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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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사는 나한테 '운동'이라는 단어는 금기어다. 운동은 40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미뤄둔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끼게 된 어느 순간부터 어쩌면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을 펼친지 얼마 안된 시점에 등장한 ( )안의 문장. 대박이다. "잊지마, 헬스클럽 당시 등록의 꽃말은 기부야" 어쩌면 이런 찰떡같은 표현이 있을까, 격한 공감을 요구하면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읽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가깝지, 편하지, 저렴하지 이렇게 낮은 문턱으로 나의 입장을 환영하는 헬스클럽 등록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왜? 그래도 운동을 위해 발은 걸치고 있다는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문턱 낮은 헬스클럽 등록도 한없이 귀찮기만 하다.

여성에게 한정해서 적용되는 운동=다이어트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의 출발이며, 운동을 그만두게 하는 원인이 되는지를 쉼없이 말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에 백프로 동의한다. 운동의 목적을 '다이어트', 'S라인 몸매'에 한정하고 있다보니 운동의 필요성 역시 아주 제한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나 역시 예쁘지 않고 통통한 몸매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유지하고 있다. 365일 말로만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꼭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절박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이어트? 운동은 됐고 굶지뭐!' 이런식이다.

"사회가 딸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이 포함된다는 것은 기괴하고 명백하다." (p.76)

글의 중간중간 기술되고 있는 것처럼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2박3일을 한숨도 안자고 미친 듯이 놀고, 일해도 체력이 바닥나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월을 피해갈 수 있는 장사는 없는 지라 나도 1~2년 전부터는 조금만 늦게까지 놀아도, 일이 조금만 늘어나도 몸이 축축처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나의 몸에서 비축해둔 체력이 바닥났다고 알려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근래에는 마라톤과 골프에 정착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있는 울집 남편도 과할 정도로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갖는 운동유목민이다. 얼마 하지도 않고 그만둘꺼면서 시작하는 운동마다 장비를 갖추곤 해서 내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다. 사회인 야구를 시작할 때는 글러브와 배트를 준비하고 배트를 두어번 휘둘러 보더니 때려치우고, 볼링이 유행일 때는 볼링화를 냉큼사고 볼링공을 알아보고 있다가 그만뒀다. 인라인, 축구, 등산 등등 쉼없이 유행하는 운동에 발을 담궜다가 빼곤한다. 하지만 우리 남편이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가지 운동의 장기전에는 약하지만 운동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거다. 그래서 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부러울 정도로 짱짱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증거와 함께 살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대체 어찌해야 하나, 참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큰 결심을 하고 남편의 등산길에 동행한 적이 있다. 어기적 거리면서 따라가던 나는 이제 10분 남았다는 거짓말을 열번쯤 듣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남편의 무리한 욕심 덕분에 나의 두번째 등산이 실행되지 않는건 당연한 결과였다.

"운동에도 궁합이 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 잘하지만 싫어하는 것, 즐기지만 오래할 수 없는 것..." (p.47)

나도 홈트의 시작 '이소라 다이어트비디오'의 구매자 중 한사람 이었다. 비록 몇일 못하고 끝내긴 했지만 그시절 스쿼드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얼마전 기억을 더듬어 스쿼드를 시작했었다. 하루 스쿼드 100개 100일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100개의 스쿼드는 생각보다 고난이도 였다. 하루 100개가 80개가 되고 40개가 되고 20개가 되었다가 한달을 못채우고 그만뒀다. 직장에서 또래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고 잠깐 쉬는 시간에 우연히 운동이야기가 나왔고 나와 마찬가지로 숨쉬기 운동의 대표주자였던 한 친구가 최근 시작한 운동에 대해 우스개 소리처럼 한 이야기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루 한개씩 스쿼드를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내키면 4~5개씩 하면서 늘려간다고, 하루 한개씩이라 약속을 어길 일이 없다'며 뿌둣해하고 있었다.

신박한 방법일쎄, 하루 한개씩이면 부담없이 홈트라는 이름으로 실천할 수 있겠군. 그러나 여전히 말뿐, 내 체력도 얼렁뚱땅 충전될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망상과 함께 오늘도 나는 숨쉬기 운동만 실천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길 가다 돈 주우세요, 하는 일 모두 얼렁뚱땅 잘되세요!" (p.102)

책을 읽으면서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나이 50을 가까이 두고도 아무 시도도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번번히 100일을 채우지 못하지만, 다시 또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게 하는 책읽기 였다. 이번엔 10일을 목표로 운동장 걷기라도 시작해 봐야 겠다.

"운태기가 와서 드러눕더라도, 누가 귀에 대고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고 속삭이면 벌떡 일어나 맨손체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틈만 보이면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 하는 이 운동 유목민을 감시해 주세요." (p.250)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북툰 보러 가기 : http://bit.ly/321oH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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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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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은 제목처럼 인터넷의 편리함 뒤에 가려져 있는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넘겨버리기 쉬운 인터넷의 보안에 대해 다룬 글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테블릿, 노트북 등 개인 정보통신장치 뿐만 아니라 IoT라 일컷는 사물인터넷까지 첩첩산중으로 둘러쌓인 인터넷의 세계에 살고 있다.

최근 아동 음란물 유포사이트를 운영하던 한국인 손모씨가 검거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사건이 있었다. 다크웹으로 숨겨져 있던 최대의 아동음란물사이트가 발각되고 운영자는 처벌을 받았으나,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데 분노한 대중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고 정부 답변기준 20만명을 훌쩍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내기도 했다.

제목만으로도 어두침침하고 뭔가 부정적인 것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다크웹, 나 같은 무지한 사람들은 찾아 들어가기도 어렵겠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헤어나기도 어려운 늪과 같은 암흑의 세계로 추측된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잠시 잠깐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만큼 인터넷, 정보통신망에 포위되어 있다. 물론 인터넷의 순기능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하니도 빠짐없이 감시되고 있다면?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나를 엿보고 있는 것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일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미국의 애국자법 사례와 같이 합법적이기까지 하다.

"근본적인 자유와 보안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를 의미심장하면서, 점점 더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주제이다." (p.107)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자유이용소프트웨어는 사용자에게 코드의 이해, 공유, 변경, 변형된 프로그램 개발의 자유를 부여한다. 이로 인해 많은 프로그래머들은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 유용한 프로그램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유이용소프트웨어, 오픈소스는 그 어떤 보호도 제공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테스트 이후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방식(전산조작)으로 디젤게이트를 일으켰던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감사, 감수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많은 이들이 디젤게이트 사례를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자유이용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를 사용할 것을 적극 호소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진행 중인 폭스바겐 사건의 내려질 판결이 변화를 가져올 충분한 계기가 되길 고대할 뿐이다." (p.143)

또 하나의 주요이슈로 보안의 취약점을 활용하여 활동을 하고 있는 해커들을 빼놓을 수 없다. 초기 해커들은 범죄조직의 대표적인 두뇌로 활동하는 부정적인 이슈로만 다뤄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활동 양상에 따라 정보보안전문가로 분류되는 흰모자-화이트해커, 보안을 뚫어 악의적인 일에 사용하는 나쁜사람들 검은모자-(블랙)해커, 선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하는 회색모자-핵티비스트로 분류되고 있다.

이외에 새로운 형태의 언론, 새로운 방식의 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위키리스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각종 디지털 도구들을 활용하여 정보보안을 뚫은 익명의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문서유출이 일어나고 이렇게 유출된 문서가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 위키리스크이다. 초기의 위키리스크는 모여진 날 것 그대로의 정보를 유통하고 있었다면 2010년 4월 부수적 살인 공개를 계기로 미디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인터넷의 편리성과 막대한 정보공유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명의 이기다. 못 뚫는 것이 없는 창과 못 막는 것이 없는 방패와 같은 것이 인터넷의 정보와 보안기술이라 할 것이다. 인터넷의 세상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면 나의 정보를 지킬 수 있는 깨어있는 사용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신과 나는 디지털 시대의 신뢰를 둘러싼 쟁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p.412)

나의 안전한 디지털라이프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용어가 많은데다가 보편적인 관심분야가 아닌지라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책이다.

나처럼 인터넷 보안기술과 관련한 지식이 미약한 수준의 독자라면 자칫 읽다가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지식수준이 미약한 독자라면 책에 언급된 사건 검색 등을 통한 흥미유발 노력과 주제별로 끊어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다소 어렵지만 안전한 디지털라이프를 위해 한번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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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 - 불안과 분노, 꼬인 관계로 속이 시끄러운 사람을 위한 심리 수업
조우관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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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감정이 어떤 감정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하는 의문으로 책을 읽기로 한다. 나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은 ‘감정’이라는 상태를 내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나의 것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감정을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손님’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껏 소란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나에게 찾아온 손님을 무례하게 내 것인양 굴었기 때문에 나이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더커리어스쿨과 미인컴퍼니 대표로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진로.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상담과정에서 만난 감정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상담사가 되고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감정을 오해하고 상처받는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러유형의 관계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대처해야 한다. 질투라는 같은 상황에도 건강하게 대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다. 질투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질투라는 감정으로도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곤 한다. 반면 질투를 건강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자람은 질투를 통해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아오르는 질투,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무작정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속 시끄러운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불편한 감정에 휘둘려서 일상을 방해받지 말라는 조언일 듯 하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한 감정 또한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3대이상이 연결되어 질 수 밖에 없는 감정고리에 대한 대처방법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부정적 자극을 받을 때면 ‘나는 아이에게는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만, 내가 부모가 된 지금 나의 양육태도를 들여다 보면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부정적 자극을 그대로 아이에게 토해 내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대물림 되게 하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간에 감정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의 힘으로 행동할 기회를 박탈당할 때가 많다. 그런 상태로 성이이 된 그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적이 없던 그들에게 질문을 할 줄 모른다고 면박을 주는 교수들도 있다.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쳐 놓고 말이다.” (p.124)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다보면 이유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 나 또한 내가 이유없이 싫거나, 나를 이유없이 싫어 한다고 느끼게 되는 사람이 생기곤 한다. 그럴 때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 보기도 하고, 나의 비뚤어진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기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나의 마음에 짜증을 내곤 한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는지 ‘이유가 없다면 무시’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오롯이 ‘나의 감정’을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들여다보고 나를 위해 대처하라는 이유이리라.

“누군가를 싫다고 느끼는 순간, 당신의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에 시달린 과거의 당신이 현재의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p.69)

나는 혼밥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아주 가끔 자발적 혼밥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혼밥을 싫어한다. 혼밥이 보편적이 되어가고 있는 문화가 익숙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혼밥을 하고 있으면 영혼이 메말라 가는 우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이 탓인가 편한 사람들과 적당히 상사 욕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가면서 먹는 밥이 좋다. 가끔은 다른사람의 투덜거림을 계속 들어줘야 하는게 짜증날 수도 있지만 같이 밥은 같이 먹자. 자고로 사람은 먹을 때 친해지는 법이다. 물론 적당한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혼밥이 아닌 떼밥이 필요합니다.” (p.128)

내가 감정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통제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든, 슬프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감정이든 내 집에 찾아온 손님으로 맞아 잘 지내다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그냥 잠시 있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p.177)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통제하지 말라고 하는 조언이 새롭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끼는 감정이 내것이 아니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내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고 있어서 지금껏 내가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내것이 아닌 감정에 휘둘려 땅굴파지 말고 소란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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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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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두툼한 소설책이다. 근래에 두껍지 않은 책만 읽다가 렌의 두께에 잠시 추춤한다. 파란색 바탕에 베이지색 꽃봉오리로 장식된 책 표지는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이라는 부제 때문인지 무척 낭만스러워 보인다.

우리의 미스터 렌은 저자 싱클레어 루이스가 초기에 쓴 장편소설로 사실적인 묘사와 유머, 풍자 등을 유쾌한 문체로 쓰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행도서 읽으면서 언젠가는 세계 여행을 꿈꾸며, 무료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기념품과 장식 소품 컴퍼니의 열정적인 직원 렌의 자아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다소 무뚝뚝하고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운 렌은 여행도서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부족한 자금과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

렌이 생각하는 여행은 직원들에게 무례한 길포글에게 멋지게 사표를 던지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로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신과 동등한 권력을 가진 것 같다고 여기는 길포글에게 시달리는 근무시간을 마치고 가끔은 혼자서 니켈리온 극장의 연극을 보면서 외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니켈리온 극장의 검표원 모제스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고 있는 렌의 생각이 마음속으로는 친구가 되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렌의 본모습 아닐까 싶다.

무료한 생활을 하던중 유산으로 상속받은 저택이 팔려 뜻하지 않게 940불(소설적에서는 엄청큰 돈으로 표현, 렌의 주급이 19불 정도)이 생기고, 상상만 하던 여행을 시작한다.

성실하지 못하다고 나무라는 길포글에게 사표를 던지고 여행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조금쯤 빈둥거리는 렌이 첫 여행지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 ‘남자일꾼구함’, 낭만적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렌은 영국으로 출발하는 가축운반선의 구인글을 보고 외친다.

“내 첫 번째 여행지를 신이 골라주셨어.” (p.58)

무기력하고 시큰둥하던 렌이 무한 긍정으로 변하기 시작한 출발이 되는 외침이다. 우여곡절을 격고 가축운반선에 오른 렌은 첫 번째 친구 모튼을 만나게 되고, 빌 렌이 되어 가축운반선 일꾼들과 싸우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소극적으로만 행동하던 렌이 세상으로 한발 내딛는 더럽고 냄새나는 가축운반선과 거친 일꾼들과 부딪치면서 세상에 부딪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같다.

“그러면 좀 어때? 모튼, 들어봐. 난 이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 평생 내 소원은 딱 하나였어. 하지만 더 좋은 소원이 생겼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살아오면서 친구를 별로 많이 사귀지 못했어. 어쩌다 보니 넌 내가 살면서 만났던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지. (중략) 친구가 된다는 건 그런 거잖아.” (p,92)

함께 여행하기를 원하는 렌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하는 새친구 모튼과 헤어지고 여행지 영국에서 렌에게 또 한번의 변화를 불러일이키는 이스트라를 만난다. 이스트라와 충동적인 도보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도중 이스트라는 편지한장만 남기고 떠나버린다. 이스트라가 떠난 후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못이겨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이제는 그의 행복 공식이 될 두 문장을 생각해 냈다. ‘저녁에 집에 함께 갈 사람’, 그리고 또 다른 하나.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할 동료’ 마치 모든 인생에 대한 모든 설계가 끝난 기분이었다.” (p.116)

생각보다 짧은 여행을 끝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떠나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렌. 수동적으로 충실하게만 일하던 직장에서는 본인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고, 새로 사귄 친구들이 렌의 일부가 되어간다.

깜짝 방문한 이스트라 때문에 잠깐의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새로운 하숙집 아티 하우스에서 만난 넬리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행복하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우리의 낭만신사 렌이 일탈처럼 시작했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자기를 찾아 성장하는 모습이 의미있는 글이었다.

소설의 초반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렌이 여행을 시작한 이후의 감정변화와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들과 서투르게 교감하는 글이 공감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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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배민경 그림 / 멘토프레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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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에디션은 김은상작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묘 델마를 추모하면서 지난 3월 출간한 동명의 소설에 일러스트를 포함해서 재발간한 소설이다.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고양이 일러스트와 함께 반려묘와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돤 소설이다.

김은상작가는 2015년부터 루이스, 브래드, 두두, 삐삐 네 마리의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서 알레르기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달고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마다 길냥이들에게 밥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반려묘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주변의 길냥이들에게까지 마음이 쓰이겠지만서도 내가 만약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양이 델마에게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1인칭 화법으로 쓰여진 델마는 주인공 소년과 그의 고양이, 그녀의 첫사랑 경화와 이름 모를 길고양이, 성인이 되어서 만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고양이, 업무 때문에 알게된 남자와 그의 헤어진 여자친구, 그리고 어렸을 때는 신나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골초등학교에 보내고, 이혼 후 공부에 집착하는 교육열을 보이는 그의 엄마와 그녀의 고양이 마음이에 대한 사랑과 애증, 갈등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각각의 등장인물간 개연성을 잇는 일이 조금 어려운 글이었다.

고양이가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나의 무릎 위로 올라와서 가르릉 거리고 있는 건지, 나에게 올때마다 조금씩 상처가 늘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서 나에게 오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릎쓰고 있다고 말함다. 이런 고양이와의 사랑을 말하는 걸까 화자는 점점 고양이가 되어가고 있다.

“고양이가 누군가의 무릎에 앉는다는 건 자신의 생명을 맡긴다는 뜻과 같아.” (p.57)

“고양이를 쓰다듬어 보면 알 수 있어. 작고 약한 동물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p.57)

늦잠으로 출근을 서두른 날, 어른이 된 소년은 델마와의 아침인사를 소홀하게 하고, 하필이면 꼭 필요한 저녁자리가 생겨 늦은 귀가를 했을 때 사라져버린 고양이 델마. 이로 인한 상실감과 가출했던 델마가 걸어서 나에게 오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입은 사실을 알게되고, 안락사를 권유하는 의사에게 슬픔에 못이겨 거친 반항을 하지만 델마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만다. 어른이 된 소년은 델마가 나빠질까봐 안아주지 못한 어제를 애달프게 후회한다. 마음껏 사랑해 줄걸, 마음껏 안아줄걸....

“나에게 마지막 인사로 체취를 남길 때 그 고양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때는 나만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고양이가 더 슬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p.101)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아’와 ‘어’는 엄연히 다르다는 작가의 행간을 읽을 수 없었다. 같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다르다고 말하지 않아도 다른 것을 왜 굳이 빈번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간혹 회자되는 조금 난해하고 어렵다는 나도 다르지 않음에 위안을 삼아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짧게 빨리 읽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시처럼 소설처럼 쓴글이라 두세번의 완독이 필요한 글이다. 하지만 지난 봄 발행된 소설과 달리 추가된 일러스트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모습과 고양이를 사랑하는 소년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오늘도 나의 퇴근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우리집 반려견을 떠올리면서 델마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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