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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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름 신세대로 분류되었던 X세대의 정점에 태어났고, 386세대의 상사와 밀레니얼 세대를 후배로 모시고(?) 있으며, Z세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낀세대로 살고 있다. 때문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밀레니얼들에게 관심이 많다.N포세대를 비롯해 흑수저, 금수저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지칭하는 키워드는 많지만, 가장 안타까운 키워드는 ‘가장 똑똑한 세대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키워드다. 노력이 부족한 이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노력에 비해 평가절하 받고 있는 억울한 세대들 또한 밀레니얼들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물질적 부유함이 부모 세대의 부유함을 능가할 가능성은 이미 닫혀 버렸음을 깨달았다. (p.250)

상대적으로 풍요를 누렸던 좌파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그들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빈곤의 가능성에 당면해 있다. (p.251)

젊은 좌파들은 문화적, 경제적 불평등이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음을 안다. 심술궂은 늙은이의 눈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가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태세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p.252)

밀레니얼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쉬어가면서 읽은 책이다.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책인지라 읽는 속도가 매우 더딘 책이었다. 당연히 당선될 줄 알았던 힐러리를 누르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왜 당선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본주의의 몰락에 빗대어  서술하고 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와 이미 위대한 미국의 대결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와 그에 따른 열악한 경제여건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빈곤한 이들이 '다시 미국을 위해하게'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이 표를 늘리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단 하나, 사는 게 경제적으로 참 엿 같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p.33)

역사적 유물론자인 마르크스는 특정한 경제적 조건이 특정한 정치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빌어먹을, 마르크스가 옳았다. 마르크스식 역사해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말이된다. (p.60)

마르크스주의를 관념과 물질의 우선 순위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쓰레기경제로 일컬어지는 긱경제로 내몰리고 있는 밀레니얼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불안정한 일자리를 대변하고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노오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버 덕분에 수백만 명이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중략)

자본주의가 반드시 이윤을 추구해야만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자본주의는 도덕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다. 우리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도덕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애초에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도덕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차라리 석탄 덩어리에게 "너 왜 공기를 오염시키니?"하고 묻는게 더 나을 것이다. (p.117)

죽을만큼 노력해도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하는 밀레니얼들은 돈을 모으기 보다는 현실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회자된다. 이런 밀레니얼들을 보고 대다수 기성세대들은 YOLO, 소확행 등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삶의 태도를 비딱하게 바라보며 성실하게 일하지 않고 편안한 삶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고 비난한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 걸 보면 밀레니얼 세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밀레니얼들에 대한 부정당한 대우가 자본주의에 착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다수의 부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고, 자본주의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하류층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불평등함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노동자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이다. 자본주의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기계보다 더 하찮은 생산수단만으로 취급되는 불편함의 출구를 마르크스주의로 보고 있음이리라. 

이리하여 부르주아지는 무엇보다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일꾼들을 양성해 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파괴할 조건을 창출한다. 내가 칠칠맞음이라는 위험한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그러하다. 마르크스의 시각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자기파괴'라는 이름이 붙은 거의 보이지 않는 버튼, 즉 내부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p.89)

마르크스적 사회주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접한 책이라 읽기가 많이 힘들었다. 더더군다나 작가님의 특별한 문체는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음을 주장하듯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학창시절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생길때까지 교육 받았던 자유주의 = O, 공산주의(사회주의) = X 의 공식을 한꺼번에 깨트릴 수는 없겠지만, 흑백논리로만 접하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이론을 밀레니얼들의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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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집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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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해지는 짧은 단편 1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처럼 일부러 괴담을 모아 놓은 듯하다. 짧은 글들은 뒷골을 쭈삣하게 하면서 술술 읽혀진다. 잠자기전 잠간 약간 어두운 곳에서 책읽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담수집가를 읽을 때는 더 읽고 나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밝은 낮에 다시 읽기로 하고, 두 번째 챕터를 읽다가 멈추고 말았다.

짧은 단편인 탓에 오싹함을 길게 이어가지는 않지만, 각각 다른 소재의 괴담들이 하나의 두려움으로 뭉쳐진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오싹한 괴담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던 주변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장을 덮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혹시... 여기도...

한동안 혼자 집에 있을 때 떠오를 것 같은 반지하 남학생의 괴담은 문소리로 인한 두려움과 이어진 사건에서 투척된 그것이(‘그것’의 정채는 책에서 확인하는 걸로) 나에게도 던져질 것 같아 움찔하게 한다.

자주 볼 수 있는 구제 옷가게서 사온 청바지에 얽힌 사연, 군대 화약고의 손자국... 누군가에게 들은 진실은 알 수 없는 괴담이지만 주로 혼자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사건은 방범이 허술한 원룸, 반지하 등의 평범한 장소에서 흔한 일상처럼 서술되고 있다. 문득 핸드폰을 하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서늘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뒤돌아 볼 것 같은 공포감을 들게 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밤이 깊었다. 진아는 모처럼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쓰윽, 쓰윽, 쓰윽. (룸메이트 p.34)

낚시는 현관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사이에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쾅! 쾅! 쾅!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낚시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중략) 그리고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듯한 소리도... (방문자 p.69)

오늘도 어김없이 그게 있었다. 안쪽에서 선명하게 찍힌 손바닥. 이제 손바닥의 주인은 달라졌을 것이다. (화약고 근무 p.86)

이 남자, 밤마다 나갑니다. 물, 엄청 많이 씁니다. 여자 소리 날 때도 많습니다. (중략) 미희는 한 선생을 바라봤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옆ㅊ집의 옆집 사람일 뿐이었다. (옆집사람 p.158)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고는 청바지의 얼룩 부분을 가져다 댔다. 검붉은 색이 묻어났다. 그 얼룩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중략) 물에 담긴 청바지는 여전히 붉은색 피르르 쏟아 내고 있었다. (구제옷 p.184)

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를 검색하고 말았다. 그 결과 여자를 불러냈다. 죽은 여자를.스윽. 여자가 선우의 등 뒤에 붙어 섰다. (절대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 p.227)

물론 진실은 알 수가 없다.

 

익숙한 이야기가 주는 공포는 미지의 세계에서 느끼는 공포보다 훨씬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가로운 주말 괴담이 궁금한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밝은 낮에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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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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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명탐정 모삼과 연쇄살인범 L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술래잡기. 모삼과 L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에서 누가 승리를 검어쥘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시리즈 소설이라 한참 몰입된 순간 다음 권을 기약하며 마지막 장만 남는다.

명탐정 모삼의 컴퓨터 같은 프로파일링과 별도로 한축을 이루고 있는 신화 같은 법의관 무즈선의 활약 때문인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법의관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다.

음침한 분위기의 표지를 넘기자마자 선혈이 낭자한 사건현장이 나타난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급소를 피해 안겨오는 칼날을 맞고 있는 모삼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이 고통스러운 모삼에게 죽지 말고 살아서 게임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L이 서사하면서 장면이 전환된다.

검은 그림자는 모삼의 죽음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모삼에게 지옥을 보여주어 차라리 죽는 편이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p.9)

이름 모를 여인과의 대화에서 안개속을 헤매는 사신과의 술래잡기가 느껴진다.

맞아요. 눈물이에요. 마르가리타는 잊지 못한 기억을 상징하지요.

쓸쓸하고도, 새콤하고 짠, 맑은 것 같으면서도 흐리며, 보이긴 하지만 만질 수는 없는.... (p.21)

혹독한 사건을 겪으면서 기억을 잃었던 모삼은 살인사건 현장을 트리거로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게 되고, 사건당일의 기억만을 잃은 채 클럽의 살인사건을 프로파이일링 한다. 다시 만나게된 무즈선은 최면을 통해 모삼의 사건당일 기억을 수면위로 꺼내올리고, 모삼은 개인적으로는 잔인하게 살해된 약혼녀 관팅에 대한 복수를 위해, 공공적으로는 연쇄살인범의 범행을 끝내기 위해 L을 잡기 위한 게임에 뛰어든다.

'타인이 너를 어떻게 대하는 지는 그들의 업보고, 또한 그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너의 업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이 온통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차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계속 원한만을 품고 산다면 이 세상은 더욱 더러워 질 수 밖에 없다. (p.207)

L로부터 불평등한 조건의 게임을 제안받은 모삼은 또다시 엽기적인 살인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L과의 게임을 이어가야 한다. 오로지 모삼의 프로파일링과 무즈선의 법의학에 의존해서 정해진 시간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L은 이미 그들의 다음 행동을 알고있는 듯 앞서 사건을 해결하며 함께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웃으면서 말이다.

L이 게임으로 제안한 사건의 범인들은 하나같이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이다. 과연 모삼은 사건의 딜레마를 딛고 L과의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연쇄살인범의 사건속에 액자처럼 들어있는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모삼과 무즈선의 콤비플레이가 흥미로웠던 후속편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그의 머리에는 아직도 왕충 일가의 이야기가 맴돌고 있었다. 동시에 L의 말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보여주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p.308)

오늘의 과(果)는 지난날의 인(因)이고, 오늘의 인은 후일의 과가 될 것입니다. 1년 전의 유인(誘因)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깊게 새겨져 오늘의 만회할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지요.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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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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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눈꽃 한 송이 내가 네 손 잡을게 겁먹지마' 에릭쏜이 테사를 위해 쓴 곡 '눈꽃송이'의 한 소절이다. 한쪽 눈은 검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고, 나머지 한쪽은 영혼이 빠져나간것 처럼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있는 듯한 가사와는 대조적이다. 트위터 계정을 설명하고 있는 창과 함께 표현되 표지는 SNS세대 맞춤 스릴러 답게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쏟아붓는다고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쏟아 넣은 듯 SNS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폐해와 SNS에 지배당하는 이용자들의 심리상태가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익명이라고 믿고 있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가 지켜볼 수 있는 미스테리한 소셜미디어의 어두운 모습이다. SNS를 통해 투사와 파국화를 일삼고 반복된 투사와 파국화는 둔감화로 이어진다.

투사   자기 자신의 부정적 특성들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며 그 특성들을 부인하는 것을 의미

파국화   실제보다 문제를 더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게 만드는 왜곡된 사고의 한 형태

둔감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그 자극에 덜 민감해 지도록 하는 것.

에릭 하나... 에릭 둘... 에릭 쏜... 에릭 넷... 에릭 다섯....

팔로우 미 백은 여름캠프에서 겪은 스토커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테사 하트와 회사 홍보팀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무장한 채 사생팬들의 극심한 관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아이돌 스타 에릭쏜의 트위터 맞팔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주된 소재로 하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에릭쏜 중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하급수적인 팔로워수를 늘린 테사(@TessaHeartsEric), 이로 인해 실시간 검색 1위에서 내려가지 않는 대중의 관심에 숨이 막힌 에릭은 익명의 SNS를 이용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테사를 이용해 팬들이 알고 있는 아이돌 스타 에릭쏜(@EricThorn)의 판타지를 깨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테일러 @EricThronSucks 자뻑 찌질이, 잘난 척 좀 그만해 @EricThorn #에릭쏜후져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테사와의 DM에서 위로를 받는 에릭(테일러). 자신의 눈에서 슬픔을 느끼는 테사에게 에릭은 점점 끌리게 되고 테사 또한 테일러(에릭)과의 DM을 의지해서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에릭과 테사는 어느 사이엔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런게 아니에요. 진짜. 저는 그냥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사랑에 빠지려고 한게 아니라 (p.204)

에릭은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기 위해 한사람만을 주인공으로하는 비밀 콘서트를 계획하게 되지만, 에릭의 비밀 계정이 해킹을 당하게 되고 테사는 또 다시 끔찍했던 여름캠프 스토커의 손아귀에 잡힌다. 에릭의 재빠른 대처로 테사는 위험에서 구해지고, 그들은 에릭이 테사를 위해 만든 곡 '눈꽃송이와'와 함께 한해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에릭 쏜 @EricThron 사랑해, 눈꽃. 진짜야(p.397)

눈꽃 한 송이

아무도 널 몰라볼 것 같았지?

참 예쁜 눈꽃 한 송이

내가 네 손 잡을게 겁먹지 마. (p.402)

SNS라는 익명의 공간, 가면을 무기로 이유없는 공격과 집착을 비웃듯이 에릭과 테사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이고 마음을 놓는 그 순간 악마같은 트윗 한줄을 토해내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거머리랑 자면, 그게 네 피를 말려 버릴 거야. (p.412)

나를 봐줘, 나를 알아줘, 나를 사랑해줘

끝나도 끝난것 같지 않은, 문 넘어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고 시선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섬칫함이 남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탈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다.

유명 연예인의 사적인 SNS 계정이 해킹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평을 쓰고 있는 오늘도 조각 같이 잘생긴 장동건과 주민모의 사적인 메신저 대화가 해킹 당한 사건이 주요 검색어 순위에 올라있다.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그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유명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회자되지도 않았을 사적인 대화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 또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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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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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칫한 느낌을 주는 시처럼 쓰여진 소설이다. 심령술사가 부른 듯한 흐릿한 형체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책일 읽기전에는 무심히 보고 넘겼던 표지가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는 눈이 마주친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공포소설을 처음 읽은 어린애처럼 오늘밤 꿈속에서 윌을 만날것 같은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을 것다.

60초, 7층, 세 개의 룰, 하나의 총...

어제 밤 일어난 형 숀의 살인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윌이 독백처럼 풀어나간다. 7층에서 부터 L층에 이르는 60초, 1분간.

형 숀이 가르쳐 준 세 개의 룰을 지키기 위해 숀의 방에 감춰진 차가운 총을 찾아 허리춤에 넣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윌 그리고 그안에서 만난 사람들... 윌은 담배연기 자욱한 좁은 공간에서 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윌의 눈에 이들이 보이고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걸까. 윌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윌의 두려움에 휩쓸려간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담배 연기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게서도 성난 파도 처럼

빠져나갔다.

내가 숨을 돌릴 때

벅,

대니,

마크 삼촌,

아빠,

프릭,

그리고

숀이

연기를 쫓아 나갔다.

이젠 L 버튼에

불이 꺼져 있었다.

숀 형이 죽은 다음 날, 윌은 세가지 룰을 지키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비뚤어진 가운데 서랍에서 만져지는 차가운 쇠. 윌은 룰을 지키기 위해 울지 않고, 범인을 밀고 하지 않은 채 No. 3 룰 집행용 총과 함께 숨죽여 울고 있는 엄마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스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No. 3: 복수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오전 09:08:02 윌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한남자가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7, 6, 5, 4, 3, 2, 1... L층에 도착한 오전 09:9:09까지 한층 한층 내려갈 때마다 자욱한 담배연기를 뒤로한 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60초 동안 서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영혼들은 자산의 죽음을 윌에게 설명하며 왠지 모르게 윌을 반기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을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움을 견딜 수 없는 윌, 이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마지막 두 음절을 맞닥뜨렸을 때는 소름이 확 돋을 정도로 섬칫하다. 시처럼 쓰여진 짧은 독백으로 이런반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글이 신선하다.

죽음으로 탁한 그 눈은 눈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내게 말했다.

내내 아껴둔 농담 같은 두 음절을.

안 와?

시처럼 쓰여진 짧은 글과 음침함을 자아내고 있는 배경과 의도된 편집기법 활용은 글에 대한 몰입감을 유도한다. 더불어 제시된 애너그램은 다음 상황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복선을 깔아준다.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300페이지 가량의 책을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걸 보면,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가 의도한 대로 지루하지 않은 책이라는데 절대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애너그램1 ALIVE(살아있는) = A VEIL(베일, 장막)

애너그램2 FEEL(느끼다) = FLEE(달아나다)

애너그램3 COOL(멋진) = LOCO(미친)

애너그램4 CINEMA(영화) = ICEMAN(살인강도)

애너그램5 POSER(사칭범)에 맞는 애너그램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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