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범우희곡선 1
아더 밀러 지음, 오화섭 옮김 / 범우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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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선지 5월엔 챙겨야 할 날이 너무도 많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고, 3일은 석가 탄신일,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사실 ○○의 날이란 건 따지고 보면 좋은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날도 시작된 계기를 살펴보면, 일제 식민지 시대 어린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게 안타까워서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도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매일 매일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니 따로 기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도 오늘 부모님 선물도 사고, 조카 선물도 사러 나갈 계획이지만, 어찌되었든 가장의 입장에선 5월이 가장 지출도 많고, 몸도 피곤한 달임은 분명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은 동서양, 계층, 피부색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이다. 그래서 가정의 달이면 생각나는 희곡 한 편이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목인 세일즈맨의 죽음은 20세기 중반 미국을 배경으로, 시대 변화에 뒤쳐진 늙은 세일즈맨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윌리는 사회에서 점점 낙오되어 가는데다, 내심 기대를 걸었던 두 아들도 자신의 생각과 멀어지자 외로운 섬처럼 세상에 홀로 남게 된다.

 

궁지에 몰린 무능력한 가장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무언가 남겨주고 죽기 위해 보험금을 타내려고 자동차를 폭주시켜 자살하고 만다. 죽음을 택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남은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늘 자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오버랩 된다.

 

그래도 윌리는 가장 힘든 아내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아버지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결혼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윌리가 아내인 린다와 소통하는 부부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장남 비프가 고3때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아버지를 미워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자식과 아버지가 단절되고 어긋나는 원인이 된 것도 안타깝다.

 

우리나라 부부의 절반 이상이 자식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산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부부, 부모와 자식 간에 소통이 단절되고 겉도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더 피부에 다가오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책속 구절>

 

그녀는 남편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숭배할 정도다.

 

생각해보구려. 한평생 집세 치르느라고 죽도록 일하고, 결국 내 집이 되면 그 집에 살 사람이 없단 말이오.

 

공수래공수거가 인생이라오. 언제나 그런 거예요.

 

나한테는 아버지가 제일이다. 너도 이번에는 마음을 정해야지. 네가 아버질 존경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다시는 발을 들여 놓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지.

 

자식들에게 얹혀살 순 없어. 병신도 아니고.

 

내가 여태까지 버텨온 것은 무슨 일에든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세.

 

난 천재는 아니지만 모욕당하는 것쯤은 알 수 있네.

 

그 여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아버지는 쓸쓸했단다. 몹시 쓸쓸했어.

 

아버진 어머니 스타킹을 저 여자한테 주셨죠.

사기꾼! 엉터리 협잡꾼! 아버진 사기꾼이야.

 

네가 허송세월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원방하는 마음 때문이야.

 

아버진 난 쓰레기라니까요. 아버진 그걸 모르세요? 원망이고 뭐고가 어디 있어요? 난 요 모양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니까요.

 

그저 세상이란 야박한 곳이죠. 고인을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여보. 날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우. 울 수도 없구려. 어떻게 된 거유? 울음도 안 나오니. 이젠 빚도 없고 홀가분해졌는데. 맘 편히 살 수 있어! 빚도 다 갚았다우‥‥…이젠 맘 놓고 살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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