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웃기는 연극 움직씨 만화방 1
앨리슨 벡델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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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펼치고 혼란스러움과 맞닥뜨렸다.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그림체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를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한 것을 아주 살짝 후회하면서, 첫장 읽기를 여러번 시도한 끝에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한 어려운 책읽기 였다. 아직 내게 퀴어문학은 무리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책이었다.

'당신 엄마 맞아?'는 타임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회고록 '펀 홈'의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인 여성 서사로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대모이자 잡지 '미즈'의 창립자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버지니아 울프 소설의 그래픽노블 판이며 모든 여성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찬사를 보낸 책이다. 이렇게 찬사를 받은 책인걸 보면 어렵지만 읽어봐야 하는 책인걸로.... ^^;;

엄마와 딸의 대화를 중심으로 글과 그림이 이어진다. 대화라기 보다는 엄마가 쏟아내는 말을 딸이 받아 적는 형태이다. 엄마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엄마의 회고록이라서 딸의 모습이 이렇게 그려지는 게 아닐까 싶다. 양성애자인 남편과 레즈비언인 딸을 둔, 이성애자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딸의 마음일것 같다. 엄마와 딸의 대호와 함께 글의 한축으로 정신분석가 캐롤과의 상담, 상담의 주요 주제로 사용되는 꿈에 대한 대화가 글의 중심으로 쓰여지고 있다. 자신의 심리상태, 꿈의 해석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게 된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모유수유의 단절을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거절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먼저 거절하는 패턴을 만들기 위한 시작한 시점으로 서술한다. 아무것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건 아닌 사건을 모녀 사이의 관계를 단정짓는 패턴으로 이해하는 관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플렉시글라스 돔. 앨리스와 심리치료사간의 약어. 엄마의 퇴근, 엄마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거나 엄마를 자신과 단절시키는 출발점이었을까? 분리될 수 없는 엄마와 딸을 분리하려는 강박으로 이해된다. 모녀지간이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계로 받아들여진다. 엄마의 특정행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딸과의 단절 시점으로 엄마의 퇴근을 정의한다.

"엄마가 전용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책 읽는 모습이 보이지만 말을 걸어서는 안 돼요. 엄마는 '퇴근' 했거든요." (p.135)

일기를 쓰는 것이 자신과의 거리를 두기 위한 방편이며, 엄마 또한 일기 쓰기의 장려를 통해 딸이 자신과의 거리 두는 것에 공모하고 있다고 심리상담사는 분석한다. 일기에 대한 특별한 해석으로 이해 되지만, 앨리스의 심리 상담을 통해 끌어낸 이야기니 의미있는 해석이라 여겨진다. 다만, 아이러니하게 앨리스는 일기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여긴다.

양성애자인 남편, 레즈비언 딸... 예전에 비해 생물학적인 성을 넘어, 사회적인 성을 보는 시각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벽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와 글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회고록 덕분에 남편이 양성애자인게 회자되고 딸이 레즈비언인게 알려진 엄마는 무심한듯 어려움을 겪어 내고 있다. 딸의 행복을 위해서가 이유이지 않을까...

"엄마의 배우 생활을 떠올리면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물을 연기하는 대신, 나 자신을 연기할 뿐이다. 안다. 엄마는 당신 자신에 관한 책을 안 쓰길 바란다." (p.240)

"마침내 나는 엄마를 파괴했고 엄마는 파괴로부터 살아남았다." (p.291)

끝까지 다 읽고도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나?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긴 어렵다. 다만, 엄마와 딸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그녀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을 것이며, 그녀들은 서로를 무심한듯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설명과 함께 조금 난해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 읽기 쉽지 않다. 새로운 영역의 책읽기 도전으로 삼고 읽어본다면 어렵지만 새로운 경험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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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 부정적 감정을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
요시다 다카요시 지음, 송소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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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소를 지은 사람이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머리의 솥뚜꼉을 열어 머리를 식히고 있다. 재미있는 그림이다. 아무렴 그렇지! 화가 나면 삭혀 없애고 분노가 끓어오르면, 끓어 넘치게 하든, 식히든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게 이치에 맞다.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는 분노라는 감정에 보통의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분노의 정체를 설명한다. 분노라는 감정이 꼭 필요한 감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이라 여기고 덮어버리거나 감추거나 해버리는 분노에 대한 대처법이 옳지 않음을 말한다. '분노 관리 매뉴얼'에 대한 학습을 통해 꼭 필요한 감정인 분노를 잘 다룰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는다.

"막 먹으려고 하는 찰라에 적이 나타났다. (중략)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는가? 죽을 힘을 다해 고기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 이때 인간의 뇌는 신체에 자동으로 '행동'을 개시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중략) 이것이 분노의 정체다." (p.19)

적기에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쌓아 두다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경험이 있다. 분노(화)는 안좋은 거니까, 내가 화 난걸 다른 사람이 알면 안되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내 속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화산 폭발하듯 분노를 표출한다. 그 결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곤 한다. 차라리 그때그때 화를 내고 화내는 이유를 말했다면 껄끄러운 관계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폭발하듯(반드시 3분 이내) 분노를 들어내고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수습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럴 수 있었더라면 나도 상처받지 않고 사람도 잃지 않았텐데 말이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최초의 원시적 분노를 무리하게 누르지 않는 편이 좋다. 우선 화가 나면 화를 내서 자신의 감정을 말끔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다음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두 가지를 확실히 해 줄 필요가 있다." (p.51)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가 우울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우을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암흑의 동굴로 숨어 버리곤 한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중 하나가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분노를 제대로 제때 분출해 내지 못하고, 안으로 화를 쌓게 되고 그렇게 쌓인 분노가 우울감으로 둔갑하여이 마음의 감기로 나를 공격한다. 화내지 않는 것이 절대적인 방법이 아님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가능하다면 분노를 덮으려고만 하지말고 어떤 방법이든 표현하고 없애는 제어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 할 것이다.

"분노는 자신에게 문제 해결을 기회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신호다. 무리해서 억제해야 하는 감정이 아니면 장기간 쌓아둬서도 안 된다." (p.87)

'항상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책을 읽는 동안 제일 맘에 와닿는 문장이다. 사회생활을 잘 하고 싶은 목적으로 나는(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때 화내지 못하고, 심지어 항상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해서 말이다. 상사들로부터 '우리 ㅇㅇ은 무슨 말을 해도 노여움을 안타서 좋아'라는 말을 듣곤 했다. 얼마나 로봇처럼 감정없이 사람들을 대했으면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싶다. 나도 사람이라 짜증나는 일도 화나는 일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항상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사람이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는게 정상이다.

분노를 제대로 다뤄서 인생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상적이라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우리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잘 다뤄야 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인간은 화내지 않고 살 수 없고, 화를 쌓아 두기만 했을 때 나를 공격하게 될 우울감과 싸울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다.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잘 다스릴 수는 없겠지만 아이처럼 한발짝 한발짝 분노를 나의 에너지로 바꿔보고 싶다.

의학용어들이 섞여 있어 조금 천천히 읽히지만(책이 두껍지 않아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분노라는 감정을 왜 다스리고 살아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이제껏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이유없는 분노도 다 이유가 있었고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좋을지 작은 팁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읽기 였다.

"세상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화가 나는 내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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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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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가볍게 읽히리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햇는데 접해보지 않았던 브라질 소설인 탓인지 – 이름이 너무 어려웠다 – 책장을 다시 앞뒤로 넘겨가며 읽기를 반복했다.

“어릴 적에는 플루트 신동으로, 결혼해서는 요리사와 디자이너로, 그리고 작가로 성공할 수도 있었다...”

이책은 세상의 벽에 부딪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언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삶의 대한 욕구를 차단당한 여성 에우리지시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뒤편의 소개글 한줄이 주인공 에우리지시의 인생을 한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에우리지시의 노력과 좌절을 읽을 수 있었다. 영이, 순이와 같은 귀에 익숙한 이름이 주인공의 이름이었다면 오래되지 않은 과거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핏박 받던 삶을 쓰고 있는 글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 글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제한당하고, 사실이 아닌, 설사 사실이었다 해도 어이없는 이유로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통곡과 위스키의 밤’을 견뎌내야 하는 에우리지시의 삶이 안타깝다. 그녀는 에우리지시가 아니기를 바라는 일부라는 상상을 하며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고단한 삶을 견뎌내고 있다.

어릴적 풍부한 재능을 보였던 풀루트는 좋은 집에 시집갈 수 있는 준비된 신부의 요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거절당하고, 다소곳하게 남편을 기다리고 아이들만 얌전하게 키울 수 있는 아내를 원했던 안테노르의 눈에 들어 결혼한 이후에는 아내, 엄마의 역할을 차단한 남편 때문에 요리사와 디자이너로서의 즐거운 삶을 포기해야 했다. ‘가부장적인 가정’이라는 조건은 말도 안되는 이 모든 일을 사실로 만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학교에서의 고문과도 같은 시간, 플루트라는 열병, 유혹의 드라마, 청과전에서의 공상, 주방에서의 성취, 그리고 봉제라는 모험에 이르기까지. 에우리지시는 ‘에우리지시가 에우리지시가 아니기를 바라는 에우리지시의 일부’에게 항복을 선언한 것이었다.” (p.108)

여기에 자신의 삶을 거대한 벽에게 항복한 에우리지시와 달리 ‘가출’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또 한사람이 등장한다. 에우리지시의 언니, 기다 구스망의 이야기다, 그녀는 가출을 통해 부모로부터 탈출하고, 부자집에서 곱게 자란 남편 마르쿠스를 구하는 듯 하였으나 그녀 또한 세상의 부정을 바탕으로 키워진 남편의 나약함과 그녀에게 남겨진 아들 프란시스쿠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 어둠에 그녀를 내 던지게 된다.

“인생이란 그 놀이와도 같아, 에우리지시. 우리는 모든 걸 다 잘해내고 있다고 착각하곤 하지. 하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눈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게 돼.” (p.123)

원하지 않게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지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양하게 그리고 있는 글이다. 에우리지시, 기다, 에울랄리아, 젤리아... 더디게 읽히는 책이지만 그녀들의 삶이 녹녹치 않음에 생각이 많아진다.

무언가가 됐을 수도 있는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 여성이라는 이유 많으로 많은 걸 포기하게 하고, 그 이유로 서로가 질투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이런 세상을 아직도 견디고 있는 여성들이 뚫기 힘든 유리천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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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키만소리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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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넘도록 살아보니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인생이 모자르더라. 살면서 깨달으면 그땐 이미 너무 늦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로 살아봐. 살아보니 그게 맞더라. 별 일 없는 하루도 내가 따로 살면 그게 맞아."

나도 가끔 우리 엄마를 '정여사'하고 부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다. 장난을 가장해서 엄마를 객관화 시켜서 부른다고나 할까. 장난처럼 엄마를 정여사라고 부르때면 의지하고 매달리던 엄마보다는 친구같은 느낌이 좀 더 든다거나, 딸이 아니라 객관화된 성인으로 뼈있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살짝 과한 텐션을 누르거나, 장난을 치고 싶을때면 엄마를 놀리듯 정여사로 부르곤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서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라는 위치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힘들고 외로운 자리인지 깨닫게 된다. 엄마는 태어날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자신의 인생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아간다. 세상은 무언의 압박과 강요로 너무나 당연하게 엄마에게 나를 버리고 살아가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 것 같은 현자씨도 모르는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로 사는 방법이었다." (p.45)

우리 엄마는 저자의 엄마 현자씨보다 3살 많은 52년생 해옥씨다. 그 나이대의 대부분의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억척스럽게 삼남매를 키워 내셨다. 당신은 변변한 옷 한벌도 사입지 않으시면서 말이다. 3남매를 다 키워놓고 이제는 조금 편해질만하니 웬수 같은 자식들이 지들 새끼들을 맡겨 놓는 바람이 또 나로 살기 어려운 할마가 되어 매인 몸이 되셨다. 우리 애들은 이미 다 컷지만 나도 한몫 했던지라 할말이 없다. 해옥씨 쏘리 :)

우리 엄마도 현자씨처럼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여유가 생기면 컴퓨터도 배우고 춤도 배우겠다고 야심차게 계획만 세우고 계신다. 우리 해옥씨도 주민센터 왕초보 컴퓨터 얼른 등록 시켜드려야 할텐데, 울 엄마 컴퓨터 배우러 가시는 순간 조카가 갈곳을 잃어버리게 되는지라 안타깝지만 지금은 왕초보 컴퓨터 등록이 어렵다.

엄마는 자식들에 이어 손자들에게 묶여 있으면서도 행여나 딸들이 당신처럼 포기하는게 많아질까봐 걱정이 많으시다. 오늘도 푸념처럼 우리 엄마는 '엄마처럼 살지말라'는 말을 딸들에게 전하신다.

"눈치 보지 말고 참지 말고 살아. 그렇게 살아도 세상 안무너지더라. 설사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내 속이 무너지는 것보다 낫더라." (p.62)

55년생 현자씨의 일탈 아닌 일탈을 보면서 우리 엄마가 많이 안쓰러워졌다. 우리 엄마도 현자씨처럼 컴퓨터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싶을 텐데. 그렇게 해드리지 못하는 자식이라는게 많이 미안해진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절제하는 삶을 강요당하는 엄마들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읽기였다.

"배우지 않아도 어떻게든 굴러가던 인생을 굳이 붙잡아 힘들고 바쁘게 사는 엄마의 고생을 응원하고 싶다. (중략) 나를 위해, 남겨진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더 고생해줘. 엄마, 파이팅!" (p.194)

귀여운 캐릭터의 현자씨가 힘들지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책읽기의 흥미를 더해준다. 더불어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엄마의 서툰 e-메일은 엄마가 배우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52년생 우리 엄마 해옥씨가 엄마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새로운 일탈을 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 또한 더 늦기 전에 엄마, 아내, 딸로만 살지 말고 나로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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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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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면서 버스에서 책을 읽곤 한다. 한자와 나오키는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쫀쫀하게 읽혀지는 소설이었다. 세대간의 갈등과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일에 대한 원칙. 책의 중반을 넘어갈때즘 나는 뱅커 한자와 나오키에게 홀딱 반해 있었다.

‘은행이라는 이름의 전쟁터’ 이 소설을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단카이세대 – 거품세대 – 잃어버린 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불평과 갈등은 주인공들의 신념의 근간을 이루는 정의가 된다. 요즘 핫한 90년대 생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도 386세대 - X세대 - 밀레니얼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말이다. 'Latte is a hourse'로 회자되는 세대갈등을 한자와가 풀어나가는 방법이 흥미롭다.

"나 같은 거품 세대의 눈에 단카이 세대는 한마디로 말해 악당이지. 자네들이 거품 세대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는 그들이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 없어." (p.192)

숨막히는 전쟁터의 중심을 잡고 있는 한자와 나오키는 도쿄중앙은행에서 도쿄센트럴증권으로 쫓겨나듯 파견나온 뱅커다. 도쿄중앙은행은 좌천으로 읽히는 증권으로의 파견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상사에게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의견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한자와를 트러블메이커, 악당으로 표현한다. 조직은 그런 한자와를 길들이기 하듯 증권으로 파견하지만 한자와는 밀려난 곳에서도 ‘고객을 위한 은행원’으로서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일한다.

"내게는 내 방식이 있어. 오랜 은행원 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온 나만의 스타일 같은 거지. 인사 문제 때문에 그걸 바꾸는 건 조직의 굴복하는 거야. 조직에 굴복한 사람은 결코 조직을 바꿀 수 없고. 그렇게 생각 안 해?" (p.210)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도쿄센트럴증권의 모리야마는 거품세대가 능력도 없이 쉽게 일자리를 얻고, 지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리야마와 같은 소수 정예의 잃어버린 세대들이 혹사당하고 학대 받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 그런 그들을 나중에 모 신문에서 사용한 명칭에 따라 로스트 제너레이션,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p.34)

세대갈등의 살얼음판 위로 던져진 전뇌잡기집단과 도쿄스파이럴의 적대적 M&A 의뢰, 이때부터 누가 이길지 모르는 뱅커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먹고 먹히는 과당경쟁안에서의 기업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약점은 숨기고 강점은 부풀리면서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자문사라는 보기좋은 허울을 쓰고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달리는 은행과 증권사는 총성없는 기업간의 전쟁을 부추긴다.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는 뱅커와 함께 또 다른 축으로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등장한다. 단카이세대 - 폭스사의 고다(단카이와 거품세대에 걸쳐있는 듯 해석된다), 거품세대 - 전뇌잡기집단의 히라야마 부부, 잃어버린세대 - 도쿄스파이럴의 세나 이들은 각기 다른 경영이념으로 기업을 세우고 오늘에 이르게 되고, 각기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뇌잡기집단과 도쿄스파이럴 M&A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조금 과장해서 잃어버린세대의 나이대여서 인지 다른 사람에 비해 세나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경영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긍지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p.399)

결정적인 비밀을 숨기고 도쿄센트럴증권으로 M&A를 의뢰한 전뇌의 히라야마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문계약을 파기하고, 파기된 계약을 본사가 가로채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회사도 동료도 아무 소용없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자와의 당한것은 반드시 돌려준다는 오기와 모리야마, 세나의 오래된 인연으로 M&A를 막기 위한 증권의 자문팀이 구성되고, 이례적으로 본사와 자회사가 적대적 M&A 상대방에 대한 자문사가 된다.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지지만 자회사가 당하지만 않고 반격에 나서는 설정이 새롭다. 본사에 대한 반격에 나선 한자와, 그는 지금처럼 반격을 위한 자문사가 아닌 고객을 위한 자문사가 되어 통쾌하게 적대적 M&A 방어에 성공한다.

원칙과 소신을 지킨 한자와의 활약도 멋있지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윗세대의 멋진 활약에 믿음을 얻어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더 좋은 자리를 마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리야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직장생활에서 쉽게 지켜내기 어려운 원칙과 소신, 멋있고 통쾌했다. 모두가 Yes라고 할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한자와 나오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면서 책읽기를 마친다.

"월급쟁이 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활약하는 게 가장 행복하지. 회사가 크냐 작으냐는 관계없어. 지명도도 관계없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간판이 아니라 알맹이니까."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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