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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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재밌다. 아, 나도 공지영님의 지리산 친구들처럼 살 수 있다면, 좋을까? 흥미진진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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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어벤저스 vs. 엑스맨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외 지음, 임태현 옮김, 아담 쿠버트 그림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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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뭔가 사전지식이 필요한 대사들도 있지만 몰라도 흥미롭다! 캡은 알수록 마블세계의 중심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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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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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라는 이반 일리치의 글을 읽고 싶었다. 사실 니체에 겁을 먹고 물러난 차선책이었다. 그의 글은 짧았다. 그러나 어려웠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돈과 연결 되지 않은 인간의 노동과 필요가 무가치해진 사회의 타락을 고발한다.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병원에서 아이 낳기, 버스 등의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집에서 아이를 낳을 능력, 자유롭게 두 발로 세상을 거닐 능력을 빼앗아 버렸다고 선언한다. 어리둥절 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빌려 돈이 되지 않는 활동들이 잉여가 되어버린, 인간을 향한 예의와 친절이 전략적인 서비스로 환산되어 버린 지금의 현실을 조금만 살펴보면 이 놀라운 사상가의 선언들에 심장이 꿰일 수 밖에 없다. 이해능력의 부족으로 책의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하긴 어려우니, 특히 되새길 만했던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만 이야기하련다.?

`수많은 전문직 사제단이 공공의 문제를 특수한 서비스 문제로 정의하겠다며 저마다 법적 권한을 요구한다. 그들의 요구들을 받아들이면 전문가가 끼워 넣은 필요를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이 된다. 이미 이 세계는 전문가가 가공하고 관리하는 필요들이 사방에서 부딪혀 울리는 음향실로 변했다.` (79쪽)

우리가 필요해서 뭔가가 생긴 게 아니라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정해줘서 당연한 듯 인정하게 된다? 문득 생각 난 것이 치과다. 근래의 가장 비싸면서도 필수적인 치과 상품인 임플란트. 썩고 약해진 치아 대신 주인의 어떤 뼈 보다 오래 썩지 않을 단단하고 반영구적인 인공 치아는 노년의 필수 상품이 됐다. 하나 둘 임플란트를 할 때마다 수백씩 든다. 나이가 들면 위장도 낡아 소화력도 떨어지고, 힘이 달려 활동 반경도 활동량도 줄어 든다. 필요한 식사량도 자연스럽게 적어진다. 그런 노인에게 열량이 높은 질기고 단단한 다른 동물의 살점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여전히 필요한가. 자연에 사는 잡식 동물의 한 종으로 쇠약해 가며 푸르고 부드러운 음식들로 순한 여생을 보내는 것은 정말 닥쳐서는 안될 나약함인가. 튼튼한 이가 좋다고 씹는 재미를 주장하는 광고들을 내세운 전문가들은 마른 작은 나무처럼 자연에 가까워지며 소박하게 죽어갈 인간의 권리를 빼앗은 사례가 아닐까.

그리고 나 스스로가 심리상담자이니 심리상담에 대하여 돌아본다. 전문 상담은 보통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빼앗았는가. 심리상담에서 다루는 인생의 여러 어려움들은 고작 100여년 전만해도 함께 사는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다. 현대사회는 그런 보통의 관계들을 경제적 논리로 다 깨어놓아 개인을 파편화 시켜놓았다. 그렇게 홀로 된 인간의 고통을 심리상담자와의 만남이라는 전문적 상품으로 해결하라고? 먼저 그들에게 관계를 돌려주어야 할 게 아닌가. 물론 상담자들은 상처 받은 개인이 스스로를 추스리고 인간관계를 다시 회복시키는 것을 돕는데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이 상품의 가치를 말하기 전에 이 상품의 `필요`를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된다. 지옥에서 화상을 입지 않을 인간은 없으므로.

물론 교통사고자의 응급처치가 팔요한 것처럼 심리적 응급상황에서의 전문상담은 시급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상담만이 답인 것처럼 하거나 상담을 전문가의 것으로 독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조금 더 공부했으면 함께 나눌 책임이 생긴다. 그렇게 배우지 않았나. 공부해서 남 주는 거라고. 서울시의 지원으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가 기획한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지역 주민들을 `잘 들어 주는 사람`으로 키우며 관계를 돌보는 일의 소중함을 심어주고 있다 들었다. 그렇게 교육 받은 이들이 다시 활동가로 다른 이들을 키우는 구조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관계를 돌려주는 일이다. 이러한 실험들이 크고 작게 일어나야 한다. 심리상담을 내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고민하는 상담자들의 모임을 꿈꿔본다. 난해한 일리치의 책들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책의 뒷 표지 마지막 문장으로 이 글을 마친다.

`세상은 더 가혹해지고 인간은 더 무력해질 때 일리치를 읽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추신 : 이 부족한 글을 읽고 있는 전문가로 먹고 사는 도반들에게 권합니다. 내가 혹시 `진실에 눈 감은 순진한 전문가`가 아닌가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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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섹스 -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
은하선 지음 / 동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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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했다. 비슷한 시기에 누군가가 나의 글이 `성`에 수렴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 나 밝힌다. 성에 관심이 많다. 여태 살면서 주로 호박씨만 까와서 무지하게 아깝다.˝ 마음 속으로만 말했다. 겉으로는 쑥스럽게 그런가요 하고 웃을 뿐. 이 책이 생각났다. 얼른 사서 읽었다.

`이기적 섹스`의 저자는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 앞에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욕망 이야기를 활자로 찍어 세상에 내보냈다. 지침서, 활용서가 아니라 생활글이다.

10대 섹스, 동성 섹스, 자유 섹스, 다자 섹스, 섹스 토이 등 저자와 인터뷰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읽으며 얼굴이 붉어지고, 자지가 뜨뜻해 지기도 했다. 몇몇 주제들은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불편했지만, 읽을 수록 불편한 것들은 낯선 것들일 뿐이구나 싶다. 저자의 삶은 정답도, 오답도 아니니까. 저자의 말처럼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니 글 안에서 톡톡 튀는 저자의 캐릭터를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실수도 하고, 상처도 주고 받지만 자신의 것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누군가의 평범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섹스`가 있을 뿐. 만연한 남성적인 통념과 다른 여성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어 주어 고맙다. 나름 인기를 얻고 책도 내고, 유명세도 치르고 있는 저자의 건승을 빈다.

동일한 묶음으로의 여성도 남성도 없다. 모두 다른 개개인의 여자, 남자가 있을 뿐. 억압을 뚫고 내는 귀한 여성의 목소리 만큼, 음담패설에 묻힌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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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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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퇴근 시간 전이라 전동차 안은 한산했지만, 장마철인 탓에 공기가 눅눅했다. 사람들은 마치 귀찮은 껍질을 벗어놓듯 자리에 앉자마자 우산을 아무렇게나 팽개쳐놓았다. 손수건으로 젖은 무릎을 대강 털어내고는 발치에 우산을 부려 놓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제법 큰 아저씨가 일행과 전동차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옆을 의식하지 않고 읽고 있던 책에 집중했다. 그런데 옆자리가 뭔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곁눈질로 옆을 흘낏 보니 불룩한 배를 내밀고 앉은 아저씨가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내 다리를 보려는 것 같았다. 느낌만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니 아예 대놓고 다리 쪽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었다. '변태를 만났구나!' 하고 생각하며, 제대로 혼쭐을 내주려고 고개를 들어 있는 힘껏 째려봤다.

 

"아직도 우산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는 거예요? 찾아봐도 없었으니까 기분 풀어요. 이따 내려서 우리 같이 우산 사는 거예요. 네?"

 

그 때 같이 온 여자 분이 아저씨를 위로했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말을 하고 있는 여자 분을 제외한 일행 모두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우산을 소중하게 꼭 쥔 일행이 여기저기서 동정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추행이라도 당한 듯 뾰족해져서 화를 내려고 했던 나는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고 화를 품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아저씨는 내 몸을 훔쳐보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잃어버린 우산을 애타게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진정으로 속상해하던 때가 언제였지? 나는 우산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잃고 살면서도 멀쩡한 얼굴로 잘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마음이 말랑했을 때 되풀이해 읽던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건조한 세상에서 눈 뜬 장님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자신이 없다.

* 시인 다운 통찰, 아름다운 말들은 산문집 곧곧에서 흘러 넘친다. 그리고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의 이야기까지 담백하게 잘 버무려져 있는 산문집이다. 시집 읽고 시인이 궁금해져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시인이 좋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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