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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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생이란 결정의 연속이야. 우리는 감정에 따라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우연이나 운명이라고까지 간주하지.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이 내린 결정의 총체일 뿐이야. 그런 결정 때문에 운명처럼 보이는 것들이 일어나는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이미 일 어난 일을 원망하는 건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언젠가는 과거를 놓아주고, 실수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어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것이 가져올 수도 있는 결과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해." (p.123)

미스터리와 성장소설의 결합이라 장르를 칭하고 있는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 '폭풍의 시간'은 미스터리 로맨스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 3부작 완결편이다. 전작을 읽지 않았던 탓에 등장인물과 사건이 연결되지 않아 초반 몰입도가 살짝 떨어지지만 등장인물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100페이지 언저리 쯤부터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나아진다. :)

미국 서부의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페어필의 그랜트가에 입양된 주인공 셰리든 그랜트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폭풍의 시간'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셰리든이 겪은 폭풍같은 고난의 시간을 전하는 성장소설이다.

스물한살의 어린 셰리든이 무려 열여섯살이나 많은 외과의사 폴과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우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행복한 신부여야 하는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끝없는 고민을 거듭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마침내 멈춰야하는 실수임을 깨닫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녀를 다시 끔찍했던 과거 그녀를 옭아매던 성매매 포주 이던 뒤부아의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끔찍한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항하고 이던에게서 벗어나지만 진실을 감추고 있던 폴에게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들키게 된다. 셰리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있던 폴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는 안도하며 도망치듯 떠나왔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네브래스카의 가족들은 5년 만에 돌아온 셰리던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그녀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마침내 그녀의 첫 앨범 '폭풍의 시간'을 완성한다.

이제 그만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인생의 여름같은 청춘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하고 부적절한 사랑을 쫓아 청춘의 시간을 폭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너무나 안타까운 캐릭터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벌어지는 끊임없는 사건들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은 선택이었으며 그 또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하다. 이것이 마지막, '그일'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그녀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이리라.

"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다.' 아버지는 가엾다는 듯이 내 등을 쓸었다. '그러니 네가 지금 여기 와서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게 더욱 중요하지. 네가 좀 오래 머물면서 말을 돌봐주면 나야 더 좋겠다. 하지만 공부나 일을 위해 다시 어딘가로 가더라도 여기가 네 집이라는것, 그리고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 (p.122)

아무튼, 시작전 그랜트 가의 가계도는 필수다. 더불어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셰리든이 엄청나게 굴곡진 삶을 극복해가는 성장소설로 장르를 바꿔주심이... 전작을 안읽어서 그른가,,, 미스터리 로맨스를 기대하고 - 가끔 그일이나 그사건 등으로 궁금증이 유발되기는 하지만 - 읽기에는 살짝 무리,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얹혀진다.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셰리든의 철없은 방황이 그녀가 꿈을 이루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정도의 성장소설인걸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불현듯 모든 것이, 어제와 내일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가고 현재만 남았다. 아드레날린이 몸의 모든 핏줄로 솟구쳤다. 청중이 웅성 대는 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몇몇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달려나갔다. 현란한 스포트라이트가 나에게 와서 부딪쳤다. 지금 이순간은 낙하산을 메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p.401)

전작을 읽지 않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선택한 탓에 셰리든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여름, 찬찬히 셰리든 시리즈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을 읽으며 못 다 찾은 그녀의 매력을 찾아봐야겠다.[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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