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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집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0년 1월
평점 :
오싹해지는 짧은 단편 1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처럼 일부러 괴담을 모아 놓은 듯하다. 짧은 글들은 뒷골을 쭈삣하게 하면서 술술 읽혀진다. 잠자기전 잠간 약간 어두운 곳에서 책읽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담수집가를 읽을 때는 더 읽고 나면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밝은 낮에 다시 읽기로 하고, 두 번째 챕터를 읽다가 멈추고 말았다.
짧은 단편인 탓에 오싹함을 길게 이어가지는 않지만, 각각 다른 소재의 괴담들이 하나의 두려움으로 뭉쳐진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오싹한 괴담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던 주변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장을 덮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혹시... 여기도...
한동안 혼자 집에 있을 때 떠오를 것 같은 반지하 남학생의 괴담은 문소리로 인한 두려움과 이어진 사건에서 투척된 그것이(‘그것’의 정채는 책에서 확인하는 걸로) 나에게도 던져질 것 같아 움찔하게 한다.
자주 볼 수 있는 구제 옷가게서 사온 청바지에 얽힌 사연, 군대 화약고의 손자국... 누군가에게 들은 진실은 알 수 없는 괴담이지만 주로 혼자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사건은 방범이 허술한 원룸, 반지하 등의 평범한 장소에서 흔한 일상처럼 서술되고 있다. 문득 핸드폰을 하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서늘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뒤돌아 볼 것 같은 공포감을 들게 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밤이 깊었다. 진아는 모처럼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쓰윽, 쓰윽, 쓰윽. (룸메이트 p.34)
낚시는 현관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사이에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쾅! 쾅! 쾅!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낚시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중략) 그리고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듯한 소리도... (방문자 p.69)
오늘도 어김없이 그게 있었다. 안쪽에서 선명하게 찍힌 손바닥. 이제 손바닥의 주인은 달라졌을 것이다. (화약고 근무 p.86)
이 남자, 밤마다 나갑니다. 물, 엄청 많이 씁니다. 여자 소리 날 때도 많습니다. (중략) 미희는 한 선생을 바라봤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옆ㅊ집의 옆집 사람일 뿐이었다. (옆집사람 p.158)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고는 청바지의 얼룩 부분을 가져다 댔다. 검붉은 색이 묻어났다. 그 얼룩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중략) 물에 담긴 청바지는 여전히 붉은색 피르르 쏟아 내고 있었다. (구제옷 p.184)
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를 검색하고 말았다. 그 결과 여자를 불러냈다. 죽은 여자를.스윽. 여자가 선우의 등 뒤에 붙어 섰다. (절대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 p.227)
물론 진실은 알 수가 없다.
익숙한 이야기가 주는 공포는 미지의 세계에서 느끼는 공포보다 훨씬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가로운 주말 괴담이 궁금한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밝은 낮에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