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 크래시 1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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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5G 상용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100%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할 수 없으나,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단어중 하나가 '메타버스'다. 단순히 가상현실의 세계라 정의할 수도 없고,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상세계라... 예전에 생각하던 가상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라하겠다.


'소설인가, 예언서인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를 소개하는 문장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들어와서야 회자되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를 30여년전 이미 정의한 스노 크래시가 예언서로 설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가상현실을 다룬 SF 소설이라 블링블링한 주인공을 기대하고 책장을 펴지만, 나를 반기는 주인공은 별스럽게도 배달부 - 심지어 피자 배달 - 다. 당황스럽다. 직업에 귀천이 있지는 않지만 SF와 피자배달부를 연계하는 생각정리가 쉽지 않다. 심지어 피자 배달부는 철저한 교육아래 양성되는 엘리트계급이자 신성한 부류에 속한다. 어허~ 피자배달과 SF를 똭! 연결하기까지 버퍼링이 필요하다. - 덕분에 초반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든 도시와 나라가 상향평준화 되고, 배달 기술의 급격한 성장으로 자원보유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미래세계, 미국의 강점은 음악, 영화, 마이크로코드, 초고속 피자배달 뿐이다. 초고속 피자배달원은 어디든지 30분이내 피자를 배달해야한다. 덕분에 어디든지 막힘없이 통과할 수 있는 바코드가 내장되어 있는 차와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할 수 있는 GPS를 보유하고 있다.


엉클 엔조의 코사노스트라 피자의 배달원 히노는 메타버스를 최초로 설계한 프로그래머중 하나다. 현실세계에서는 피자배달원, 메타버스 안에서는 최고의 전사로 활동하고 있는 히로. 시스템의 실수로 피자배달부를 그만두게된 히로는 여느때처럼 메타버스 해커들의 아지트 블랙 선을 찾은 그는 메타버스의 지배자 디파이비드와 함께 수상한 물건 스노크래시 체험용쌤플을 보게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디파이비드는 스노크래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결과 자신으 세계 메타버스에서 추방당한다. 가상세계를 현실로 이어지게 만들어버리는 스노크래시가 가진 엄청난 비밀은 무엇인지... 히노는 홀린듯 스노크래시를 쫓게된다.


"그러니까 만일 어떤 현상이 사람들 사이에 발생해서 그들의 머리가 더는 수메르어를 이해하지 못하게 바꿔 버렸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거야. 마치 바이러스가 컴퓨터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모든 컴퓨터를 못 쓰게 만드는 것과 같은 거지. 뇌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말이야." (p.336)


단지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잠깐의 위안을 주던 상상속의 가상현실이었던 메타버스의 세계가 잠깐의 호기심으로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되어버리고, 히로는 마약처럼 세상을 잠식해가는 스노크래시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해커가 되어버린다. 스노 크래시는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비틀어진 광신도를 모으는 것처럼, 종교를 퍼뜨리는 것처럼 바이러스를 흩뿌려 메타버스를 점령한다.


"성경이 바이러스와 비슷한 점이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는 성경을 자비로운 바이러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백신 주사처럼 말 입니다. 그는 체액을 따라 옮겨 가는 능력을 지닌 아세라 바이러스는 좀 더 악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354)


요즘 출판된 책이라면 당연히 등장할 수 있는 소재라 여기고 흥미롭게 읽어내려갔을 책이였겠지만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에 등장한 소재라니 놀랍다. 실제와 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사이버세상의 가상 모델이 마치 사람처럼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 우리가 겪게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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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이주형 지음 / Storehouse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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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데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여행스케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가사 중)

작은 아이이와 곰돌이가 편안하게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봤던 –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던 – 사진과 같은 구도의 표지에 마음이 홀린다.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동명의 유행가 가사처럼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렇게 또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산다는 건 매일매일 여물어가고, 하루하루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물 위에 고고하게 떠 있기 위해 물 밑에서 쉼 없이 발길질을 하는 백조처럼, 항상 웃는 얼굴의 씩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캔디가 되는 것도, 착한 아이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어른들처럼 산다는 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가정 평범한 인생이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소개 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른이 되고 난 후 가장 쉽다고 여겼던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심코 엿본 다른 이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나의 일상과 달리 행복으로 가득 채워져 있음에 어깨가 움츠려 들곤 하지만, 못나게도 그네들의 일상도 나의 것과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나의 마음을 소홀히 여기고 있음을 반성하게 된다. 뭣이 그리 중허길래 유리 같은 마음을 다치고, 상하고 깨지게 하면서 살아내는 걸까. 세상에 내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마음을 다독이며 열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임을 잊지 않고 싶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ET의 몸이 되어 – 분위기가 살지는 않지만 – 커피를 마시고, 영혼 없는 칭찬을 돌려 막고 있지만 행복을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별거 아닌 삶일지도 모르지만,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두렵지만 설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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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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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p. 263)

구속받지 않는 자유연애를 쿨하게 즐기는 젊은 사랑을 그려낸 책이라 여기고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묵직한 ‘사랑’의 정의에 당황하게 된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 보다는 자유롭겠지만 나 또한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자유로운 성생활은 여전히 불편한 사람 중에 하나다. 물론, 자유연애에 쿨한척 해보지만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동거든 원나잇이든 내가 당사자가 아닐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쿨하게 보게 된다고나 할까. 아직은 자유로운 사랑이 로맨스 소설속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구시대 인류다. :(

"난 사람들의 욕망을 찍고 싶어. 사람들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광기와 분노를 드러내 보이는 게 내 목표야. 겉으로 보이 는 세계보다는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보고 싶은 거지." 정우는 짐짓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p.76)

‘사랑 없는 결혼 보다는 결혼 없는 사랑을 지지한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지만 실제 현실속에서 결혼 없는 사랑을 지지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사랑이 있다고는 하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의 ‘사랑’을 허용한다. 다만,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건 예전보다는 ‘이혼’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 딸 가진 엄마도 딸의 결혼생활이 어렵다고 여겨지면 이혼을 권하는 세상이니 - 는 정도라고나 할까. 이런 변화를 보면 얼마지 않아 법 테두리를 벗어난 ‘사랑’도 보편적인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쌍둥이 형의 힘을 빌어 사회적 성공을 이룬 한 남자의 결혼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쌍둥이 형과의 비밀을 밝힌 남자와 결혼한 영임 그녀는 영민한 동물적 감각으로 승승장구 하지만 완벽한 가정을 위해 빼앗듯 태윤을 입양하고 금지옥엽으로 키우지만 기적처럼 자신의 아이가 찾아오자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태윤을 밀어낸다. 영임과 그녀의 진짜 가족들의 학대로 비틀어진 사랑을 갈구하는 태윤과 그 주위를 도는 남자들.

민주화를 위한 격변의 시대. 뛰어난 머리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그곳에서 일상을 누리던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정우는 충동적으로 참여한 모임에서 그의 일상을 흔들게되는 두 여인을 만나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내어주며 비밀스러운 사랑을 갈구하는 태윤, 자신을 버린 남자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애인을 빼앗아간 여자의 전 남자를 유혹하는 은희 그리고 그녀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남자 정우. 그리고 이들의 아이 한나의 세상의 편견을 가볍게 무시하는 독립적인 사랑과 한나를 품는 남자 태영.

이들 모두의 사랑을 평범함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모두가 제도적인 안정 보다는 진심을 담은 사랑을 갈구한다고나 할까. 쉽지 않은 사랑속에 이들은 ‘사랑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랑을 위한 결혼과 결혼을 위한 사랑.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닌 질문을 말이다.

"그렇게 거창한 아니구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이걸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죠. 자유와 사랑이 우선이고, 형식과 의례는 미뤄도 된다는 쪽입니다. 굳이 선언하자면 '사랑 없는 결혼'보다는 '결혼 없는 사랑'을 지지한다 정도일 거예요."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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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브로맨스 브로맨스 북클럽 2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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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 완전 내 스탈이다! 가벼운 로맨스와 쫀쫀한 스릴러가 결합한 소설이야말로 몰입감 최고의 힐링 아이템아니겠는가~ ^^;; 다소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끼고 앞만바라보고 있는 한 커플,,, 브로맨스면 남자들의 케미를 보여줘야 하는데 남여커플 등장으로 표지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더불어 '진실한 사랑과 짜릿한 복수의 컬래버레이션' 이라는 카피는 음,,, 브로맨스지만 꽁냥꽁냥 로맨스 커플의 등장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겁나 재미있겠군!!

아마존 선정 최고의 로맨스 소설 시리즈 '브로맨스 북클럽'의 두번째 '언더커버 브로맨스'는 첫번째 브로맨스 북클럽에서 사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중국요리로 불쾌한 인연이 있는 바람둥이 맥과 독립심 강한 - 패미니스트 성향도 보이는 - 요리사 리브가 주인공으로 만난다. 바람둥이와 패미니스트의 로맨스라 피 터지게 싸우다 정드는 커플이겠군!

허우대 멀쩡한 한 무리의 남자들이 서점에 우르르 몰려들어가 어울리지 않게 - 절대적인 편견이지만 - 로맨스 소설 코너를 찾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하고, 서점에서의 소소한 논쟁은 맥과 리브의 악연을 다시금 잇는 내기에 이르게 한다. 시커먼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로맨스 소설을 찾는 장면은 편견이긴 하지만 상상만으로 재미있긴하다.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맥은 지금 만나고 있는 변호사 그레첸과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만나지 3개월을 기념하기 위해 내슈빌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의 시그니쳐 컵케잌 헬루바 - 무려 1000달러 - 를 예약하지만 사랑의 큐피드는 맥의 편이 아니었고, 어마무시한 가격의 컵케잌 덕분에 맥은 그레첸에게 차이고 만다. 그리고 맥의 실패한 퍼포먼스 덕분에 헬루바를 만드는 리브는 허세에 쩔어 무지막지한 악행도 서슴없이 행하는 사장 로이스가 어린 여직원을 서슴없이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분노에 찬 대응으로 결국 레스토랑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용감한 리브는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것에 상심하지 않고 어린 제시카를 구하고 성추행범 로이스를 응징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당연한 운명처럼 책임감을 느끼고 있던 맥이 리브의 복수에 참여하게 된다. 망할 브레이든 맥! 하지만 로이스를 응징하기 위해 리브는 맥의 손을 잡고, 맥은 리브를 돕기위해 브로맨스 북크럽을 끌어들이고, 브로맨스 북클럽의 사랑스러운 회원님들은 맥과 리브의 로맨스를 꿈꾼다! 뻔한 스토리의 로맨스지만 맥과 리브, 브로맨스 북클럽의 귀여원 회원님들의 티카타카가 즐거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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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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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생이란 결정의 연속이야. 우리는 감정에 따라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우연이나 운명이라고까지 간주하지.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이 내린 결정의 총체일 뿐이야. 그런 결정 때문에 운명처럼 보이는 것들이 일어나는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이미 일 어난 일을 원망하는 건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언젠가는 과거를 놓아주고, 실수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어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것이 가져올 수도 있는 결과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해." (p.123)

미스터리와 성장소설의 결합이라 장르를 칭하고 있는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 '폭풍의 시간'은 미스터리 로맨스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 3부작 완결편이다. 전작을 읽지 않았던 탓에 등장인물과 사건이 연결되지 않아 초반 몰입도가 살짝 떨어지지만 등장인물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100페이지 언저리 쯤부터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나아진다. :)

미국 서부의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페어필의 그랜트가에 입양된 주인공 셰리든 그랜트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폭풍의 시간'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셰리든이 겪은 폭풍같은 고난의 시간을 전하는 성장소설이다.

스물한살의 어린 셰리든이 무려 열여섯살이나 많은 외과의사 폴과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우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행복한 신부여야 하는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끝없는 고민을 거듭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마침내 멈춰야하는 실수임을 깨닫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녀를 다시 끔찍했던 과거 그녀를 옭아매던 성매매 포주 이던 뒤부아의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끔찍한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항하고 이던에게서 벗어나지만 진실을 감추고 있던 폴에게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들키게 된다. 셰리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있던 폴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는 안도하며 도망치듯 떠나왔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네브래스카의 가족들은 5년 만에 돌아온 셰리던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그녀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마침내 그녀의 첫 앨범 '폭풍의 시간'을 완성한다.

이제 그만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인생의 여름같은 청춘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하고 부적절한 사랑을 쫓아 청춘의 시간을 폭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너무나 안타까운 캐릭터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벌어지는 끊임없는 사건들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은 선택이었으며 그 또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하다. 이것이 마지막, '그일'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그녀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이리라.

"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다.' 아버지는 가엾다는 듯이 내 등을 쓸었다. '그러니 네가 지금 여기 와서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게 더욱 중요하지. 네가 좀 오래 머물면서 말을 돌봐주면 나야 더 좋겠다. 하지만 공부나 일을 위해 다시 어딘가로 가더라도 여기가 네 집이라는것, 그리고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 (p.122)

아무튼, 시작전 그랜트 가의 가계도는 필수다. 더불어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셰리든이 엄청나게 굴곡진 삶을 극복해가는 성장소설로 장르를 바꿔주심이... 전작을 안읽어서 그른가,,, 미스터리 로맨스를 기대하고 - 가끔 그일이나 그사건 등으로 궁금증이 유발되기는 하지만 - 읽기에는 살짝 무리,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얹혀진다.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셰리든의 철없은 방황이 그녀가 꿈을 이루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정도의 성장소설인걸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불현듯 모든 것이, 어제와 내일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가고 현재만 남았다. 아드레날린이 몸의 모든 핏줄로 솟구쳤다. 청중이 웅성 대는 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몇몇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달려나갔다. 현란한 스포트라이트가 나에게 와서 부딪쳤다. 지금 이순간은 낙하산을 메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p.401)

전작을 읽지 않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선택한 탓에 셰리든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여름, 찬찬히 셰리든 시리즈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을 읽으며 못 다 찾은 그녀의 매력을 찾아봐야겠다.[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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