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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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의연하다 전과 다름이 없다,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 (네이버 국어사전)​


아마도 팔순을 앞둔 나이가 되면, 누구든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항상 내 나이보다 어려보였으면, 나이든 티가 나지 않는 활기찬 사람이였으면 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지 않을까,,, 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일상을 살고 있으니 당연한거 아닐까,,,


일흔셋의 작가로부터 탄생한 오시 하나는 곧 여든 살을 앞둔 할머니지만 패션잡지 길거리 헌팅이 될 정도로 나이답지 않은 세련됨을 풀장착하고 있는 멋쟁이다. 화장과 옷으로 자신을 꾸미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뿐만아니라 나이에 걸맞는 모습을 들먹거리며 자신을 돌보지 않는 또래 할머니들의 생각 - 나이에 맞는 차림새가 아니라 게름의 결과라 여기고 있다 - 이 옳지 않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젊게 살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은연중에 '나이에 걸맞는'을 생각하게 되는 중년으로 하나의 확고한 신념이 부러울 뿐이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산뜻하지 못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 한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곧 죽을 거니까' 하게 된다." (p.9)

추레해지고 병든 몸, 자랑할 거라고는 자식과 손주들 밖에 없는 내가 사라지는 일상, 총기가 사라지고 어리석어지는 모습 등 나이가 들어갈수록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틈에 자리잡아버리는 고정관념들을 멋쟁이 할머니 하나를 통해 유쾌하게 깨버린다. 의연하게 사는게 뭐 별거있나~ 얼마 남지않은 여생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의연하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래도 일어서지 않고 조금씩 어둠이 휘감기는 하늘을, 옛날과 같은 맛의 사탕을 먹으며 바라보았다.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살자." "응." 오십오 년이나 함께 걸어온 남녀가, 늙어서 평온하게 저녁 해를 받고 있다. 이날을 나는 앞으로도 쭉 잊지 못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p.108)​


반면, 하나의 남편 이와조는 하나와 함께 일용품점을 운영하며 종이접기 모임만 집중하는 단조로운 일상에 최적화되어 있다. 하나의 열성적인 일상을 바라보며 항상 하나와 결혼하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기며, 하나와 함께 '의연하게 산다'를 실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숨어있다. 하나의 뜻을 잘 받아주는 평범하고 무난한 남편이었지만 그 역시 의연하게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와조가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고 하나의 일상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나이를 감추기 위한 허세 좋은 위장이었지만, 당연하게 여기던 허세가 의미없어지고 곧 죽을 날을 받아 둔 것같은 여느 할매가 되어가고 있을 즈음... 반전처럼 뜻밖의 사람이 하나를 찾아오고 덕분에 이와조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다. 종이접기에만 몰두했던 그가 사실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일생을 의지하며 믿었던 이와조의 비밀의 충격은 이루말 할 수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는 이와조의 비밀 덕분에 그녀는 이전의 멋쟁이 할매로 돌아온다.


'곧 죽을 거니까'는 사람에 따라서 완전 달리 읽힐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다. 곧 죽을 거니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일상이 재미없어 질 수도 있을테고, 곧 죽을 거니 안해본 일, 해보고 싶은 일을 맘껏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곧 죽을 거니까를 장전하기에는 아직 좀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늘 당당하고 멋진 하나처럼 나이듦이 숙제가 되지 않는 일상을 살고 싶다.


"그래도 가발을 벗고 화장을 지우면 충분히 여든을 코앞에 둔 얼굴이야. 그게 진짜 모습이라고. 지금 이건 위장이야."
마사히코는 신호에 걸려 멈춰 서자 또 웃었다.
"언제나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다는 건, 늘 보여주는 모습 이 진짜란 거야."
"뭐?"
"다들 그러잖아. 평생 위선자로 지냈다면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확실히 그렇다. (p.277)​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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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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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아이스러움 등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나 살아 있는 작은 것, 약한 것에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 (p.169)

귀여움을 견문록(보고 들은 사실을 기록하여 놓은 글/네이버 국어사전)으로 남길 수 있을까? 있다! '귀여움 견문록'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을 그려낸 '수짱'으로 많은 덕후를 탄생시킨 마스다 미리의 작품으로, '정중한 태도로 귀여움에 대해 견문' 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통통 튀는 귀여움과 견문의 연결을 정중함으로 정의하며, 세상에 흩어진 온갖 귀여움을 수짱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흔한 돌멩이 하나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반짝이는 보물이 되어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다. '귀엽다' 아무 날도 아닌 날을 행복한 날로 만들어 주고,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돌멩이를 보물로 만들어주는 것은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무심히 보아 넘기고 있는지,,, 일상에서의 귀여움을 찾아간다는 건 아마도 천천히 오래도록 주변을 살피는 일일 터이다.

"읽던 중인 책에 끼워두는 가름끈도 일종의 이정표다. 다만 것은 독자가 읽던 책으로 돌아갈 때의 이정표다." (p.105)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을 무심히 바라보며 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위로를 받는다. 부단히도 종종거리며 애쓰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너그러운 바람을 느껴보라고 다독인다. '귀엽다'라는 '예쁘다', '멋있다' 와는 사뭇 다른 말이다. 평범함이 아닌 동경의 뜻을 담은 예쁘다, 멋있다와 달리 귀엽다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흔쾌히 허용되는 표현이다. 그만큼 거리감을 좁힌 가까운 표현이리라.

"어떡하지, 지금 사방치기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 시절처럼 열심히 해보고 싶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와 사방치기를 하면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랑스러운 옆얼굴이 보일지도 모른다. 같이 놀자고 하면 "할래, 할래!" 하고 참가할 것 같은 친구는 몇 명 있지만, '켄켄······파!' 하며 뛰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것 같아 왠지 무서워져서· (나도 포함) 그냥 돌만 차는 사방치기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p.43)

아이, 반려동물 그리고 많은 캐릭터들까지,,, 귀여움을 담아내는 것들에 대한 거리감은 '0'에 수렴한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 어린 생명들에 대한 예찬이다.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기뻐할 수 있는 여리고 작은 것들에 대한 찬사!' 귀여움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열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나에게 온전히 의존하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나의 아이들이 그 첫 번째일 것이며, 귀엽지는 않지만 든든히 나를 바라보는 남편이 그러할 것이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볼 때마다 꼬리가 떨어질까 무서울 정도로 나를 반기는 반려견과 잠자리를 지켜주는 애착 인형 - 다 늙어 아직도 애착 인형을 찾는 게 부끄럽지만 - 이 존재만으로 나에게 기쁨을 준다.

붕어빵을 먹는 순서가 머리가 먼저인지 꼬리가 먼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한 붕어빵을 먹는 시간이 소중하고, 대롱대롱 매달린 보풀이 귀엽다기보다는 보풀이 일어날 때까지 나와 함께해 준 스웨터의 추억이 소중할 것이리라. 일상의 작은 것들을 천천히 오래 바라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기쁨을 줄 수 있는 귀여운 존재가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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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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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 비해 - 주관적인 판단으로 -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선호하는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왠지 '책 읽기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두꺼운 고전과 점잖은 인문학 서적은 모두 섭렵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고백을 담은 가벼운 자기개발서와 흥미진진한 추미스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진정성 있는 독서를 하시는 분들께 민폐를 끼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남들에 비해 조금 긴 출퇴근 길과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제일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은 나의 독서는 주관적으로 매우 가볍다 하겠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나의 주관적인 독서 성향이 굉장히 많이 반영되어 있다. 덕분에 7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지치지 않고 완독할 수 있었다. 1988년 부터 1997년까지 10여년간 이어진 주부들의 북클럽 활동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그녀들을 극적으로 그리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님에도 여성에 대한 다소 편파적인 시각이 아쉽다.

심심할 정도로 평화롭기만 한 미국 남부도시 찰스턴의 올드 빌리지. 퍼트리샤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주부의 무료(?)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북클럽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심지어 이번회기 북클럽을 진행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일상을 살아내느라 이번회기에 주제로 선정된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이여'를 첫 장조차 넘기지 못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대다수 북클럽 회원들이 이번회기의 책을 읽지 못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아우라 - 비단 이번회기의 책 뿐만아니라 올드 빌리지 북클럽의 책들 대다수가 - 처럼 심각한 장식용 책이라 하겠다.

"1988년 ....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사놓고 읽지 않았다."

그리하여 체면을 차리기 위한 북클럽에 염증을 느낀 올드 빌리지의 그녀들이 새로운 북클럽을 결성하고, 그녀들은 점잖은 성경모임으로 가장한 채 연쇄살인과 유혈이 낭자한 범죄소설들을 함께 읽어간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북클럽 같지 않은 북클럽의 그녀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퍼트리샤는 벽장 안쪽에 책을 감쳤다. 그리고 닫힌 안방 문 너머에서 차례로 읽어나가는 동안 혼자서는 이 일을 결코 해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도움이 필요했다." (p.292)

매의 눈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매력적인 한 남자 제임스. 그는 냉혈한 본 모습을 감춘 채 남자들이 열광하는 사업수완과 아이들을 이해하는 척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금살금 그들의 일상속을 파고든다. 열혈 북클럽 엄마들이 그의 민낯을 보기 전까지... 꿈틀대는 제임스를 처리하는 비장함은 끝내주는 마무리였다.

"그들은 제임스 해리스보다 강하지 않았다. 더 영리하지도, 더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그들을 하나로 모았고, 수많은 이들이 실패했던 일을 해내게 만들었다. 퍼트리샤는 자신 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았다. 화이트와인을 놓고 책 얘기나 재잘대는 멍청한 남부 여자 무리. 편한 청바지에 축제용 스웨터 차림의 아이들 등하교 운전수, 까진 무릎을 호호 불어주는 사람, 허드렛일 담당자, 은밀한 산타클로스 겸 시간제 치아요정*. 뭐든 좋을대로 생각하라지" (p.632)

제임스와 호러북클럽의 다섯 엄마들이 대치하기까지의 전개가 살짝 늘어진감이 없진않았지만, 쥐떼의 습격이나 제임스의 다락방을 파헤치는 퍼트리샤의 모습은 지루한 전개를 순식간에 잊어버릴 정도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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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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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민낯을 보고 나서야 우리는 어른이 된다”

바람. 마지막 소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소년의 애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조폭으로 흔히 연상되는 역삼각형의 어깨를 지난 우락부락한 모습이 아니라 담백하게 말간 얼굴을 지닌 순진한 소년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조폭이라 하면 응당 곁에 두어야 할 담배도, 술도, 욕도 필요치 않은 폭력조차도 거부하며 그저 나이를 채워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입대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바람처럼 세상에 태어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열망한다.

"의미 따윈 중요하지 않아. 아싸리판에서는 말이야, 인과관계가 없어. 대한민국에서는 결과만 좋으면 돼. 성공만 하면 개 자식도 영웅이 되는 곳이니까." (p.125)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에 서 있는 19살 소녀 바람.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던 마약중독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엄마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쓰지만 그의 바람을 비웃듯 엄마는 약에 취해 그의 곁을 떠난다. 고아가 된 소년은 엄마에게 돈을 받기 위해 살벌한 협박을 건넸던 조폭 백기의 수하로 들어가고 타고난 싸움 실력을 발판으로 짧은 시간 이인자가 되어 조직을 장악한다.

“전 절대로 사람 안 죽여요.” 늘 싸움을 옆에 두고 살아야 하는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말간 영혼의 소년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조폭의 일상을 살아내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마음을 주던 여인의 억울한 죽음과 믿음으로 곁을 지켰던 보스의 행방불명뿐이었다.

보스가 행방불명된 조직은 한순간에 와해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던 소년은 자신의 숨죽임만으로 진실에 다가설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결코 진실을 포기할 수 없었던 소년은 행방불명된 보스를 찾아 나서고 진실에 성큼 다가서지만,,, 잔인한 세상은 어린 소년에게 추악한 진실의 민낯을 보여줄 뿐이다.

"인생에도 비슷한 절대 법칙이 있어. 착한 인간이 먼저 죽어. 악마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몸에 악원이 없으면 면역력 결핍으로 죽는 거야. 거지 같은 놈들한테 모욕만 당하다 저승으로 버려진다고." (p.277)

무엇이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기득권의 범죄와 그들과의 어두운 거래를 무심히 행하는 범죄조직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쫓는 신념에 찬 형사,,, 전형적인 범죄소설의 클리셰를 꽉 채우고 있음에도 담백한 모습의 어린 조폭 바람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골목 어귀 어딘가에서 무심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말간 얼굴의 소년의 하드캐리는 범죄 소설의 끝자락을 무심히 정화시키며 안녕을 고한다.

"오늘에야 알았어요. 결국···· 내가 죽였어요. 그게 이 사건의 반전이었어요. 만약 제가 이영선 씨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벌어지지 않았겠죠. 아니, 애초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수빈이도, 이영선 씨도, 형님도······ 지금쯤 다들 행복하게······." "바람아." 에·· 고개를 들었다. 마담이 그렇게 나를 부른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주제넘은 신도에게 일갈하는 성직자처럼 냉엄하게 말했다. "너 그렇게 대단한 존재 아니야." (p.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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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성선설
신동엽.김지연 지음 / 호우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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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동엽은 동물농장, 불후의 명곡, 안녕하세요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이미지와 부담스럽지 않은 섹드립 때문인지 점잖은 방송인 이미지보다는 야한 농담을 잘하는 개그맨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반갑지 않은 이미지일 수도 있겠으나 전문가와 함께 오디오 클립까지 운영하는 걸 보면 나름 색다른 전문 영역(?)을 만들어낸 찐 방송인이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속앓이를 해야 하는 궁금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신동엽의 성선설 - 성인을 위한 선물 같은 시간! 설마 이런 것까지? - 은 자타 공인 독보적 섹드립 캐릭터 신동엽과 산부인과 의사 언니 김지연이 진행하는 성교육 팟캐스트 '신동엽의 성선설'에서 다뤘던 사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팟캐스트를 들어보지 않은 탓에 가벼운 사연과 농담과 정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례들이려니 하고 읽기 시작한 나에게 '아차! 내가 쓸데없는 선입견이 있었구나!'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궁금하지만 솔직하게 물어볼 수 없었던 성(性)에 대한 궁금증들을 사연으로 다루면서 공감 가는 심리 상담과 함께 의사 언니 김지연의 전문상담이 더해진다. 팟캐스트의 '어른들을 위한 성교과서'라는 소개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 편 한 편 사연을 읽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사연들 대부분이 여성들의 사연이다. 예전보다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성(性)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환경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해지는 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까???

한 번쯤 궁금해했을 법한 60가지 사연은 자연스럽게 '설마 이런 것까지?'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다양하다. 아이의 성교육을 고민하는 엄마, 속궁합과 현실의 거리감 등 관계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진다. 사실 사연들을 읽으면서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놀란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들이 둘아나 있어 적당히 개방적인 상황을 쿠~울하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쉰을 앞둔 살짝 보수적인 엄마가 보기에는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사연 중에 책으로 엮어낼 사연을 추리다 보니 좀 센 사연들로 구성된 거겠거니 하며 놀란 마음을 살짝 달래본다.

사연과 함께 신동엽, 김지연의 대화 형식으로 서술된 사례들은 쉽게 설명된 의학 상식들과 함께 편안하게 읽혀서 좋다. 아직도 대놓고 읽기에는 살짝 쑥스럽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스러워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읽기를 끝낸다. '신동엽의 성선설' 팟캐스트 구독버튼 누르러 가야겠다~

"동엽 /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예술의 목적은 사물의 외관이 아닌 내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연 / 그럼 저는 이렇게 바꿀게요. '관계의 목적은 상대의 외관이 아닌 내적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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