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섬칫한 느낌을 주는 시처럼 쓰여진 소설이다. 심령술사가 부른 듯한 흐릿한 형체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책일 읽기전에는 무심히 보고 넘겼던 표지가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는 눈이 마주친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공포소설을 처음 읽은 어린애처럼 오늘밤 꿈속에서 윌을 만날것 같은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을 것다.

60초, 7층, 세 개의 룰, 하나의 총...

어제 밤 일어난 형 숀의 살인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윌이 독백처럼 풀어나간다. 7층에서 부터 L층에 이르는 60초, 1분간.

형 숀이 가르쳐 준 세 개의 룰을 지키기 위해 숀의 방에 감춰진 차가운 총을 찾아 허리춤에 넣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윌 그리고 그안에서 만난 사람들... 윌은 담배연기 자욱한 좁은 공간에서 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윌의 눈에 이들이 보이고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걸까. 윌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윌의 두려움에 휩쓸려간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담배 연기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게서도 성난 파도 처럼

빠져나갔다.

내가 숨을 돌릴 때

벅,

대니,

마크 삼촌,

아빠,

프릭,

그리고

숀이

연기를 쫓아 나갔다.

이젠 L 버튼에

불이 꺼져 있었다.

숀 형이 죽은 다음 날, 윌은 세가지 룰을 지키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비뚤어진 가운데 서랍에서 만져지는 차가운 쇠. 윌은 룰을 지키기 위해 울지 않고, 범인을 밀고 하지 않은 채 No. 3 룰 집행용 총과 함께 숨죽여 울고 있는 엄마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스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No. 3: 복수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오전 09:08:02 윌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한남자가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7, 6, 5, 4, 3, 2, 1... L층에 도착한 오전 09:9:09까지 한층 한층 내려갈 때마다 자욱한 담배연기를 뒤로한 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60초 동안 서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영혼들은 자산의 죽음을 윌에게 설명하며 왠지 모르게 윌을 반기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을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움을 견딜 수 없는 윌, 이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마지막 두 음절을 맞닥뜨렸을 때는 소름이 확 돋을 정도로 섬칫하다. 시처럼 쓰여진 짧은 독백으로 이런반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글이 신선하다.

죽음으로 탁한 그 눈은 눈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내게 말했다.

내내 아껴둔 농담 같은 두 음절을.

안 와?

시처럼 쓰여진 짧은 글과 음침함을 자아내고 있는 배경과 의도된 편집기법 활용은 글에 대한 몰입감을 유도한다. 더불어 제시된 애너그램은 다음 상황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복선을 깔아준다.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300페이지 가량의 책을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걸 보면,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가 의도한 대로 지루하지 않은 책이라는데 절대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애너그램1 ALIVE(살아있는) = A VEIL(베일, 장막)

애너그램2 FEEL(느끼다) = FLEE(달아나다)

애너그램3 COOL(멋진) = LOCO(미친)

애너그램4 CINEMA(영화) = ICEMAN(살인강도)

애너그램5 POSER(사칭범)에 맞는 애너그램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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