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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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 비해 - 주관적인 판단으로 -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선호하는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왠지 '책 읽기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두꺼운 고전과 점잖은 인문학 서적은 모두 섭렵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고백을 담은 가벼운 자기개발서와 흥미진진한 추미스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진정성 있는 독서를 하시는 분들께 민폐를 끼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남들에 비해 조금 긴 출퇴근 길과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제일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은 나의 독서는 주관적으로 매우 가볍다 하겠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나의 주관적인 독서 성향이 굉장히 많이 반영되어 있다. 덕분에 7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지치지 않고 완독할 수 있었다. 1988년 부터 1997년까지 10여년간 이어진 주부들의 북클럽 활동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그녀들을 극적으로 그리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님에도 여성에 대한 다소 편파적인 시각이 아쉽다.

심심할 정도로 평화롭기만 한 미국 남부도시 찰스턴의 올드 빌리지. 퍼트리샤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주부의 무료(?)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북클럽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심지어 이번회기 북클럽을 진행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일상을 살아내느라 이번회기에 주제로 선정된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이여'를 첫 장조차 넘기지 못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대다수 북클럽 회원들이 이번회기의 책을 읽지 못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아우라 - 비단 이번회기의 책 뿐만아니라 올드 빌리지 북클럽의 책들 대다수가 - 처럼 심각한 장식용 책이라 하겠다.

"1988년 ....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사놓고 읽지 않았다."

그리하여 체면을 차리기 위한 북클럽에 염증을 느낀 올드 빌리지의 그녀들이 새로운 북클럽을 결성하고, 그녀들은 점잖은 성경모임으로 가장한 채 연쇄살인과 유혈이 낭자한 범죄소설들을 함께 읽어간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북클럽 같지 않은 북클럽의 그녀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퍼트리샤는 벽장 안쪽에 책을 감쳤다. 그리고 닫힌 안방 문 너머에서 차례로 읽어나가는 동안 혼자서는 이 일을 결코 해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도움이 필요했다." (p.292)

매의 눈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매력적인 한 남자 제임스. 그는 냉혈한 본 모습을 감춘 채 남자들이 열광하는 사업수완과 아이들을 이해하는 척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금살금 그들의 일상속을 파고든다. 열혈 북클럽 엄마들이 그의 민낯을 보기 전까지... 꿈틀대는 제임스를 처리하는 비장함은 끝내주는 마무리였다.

"그들은 제임스 해리스보다 강하지 않았다. 더 영리하지도, 더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그들을 하나로 모았고, 수많은 이들이 실패했던 일을 해내게 만들었다. 퍼트리샤는 자신 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았다. 화이트와인을 놓고 책 얘기나 재잘대는 멍청한 남부 여자 무리. 편한 청바지에 축제용 스웨터 차림의 아이들 등하교 운전수, 까진 무릎을 호호 불어주는 사람, 허드렛일 담당자, 은밀한 산타클로스 겸 시간제 치아요정*. 뭐든 좋을대로 생각하라지" (p.632)

제임스와 호러북클럽의 다섯 엄마들이 대치하기까지의 전개가 살짝 늘어진감이 없진않았지만, 쥐떼의 습격이나 제임스의 다락방을 파헤치는 퍼트리샤의 모습은 지루한 전개를 순식간에 잊어버릴 정도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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