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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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면서 버스에서 책을 읽곤 한다. 한자와 나오키는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쫀쫀하게 읽혀지는 소설이었다. 세대간의 갈등과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일에 대한 원칙. 책의 중반을 넘어갈때즘 나는 뱅커 한자와 나오키에게 홀딱 반해 있었다.

‘은행이라는 이름의 전쟁터’ 이 소설을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단카이세대 – 거품세대 – 잃어버린 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불평과 갈등은 주인공들의 신념의 근간을 이루는 정의가 된다. 요즘 핫한 90년대 생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도 386세대 - X세대 - 밀레니얼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말이다. 'Latte is a hourse'로 회자되는 세대갈등을 한자와가 풀어나가는 방법이 흥미롭다.

"나 같은 거품 세대의 눈에 단카이 세대는 한마디로 말해 악당이지. 자네들이 거품 세대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는 그들이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 없어." (p.192)

숨막히는 전쟁터의 중심을 잡고 있는 한자와 나오키는 도쿄중앙은행에서 도쿄센트럴증권으로 쫓겨나듯 파견나온 뱅커다. 도쿄중앙은행은 좌천으로 읽히는 증권으로의 파견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상사에게도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의견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한자와를 트러블메이커, 악당으로 표현한다. 조직은 그런 한자와를 길들이기 하듯 증권으로 파견하지만 한자와는 밀려난 곳에서도 ‘고객을 위한 은행원’으로서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일한다.

"내게는 내 방식이 있어. 오랜 은행원 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온 나만의 스타일 같은 거지. 인사 문제 때문에 그걸 바꾸는 건 조직의 굴복하는 거야. 조직에 굴복한 사람은 결코 조직을 바꿀 수 없고. 그렇게 생각 안 해?" (p.210)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도쿄센트럴증권의 모리야마는 거품세대가 능력도 없이 쉽게 일자리를 얻고, 지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리야마와 같은 소수 정예의 잃어버린 세대들이 혹사당하고 학대 받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 그런 그들을 나중에 모 신문에서 사용한 명칭에 따라 로스트 제너레이션,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p.34)

세대갈등의 살얼음판 위로 던져진 전뇌잡기집단과 도쿄스파이럴의 적대적 M&A 의뢰, 이때부터 누가 이길지 모르는 뱅커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먹고 먹히는 과당경쟁안에서의 기업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약점은 숨기고 강점은 부풀리면서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자문사라는 보기좋은 허울을 쓰고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달리는 은행과 증권사는 총성없는 기업간의 전쟁을 부추긴다.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는 뱅커와 함께 또 다른 축으로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등장한다. 단카이세대 - 폭스사의 고다(단카이와 거품세대에 걸쳐있는 듯 해석된다), 거품세대 - 전뇌잡기집단의 히라야마 부부, 잃어버린세대 - 도쿄스파이럴의 세나 이들은 각기 다른 경영이념으로 기업을 세우고 오늘에 이르게 되고, 각기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뇌잡기집단과 도쿄스파이럴 M&A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조금 과장해서 잃어버린세대의 나이대여서 인지 다른 사람에 비해 세나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경영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긍지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p.399)

결정적인 비밀을 숨기고 도쿄센트럴증권으로 M&A를 의뢰한 전뇌의 히라야마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문계약을 파기하고, 파기된 계약을 본사가 가로채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자회사도 동료도 아무 소용없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자와의 당한것은 반드시 돌려준다는 오기와 모리야마, 세나의 오래된 인연으로 M&A를 막기 위한 증권의 자문팀이 구성되고, 이례적으로 본사와 자회사가 적대적 M&A 상대방에 대한 자문사가 된다.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지지만 자회사가 당하지만 않고 반격에 나서는 설정이 새롭다. 본사에 대한 반격에 나선 한자와, 그는 지금처럼 반격을 위한 자문사가 아닌 고객을 위한 자문사가 되어 통쾌하게 적대적 M&A 방어에 성공한다.

원칙과 소신을 지킨 한자와의 활약도 멋있지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윗세대의 멋진 활약에 믿음을 얻어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더 좋은 자리를 마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리야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직장생활에서 쉽게 지켜내기 어려운 원칙과 소신, 멋있고 통쾌했다. 모두가 Yes라고 할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한자와 나오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면서 책읽기를 마친다.

"월급쟁이 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활약하는 게 가장 행복하지. 회사가 크냐 작으냐는 관계없어. 지명도도 관계없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간판이 아니라 알맹이니까."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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