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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 맑스에서 지젝까지, 오늘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맑스주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은이) | 오월의봄 | 2013-04-10

 

지젝, 고진, 벤야민. 언제 저 영역에 손을 댈 수 있을까하며 주시하는 대상들이다. 이들과 직구로 승부하고 싶지만 적어도 타자에 대한 데이터는 간단히라도 알아가는게 투수의 의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친절한 코치님이 될 것 같다.   

갓 대학을 입학했을 때는 맑스는 그저 하나의 책이었던 것 같다. <자본론>은 "추천고전 100"과 같은 목록에 항상 들어갔으니 말이다. 이것 좀 읽으면 책 좀 읽었구나라는 소리를 기대할 수 있는. 하지만 일을 하게 되면서, '이러니까 맑스를 읽지'하는 말이 나왔고,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요즘에는, '맑스를 알아야 내가 어디에 발디디고 사는지 알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맑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고 그를 오늘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작업은 더더욱 절실해 보인다.  

 

 

 

성, 전쟁 그리고 핵폭탄 - 경제학으로 보는 전쟁의 역사

유르겐 브라우어 | 후버트 판 투일 (지은이) | 채인택 (옮긴이) | 황소자리 | 2013-04-25

 

며칠 전,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소개한 간단한 글을 읽었다. 파시즘을 시장자본주의와 연결시키는 대목에서, 내가 읽은 것이 소개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전환>에 매혹되었다. 전쟁을 국제체제에서의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곁다리로 존재하던 경제라는 원인을 보다 더 중요한 전쟁의 원인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은 전쟁의 다양한 원인 중 경제적 원인을 부각시키려는 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학의 경제원칙에 따라 전쟁을 재해석해보려는 시도인 듯 싶다. 전쟁을 경제학으로 분석해 낸다는 건 어떤 식일까? 우선 그걸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이 책의 첫번째 고지이겠으나 도전해보고 싶다. 왠지 전쟁을 가장 정확하게 바라보는 건 역사학도 정치학도 아닌 경제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노동자의 변호사들 - 대한민국을 뒤흔든 노동사건 10장면

오준호 | 민주노총 법률원 (지은이) | 최규석 | 미지북스 | 2013-04-10

 

내가 일을 할 때도 나는 내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돈 벌려고 잠깐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의식을 요구하지 않았던 상황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참 설기도 했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사전적 정의 이상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점철되어 있는 그 단어는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노동절을 맞아 연재된 한 특집기사에서 '노동이 삶의 영역'이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사람은 평생 일하며 산다. 그 행위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한 고찰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이런 과정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그저 시사이슈로만 다가왔던 노동사건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다양한 관점이 교차하는 지점이 노동이라는 것은 잠시 뒤로 하고, 노동을 노동으로서만 보는 것 말이다.

 

 

 

 의식과 본질

이즈쓰 도시히코 (지은이) | 박석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3-04-08

 

며칠 전,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를 읽었다. 고전이라는 이름 하에 배치된 것은 "논어"를 제외하며 모두가 서양의 고전이었다. 저자 또한 불균형하다는 것을 언급하면서도, 고전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편으론 그런가보다 싶다가도 사상의 내용이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서양사상이 내가 응당 진리처럼 깔고 들어갔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대전제 같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양이라는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인문 고전 강의>를 읽으면서도 서양사상과 한국의 정서가 충돌되는 지점을 드문드문 목격했기 때문에 한국 혹은 동양의 정서나 철학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통일성이 없다는 동양철학을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천재라고 불리는 이 저자가 어떻게 꿰뚫고 나갔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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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예술-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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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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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선집 1- 개정판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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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선집 2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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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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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나는 그래서 '철학도'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철학 교양의 출발점은 여전히 그리스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의 학자처럼 전임자들이 던진 문제의 숲 속에서 씨름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의 현실과 직접 맞붙어 싸웠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기 쉽고, 배워야 하며, 우리 사회에서 실현해야 할 비평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여전히 그리스는 우리에게 소중하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中

 

  며칠에 걸쳐 최근에 나온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문명의 배꼽, 그리스>도 그렇고, 이번 <국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봤던 연극 <안티고네>도 그렇고 다 그리스로 엮이고 있는 가운데 위에 인용한 대목이 눈에 안 들어올 리 없다. 또 책의 전반적인 어조와 비교했을 때 이 대목은 좀 단호한 느낌을 주어서, 필자가 교양으로서의 그리스를 굉장히 강조한다는 인상도 받았다.(이 단락은 '교양의 실종'이라는 제목 하에 쓰였다.) 우스운 착각이겠지만, 나는 이 대목이 신전에서 받아온 신탁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 좋아! 그리스로 가는 거야!

 

  개인적인 공상을 길게도 썼지만, 아무튼 난 요즘 그리스로 향하는 길을 생각한다. 당연히 지중해에 있는 그리스를 가겠다는 건 아니고, 그리스 철학이나 문학작품들을 읽어야겠다는, 읽어야만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스 철학에 한정하자면, 행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행렬부터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수학의 정석> 맨 앞장부터 행렬이 있으니까 그것부터 공부한다는 식으로 그리스 철학을 받아들였다. 예전엔. 그 후엔 하도 인용이 많이 되니까라는 것이 이유였고, 그 다음엔 뭔가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은 인생선배가 하는 얘기같이 들렸다. 아마 마지막 인식이 위의 인용을 인상깊게 받아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처음에야 그리스 철학으로 가는 길이 열정에 불타서 신나고 재밌을 수 있겠지만, 자꾸 가는 길에 구덩이가 있고 난 자꾸 거기에 빠지고 불덩이가 솟아나와서 거기에 데인다면 처음에 품었던 마음을 접고 '이 길을 못갈 길'이라고 자체 정리 해 버릴 것이다. 5년 전 봤던 <국가>가 그랬다. 누가 강제했던 것도 아니었고 강의 참고도서일뿐이었는데 난 의지에 차 올라서 서광사에서 출판된 국가를 잡아 들었다. 하지만 몇 장 읽고 나자빠졌다. '번역투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읽기 어려워'는 비겁한 변명이다.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끝까지 읽어냈으니까. 의지의 문제다. 마음 다 잡고 읽으면 1달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읽어내는 것 같다.

 

  그 이후 서광사의 국가는 내 책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압박감은 책두께에 비례하는 것인지, 똑같이 못 읽고 전시된 다른 책들보다 몇 배의 압박을 가하면서. 근데 사실 이 압박은 그리스 철학의 시작부터 꼬였다는 내 안의 이상한 결벽증때문인 것도 같다. 일단 국가부터 읽어야 그리스 철학으로 난 길을 가든 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판단. 의지를 발휘하자마자 책장이 바로바로 안 넘어가서 조급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 그래서 그리스로 가는 길의 처음부터 높디 높은 진입장벽이 날 막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번 <국가>를 통해.

 

  나 같은 사람 읽으라고 이렇게 가독성 좋게 번역하신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과 소재, 주제가 이전보다 빠르게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의 의지를 발휘하는데 서광사의 국가와 숲의 국가를 한 문장씩 비교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나는 아주 쉽게 의지가 꺾였고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비록 한 페이지기는 했지만 읽기가 수월하다는 점은 역시 후자의 장점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처럼, 전자는 철학적으로, 후자는 문학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두 책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고전 초보자인데다 이상한 결벽증까지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천병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국가>는 매우 소중하다. '그냥 읽기 쉬워서 좋다'가 아니다. 위에서 내가 인용한 부분이 말하는 것처럼, 그리스 철학이 무지하게 어렵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과 '맞붙어 싸운' 기록이라는 것을 체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장 해석에 지체되는 시간을 내용 이해에 들임으로써 정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와 닿아있음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여전히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그들이 영원히 불변하는 천상의 진리를 적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들이 수천수만 년동안 인간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와 씨름했기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여기서 우리는 그들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이 필요한 맥락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 '지금 여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의 문제를 호출할 수 없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필요가 없다. ...(중략)...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中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금 여기'의 문제를 불러오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철학이 현실과 맞닿으면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나는, 나에게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훌륭한 번역이 주는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나 고전이라는 영역에서. 그저 서재에 꽂혀서 엄두도 못낼, 박물관의 문화재 같았던 책을 펴게 하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2000년 전과 후를 연결해 주니 말이다. 더불어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서광사에 출간된 국가도 읽어볼 수 있겠다는 의지와 힘도 비축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힘을 준다는 건 초보자에게 늘 귀중한 일인 것 같다. 이 힘을 바탕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스로 가는 길에 첫발을 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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