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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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와 수치심


나는 대부분의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책이 배송되면 - 책벌레 퇴치에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 비닐에 넣어서 냉동실에 이틀정도 넣어 둔다.
어제는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딸이 오랜만에 와서, 막 꺼내 탁자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아빠! 책이 그렇게 좋아?˝ 하며 묻는다.
나는 ‘너무 좋다고! 좋은 글이나 공감하는 글을 보면 무지 짜릿하고 흥분된다고.‘ ‘나이 드니 이렇게 책을 보며 여유있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서 좋다고.‘ 대답했다.그리고 한마디를 더한다. ‘너도 지금은 책을 많이 안보지만 언젠가는 이런 즐거움을 알게 될거라고.‘
이 책 ‘혐오와 수치심‘ 역시 좋은 글과 공감되는 많은 글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칠 때까지 늘 흥미롭진 않은데 마사 누스바움의 글은 나풀거리는 포스트 잇과 많은 밑줄들로 책을 채울만큼 한결같이 재미있다.

이 책은, 혐오와 수치심이 자유주의 법치 체계 속에서 법치 판단 또는 처벌, 공적 판단의 근거로서 신뢰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님을 주장하는 법철학서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서 동물적 취약성, 삶에 대한 유한성, 유아적 나르시시즘으로 깊은 불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곤란한 조건을 수치스러워 하며 숨기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수치심과 혐오를 키우고 가르친다.
단지 이러한 감정이 갖는 긍정적인 부분은, 혐오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유용한 역할을 하며, 원초적 수치심이 스스로를 자극해서 생산적이며 높은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인‘이라는 범주에서 약자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강자들의 부당한 논리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제 우리는 인간 삶에 내재된 깊은 어려움을 고찰함으로써 지배하기 보다는 상호 의존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불완정성과 동물성, 유한성을 인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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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철학
김재권 지음 / 철학과현실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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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철학


읽기를 마치니, 개정판을 봤으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괜한 생각과 ‘9장 - 환원적 물리주의와 비환원적 물리주의‘ 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용어는 생소하고 심리 철학 전반에 걸쳐 난해한 논증은 이어지는데, 읽는 내내 행여 흐름을 놓칠까 책장의 앞뒤를 넘나들며 열심히 읽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마음의 자리‘ 라는 추상적이며 일반적인 관심을 가져 보기에 더욱 이해하려 애썼다.
저자의 중심적인 이론인 ‘심신 일원론‘과 ‘수반이론‘은 몸과 마음의 본성관계를 이해하는데 두고두고 도움을 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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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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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 대한 오해



이 책은, 생물학적 결정론 또는 유전자 결정론을 다루고 비판하며 통계학적 오류를 짚어낸다.
생물학적 결정론의 비판이 필요한 것은 그 오류가 매우 뿌리 깊고 음험하며, 우리들이 공유하는 본성의 최악의 현시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즉 환원주의, 물화, 이분법, 계층화 등 일반적인 오류를 범하는 경향과 인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사회정치적 실재를 결합해 사회적인 무기로서 갖는 잠재적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24쪽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이 책의 주제는 길고 복잡하게 뒤얽힌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추상적이고 학문적인 논쟁의 와중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의해 위축된 생명으로서의 인간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엉뚱한 사회적 목적으로 오용된 과학의 오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결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58쪽

˝우리는 이 세계를 단 한 차례 지날 뿐이다. 비극 중에서도 생명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만큼 비참한 비극은 없다. 또한 불공평 중에서도 내부에 있다고 잘못 인식되어 외부에서 부과한 한계에 의해 노력할 기회나 희망을 가질 기회조차 부정되는 것만큼 심각한 불공평은 없다. 59쪽

유전적 결정론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IQ - 지능 측정법 - 은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이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수치를 결정적이며 객관적 가치로 인정하고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것이다.
알프레드 비네에 의해 창시된 이 방법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사회적 서열화와 차별을 유지할 목적으로 악용되었다. 그러나 비네가 바라는 이론의 적용은 이렇다.
˝엄밀한 유전적 결정론자와 그 반대자와의 차이는 일부 풍자만화가 시사하듯이, 아이들의 성적이 모두 선천적이라거나 또는 전적으로 환경과 학습의 영향을 받는다는 확신이 아니다. 나는 가장 확고한 반유전적 결정론자가 아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선천적인 다양성마저 부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자의 차이는 사회정책이나 교육적인 실천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훈련을 받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반유전적 결정론자들은 종종 광범위하고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모든 아이들의 학력을 증대시키는 창조적 교육의 위력을 강조한다. 이 경우에 지능 테스트는 적절한 교육을 통해 잠재능력을 높이기 위한 이론이 된다.˝ 263쪽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다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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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군도 6 열린책들 세계문학 26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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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소 군도 6




6권은, 영광스러운 혁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인 러시아 오지의 유형이나 강제이주를 다룬다.
1953년, 스탈린 사후에도 정권은 이어졌고 폭정은 변하지 않았으며 특수수용소는 남아 있었다. 단지 스탈린에서 후르쇼프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기에, 석방된 정치범의 낯선 자유가 잠시 있을 뿐이다.
책의 끝자락에, 솔제니친은 이 참혹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책을 집필하고 출판하며 겪는 힘든 과정을 말한다.
마침내 많은 희생 속에 역사적인 기록문학은 출간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충격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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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 스투디움 총서 9
윤미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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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



‘벤야민의 사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변증법의 과정 - 사유 세계 전반에서 보이는 종합과 긴장의 관계를 통한 변증법적 사유 - 을 뚫고 나간다는 것, 각 요소들이 양의성(兩義性)을 띠고 ‘상호 침투’하며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 속에 있음을 깨닫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발터 벤야민 기억의 정치학‘ 소개글에서 -

이 책은 산책자의 사유라는 관점에서 벤야민의 사상적 특징을 조명하고 그의 핵심적인 이론을 설명하는데 여기에는 철학적 글쓰기에 대한 이론, 언어철학적 성찰, 미메시스론, 알레고리론, 무의지적 기억과 의지적 기억에 대한 논의, 아우라 이론, 세속화 이론, 변증법적 이미지 개념, 기술매체에 대한 테제, 신화학 등이 있다. -14쪽-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낯설고 막연하지만 하나하나 발걸음이 늘 설렌다.
그리고 이렇게 가이드와 함께 한 여행은 그 문화와 역사 - 사상 - 를 깊게 알게 되어 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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