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5
엄마를 그곳에 두고 올 수 없었다. 머지않아 좀도둑이 안경을, 구두를, 심지어는 유골까지 훔쳐 가겠다고 엄마의 무덤을 파헤치리란 생각을 하면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술이 국가 종교가 되어버린 그 무렵, 뼈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닭의 모가지를 치는 이빨 빠진 국가.
그 순간,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나는 온몸으로 울었다.
두려움과 고통에 몸이 떨렸다. 엄마 때문에, 나 때문에, 둘도
없던 우리 때문에 울었다. 밤이 오면, 아델라이다 팔콘,
우리 엄마가 산 자들에게 휘둘릴 그 무법 지대를 생각하며
울었다. 단 한 번도 평화를 내어준 적 없는 땅 아래 묻힌
엄마의 주검을 생각하며 울었다. 조수석에 올랐을 때
나는 죽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나는 이미 죽어 있었다.

- P35

p.49
바다는 구제하고 교정하며, 몸들을 집어삼키고 뱉어낸다.
흐르는 민물로 소금기를 밀어내면서 대양으로 흘러드는 오쿠마레데라코스타강처럼, 바다는 제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과 무리 없이 뒤섞인다. 연안에는 바다포도
나무가 자랐다. 엄마는 그 빈약한 장과로 마을의 미인 대회
우승자가 쓸 왕관을 만들곤 했고, 그동안 나는 숨어서,
진줏빛 애벌레로 만든 귀걸이를, 현실의 막을 통과하는
자두들의 통과의례였던 그 변신을 상상하곤 했다.

- P49

p.72
집에서조차 아무도 안전하지 않았고, 밖은 정글과도 같았다.
적을 무력화하는 방법들이 전에 없이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 나라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유일한 질서가
있다면 그건 죽이고 빼앗는 기관, 약탈하는 조직이었다.
나는 그 조직들이 자라나고 무언가 자연스러운 요소로서
도시 풍경의 일부를 이루는 과정을 보았다. 혁명군이
기르고 보살피는, 무질서와 혼란 속에 위장한 채
숨어 있는 병력.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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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7

운전을 거듭하면 할수록 도로 위는 마치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먼저 가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려는 사람도 있다. 또 목적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를 구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더 먼저 가려는 사람들끼리 욕심을 내다 부딪혀서 다치기도 한다. 나는 어떤 타입일까. 조금 더 빨리 가려는 타입일까. 아니면 내 속도에 맞춰 욕심내지 않고 가려는 사람일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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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7

마음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사람이 동물에게 하는 일이 될 수도,
혹은 동물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나는 마음이란 걸 어떻게 쓰며 살아왔을까.

p.84

월급과 맛있는 음식 못지 않게 사라졌다가 생겼다가
하는 것 중 하나가 관계인 것 같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라는 말이 있듯이
어제는 좋아 죽다가도 오늘은 싫어졌다가
내일은 또 좋아질 수 있는 것들.
하루하루에 충실한 그런 감정들로 이어지는 것들.

p.109

나이를 먹고, 꽤 오랜 시간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있고,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됐다.
지금껏 내가 받았던 소중한 마음을
이제는 돌려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물론 그 전부를 갚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단지 그 일부라도 돌려줄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고 싶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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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다만 중요한 건 죽음 이전에 삶이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 이후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는
현재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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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
그 중심에 책이 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책을 알릴 수 있고,
그걸로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게 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는 과연 얼만큼 책을 좋아하고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독서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직도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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