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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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점증적인 심리게임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건 최근의 공격이 아니다. 다음 차례지." (p.15)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이 스파이로 살아온 10여년간의 삶을 회고한 글이다. 최연소 CIA 여성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던 아마릴리스 폭스는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어 수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집단을 추적했다. CIA 활동중 두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고 사랑스러운 딸 조이를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와 함께 진실된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삶을 선택했다.

전직 CIA 요원의 비밀스러운 삶을 실제상황처럼 엿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흥미진진한 글이다. 평범하지 않은 과정과 훈련을 거쳐 CIA 엘리트 비밀요원이 되고, 요원으로서의 삶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기도, 타인의 삶으로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없음으로 인해 서로를 놓아주기도 하는 그들의 삶이 한편으로 애잔하다. 비밀요원으로 포섭대상을 속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터놓을 수 친구가 되어 정보원이 되어주고, 그렇게 얻어진 정보를 통해 조국과 인류를 지키는 사명을 갖고 있지만 결국 자신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을 삶을 살아야만 한다.

"포춘 쿠키에도 그렇게 쓰여 있잖아. 적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p.228)

"걱정할 것 없어. 아마릴리스. 그냥 그들이,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를 지켜보는 거야. 첩보 게임에 불과해. 자연스러운 섭리지. 어서자." (p.274)

전직 CIA 요원 아마릴리스의 고백을 담은 자전적인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첩보소설을 읽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훈련과정에서 소리없이 탈락되는 동료들을 담담하게 겪어 내야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동료를 속수무책으로 잃기도 한다. 동료에게도 가족에게도 심지어 남편에게 조차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비밀에 쌓인 타인의 삶은 오롯이 스스로 겪어내야만 한다.

"나는 현장에서 배운 교훈들을 내 안에서 소화시키기 시작했고, 평화를 위해서는 귀를 열어야 하며, 취약점이 있어야 진정으로 강해진다는 사실을 온전히 의식하게 됐다. 에밋의 쿵푸와 사라치의 택시에 붙어 있던 스티커가 생각났다. 타인이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p.354)

CIA 요원이 되기까지의 고뇌와 요원으로 활동하면서의 두려움, 가족에게 조차 진실을 말할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심리적 압박이 전해진다. 일촉즉발의 현장에 투입되고 한순간의 방심과 잘못된 정보만으로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CIA 요원의 전쟁같은 삶을 오롯이 전한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는 아니지만,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상에 놓여있는 삶을 보여준다. 조국과 인류를 지키고 있는 요원으로서의 모습도 멋졌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딸 조이의 행복한 삶이라 여기고 아이와 자신으로서의 삶을 위해 요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엄마의 모습 또한 인상적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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