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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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사는 나한테 '운동'이라는 단어는 금기어다. 운동은 40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미뤄둔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끼게 된 어느 순간부터 어쩌면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을 펼친지 얼마 안된 시점에 등장한 ( )안의 문장. 대박이다. "잊지마, 헬스클럽 당시 등록의 꽃말은 기부야" 어쩌면 이런 찰떡같은 표현이 있을까, 격한 공감을 요구하면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읽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가깝지, 편하지, 저렴하지 이렇게 낮은 문턱으로 나의 입장을 환영하는 헬스클럽 등록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왜? 그래도 운동을 위해 발은 걸치고 있다는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문턱 낮은 헬스클럽 등록도 한없이 귀찮기만 하다.

여성에게 한정해서 적용되는 운동=다이어트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의 출발이며, 운동을 그만두게 하는 원인이 되는지를 쉼없이 말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에 백프로 동의한다. 운동의 목적을 '다이어트', 'S라인 몸매'에 한정하고 있다보니 운동의 필요성 역시 아주 제한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나 역시 예쁘지 않고 통통한 몸매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유지하고 있다. 365일 말로만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꼭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절박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이어트? 운동은 됐고 굶지뭐!' 이런식이다.

"사회가 딸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이 포함된다는 것은 기괴하고 명백하다." (p.76)

글의 중간중간 기술되고 있는 것처럼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2박3일을 한숨도 안자고 미친 듯이 놀고, 일해도 체력이 바닥나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월을 피해갈 수 있는 장사는 없는 지라 나도 1~2년 전부터는 조금만 늦게까지 놀아도, 일이 조금만 늘어나도 몸이 축축처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나의 몸에서 비축해둔 체력이 바닥났다고 알려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근래에는 마라톤과 골프에 정착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있는 울집 남편도 과할 정도로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갖는 운동유목민이다. 얼마 하지도 않고 그만둘꺼면서 시작하는 운동마다 장비를 갖추곤 해서 내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다. 사회인 야구를 시작할 때는 글러브와 배트를 준비하고 배트를 두어번 휘둘러 보더니 때려치우고, 볼링이 유행일 때는 볼링화를 냉큼사고 볼링공을 알아보고 있다가 그만뒀다. 인라인, 축구, 등산 등등 쉼없이 유행하는 운동에 발을 담궜다가 빼곤한다. 하지만 우리 남편이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가지 운동의 장기전에는 약하지만 운동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거다. 그래서 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부러울 정도로 짱짱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증거와 함께 살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대체 어찌해야 하나, 참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큰 결심을 하고 남편의 등산길에 동행한 적이 있다. 어기적 거리면서 따라가던 나는 이제 10분 남았다는 거짓말을 열번쯤 듣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남편의 무리한 욕심 덕분에 나의 두번째 등산이 실행되지 않는건 당연한 결과였다.

"운동에도 궁합이 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 잘하지만 싫어하는 것, 즐기지만 오래할 수 없는 것..." (p.47)

나도 홈트의 시작 '이소라 다이어트비디오'의 구매자 중 한사람 이었다. 비록 몇일 못하고 끝내긴 했지만 그시절 스쿼드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얼마전 기억을 더듬어 스쿼드를 시작했었다. 하루 스쿼드 100개 100일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100개의 스쿼드는 생각보다 고난이도 였다. 하루 100개가 80개가 되고 40개가 되고 20개가 되었다가 한달을 못채우고 그만뒀다. 직장에서 또래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고 잠깐 쉬는 시간에 우연히 운동이야기가 나왔고 나와 마찬가지로 숨쉬기 운동의 대표주자였던 한 친구가 최근 시작한 운동에 대해 우스개 소리처럼 한 이야기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루 한개씩 스쿼드를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내키면 4~5개씩 하면서 늘려간다고, 하루 한개씩이라 약속을 어길 일이 없다'며 뿌둣해하고 있었다.

신박한 방법일쎄, 하루 한개씩이면 부담없이 홈트라는 이름으로 실천할 수 있겠군. 그러나 여전히 말뿐, 내 체력도 얼렁뚱땅 충전될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망상과 함께 오늘도 나는 숨쉬기 운동만 실천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길 가다 돈 주우세요, 하는 일 모두 얼렁뚱땅 잘되세요!" (p.102)

책을 읽으면서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나이 50을 가까이 두고도 아무 시도도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번번히 100일을 채우지 못하지만, 다시 또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게 하는 책읽기 였다. 이번엔 10일을 목표로 운동장 걷기라도 시작해 봐야 겠다.

"운태기가 와서 드러눕더라도, 누가 귀에 대고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고 속삭이면 벌떡 일어나 맨손체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틈만 보이면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 하는 이 운동 유목민을 감시해 주세요." (p.250)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북툰 보러 가기 : http://bit.ly/321oH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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