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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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조각이 딱 들어맞는 장소는 반드시 있으니까요." (p.301)

한 소녀가 자살했다. 엄청난 수의 도넛들에 둘러싸인 채....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나토 가나에의 조각들은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소녀의 자살에 연관되어 있는 어쩌면 간접 살해범일지도 모르는 그들의 고백을 통해 보여준다. 한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자신들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여기지 않는 일상의 그들을 통해서.

저자 미나토 가나에는 작가를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나조차도 익히 알고 있는 왕복서간을 비롯해 리버스, 여자들의 등산 일기 등 매력적인 글들로 익히 알려진 작가다. 조각들은 그녀가 처음으로 미용을 주제로 써 내려간 글이며, 거의 모든 작품이 영상화되고 있다는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글이다. 전문가적이지 않는 시청자 관점에서 봐도 외모 강 박사회에 대한 사회고발 추리물로 제작되기에 손색없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성형외과 전문의 히사노의 교칙과 관련한 심야토론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용적인 성형수술을 교칙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주장하는 히사노. 그녀는 성형을 원하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성형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녀가 이미 신들로부터 기프트라 불리는 완벽한 외모를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동창들은 히사노의 주장을 다 가진 자의 여유로움 쯤으로 비판한다.

마른비만이라는 축복받았다고 여기던 몸으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어느새 살을 빼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른 어린시절 친구 시호의 고백은 학창시절 엄청난 몸무게로 요코아미라는 이름을 뒤로 요코즈마로 불리던 친구에 대한 조롱과 히사노에 대한 질투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기보다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타인으로부터 찾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고나 할까. 필요에 의해 친구가 되고 필요에 의해 적이 되기도 한다. 진실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었어. 단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사람을 내가 못 만났을 뿐. 이 마을에 그런 사람이 없었을 뿐이야." (p.219)

살을 빼기 위해 히사노와 상담했던 도넛에 둘러싸인 채 죽어간 소녀 유우에 대한 자살이유를 추적하기 위한 히사노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외모집착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미스 월드 일본 대표인 히사노에 대한 질투로 귀결된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위한 외모집착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질투에 이끌린 집착일 뿐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질투가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행복하게 살아가던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히사노와 대화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는 그들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조각이 맞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 단지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는 허깨비가 존재할 뿐이다. 작은 도넛 구멍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던 뚱뚱하지만 행복했던 소녀 유우의 조각을 부셔버리고 만다.

"이렇게 도넛을 들여다보면 그 애가 저쪽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이거든 (중략) 할머니 웃는 얼굴이 보여서 도넛 구멍은 보고 싶은 것을 비춰즈는 마법 거울 같다고 생각했어."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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