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감별사 - 미스터리 로맨스
마키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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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습니까?"



책장이 넘어 갈수록 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불륜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부부, 연인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불륜에 대한 고정관념을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간에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시킨다. 신의를 저버리고 다른곳으로 눈을 돌리는 사랑 만큼이나, 마음이 머무르지 않는 의미없는 사랑 또한 그만둬야 하는 사랑임을 전하고 있다.



사링과 이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다소 어이없는 목적으로 흔들리는 사랑을 히롱하듯 그들을 시험에 들게하는 사람들이있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잡아내고 사소한 이유를 만들어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한 미세한 균열을 완성해간다. 미야쇼라 불리우는 이들은 시간을 멈추고 모습을 변화시키며 때로는 서슴없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대한 대가로 엄청난 부를 보장받는다. 흔들리는 연인의 사랑을 잠시 지루해진 부부의 사랑을 깨뜨려버리고 말이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는 이별을 경험한 후에 비로소 알게 됩니다. 이별해보지 못한 자는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아니 알더라도 반쪽인 거죠. 물론 이 세계가 사랑으로 가득 차면 좋겠지만 균형에 맞지 않 아 불가능해요. 미야쇼라는 회사가 이별을 조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넓은 의미에서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이별을 통해 서 비로소 진짜 사랑을 알게 되거든요." (p.45)​



미야소의 조정으로 사랑하는 리헤르와 헤어진 야니.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미야소의 일원이 되지만 이별에 개입하는 미야소의 일이 버겁기만 하다. 사랑하는 이들의 원치않는 이별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야니는 미야소를 벗어나고 싶지만, 미야소의 수장 에릭의 검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힘겹게 미야소 일을 이어가던 야니는 굳은 결심을 하고 마지막 미션에 투입되고, 헤어졌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리헤르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한 남자를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리헤르가 살해한 사람은 이별 조작을 위해 변신한 미야소의 그란시나였고, 야니는 미야소의 범죄활동이 들어날 것을 우려한 동료에 이끌려 현장을 떠나지만, 살해된 그란시나와 총을 쏜 리헤르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야니는 미야소의 조작된 이별에서 벗어나 그의 사랑을 지켜내고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야니의 슬픈 사랑이 안타깝다.



불륜이라는 불손한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한 스토리가 신선하다. 옳지 않은 부적절한 관계뿐만 아니라 가볍게 던져진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채 믿지 못하고 소원해지는 사랑 또한 고민이 필요한 사랑이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숙제를 던져준다. 나는 지금 스스로 행복한 지키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사랑에 대한 의문을 품어본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서는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말씀 꼭 기억하겠습니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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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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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돼." (p.289)

"그래. 우리는 항상 같이 있어, 마음속에서는 말이야." (p.301)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사이에 숨어있는 수국을 바라보는 한여인,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이별을 말하기 보다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풍경이다. 머무는 곳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수국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한결같이 흰색의 꽃을 피우는 애나벨도 한결같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음이 아닐까 싶다.

저자 나가쓰기 아마네는 남편의 병이 악화되어 간병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남편이 잠든 시간을 이용해 조금씩 글을 썻고, 글을 쓰는 일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이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하고 싶었던 말과 듣고 싶었던 말을 담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를 펴냈다고 한다. 가슴 아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하고, 그가 떠난 후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탓인지 장례식장 반도회관의 스탭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르게 읽혀진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중략)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하는 게 나에게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 (p.97)

장례식장이라는 조금은 색다른 무대를 배경으로 남겨진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별의식을 치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의 따뜻한 활약상을 담고 있다. 미소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 학교졸업과 함께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좌절하고 만다. 숨막힐 듯한 취업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미소라는 반도회관의 부족한 일손을 도와달라는 요코 선배의 청에 흔쾌히 응하게 된다.

다른사람과 다른 능력, 영감을 느끼는 탓에 반도회관이 마냥 편하지 않은 미소라. 그녀의 앞에 무뚝뚝하지만 정성을 다해 추모식과 고별식을 준비하는 장례디렉터 우루시바라와 영감을 느끼는 유쾌한 승려 사토미가 등장하고, 그녀는 지금껏 미뤄두었던 자신의 미래를 장례디렉터로 정한다.

불의의 사고로 뱃속의 아이와 세상을 떠나지만 남겨진 남편을 위해 함께한 추억을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창백한 아이엄마와 부모곁을 떠나고 싶은 않은 어린 영혼,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의 곁으로 가고 싶은 아내....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반도회관을 찾는다. 영감을 느끼는 미소라 역시 어릴적 세상을 떠난 언니 미도리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언니는 내가 알아차리길 바랐을 거예요. 생명이 다해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p.306)

장례식장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반도회관의 따뜻한 어벤져스들의 활약은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위로와 평안함을 안겨준다. 소중한 사람들을 항상 곁에 있다는 이유로 무심하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만히 뒤돌아 보게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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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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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조각이 딱 들어맞는 장소는 반드시 있으니까요." (p.301)

한 소녀가 자살했다. 엄청난 수의 도넛들에 둘러싸인 채....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나토 가나에의 조각들은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소녀의 자살에 연관되어 있는 어쩌면 간접 살해범일지도 모르는 그들의 고백을 통해 보여준다. 한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자신들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여기지 않는 일상의 그들을 통해서.

저자 미나토 가나에는 작가를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나조차도 익히 알고 있는 왕복서간을 비롯해 리버스, 여자들의 등산 일기 등 매력적인 글들로 익히 알려진 작가다. 조각들은 그녀가 처음으로 미용을 주제로 써 내려간 글이며, 거의 모든 작품이 영상화되고 있다는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글이다. 전문가적이지 않는 시청자 관점에서 봐도 외모 강 박사회에 대한 사회고발 추리물로 제작되기에 손색없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성형외과 전문의 히사노의 교칙과 관련한 심야토론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용적인 성형수술을 교칙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주장하는 히사노. 그녀는 성형을 원하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성형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녀가 이미 신들로부터 기프트라 불리는 완벽한 외모를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동창들은 히사노의 주장을 다 가진 자의 여유로움 쯤으로 비판한다.

마른비만이라는 축복받았다고 여기던 몸으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어느새 살을 빼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른 어린시절 친구 시호의 고백은 학창시절 엄청난 몸무게로 요코아미라는 이름을 뒤로 요코즈마로 불리던 친구에 대한 조롱과 히사노에 대한 질투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기보다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타인으로부터 찾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고나 할까. 필요에 의해 친구가 되고 필요에 의해 적이 되기도 한다. 진실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었어. 단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사람을 내가 못 만났을 뿐. 이 마을에 그런 사람이 없었을 뿐이야." (p.219)

살을 빼기 위해 히사노와 상담했던 도넛에 둘러싸인 채 죽어간 소녀 유우에 대한 자살이유를 추적하기 위한 히사노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외모집착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미스 월드 일본 대표인 히사노에 대한 질투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위한 외모집착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질투에 이끌린 집착일 뿐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질투가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행복하게 살아가던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히사노와 대화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는 그들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조각이 맞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 단지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는 허깨비가 존재할 뿐이다. 작은 도넛 구멍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던 뚱뚱하지만 행복했던 소녀 유우의 조각을 부셔버리고 만다.

"이렇게 도넛을 들여다보면 그 애가 저쪽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이거든 (중략) 할머니 웃는 얼굴이 보여서 도넛 구멍은 보고 싶은 것을 비춰즈는 마법 거울 같다고 생각했어."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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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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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점증적인 심리게임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건 최근의 공격이 아니다. 다음 차례지." (p.15)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이 스파이로 살아온 10여년간의 삶을 회고한 글이다. 최연소 CIA 여성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던 아마릴리스 폭스는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어 수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집단을 추적했다. CIA 활동중 두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고 사랑스러운 딸 조이를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와 함께 진실된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삶을 선택했다.

전직 CIA 요원의 비밀스러운 삶을 실제상황처럼 엿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흥미진진한 글이다. 평범하지 않은 과정과 훈련을 거쳐 CIA 엘리트 비밀요원이 되고, 요원으로서의 삶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기도, 타인의 삶으로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없음으로 인해 서로를 놓아주기도 하는 그들의 삶이 한편으로 애잔하다. 비밀요원으로 포섭대상을 속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터놓을 수 친구가 되어 정보원이 되어주고, 그렇게 얻어진 정보를 통해 조국과 인류를 지키는 사명을 갖고 있지만 결국 자신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을 삶을 살아야만 한다.

"포춘 쿠키에도 그렇게 쓰여 있잖아. 적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p.228)

"걱정할 것 없어. 아마릴리스. 그냥 그들이,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를 지켜보는 거야. 첩보 게임에 불과해. 자연스러운 섭리지. 어서자." (p.274)

전직 CIA 요원 아마릴리스의 고백을 담은 자전적인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첩보소설을 읽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훈련과정에서 소리없이 탈락되는 동료들을 담담하게 겪어 내야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동료를 속수무책으로 잃기도 한다. 동료에게도 가족에게도 심지어 남편에게 조차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비밀에 쌓인 타인의 삶은 오롯이 스스로 겪어내야만 한다.

"나는 현장에서 배운 교훈들을 내 안에서 소화시키기 시작했고, 평화를 위해서는 귀를 열어야 하며, 취약점이 있어야 진정으로 강해진다는 사실을 온전히 의식하게 됐다. 에밋의 쿵푸와 사라치의 택시에 붙어 있던 스티커가 생각났다. 타인이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p.354)

CIA 요원이 되기까지의 고뇌와 요원으로 활동하면서의 두려움, 가족에게 조차 진실을 말할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심리적 압박이 전해진다. 일촉즉발의 현장에 투입되고 한순간의 방심과 잘못된 정보만으로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CIA 요원의 전쟁같은 삶을 오롯이 전한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는 아니지만,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상에 놓여있는 삶을 보여준다. 조국과 인류를 지키고 있는 요원으로서의 모습도 멋졌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딸 조이의 행복한 삶이라 여기고 아이와 자신으로서의 삶을 위해 요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엄마의 모습 또한 인상적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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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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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 (p.41)

검은 신발을 남긴채 품속의 강아지와 함께 서서히 사라져 가는 소녀. 잔뜩 웅크린채 사라져가는 소녀는 알 수 없는 사연을 간직한 듯 하다. 선천적 기형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녀 지하의 백일몽을 기반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엄마와 선천적 장애를 가진 딸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나간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짧지 않은 분량에도 지하의 백일몽을 함께 겪은 것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원치않는 결혼으로 가족으로부터 끊임없는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지아의 엄마 서영. 그녀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지망생이었지만, 현실은 꿈도, 희망도, 미래도 그리고 자신 조차도 지켜내지 못하는 인형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다. 불행한 결혼은 임신으로 이어지고 서영은 쌍둥이 지민과 지하를 낳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지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아의 삶을 살게되고 서영은 지하가 농아가 된 것이 자신이 잘못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옥같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리면 맞고, 가두면 갇히는 영혼없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정폭력에 지친 서영의 딸 지하는 금고의 돈을 훔쳐 엄마의 어릴적 꿈을 담고 있던 타자기와 함께 가출을 감행하고 현실도피를 꿈꾸는 지하의 염원을 담은 백일몽이 이어진다. 로그아웃 - 로그인,,, 그리고 그녀는 항상 꿈꿔오던 글을 쓰기 시작하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부딪혀 결실을 맺게 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지하의 책 '조용한 세계'는 영혼을 잃은 채 갇혀 있는 서영에게 전달되고, 서영은 지하로부터의 도착한 충격적인 헌사에 힘을 얻어 지옥 밖으로의 탈출을 실행한다. 자신과 지하를 지키기 위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앚고 지하가 쓴 책의 표지를 넘기던 서영은 첫 페이지에 적힌 헌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 서영은 자신도 모르게 책을 덮여 버렸다. 가슴이 불쾌하게 뛰었다." (p.41)

영은의 타자기를 매개로 현실의 지하와 순간이동으로 그려지는 백일몽 속의 지하, 그리고 영은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각각의 캐릭터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독자를 끌어들인다. 소설속의 소설이라는 기묘한 설정으로 존재하는 '조용한 세계'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지하와 영은이 자신을 찾아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범죄를 저지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어느새 설득당하고 만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쿨하게 헤어진 지하와 영은이 백일몽에서 로그아웃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로그인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여유로운 주말 가볍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이었다.

"자기 최면, 자기 암시에 익숙해지면 돼요. 그게 익숙해지면 '로그아웃'이라는 명령어만으로도 내가 만들어둔 머릿속 세계에 '로그인' 되죠.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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