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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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전은 읽기 어렵다. 무거운 책보다는 가벼운 책읽기를 선호하는 나에게 고전은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교과서에서 주로 다뤄지기 때문에 정독하지 않더라도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하게 되는 이유 또한 고전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개정판 이방인을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번역이라는 색다른 카피 때문이다. 때문인지 1부 이방인의 번역서와 함께 2부에서는 번역의 차이를 짚어주는 역자노트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 정독을 했던 책은 아니지만 번역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글이 1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나처럼 무거운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라도 색다른 흥미를 느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장치다.

문제의 첫문장.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vs "오늘 엄마가 죽었다."

강조해야 하는 단어와 우리네 정서에 맞는 표현으로 직였했다고 설명되어 있는 글은 묘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문장이면서 주인공 뫼르소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방인,,, 국어사전에 의하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또는 유대인이 선민의식에서 그들 이외의 여러 민족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설명되고 있다. 카뮈의 이방인이었던 뫼르소는 평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반기독교적이라는 이유와 그들의 절차를 수용하지 못하는 면에서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간주된다.

뫼르소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글은 혼자말을 읍조리는 듯한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려운 형편을 이유로 요양원에 맡겨진 엄마 그리고 어느날 날아든 '어머니 사망, 내일 장례식, 이상 알립니다.'의 간결한 부고한장. 그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양로원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양로원의 절차에 가로막혀 엄마를 즉시 보지 못한다. 양로원의 절차대로 원장을 만나고, 관리인의 권유대로 엄마의 관을 앞에두고 담배를 피우고 밀크커피를 마신다. 이러한 그의 행동이 사악한 마녀사냥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채 말이다. 그때 만일 그가 이미 못이 박혀버린 관을 뜯어내고 엄마의 얼굴을 봤다면, 관리인의 권유를 무시했다면 그는 이방인이 아닌 그들이 사는 세상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졌을까...

"나는 엄마를 즉시 보길 원했다. 하지만 관리인은 내게 원장을 먼저 만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빴기에, 나는 한동안 기다렸다." (p.17)

마리와의 데이트, 늙은 개를 키우는 살라마노 영감을 대하는 태도, 순대와 와인으로 친구가 되어버린 레몽... 그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해변가에서 그는 왜 아무 원한도 없는 아랍인을 살해한 것일까... 심지어 그는 레몽의 무모한 행동을 막기위해 레몽에게서 빼앗은 총을 사용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탓이었을까 그의 감정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어진 그의 범죄에 대한 재판. 그의 범죄를 심판하는 자리였음에도 그는 시종일관 이방인이었다. 세상이 그를 이방인으로 분류했다기 보다는 뫼르소 스스로 이방인이 되기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내 존재 전체가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움켜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중략)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뚱이에 네발을 더 쏘아 댔고 (중략)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와도 같은 것이었다." (p.87)

짧은 본문의 분량 덕분인지 고전이라는 지루함 없이 한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 어쩌면 나에게 고전은 무겁고 지루한 책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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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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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접어두고 하얀거탑의 각본가 이노우에 유미코 장편소설이라는 소개글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선택한 책이다. 2018년 9월 TV 도쿄에서 인기 드라마로도 방영되기 했다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소설이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직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공감가는 사례와 함께 풀어나가고 있는 글이 흥미롭다. 막힘없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 어느새 뒤바뀐 상하관계, 약점을 잡기 위한 뒷조사 그리고 다양한 직장내 괴롭힘이 뒤섞여 있다.

주요 소재인 해러스먼트 괴롭힘, 학대를 뜻하는 일본어다. 단순한 괴롭힘, 학대를 의미하기 보다는 학교 내 괴롭힘 이지메처럼 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이 개정 공포되었을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은 가볍지 않은 화두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한 사장 직속의 컴플라이언스실이 소설속의 주요 공간이다. 7년전 부하 직원의 내부 고발로 좌천되어 지방 소도시에서 마루오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키쓰. 평소처럼 새벽 낚시를 나갔다가 묵직한 중량의 참돔을 낚을 뻔 해지만 도리어 참돔의 힘에 이끌러 바다로 끌려들어간 개운치 않은 아침이었다. 아침의 바다 입수가 복선이었는지 새벽 낚시를 즐기고 출근한 그에게 본사 인사부로부터 오늘 당장 도쿄 본사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출근하라가 걸려온다.

"왜 하필 내가? 수많은 아수라장을 거쳐 왔다고 자부하는 아키스였지만 그 이유는 도저히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p.14)

마루오 슈퍼의 인기상품 '완전 안심' 크림빵에 1엔짜리 동전이 들어있었다는 소비자의 항의와 함께 절묘한 시기에 문제의 크림빵이 판매된 렌마점으로 걸려온 '파워하라를 중단하지 않으면 마루오 슈퍼 모든 지점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의문의 전화가 이어지면서 비어있는 컴플라이언스실의 최강의 상사로 아키쓰가 소환된 것이다.

마루오 홀딩스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소환되기는 했지만 아키쓰는 해러스먼트에 대해서는 초보에 가깝다. 하지만, 아키쓰를 보좌할 해러스먼트계의 똘똘한 선배 마코토가 있다. 관록의 아키쓰와 이론으로 무장한 마코토의 화끈한 콤비플레이로 이어지는 해러스먼트 사건들을 시종일관 통괘하게 해결한다.

상하관계 권력에서 나오는 파워하라에서 부터 성차별적인 젠더하라, 나이때문에 불거지는 에이지하라 그리고 하극상으로 치닫는 보이지 않는 폭력 모라하라까지... 셀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해러스먼트들은 안타깝게도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퇴직의 편리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사례 하나하나가 등장할 때마다 나의 직장생활을 뒤돌아 보게 된다. 혹시나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었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유없이 상처받았던 적은 없었는지 하면서 말이다.

"이럴 때 파워하라나 성희롱은 편리해. 그만두게 만들 대의명분이 되니까. 해러스먼트도 참 각양각색이야." (p.127)

마루오 홀딩스의 명운이 걸려있던 마지막 사건 후 아키쓰는 임원 제의를 받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살고 싶다며 지체 없이 거졀하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아키쓰가 임원을 거절하고 달랑 부하직원 한명과 일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실의 실장으로 남은건 안전하지만 시시한 일일까? 아니면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일일까? 아키스의 선택의 이유가 궁금해진다.

"재미없어? 그럼 그만둬. 안전하지만 시시한 일이거나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일, 둘 중에 하나를 해야지. 위험하면서 재미도 없는 일을 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p.288)

오피스 소설답게 직장인들이 무한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꽉 채워져 있다. 능글맞은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부하직원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아키쓰 같은 상사와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과 또 한편으로는 나도 아키쓰 같은 상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께하면서 책을 덮는다.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 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p.350)

"그러고 보니 새벽 시간대의 동틀 녘과 마찬가지로 해가 기울기 직전의 시간대에도 물고기가 많이 잡힌 다고 한다. 일몰까지 한 시간이 관건이었다."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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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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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에 뿌리깊은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결혼관과 가정내 역할을 뒤집고 있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는 유쾌한 제목의 책이다. 본문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아기자기 귀엽고, 알콩달콩 사랑스럽다. 결혼한지 너무 오래 지나서 설렘보다는 정으로, 보고싶은 감정보다는 생사여부만 확인되면 그만인 지금의 우리 남편이 아닌, 두눈에 하트를 뿅뿅 담아서 바라보곤 했던 처음 그시설 남편이 떠오르게 한다.

연상연하 커플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평범함을 살짝 넘어선 나이탓에 주변 사람들의 많은 걱정과 호기심속에 결혼했다. 허나, 결혼하고 살다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불편의 진리를 시시때때로 느끼면서 살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이 살다보니 연하도 아니면서 막내동생 철부지처럼 사고를 치기도 하고, 가끔은 나이를 훌쩍 넘어서는 꼰대 노릇에 아빠랑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을 하게 할때도 있더란 말이다. 물론, 우리 남편도 나를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데는 동의한다.

연하의 남편이 글을 쓰고, 연상의 아내가 글에 맞춘 그림을 그리고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적어도 한권의 책을 펴내는 동안은 서로가 오롯이 의지하면서 한몸처럼 작업했을테니 말이다. 오랜시간 같이 할 수 있는 취미하나 만들기도 힘든 정으로 사는 부부사이를 지탱해줄 수 있는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긴 행복한 일이 아닌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있다. '내가 데리고 살것도 아닌데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내버려 두자.'라고 읊조리면서 마음을 내려놓곤 한다. 하지만 부부사이는 이 방법으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는지라 매번 속을 태우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데로 남편을 바꿔놓고 싶어서 말이다. 30여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함께 살게 되었으니 사사건건 맞지 않는게 당연함에도 오래도록 고집스럽게 서로에게 맞추려고 으르렁 대고 있다.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말이다.

"이제야 결혼의 참맛을 느낀다.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 하나가 되었는데, 어찌 균열과 폭발이 없겠는가. 싸우면 싸울수록 그녀가 더 사랑스럽고, 그녀를 알아가는 매 순간이 행복하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혼 위기의 부부는 예외 없이 상대방을 너무 잘 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화목한 부부는 서로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p.20)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인데 '주부'를 자처하는 연하남편이 부럽다. 성차별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맞벌이가 보편화되고 있음에도 육아, 가사의 대부분은 엄마, 아내에게 미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니 말이다. 우리집 또한 맞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남편은 결혼한지 20년을 넘긴 지금도 쇼파 지박령이다. 아주 최근에는 조금쯤 철이 들어서 화장실 청소를 전담해주고 있다. 나도 여기에 부응해서 화장실 청소에서 완전히 손을 떼 버렸다.(못참으면 지는 거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가 익숙해질 때쯤엔 다른 청소도 전담시키려고 살살 준비중인건 비밀이다.

서로 다른 두사람이 한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틀이 멀다하고 싸우지만 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일상이 이어지곤 한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남편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주말에 잠을 몰아자는 내가 남편 눈에는 게을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문제될 것도 없는 것이 함께사는 부부다. 아직은 톱니가 덜 맞는 건지 남편이 몸서리쳐지게 짜증날 때도 있지만, 심기일전해서 20년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 줘야 겠다.

"언젠가는 나 역시 그녀를 위해 무엇인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를 위해 기꺼이 놓을 수 있는 마음. 이 역시 사랑의 넓은 스펙트럼 중 하나의 색채가 아닐까 하는 상념이 스친다." (p.197)

나른한 주말 오후 커피숍에서 사랑스러운 느낌을 담뿍 받으면서 읽어 내려간 글이다. 가벼운듯 써내려간 글이지만 연하남편이 연상의 아내를 바라보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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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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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부러워지는 책이다. 대기업 입사도 부러운데, 퇴사하고 싶은 요즘 그 엄청난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꿈같은 북카페를 차렸다니... 부러우면 지는거다. 하지만 부럽다. 퇴사도 북카페도,.. 사오정, 오륙도가 판을 치는 요즘 오륙도가 되기 전에 당당하게 퇴사하는 꿈은 어느 직장인이나 품고 있는 꿈이다. 직장생활한지 10년쯤 되면 치솟던 열정은 가라앉고 20년쯤 되면 연금이 어느정도 되는지 퇴직금은 또 얼마인지에 관심이 많아진다. 직장에 대한 열정보다는 내가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말이다.

16년동안 몸바쳐 일하던 대기업 과장을 때려치우고 쑬딴스 카페라는 동네 북카페를 열고 책도 팔고 커피도 팔고 살짝 안어울리는 막걸리도 팔면서 전업작가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쑬 딴 작가님. 애견인들의 로망 대형견 골든리트리버 탄이와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로망 북카페를 한꺼번에 성공한 그분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상한 건 말입니다. 제가 회사를 16년이나 다녔는데, 그 시절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사를 다니긴 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동료들이요? 미안하지만 거의 생각 안 납니다. 이상하죠." (p.15)​

나도 우스개 소리처럼 퇴직후 임대료 안나가는 커피숖에서 착실한 알바생과 함께 예쁜 커피숍을 운영하는게 꿈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반드시 '임대료가 안나가는'이 먼저 해결되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예쁘고 위치도 좋은 카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문닫는 곳을 너무 많이 봐온터라 꿈이 조금 소심해 졌다고나 할까...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쑬 딴 사장님처럼 임대료가 부담스럽지 않은 곳에 동네 사람들을 친구삼아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로 소심한 꿈이 좀더 현실적으로 변해간다.

'망하면 또 뭐, 어떤가요. 다시 하면 되지요.'
용기가 필요한 문장이다. 항상 그만두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사표를 써서 가슴에 품고 다니면서도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분노하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좋은 차도 있어야 하고 가끔은 멋있는 곳에서 외식도 하고 싶다. 때문에 실패하면 안되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나만 참으면 일단 월급이라도 주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막상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세상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때부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오롯이 내몫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쑬 딴 사장님의 망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는 말이 묘한 용기를 불러 일으킨다. 그러게 망하면 어떤가! 다시 더 작게 시작하면 되지하고 말이다. (그래도 아직 사표를 쓸 용기를 내지는 못한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챕터의 제목인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각 챕터의 제목에 눈길이 간다. 100%를 채운 제목은 아니지만 뚜벅뚜벅 조금씩 행복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작은 일에 행복해하고 살아가는 끈끈함에 인생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0%, 새로운 인생의 시작
49%, 아직은 낯선 인생 탐험 중
89%, 내가 선택한 삶에 만족하는 법​

그만하면 뭐할껀데? 금방 후회할텐데? 라는 말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가 회사 밖에도 길이 있으며, 행복 충만한 두번째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조언이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은 퇴사할 용기의 에너지를 백퍼 채우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퇴사 에너지가 백퍼 채워지는 날, 나를 위해 살기위한 여정을 두렵지 않게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술 딴 사장님의 고용주 타니 사장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사진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보통은 작가별로 장르별로 정리되어 있는 북카페의 책꽂이가 책의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는 모습도 새롭고, 커피와 막걸리의 조합이 궁금하기도 하고! 김포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번 쑬탄스 카페에서 분홍분홍한 책한권을 고르고 향기좋은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물론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옆집 두부와 막걸리 한잔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책을 읽는 짧은 시간동안 대리만족과 함께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기업때려치우고동네북카페차렸습니다, #잇콘, #쑬딴, #타니, #책과콩나무, #서평단, #책콩, #대기업퇴사, #북카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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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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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도 심리분야의 책이라기 보다는 동화책 같은 느낌이다. 봄을 부르는 듯한 파릇파릇 연두빛깔 표지와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마뱀을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모습이 책을 선택하는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도마뱀이든 나를 좌지우지하는 조타수든 내 머릿속을 잠시 잠깐 점령하고 채울 수는 있겠으나 도마뱀을 길들이는 것도 조타수를 무시하는 것도 결국 나다. 씩씩하게 도마뱀도 길들이고 조타수도 몰아내기 위한 여정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장의 그림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조금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한컷 한컷은 제시된 심리상황과 찰떡같이 맞아 떨어진다. 이런 상황이면 이런 생각이 들겠구나! 나도 이런적이 많았었는데 하는 공감을 얻는 것도 당연하다. 나만 이러지는 않구나 하는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도 얻는다.

틈만 나면 도망가고 싶고, 나한테만 왜 이런일이 벌어지는 모르겠다고 좌절하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내게 잠깐만 멈추고 자신을 돌아봐 주라고 하는 것만 같다.

'도마뱀'은 두뇌 가장 안쪽의 편도체가 내장된 '도마뱀 뇌'라고 불리는 원초적인 기관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가장 고도화된 기관이라고 여겨지는 뇌에 자리잡은 원초적인 점령군인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나의 원초적인 삶을 자극하고 있는 점령군 '도마뱀'을 길들이기위한 32가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과 함께 구성되어 있는 짧은 글은 도마뱀이 나를 툭툭 찌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 허참! 내 쫓을 수도 없는 너무나 당당한 세입자 도마뱀과 함께 힘겹게 살고 있는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사실은 32장의 그림에 붙어 있는 제목만 봐도 아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겠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이런 생각!

1장 당신 뇌 속에 도마뱀이 산다... 모든 일의 시작은 도마뱀이었다

2장 오늘도 삶에서 도망치고 만 당신에게... 틈만 나면 도망치고 싶은 뇌 길들이는 그림

3장 방법이 안 먹힐 때 쓰는 방법이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뇌 길들이는 그림

4장 생각의 함정에 빠진 당신을 구하라... 쉽게 상처받는 소심한 뇌 길들이는 그림

5장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나만 사랑하는 뇌 길들이는 그림

6장 뇌는 단순하고, 인생은 복잡하다... 한 치 앞만 보는 뇌 길들이는 그림

그림5 눈 가리고 공포영화 보기,,, 공포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게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심리치료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절대 보지 않는 장르가 공포영화다. 사전 홍보영상 몇컷에도 생생한 이미지에도 몇날몇일을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다. 그림이 권하는 방법처럼 여러번 아무렇지도 않게 '쳐키'를 볼 수 있을까? 아직도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가 들지는 않지만 '반복'이라는 방법이 유용한 방법인 것 만은 사실이다.

그림13 삽질, 부지런하고 멍청하게 구덩이를 탈출하는 방법,,, 아! 정말 나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을 찌른다. 무작정 열심히 땅굴만 파고 있는 내모습이다. 일이 잘 풀릴때도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우직하게 삽질만 열심히 하는 내모습이 그려진다. 무작정 삽실만 하는 내가 창의성이 부족해서 일까, 용기가 없어서 일까,,, 조금만 옆을 돌아봐도 좋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한방법만 고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도마뱀 탓일까?

그림25 화초가 시드는 게 화초의 잘못인가? 이 그림은 부모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시들지 않고 자라날 수 있는 양분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시들지 말라고 강요만 하고 있는 내모습이 반성된다.

마지막 그림32 당신의 인생 출연진: 당신 빼고 모조리 다!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는데 나만 빼고 모조리 다 내인생에 출연하고 있다고 표현한 제목이 나를 허탈하게 한다.

아이큐 한자리인 도마뱀을 이해시키려고 투자한 나의 에너지가 아까워진다. 불안하면 불안한채로, 무서우면 무서운채로, 슬프면 슬픈채로 도마뱀을 길들일 수 있을 때까지 애쓰지 말고 상황을 잘 넘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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