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웃기는 연극 움직씨 만화방 1
앨리슨 벡델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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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펼치고 혼란스러움과 맞닥뜨렸다.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그림체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를 무지한 상태에서 선택한 것을 아주 살짝 후회하면서, 첫장 읽기를 여러번 시도한 끝에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한 어려운 책읽기 였다. 아직 내게 퀴어문학은 무리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책이었다.

'당신 엄마 맞아?'는 타임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회고록 '펀 홈'의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인 여성 서사로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대모이자 잡지 '미즈'의 창립자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버지니아 울프 소설의 그래픽노블 판이며 모든 여성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찬사를 보낸 책이다. 이렇게 찬사를 받은 책인걸 보면 어렵지만 읽어봐야 하는 책인걸로.... ^^;;

엄마와 딸의 대화를 중심으로 글과 그림이 이어진다. 대화라기 보다는 엄마가 쏟아내는 말을 딸이 받아 적는 형태이다. 엄마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엄마의 회고록이라서 딸의 모습이 이렇게 그려지는 게 아닐까 싶다. 양성애자인 남편과 레즈비언인 딸을 둔, 이성애자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딸의 마음일것 같다. 엄마와 딸의 대호와 함께 글의 한축으로 정신분석가 캐롤과의 상담, 상담의 주요 주제로 사용되는 꿈에 대한 대화가 글의 중심으로 쓰여지고 있다. 자신의 심리상태, 꿈의 해석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게 된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모유수유의 단절을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거절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먼저 거절하는 패턴을 만들기 위한 시작한 시점으로 서술한다. 아무것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건 아닌 사건을 모녀 사이의 관계를 단정짓는 패턴으로 이해하는 관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플렉시글라스 돔. 앨리스와 심리치료사간의 약어. 엄마의 퇴근, 엄마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거나 엄마를 자신과 단절시키는 출발점이었을까? 분리될 수 없는 엄마와 딸을 분리하려는 강박으로 이해된다. 모녀지간이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계로 받아들여진다. 엄마의 특정행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딸과의 단절 시점으로 엄마의 퇴근을 정의한다.

"엄마가 전용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책 읽는 모습이 보이지만 말을 걸어서는 안 돼요. 엄마는 '퇴근' 했거든요." (p.135)

일기를 쓰는 것이 자신과의 거리를 두기 위한 방편이며, 엄마 또한 일기 쓰기의 장려를 통해 딸이 자신과의 거리 두는 것에 공모하고 있다고 심리상담사는 분석한다. 일기에 대한 특별한 해석으로 이해 되지만, 앨리스의 심리 상담을 통해 끌어낸 이야기니 의미있는 해석이라 여겨진다. 다만, 아이러니하게 앨리스는 일기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여긴다.

양성애자인 남편, 레즈비언 딸... 예전에 비해 생물학적인 성을 넘어, 사회적인 성을 보는 시각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벽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와 글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회고록 덕분에 남편이 양성애자인게 회자되고 딸이 레즈비언인게 알려진 엄마는 무심한듯 어려움을 겪어 내고 있다. 딸의 행복을 위해서가 이유이지 않을까...

"엄마의 배우 생활을 떠올리면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물을 연기하는 대신, 나 자신을 연기할 뿐이다. 안다. 엄마는 당신 자신에 관한 책을 안 쓰길 바란다." (p.240)

"마침내 나는 엄마를 파괴했고 엄마는 파괴로부터 살아남았다." (p.291)

끝까지 다 읽고도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했나?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긴 어렵다. 다만, 엄마와 딸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그녀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을 것이며, 그녀들은 서로를 무심한듯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설명과 함께 조금 난해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 읽기 쉽지 않다. 새로운 영역의 책읽기 도전으로 삼고 읽어본다면 어렵지만 새로운 경험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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