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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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할렘 125번가에서 '카니의 가구점'을 운영하는 레이 카니.
그는 '가끔 돈이 없어도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라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떳떳하게 살아가는 시민이다. 아내와 첫째딸,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 딸까지. 그들을 위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카니의 일상이 사촌 프레디에 의해 180도 달라진다. 할렘에서 가장 유명한 테리사 호텔 강도 사건에 가담한 프레디가 훔친 물건을 처리해줄 장물아비로 카니의 이름을 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카니는 위험한 세계에 빠지게 되는데.
폭력배, 부패한 경찰과 은행가. 그리고 거대 권력을 가진 백인 재벌과의 사건들.
약탈과 살인, 차별과 폭동으로 어지러운 할렘 한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거래와 복수의 케이퍼 픽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니클의 소년들> 로 퓰리퍼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의 케이퍼 픽션 신작이다.
퓰리처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더블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콜슨 화이트헤드는 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어 이번 신작이 더더욱 기대됐다.
인스타 피드에서 출판사 홍보로 종종 올라오는 글을 보며 출간되면 꼭 구매해서 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빠르게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차트1위에 진입하고,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선정, 2021 커커스상 최종후보에 오른걸 보면서 이 신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되었다.
막상 직접 읽어보니 번역의 문제인지 빠르게 읽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장르상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흡입력 있다.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변화되는 주인공 카니의 심리와 행동, 세세한 묘사로 실감나게 느껴지는 할렘가 풍경들이 포인트!


할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딘가 우중충하고 더럽고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흑인들이 많은 거리.
이 책은 그런 60년대 할렘을 생생하게 표현해내며, 책을 읽는 우리에게 구조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갖게 한다.

후딱 읽어버리는 술술템은 아니지만 지금 날씨에 어울리는 흡입력 소설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카니가 보기에 인생은 지금껏 배웠던 방식대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온 곳은 정해져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가끔 돈은 없어도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아."

-모두에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뒷골목과 구석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당신이라는 지도 위에 나타나는 큰길과 주요 도로들이다.

-별을 보면 그가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별에겐 별의 자리가 있고 그에겐 그의 자리가 있다. 우리 모두 삶에서 우리 위치가 있다. 사람도, 별도, 도시도. 설령 아무도 카니를 보살펴주지 않고 아무도 그가 딱히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그는 자신을 그럴듯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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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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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든 첫번째 생각은 '책이 참 깨끗하다'는 것이였다. 

깨끗한 표지와 과하지 않은 이미지로 어디에서나 쉽게 손이 갈 책이다.

또 페이지가 두껍고 광택이 돌아 포함된 작품들을 더 세세하고 생동감있게 확인 할 수 있다.



책 내용으로는 이제 완전한 자신들의 이름으로 불려질 14명의 여성 화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먼저 온 미래' 였기에 잊혔거나, 지워졌거나, 미완성의 이름으로 불리던 여자들.

잊혀지고 지워진 이름들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다.




누군가에게 유명화가 이름을 열명만 대보라고 했을 때, 그 중 여성이 몇이나 포함될 지 의문이 든다. 

우리에게 남성 화가들만 익숙한 것이 여성화가는 그들보다 못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지나간 역사는 기록된대로 알려질 뿐이다.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나도 그 이름은 완전하지 않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가족으로만 기록되던 지난날이 이유다.



그래서 여성 예술가들을 그려내고 담아내는 이 책이 여성독자인 나에게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더욱 생생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엘리자베스 키스/노은님/정직성/베르트 모리조/ 파울라 모더존베코/버네사 벨/천경자/박영숙/유딧 레이스터르/힐마 아프 클린트/나혜석/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그 외 수많은 여성 예술가들,

제목대로 그들의 이름이 완전한 이름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국내에서 노은님을 말할 때는 여전히 파독 간호사였다는 것, 아이처럼 천진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이 두가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독일에서 전업 간호조무사로 일한 건 딱 2년. 중요한 전화점이었을지언정 그 기간이 70년 넘는 삶을 규정한다니 억울할 것도 같다. 혹시나 여성 미술가의 정체성을 엄마나 간호사처럼 돌봄 업무에서 찾는 것은 아닌지, 또 그들이 철학자이기보다는 나이를 먹어도 천진한 아이에 머물길 원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거든요. 쉽게 나온 건 제가 그 전에 여러 개 해서 나온 거고, 사실 서너 번 죽지 않으면 그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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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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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작가의 등단한 지 38년만의 첫 에세이.

환갑을 앞두고 친구와 이탈리아로 떠나 한달동안 지낸 시간들을 이금이 작가 특유의 따뜻한 문체로 엮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 작가와 친구가 다녀온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부터 소도시들까지 그들의 발자욱을 쫓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호텔이 오버부킹되고 소매치기 당할까봐 자물쇠를 달고 다니고, 친구끼리 여행스타일이 맞지 않아 겪는 일들도 있다. 모든 계획이 완벽하고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 여행이지만 그래서 더 공감가는 내용들이다.

내가 짠 계획이 틀어질때 느껴지는 조바심과 답답함, 그리고 괜히 옆사람에게 부리는 짜증들. 그 이후 느끼는 미안함. 그걸보면서 나는 역시 사람 다 똑같구나 싶고 그런 사소한 일들도 이제 와서 보니 모두 그리운 마음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갔던 곳들의 풍경이 떠올랐다.

흔한 관광지가 아닌 로컬 뒷골목들, 해지는 하늘, 캐리어를 끌고 다녔던 돌길들, 우리나라와는 다른 가로수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들. 여행을 하면서 느낀 모든 감정들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더 우울한 ‘이 시국’이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사진첩을 뒤져 오래된 이탈리아 여행들의 사진을 꺼내봤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며 다시 여행을 꿈꾼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사진이 아닌 진짜 그곳에 내가 있기를.


















지나간 시간 속에 있는 여행은 수정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번 살면 그뿐인 인생과 닮은 부분이 있다. 다행인 건 그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이나 다음 여행에 반영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거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까닭은 결코 다시 살 수 없는 삶을 잠시 멈춰놓고, 인생의 축소판 같은 여행으로 예행연습을 해보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p.187)



긴 여행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은 장편소설을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다. 오랜 기간 여행을 꿈꾸었던 것처럼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내용을 구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세상에 꺼내놓을 때가 되면 보다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항공권을 구매하고 호텔과 기차표를 예약하듯 내 이야기를 제대로 펼쳐놓기 위해 세부적인 플롯을 짠다. 마침내 미지의 세계로 떠나듯 설레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쓰기를 시작한다. 멋진 작품이 될 거라는, 구상할 때의 자신만만함과 호기로움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그저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제대로 꺼내놓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p.16)



갔던 곳을 또 여행하노라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처음 읽을 때는 글쓴이의 의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하지만 두 번 세 번 읽다보면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도 보이고 나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할 여력이 생긴다. (p.30)

-누구는 다른데 가기도 바쁜데 갔던 곳을 왜 또 가냐고 하지만 나는 모든 여행지를 또 가보는 스타일이다. (이탈리아도 다섯번다녀왔다,,) 그래서 이 문장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거 같아 기쁘다.


사진도 그 순간을 소유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순간을 가지려고 나는 그 멋진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대신 뷰파인더만 보고 있었다. (p.62)


-여행지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찍기 급급해 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래서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의 느낌이 떠오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제대로 그곳을 탐미하고 왔는가 의문이 들때도 있다. 좋은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는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좋은곳에 가는 상황도 생긴다.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사진의 구속에서 조금 벗어나 그 풍경을 온전히 내 내면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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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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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분들이 이 책을 읽고 더욱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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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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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생물학적·심리적·경제적 운명도 사회 속에서 인간의 암컷이 띠고 있는 모습을 규정하지 않는다. 문명 전체가 남자와 거세된 남자의 중간 산물을 공들여 만들어 내어, 그것에다 여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직 타인의 개입만이 한 개인을 타자로 구성할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성적으로 구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게 신체는 우선 주관성의 발현이며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실현하는 도구다. 그들이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눈과 손을 통해서이지 성적 부분을 통해서가 아니다

389.p

 

 

요즘 많은 페미니즘 고전들이 새 옷을 입고 개정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수 많은 페미니즘 도서 중에서도 총체적 접근법으로서 가장 완전한 도서가 아닐까 싶다.1973년 첫 출간된 <제2의 성>을 보부아르 전문 연구자인 이정순 선생이 많은 오역과 왜곡된 번역을 바로 잡아 완역한 새로운 개정본이다.

몇 해 전 한창 페미니즘이 대두되던 시기에 마음이 통하던 친구들과 이 책을 같이 읽어보자며 독서모임에 참가했는데, 잘 읽히지 않는 낡은 문체와 페미니즘 도서에 걸맞지 않는 몇몇 표현들 덕분에 포기한 기억이 있다.그래서 이번에 완역본이 나온다는 소식에 어찌나 반가웠던지. 직접 읽어보니 잘 읽히지 않는 문장없이 번역이 매끄러워졌고 불편하던 몇몇 표현들은 수정되어 돌아왔다. 이런 젠더적 개정에 몇몇? 사람들은 (왜인지는 모를)불편함을 표하지만 어쨌든 정작 이 책을 읽는 여성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여성분들이 이 책을 읽고 더욱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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