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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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아이스러움 등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나 살아 있는 작은 것, 약한 것에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 (p.169)

귀여움을 견문록(보고 들은 사실을 기록하여 놓은 글/네이버 국어사전)으로 남길 수 있을까? 있다! '귀여움 견문록'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을 그려낸 '수짱'으로 많은 덕후를 탄생시킨 마스다 미리의 작품으로, '정중한 태도로 귀여움에 대해 견문' 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통통 튀는 귀여움과 견문의 연결을 정중함으로 정의하며, 세상에 흩어진 온갖 귀여움을 수짱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흔한 돌멩이 하나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반짝이는 보물이 되어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다. '귀엽다' 아무 날도 아닌 날을 행복한 날로 만들어 주고,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돌멩이를 보물로 만들어주는 것은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무심히 보아 넘기고 있는지,,, 일상에서의 귀여움을 찾아간다는 건 아마도 천천히 오래도록 주변을 살피는 일일 터이다.

"읽던 중인 책에 끼워두는 가름끈도 일종의 이정표다. 다만 것은 독자가 읽던 책으로 돌아갈 때의 이정표다." (p.105)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을 무심히 바라보며 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위로를 받는다. 부단히도 종종거리며 애쓰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너그러운 바람을 느껴보라고 다독인다. '귀엽다'라는 '예쁘다', '멋있다' 와는 사뭇 다른 말이다. 평범함이 아닌 동경의 뜻을 담은 예쁘다, 멋있다와 달리 귀엽다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흔쾌히 허용되는 표현이다. 그만큼 거리감을 좁힌 가까운 표현이리라.

"어떡하지, 지금 사방치기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 시절처럼 열심히 해보고 싶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와 사방치기를 하면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랑스러운 옆얼굴이 보일지도 모른다. 같이 놀자고 하면 "할래, 할래!" 하고 참가할 것 같은 친구는 몇 명 있지만, '켄켄······파!' 하며 뛰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것 같아 왠지 무서워져서· (나도 포함) 그냥 돌만 차는 사방치기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p.43)

아이, 반려동물 그리고 많은 캐릭터들까지,,, 귀여움을 담아내는 것들에 대한 거리감은 '0'에 수렴한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 어린 생명들에 대한 예찬이다.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기뻐할 수 있는 여리고 작은 것들에 대한 찬사!' 귀여움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열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나에게 온전히 의존하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나의 아이들이 그 첫 번째일 것이며, 귀엽지는 않지만 든든히 나를 바라보는 남편이 그러할 것이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볼 때마다 꼬리가 떨어질까 무서울 정도로 나를 반기는 반려견과 잠자리를 지켜주는 애착 인형 - 다 늙어 아직도 애착 인형을 찾는 게 부끄럽지만 - 이 존재만으로 나에게 기쁨을 준다.

붕어빵을 먹는 순서가 머리가 먼저인지 꼬리가 먼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한 붕어빵을 먹는 시간이 소중하고, 대롱대롱 매달린 보풀이 귀엽다기보다는 보풀이 일어날 때까지 나와 함께해 준 스웨터의 추억이 소중할 것이리라. 일상의 작은 것들을 천천히 오래 바라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기쁨을 줄 수 있는 귀여운 존재가 되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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