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저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돼." (p.289)

"그래. 우리는 항상 같이 있어, 마음속에서는 말이야." (p.301)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사이에 숨어있는 수국을 바라보는 한여인,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이별을 말하기 보다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풍경이다. 머무는 곳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수국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한결같이 흰색의 꽃을 피우는 애나벨도 한결같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음이 아닐까 싶다.

저자 나가쓰기 아마네는 남편의 병이 악화되어 간병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남편이 잠든 시간을 이용해 조금씩 글을 썻고, 글을 쓰는 일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이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하고 싶었던 말과 듣고 싶었던 말을 담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를 펴냈다고 한다. 가슴 아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하고, 그가 떠난 후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탓인지 장례식장 반도회관의 스탭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르게 읽혀진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중략)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하는 게 나에게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 (p.97)

장례식장이라는 조금은 색다른 무대를 배경으로 남겨진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별의식을 치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의 따뜻한 활약상을 담고 있다. 미소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 학교졸업과 함께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좌절하고 만다. 숨막힐 듯한 취업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미소라는 반도회관의 부족한 일손을 도와달라는 요코 선배의 청에 흔쾌히 응하게 된다.

다른사람과 다른 능력, 영감을 느끼는 탓에 반도회관이 마냥 편하지 않은 미소라. 그녀의 앞에 무뚝뚝하지만 정성을 다해 추모식과 고별식을 준비하는 장례디렉터 우루시바라와 영감을 느끼는 유쾌한 승려 사토미가 등장하고, 그녀는 지금껏 미뤄두었던 자신의 미래를 장례디렉터로 정한다.

불의의 사고로 뱃속의 아이와 세상을 떠나지만 남겨진 남편을 위해 함께한 추억을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창백한 아이엄마와 부모곁을 떠나고 싶은 않은 어린 영혼,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의 곁으로 가고 싶은 아내....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반도회관을 찾는다. 영감을 느끼는 미소라 역시 어릴적 세상을 떠난 언니 미도리가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언니는 내가 알아차리길 바랐을 거예요. 생명이 다해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p.306)

장례식장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반도회관의 따뜻한 어벤져스들의 활약은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위로와 평안함을 안겨준다. 소중한 사람들을 항상 곁에 있다는 이유로 무심하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만히 뒤돌아 보게되는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