳐들어오고, 맥베스와 최후의 결전을 치르게 됩니다. 운명은 정의의 손을 들어주어 맥베스는 맥더프의 칼에 죽는 것으로 희곡은 끝이 납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짧지만,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맥베스.

 

끝없는 권력욕에, 탐욕에 매달려봐야 모두 다 헛되고 덧없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인간들은 오늘도 그것을 한번 잡아 보겠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입니다.

 

 

<책속 문장>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왕은 아닐지라도 왕을 낳을 분이시다.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당신은 위대해지고 싶고 야심도 없지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내 아들이 계승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난 뱅코 후손 위해 내 마음을 더럽혔고 인자한 던컨 왕을 그들 위해 죽였으며 오로지 그들을 위하여 평화의 그릇에 원한을 부었고, 공공의 적 악마에게 내 영원한 보물인 영혼을 주었다.

 

너희 모두가 알다시피 과신은 인류 최대의 적이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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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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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은 몰라도 어린 시절노틀담의 꼽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제목은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한 사람만 언급하고 있어, 오해를 살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위고의 대표적인 소설 레 미제라블을 주인공인 장발장으로 표기하는 것 역시 무지의 소산인 것과 똑같은 경우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시인, 화가이기도 했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 정치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괴테처럼 83살 까지 살면서 아주 장수했는데, 정력적인 창작자로서, 철두철미한 공화주의자로서 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188583살로 죽었을 때 그의 유해는 밤새도록 횃불에 둘러싸여서 개선문에 안치되었으며, 이튿날 파리의 온 시민이 판테온까지 관의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밀란 쿤데라는 그의 산문집 커튼에서 위고가 여전히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라고 하는 것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위고가 있다!”라고 할 만큼, 비중 있고 작품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괴테를 알아야하는 것처럼, 프랑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고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위고가 고작 29살에 쓴 소설로 그가 작가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해 준 소설입니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그중에서도 종교가 지배하던 권력의 중심지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을 두고 세 남자가 벌이는 사랑, 질투 , 죽음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꼽추에 절름발이, 외눈박이, 귀머거리인 20살의 카지모도

야경대장으로 미남이지만 전형적인 속물인 페뷔스

천대받는 사회의 하층민이지만 대단한 미인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여기까지는 참 상투적인 설정인데 의외의 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부주교인 프롤로로, 그는 카지모도의 양부로 철학자이자 최상류층인 사람입니다. 그는 귀족으로 박학다식하며 자신에게 아주 엄격한 신부인데, 집시 여인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그동안 쌓아 온 지식과 금욕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합니다.

 

프롤로는 결국 성벽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하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반면에 자기하고 싶은 대로 사는 페뷔스는 부유한 귀족 여인과 결혼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참 얄미운 캐릭터죠. 하지만 실제론 현실 세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그들의 만남은 운명이었고, 그들은 숙명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소설은 네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사랑, 증오와 죽음이 핵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것 못지않게 위고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위고는 15세기 역사와 문화, 사회상에 대해 장황하리만큼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건축물이 인쇄술로 대체되면서 파괴되어지는 파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무한 애정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당황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알고 읽는다면 충분히 공감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뮤지컬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국내에도 몇 번 내한 공연을 한 파리의 노트르담을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노래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집시들과 거지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우리를 금방 작품의 배경인 15세기로 안내해 줍니다.

 

 

<책속 구절>

 

가장 추악하게 찡그린 낯바닥을 하는 자가 만인의 갈채를 받아 교황으로 뽑히는 것이오. 아시겠소? 무척 재미있지요.

 

그 아가씨가 인간인지, 선녀인지, 또는 천사인지,.. 그토록 그는 그 눈부신 영상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도둑질과 매음과 살상이 파리의 포도 위에서 연출하는 저 영원한 연극의 모든 배우들이 이 시대에 옷을 입고 옷을 입는 거대한 탈의실.

 

인간, 예술가, 개인은 그 거대한 덩어리들 위에서 작자의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인류의 지성만이 거기에 요약되고 합산된다. 세월은 건축가이고 민중은 석공이다.

 

노트르담은 그가 자라나고 커감에 따라, 그에게 차례차례로, 달걀이었고, 보금자리였고, 집이었고, 조국이었고, 세계였다.

 

모든 문명은 신정으로 시작되고 민주주의로 끝난다.

 

모든 종교의 율법처럼 모든 민중의 사상은 그것의 건축물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끝으로 인류는 어떠한 중요한 생각도 반드시 돌로 썼다는 것.

 

오르페우스의 돌 글자에 이어 구텐베르크의 납 글자가 오게 된다. 책이 건물을 죽이려한다.

 

당신이 있다면 지옥도 내게 천국이야. 당신을 보는 것은 주님을 보는 것보다도 더 즐거워.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는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것을 생각보고 다시 창백해졌다.

 

사랑이란 나무 같은 것이기 때문에 , 그것은 저절로 자라나고, 우리는 온 생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폐허가 된 가슴 위에서도 흔히 계속 푸르러지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육의 유혹은 해롭고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건 페뷔스란 말이다. 페뷔스야말로 미남이란 말이다! 너는 사제 놈아, 너는 늙었다! 너는 못생겼다! 꺼져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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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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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언젠가 읽은 것 같긴 한데, 언제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이럴 때면 문득 유년 시절의 기억을 영화처럼 생생히 묘사하는 뛰어난 작가들의 글과 비교가 되어 느닷없이 저의 한계를 깨닫고는 좌절하곤 합니다.

 

괴테는 황실 고문관 아버지와 시장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명문가 집안 출신으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8살 때 조부모에게 시를 써서 보낼 정도로 문학에 있어서 천재성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25살 때 본인의 실연 경험담과 친구의 자살 사건을 모태로 쓴 소설인데 우리에게 괴테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은 풋풋한 20대 중반 젊은이의 심경을 아주 실감나게 잘 묘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10대와 20대를 거치며 통과의례처럼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앓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소설은 18세기 후반인 1774년에 쓰여 졌는데, 설정이 아주 도발적입니다. 왜냐하면 25살인 베르테르가 16살인 법관의 딸 샤로테를 사랑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그녀가 이미 약혼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임자가 있는 몸인 거죠.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로 딱 적합한 소재인데, 괴테는 이것을 멋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으니 그 작가적 역량이 참 대단하다고 할 것입니다.

 

결혼한 여자보다는 낫지만 요즘도 약혼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꽤나 문제가 되는 일인데 240여 년 전에 그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닌 거죠. 그런 마음을 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내포하는 일생일대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고민한 끝에 베르테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처럼 베르테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샤로테를 약혼 이후에 만난 것은, 그에게 행복과 불행 모두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샤로테가 약혼자인 알베르트를 떠나기엔 그는 인격과 교양을 갖춘 너무나 멋지고 매력적인 남자였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리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샤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 후에도 베르테르는 자주 찾아가고, 연모의 정을 주체를 못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샤로테에게 마음을 고백해 보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하게 됩니다. 그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샤로테의 생활에 평화와 안녕을 주기 위해 자살이란 방법을 통해 사로테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입증하게 됩니다.

 

저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 푹 빠져 광적인 사랑을 한 적이 있기에, 그의 열정적인 사랑과 연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이제는 누구처럼 슬픔이 아닌 기쁨이 되는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심지어 목숨까지 대신 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인류에게 사랑과 젊음이 존재하는 한 이 작품은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잠실에 있는 샤롯데씨어터는 여주인공 샤로테에서 따온 공연장입니다.

 

  

<책속 구절>

 

아아, 이렇게 벅차고 이다지도 뜨겁고 마음속에 달아오르는 감정을 재현할 수 없을까?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이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

 

정말이지 이 내 가슴처럼 격하고 변덕스러운 것은 못 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또 평등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간들은 어디서나 다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이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야.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무한히 풍부하고, 위대한 예술가를 창조하는 것은 오로지 자연뿐이다.

 

나는 헤어질 때 그날 중으로 다시 만나달라고 간청했다. 그 순간에 태양과 달과 별들이 조용히 계속해서 돌고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때가 낮인지 밤인지를 가릴 수 없었다. 온 세계가 내 주위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하느님, 당신의 눈으로 보시면 오직 나이 많은 어린애와 나이 적은 어린애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로테를 느낄 수 있는 대기 속에 너무 가까이 온 거다. 그래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벌써 나는 그곳에 가 있는 거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귀한 혈통의 말은, 무섭게 몰아대서 흥분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스스로 혈관을 물어뜯어 숨을 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역시 스스로 혈관을 끊어서 영원한 자유를 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나 혼자만이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희망에 속게 되며 만사는 기대에 어긋나게 마련이다.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거룩한 불길이 지금도 나의 입술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새롭고 뜨거운 즐거움이 나의 마음속에 깃들여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활에 평화와 기쁨을 다시 찾게 해드릴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기꺼이 용감하게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아, 가까운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써 친구들에게 백배의 새로운 생을 북돋아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수의 숭고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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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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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페이지도 되지 않는 중편 소설 분량의 짧은 소설인데, 다 읽고 나니 가슴 한 편이 싸해져 옵니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에도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일들이 쓰나미처럼 나를 덮쳐 왔을 때여서, 뭔가 힘을 주는 긍정적이고 밝은 게 필요했는데, 반대로 어두운 것이 다가와서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의 서정미를 극대화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이 문장은 소설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장이자, 시간이 흐르자 아주 유명한 문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소설인실격의 실제적인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은데, 이 문장도 점점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구절을 읽다가 저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칫 거렸습니다. 그리고 몇 번을 다시 읽고 되뇌어 보았습니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았나, 인간의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모든 것이 가능할거라 믿었고, 자신감이 넘쳤던 젊었을 때는 오히려 부끄러운 일도 없었던 것 같고, 인생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았는데, 나이 들수록 부끄러운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인생은 모르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만 갑니다.

 

주인공 요조는 어려서부터 사람을 두려워하고 인간관계를 극도로 어려워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장난꾸러기로 포장합니다. 그래서 미술 학교진학을 원했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동경의 고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러다 화방에서 호리키라는 건달 미술학도를 만나 술, 담배, 창녀 등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비합법족인 일이라 흥미를 느껴 공산주의 독서회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동경의 집을 팔고 고향에 내려가자, 여관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동안 돈을 물 쓰듯 쓰다 생활에 쪼들리고 공산주의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 자기 모습에 놀라 공산주의에서 도망쳐 무명 만화가가 됩니다. 그러다 애 딸린 여자의 정부가 되기도 하고, 돈 떨어지자 돌변하는 친구 호리키의 모습에 낙담하기도 합니다.

 

요조는 어디에도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오직 죽음만이 유일한 구원이라 생각하며 자살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좌절해 폐인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고작 스물일곱 살인 요조는 백발이 서성해 사람들이 마흔 이상으로 볼 정도로 겉늙어 보이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의 그런 외모가 이 세상에 이방인으로 살다간 그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길지 않은 삶을 살다 간 요조가 인간 세계에서 깨달은 건 오직 이것 하나 뿐입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길지도 않은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저런 고백을 할까요?

 

하지만 요조의 생각과 달리 그를 아는 사람들 기억 속에는 이런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제가 죽고 나면 저를 아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이에 대해 스스로 자문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한 1948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인데,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헤르만 헤세의데미안처럼 자신의 성장 체험을 다룬 성장 소설입니다. 그런데 성년이 된 이후의 얘기가 상당 부분 나온다는 게 이들과 차이입니다.

 

2차 세계 대전 패망 후 국가적으로 좌절감과 허무감이 도처에 팽배해 있을 때임을 감안하면 그의 작품이 충분히 공감이 가고, 이런 면 때문에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 왔습니다.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니, (도서출판b)에서 전집이 나와 있네요. 작은 출판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제가 굳이 팔아주지 않아도 살 사람 많은 대형 출판사에서 사지 않고 그곳에서 구입을 했습니다.

 

큰 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일 밖에는 안 되겠지만,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서...

 

 

<책속 구절>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란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돼. 나는 무야. 바람이야. 텅 비었어.

 

남자가 돈이 떨어지면 자연히 의기소침해지고 못쓰게 되고 웃는 소리에도 힘이 없어지고 괜히 비뚤어지거나 해서 말이야.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저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처녀의 아름다움이라는 건 바보 같은 시인들의 달콤하고 감상적인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었구나.

 

저에게 세상은 역시 바닥 모를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결코 단칼 승부 따위로 하나부터 열까지 경정되는 손쉬운 곳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잊을 만하면 괴조가 날아와서 기억의 상처를 부리로 쪼아 터뜨립니다.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도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그 뒤에도 오래오래, 저한테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큰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

 

아아, 이 사람도 틀림없이 불행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법이니까.

 

죽고 싶다. 숫제 죽고 싶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무슨 짓을 해도, 무얼 해도 잘못될 뿐이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이젠 저는 죄인은커녕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결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은 없었습니다. 아아, 그렇지만 대개 광인들은 그렇게들 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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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게 - 법정 대표산문선집
법정(法頂)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전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시보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 산문을 더 좋아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시는 비유와 묘사가 많기 때문에 글이 아무리 좋아도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산문은 작가가 글 뒤에 마무리 숨으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 드러날 수밖에 없고, 특히 에세이는 고스란히 표면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많은 책과 저자를 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중에 국내 산문 작가로 오래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법정스님, 이윤기, 장영희 이렇게 세 분입니다. 더 많은 작가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에 들어가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진중하고 깊이가 있질 못하고 가벼워지고 찰나적으로 변해만 가는 세상입니다. 산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설익은 생각들,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지 않은 것들을 얼기설기 엮은 책들이 시중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책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을 볼 때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법정 스님의 팬이 된 것이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한지는 오래 되었고, 사상이나 가치관 등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실천은 잘 못하지만 인생의 멘토로 삼고 지내왔습니다.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한 날 아침엔 몽둥이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유난히 기분이 우울하고, 마음이 허허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스님은 6.25 전쟁을 보면서 삶에 회의를 느껴 출가한 다음, 국산 정권 시절에는 사회 참여를 위해 일하신 적도 있고, 불교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하시다가 40대 후반부터 암자에 칩거하며 글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지내신 분입니다.

 

스스로 난 괴팍한 사람‘, ’고약한 사람이라고 하신 것처럼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꼬장꼬장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며 사신 분입니다. 사회생활을 하셨다면 그런 성격으로는 참 살아내기가 힘드셨겠지만 구도자로서는 적합하니 어찌 보면 직업 선택을 아주 잘하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산속 암자에 홀로 사셨지만 스님은 클래식 음악과 책을 좋아하셨습니다. 이들이 좋은 친구가 되어준 셈입니다. 스님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사시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며, 오두막에 살면서는 자신을 찾게 된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1973년 첫 책 영혼의 모음부터 2004홀로 사는 즐거움까지 총 10권의 책에서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산문 선집입니다. 한마디로 엑기스중의 엑기스인 셈이죠.

 

스님은 자연 속에서 참된 구도자의 삶을 사시고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분의 글들은 무더위로 지친 여름날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물처럼 당신의 삶에도 시원한 생명수가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책속 구절>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간에 만남에 의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오늘의 교회나 사원은 건물만 하더라도 얼마나 호화롭고 비대해졌는가. 건물과 기구가 비대해진 만큼 그 종교가 지닌 본래의 기능이 순수하게 이행되고 있을까.

 

자연만큼 뛰어난 스승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자연에서 치면 한낱 파리나 모기 소리와 같이 시끄러움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함께하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 있다.

 

젊어 있을 동안 삶을 알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황폐한 내면을 지닌 채 늙어갈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그 생명을 유지해 간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그 생명을 지속할 수가 없는 것이 우주의 질서요, 순환의 법칙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경탄할 만한 것을 말한다 할지라도 그의 내부는 비어 있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유유상종. 살아 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그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직종에서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는 것이 곧 명상이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만들어 준다.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넘쳐나는 각종 정보와 소식을 통제하지 않으면 그 곳에 매몰되어 삶이 생기를 잃는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아도 될 일들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성에 차지 않는 이상에서 벗어나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우선해야 할 일은 소유와 관계를 정리 정돈하는 작업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고 살 만큼 살다가 떠날 때도 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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