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발명 - 1572년에서 1704년 사이에 태어나 오늘의 세계를 만든 과학에 관하여
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홍성욱 감수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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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황금기를 떠올리면 언제라고 생각할까? 누군가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20세기 초를 말할지도 모르고, 양자역학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20세기 말을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과학에서 중요한 시기는 16~18세기이다. 이 시기는 중세의 암흑기 동안 묻혀버린 과학이 르네상스를 거쳐서 비로소 빛을 내뿜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다양한 과학기술이(당시에는 자연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중세를 거쳐 다수가 소멸하였고, 이는 중동지방으로 넘어갔다.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유사 과학은 오히려 화학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고,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성행되었다. 16세기는 다시 유럽에서 과학이 빛을 내뿜기 시작한 때이다.

 

 

과학이라는 발명은 이 시기를 중점으로 소개하는 과학사 책이다. 일단 책의 분량은 상당히 두껍기에 이 책을 읽는 게 쉽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만, 그런데도 읽을 가치가 있는 건 이 시기의 과학 발전이 현대 사회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토대로 비로소 세상은 신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뉴턴이 고전역학과 미적분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현대의 과학기술은 상당히 뒤로 늦추어졌을 것이다(물론 이 때문에 많은 고등학생이 뉴턴을 원망하게 되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있었던 사건과 인물을 상세히 파헤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역사에 크게 도움을 주고, 거인의 어깨를 만들어갔던 과학자들을 여러분들이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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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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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두 글자는 너무나 엄숙하며,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모든 생명체가 바라지 않은 것이 죽음일 테고, 지금도 필멸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죽음의 순간에 언제나 함께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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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특수 청소부이다. 주로 사자(死者)가 남긴 물건을 치우는 자이다. 그가 간 곳에는 수많은 죽음의 흔적이 있다. 피가 굳어진 침대, 구더기, 착화탄과 칼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것들을 매일 보는 게 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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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절묘하게 묘사된 죽은자의 흔적이 머릿속에 상상되는 것만으로 다음 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필자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죽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내가 너무 어렸기에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죽음이 남긴 풍경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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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그런 죽음의 순간을 매일같이 바라보기에,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그냥 무덤덤하게 일을 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한테 연락 온 한 여자는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다. 저자는 어떻게든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119112에 연락하고 추적했다. 결국 그녀의 자살은 실패했고, 저자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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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간절히 자살을 막은 것은 도덕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의 영향이 컸으리라. 매일 같이 죽음을 마주하기에, 죽음이 결코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그는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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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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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식이 만약 나와 너무나도 다른 존재로 태어났을 때의 기분은 어떠할까? 아마 많은 이들이 슬픔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의 주인공 헨리 역시 마찬가지다. 뇌과학자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가던 헨리에게 희망과도 같을 자식이 자폐증 증세를 보이고 태어난 걸 처음에 깨달았을 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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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인 카이를 처음 본 헨리는 자폐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ADHD라고 생각하며, 아인슈타인도 ADHD였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카이는 자폐증 판정을 받고 만다. 뇌과학자로서 누구보다 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헨리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의 절망감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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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뇌 신경 연구에 깊이 빠지게 된 것에는 자식의 영향이 컸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아비의 마음으로 자식을 좀 더 알고 싶었으리라. 어릴 때의 난 자폐증을 가진 사람을 무서워했다. 학창 시절 같은 반에 있는 자폐증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를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같이 있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더 섬세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내 편견이 얼마나 옹졸한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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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사람을 주위에서 볼 수 없는 사회일수록 관용이 떨어진 사회라고 한다. 도로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헨리가 가진 자식 카이에게 가진 마음의 10%만 있었어도, 보다 장애인에게 관용을 가진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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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혁명 - 현실과 상상의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지도기술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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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 대학교 면접을 보러 춘천으로 간 시절 난 손에 지도책을 들고 떠났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지도책은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 차 뒷좌석에서도 있었고, 학교에서도 지도책으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지도책을 아냐고 하면, 아마 십중팔구 처음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만큼 시대는 급변했고, 이제 우리는 손안에 든 핸드폰으로 세상 모든 지리를 파악한다.

 

이 책의 도입부는 자신의 자식과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식은 아버지에게 구글맵이 있지 않은 시절은 어땠냐고 말한다. 필자는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 맛집 검색도 힘들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일한 회사가 세상을 바꾸었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책은 저자 자신이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회사 에세이라는 네이밍이 맞을 정도로 구글맵의 최초기(키홀. 스타트업 시절)부터 구글 시절까지의 이야기가 이 책에 들어가 있다.

 

사실 난 구글맵을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리적 특수성(남북 분단)을 이유로 들어 지도 자료를 구글맵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지도를 주로 사용하고, 나 역시 그게 편했다. 그러던 중 구글 지도가 대한민국에서 주목받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포켓몬 고가 나올 때였다. 2016년에 출시된 포켓몬 고는 대한민국에서는 아예 불가능했는데, 이는 구글맵에 대한민국 자료가 반영되지 않아서였다. 필자도 상당수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고, 유일하게 강원도 속초에서만 포켓몬 고가 플레이되어 많은 이들이 속초 여행을 떠날 지경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한민국 외에 전 세계의 지도 자료가 구글맵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나의 기업이 전 세계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건 실로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이를 실현해낸 구글이라는 기업은 존재 자체로 미래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중심이 될 존재다. 이 책은 내부자의 시점으로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를 알려주고, 독자가 그 상황에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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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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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태껏 음식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았다. 음식 말고 다른 일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았고, 정말 책에 미쳐있을 때는 밥 먹는 거보다 책보는 게 더 좋아 배만 부르게 대충 밥 먹을 때도 많았다. 그 당시 난 배만 부르게 하는 알약만 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고, 지인들은 그런 나를 미친 사람처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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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라도 가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해리포터에 나오는 귀지 맛 젤리다. 조앤 K 롤링은 귀지를 직접 입에 넣어본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귀지 맛 젤리는 대체 무슨 맛일까?' 하며 책 읽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그래서 직접 귀지를 입에 넣을까 했지만, 인간의 존엄이 허용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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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고, 나와는 달리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어 만들어진 게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부터 특이하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는 제목을 보면, 생강빵이라는 음식에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진저브레드는 느낌상 맛있어 보일 거 같아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사실 난 음식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2개의 빵이 실존하는 빵인지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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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짧은 글들이 모여져 있고 부담이 없고, 책 자체도 작은 편이라 출근길/퇴근길에 잠깐씩 읽기 좋은 책이다. 여러 주제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건포도 빵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더 큰 관심이 갔다. 건포도라는 걸 난 대게 싫어하고, 먹을 때마다 빼먹고 먹는다. 하지만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인들 다수가 그렇다는 내용을 보며 격한 공감을 얻었다. 다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고 건포도를 사랑하고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화적 차이에 따라 입맛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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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일상이 바쁘고 건강 문제로 오래 앉지 못해, 집중해서 읽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책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까먹고 말지만, 이 책은 내용도 재밌고 무엇보다 계속 읽고 싶게 손이 가도록 글이 잘 쓰여 있어, 몸이 괜찮아지고 나면 다시 정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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