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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자라는 신분이 아니더라도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어야 할 내 아버지의 명으로
내 가족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뒤주 속에 갇혀 죽임을 당하는 것만큼
안타깝고 비극적인 죽음이 또 있을까 싶다.
역사적으로도 아버지 영조와 아들 정조의 명성에 가려져
기록이 많지 않음이 가끔은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외국작가에 의해서 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약간의 씁쓸함이 들게도 했다.
작가 역시 사도세자 못지 않게 우리나라의 아픔이라면 아픔인 입양아라는
꼬리표가 있기 때문이다.
7세 때 벨기에로 입양되어 외국인으로 성장한 그가
어떤 감정으로 사도세자의 비극이 담긴 '충신'이란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이 있기는 했으나 사도세자에게 병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하는 기록들은 많다.
그 병이 어떤 병인지를 정확히 알려준 글을 보지는 못했지만,
'충신'이란 책에 나와 있는 병이 진정 사도세자가 앓았던 병이라면..
원죄가 누구에게 있던 기록으로 남기기가 꺼려졌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매화꽃이 피는 병이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퍼즐을 맞추듯 하나 하나 파헤쳐지는 비밀과 사건이 있고
결과를 궁금하게 하는 긴장감이 있었던 '충신'은
사도세자를 살리기 위해,
사도세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권력과 맞서 싸웠지만
결국은 역사의 기록처럼 사도세자의 죽음을 피하지는 못하고,
밝혀지면 안되는 사도세자의 병명을 영원히 감추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삼정승 (이천보, 민백상, 이후)과
그들을 도운 이천보의 아들 이문원.. 그의 친구 서영우, 조일천의 이야기 이다.
권력이 뭐길래 피를 나눈 오라비를 그런 지경에까지 몰고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충신'은,
기록으로 차마 남길 수 없었던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충신'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소 쓸쓸하기도 했지만 흥미있는 역사 이야기 한 편을 읽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