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참 예쁜 눈꽃 한 송이 내가 네 손 잡을게 겁먹지마' 에릭쏜이 테사를 위해 쓴 곡 '눈꽃송이'의 한 소절이다. 한쪽 눈은 검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고, 나머지 한쪽은 영혼이 빠져나간것 처럼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있는 듯한 가사와는 대조적이다. 트위터 계정을 설명하고 있는 창과 함께 표현되 표지는 SNS세대 맞춤 스릴러 답게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쏟아붓는다고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쏟아 넣은 듯 SNS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폐해와 SNS에 지배당하는 이용자들의 심리상태가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익명이라고 믿고 있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가 지켜볼 수 있는 미스테리한 소셜미디어의 어두운 모습이다. SNS를 통해 투사와 파국화를 일삼고 반복된 투사와 파국화는 둔감화로 이어진다.

투사   자기 자신의 부정적 특성들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며 그 특성들을 부인하는 것을 의미

파국화   실제보다 문제를 더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게 만드는 왜곡된 사고의 한 형태

둔감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그 자극에 덜 민감해 지도록 하는 것.

에릭 하나... 에릭 둘... 에릭 쏜... 에릭 넷... 에릭 다섯....

팔로우 미 백은 여름캠프에서 겪은 스토커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테사 하트와 회사 홍보팀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무장한 채 사생팬들의 극심한 관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아이돌 스타 에릭쏜의 트위터 맞팔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주된 소재로 하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에릭쏜 중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하급수적인 팔로워수를 늘린 테사(@TessaHeartsEric), 이로 인해 실시간 검색 1위에서 내려가지 않는 대중의 관심에 숨이 막힌 에릭은 익명의 SNS를 이용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테사를 이용해 팬들이 알고 있는 아이돌 스타 에릭쏜(@EricThorn)의 판타지를 깨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테일러 @EricThronSucks 자뻑 찌질이, 잘난 척 좀 그만해 @EricThorn #에릭쏜후져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테사와의 DM에서 위로를 받는 에릭(테일러). 자신의 눈에서 슬픔을 느끼는 테사에게 에릭은 점점 끌리게 되고 테사 또한 테일러(에릭)과의 DM을 의지해서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에릭과 테사는 어느 사이엔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런게 아니에요. 진짜. 저는 그냥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사랑에 빠지려고 한게 아니라 (p.204)

에릭은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기 위해 한사람만을 주인공으로하는 비밀 콘서트를 계획하게 되지만, 에릭의 비밀 계정이 해킹을 당하게 되고 테사는 또 다시 끔찍했던 여름캠프 스토커의 손아귀에 잡힌다. 에릭의 재빠른 대처로 테사는 위험에서 구해지고, 그들은 에릭이 테사를 위해 만든 곡 '눈꽃송이와'와 함께 한해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에릭 쏜 @EricThron 사랑해, 눈꽃. 진짜야(p.397)

눈꽃 한 송이

아무도 널 몰라볼 것 같았지?

참 예쁜 눈꽃 한 송이

내가 네 손 잡을게 겁먹지 마. (p.402)

SNS라는 익명의 공간, 가면을 무기로 이유없는 공격과 집착을 비웃듯이 에릭과 테사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이고 마음을 놓는 그 순간 악마같은 트윗 한줄을 토해내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거머리랑 자면, 그게 네 피를 말려 버릴 거야. (p.412)

나를 봐줘, 나를 알아줘, 나를 사랑해줘

끝나도 끝난것 같지 않은, 문 넘어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고 시선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섬칫함이 남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탈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다.

유명 연예인의 사적인 SNS 계정이 해킹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평을 쓰고 있는 오늘도 조각 같이 잘생긴 장동건과 주민모의 사적인 메신저 대화가 해킹 당한 사건이 주요 검색어 순위에 올라있다.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그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유명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회자되지도 않았을 사적인 대화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 또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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