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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도 표지도 심리분야의 책이라기 보다는 동화책 같은 느낌이다. 봄을 부르는 듯한 파릇파릇 연두빛깔 표지와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마뱀을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모습이 책을 선택하는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도마뱀이든 나를 좌지우지하는 조타수든 내 머릿속을 잠시 잠깐 점령하고 채울 수는 있겠으나 도마뱀을 길들이는 것도 조타수를 무시하는 것도 결국 나다. 씩씩하게 도마뱀도 길들이고 조타수도 몰아내기 위한 여정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장의 그림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한컷 한컷은 제시된 심리상황과 찰떡같이 맞아 떨어진다. 이런 상황이면 이런 생각이 들겠구나! 나도 이런적이 많았었는데 하는 공감을 얻는 것도 당연하다. 나만 이러지는 않구나 하는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도 얻는다.
틈만 나면 도망가고 싶고, 나한테만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 모르겠다고 좌절하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내게 잠깐만 멈추고 자신을 돌아봐 주라고 하는 것만 같다.
'도마뱀'은 두뇌 가장 안쪽의 편도체가 내장된 '도마뱀 뇌'라고 불리는 원초적인 기관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가장 고도화된 기관이라고 여겨지는 뇌에 자리잡은 원초적인 점령군인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나의 원초적인 삶을 자극하고 있는 점령군 '도마뱀'을 길들이기위한 32가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과 함께 구성되어 있는 짧은 글은 도마뱀이 나를 툭툭 찌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 허참! 내 쫓을 수도 없는 너무나 당당한 세입자 도마뱀과 함께 힘겹게 살고 있는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사실은 32장의 그림에 붙어 있는 제목만 봐도 아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겠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이런 생각!
1장 당신 뇌 속에 도마뱀이 산다... 모든 일의 시작은 도마뱀이었다
2장 오늘도 삶에서 도망치고 만 당신에게... 틈만 나면 도망치고 싶은 뇌 길들이는 그림
3장 방법이 안 먹힐 때 쓰는 방법이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뇌 길들이는 그림
4장 생각의 함정에 빠진 당신을 구하라... 쉽게 상처받는 소심한 뇌 길들이는 그림
5장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나만 사랑하는 뇌 길들이는 그림
6장 뇌는 단순하고, 인생은 복잡하다... 한 치 앞만 보는 뇌 길들이는 그림
그림5 눈 가리고 공포영화 보기,,, 공포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게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심리치료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절대 보지 않는 장르가 공포영화다. 사전 홍보영상 몇컷에도 생생한 이미지에도 몇날몇일을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 그림이 권하는 방법처럼 여러번 아무렇지도 않게 '쳐키'를 볼 수 있을까? 아직도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가 들지는 않지만 '반복'이라는 방법이 유용한 방법인 것 만은 사실이다.
그림13 삽질, 부지런하고 멍청하게 구덩이를 탈출하는 방법,,, 아! 정말 나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을 찌른다. 무작정 열심히 땅굴만 파고 있는 내모습이다. 일이 잘 풀릴때도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우직하게 삽질만 열심히 하는 내모습이 그려진다. 무작정 삽실만 하는 내가 창의성이 부족해서 일까, 용기가 없어서 일까,,, 조금만 옆을 돌아봐도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한방법만 고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도마뱀 탓일까?
그림25 화초가 시드는 게 화초의 잘못인가? 이 그림은 부모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시들지 않고 자라날 수 있는 양분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시들지 말라고 강요만 하고 있는 내모습이 반성된다.
마지막 그림32 당신의 인생 출연진: 당신 빼고 모조리 다!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는데 나만 빼고 모조리 다 내인생에 출연하고 있다고 표현한 제목이 나를 허탈하게 한다.
아이큐 한자리인 도마뱀을 이해시키려고 투자한 나의 에너지가 아까워진다. 불안하면 불안한채로, 무서우면 무서운채로, 슬프면 슬픈채로 도마뱀을 길들일 수 있을 때까지 애쓰지 말고 상황을 잘 넘겨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