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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 - 불안과 분노, 꼬인 관계로 속이 시끄러운 사람을 위한 심리 수업
조우관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0월
평점 :
소란한 감정이 어떤 감정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하는 의문으로 책을 읽기로 한다. 나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은 ‘감정’이라는 상태를 내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나의 것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감정을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손님’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껏 소란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나에게 찾아온 손님을 무례하게 내 것인양 굴었기 때문에 나이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더커리어스쿨과 미인컴퍼니 대표로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진로.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상담과정에서 만난 감정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상담사가 되고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감정을 오해하고 상처받는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러유형의 관계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대처해야 한다. 질투라는 같은 상황에도 건강하게 대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다. 질투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질투라는 감정으로도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곤 한다. 반면 질투를 건강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자람은 질투를 통해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아오르는 질투,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무작정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속 시끄러운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불편한 감정에 휘둘려서 일상을 방해받지 말라는 조언일 듯 하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한 감정 또한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3대이상이 연결되어 질 수 밖에 없는 감정고리에 대한 대처방법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부정적 자극을 받을 때면 ‘나는 아이에게는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만, 내가 부모가 된 지금 나의 양육태도를 들여다 보면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부정적 자극을 그대로 아이에게 토해 내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대물림 되게 하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간에 감정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의 힘으로 행동할 기회를 박탈당할 때가 많다. 그런 상태로 성이이 된 그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적이 없던 그들에게 질문을 할 줄 모른다고 면박을 주는 교수들도 있다.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쳐 놓고 말이다.” (p.124)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다보면 이유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 나 또한 내가 이유없이 싫거나, 나를 이유없이 싫어 한다고 느끼게 되는 사람이 생기곤 한다. 그럴 때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 보기도 하고, 나의 비뚤어진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기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나의 마음에 짜증을 내곤 한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는지 ‘이유가 없다면 무시’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오롯이 ‘나의 감정’을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들여다보고 나를 위해 대처하라는 이유이리라.
“누군가를 싫다고 느끼는 순간, 당신의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에 시달린 과거의 당신이 현재의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p.69)
나는 혼밥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아주 가끔 자발적 혼밥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혼밥을 싫어한다. 혼밥이 보편적이 되어가고 있는 문화가 익숙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혼밥을 하고 있으면 영혼이 메말라 가는 우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이 탓인가 편한 사람들과 적당히 상사 욕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가면서 먹는 밥이 좋다. 가끔은 다른사람의 투덜거림을 계속 들어줘야 하는게 짜증날 수도 있지만 같이 밥은 같이 먹자. 자고로 사람은 먹을 때 친해지는 법이다. 물론 적당한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혼밥이 아닌 떼밥이 필요합니다.” (p.128)
내가 감정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통제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든, 슬프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감정이든 내 집에 찾아온 손님으로 맞아 잘 지내다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그냥 잠시 있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p.177)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통제하지 말라고 하는 조언이 새롭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끼는 감정이 내것이 아니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말이다. 내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고 있어서 지금껏 내가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내것이 아닌 감정에 휘둘려 땅굴파지 말고 소란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