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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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절실하게 와닿는 문장이다.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들 대다수가 완전 공감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분단위로 초단위로 쪼개 써도 집은 집데로, 직장은 직장데로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이 이어지다보면 어느새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현타가 오는 순간마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한건 아닌데 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 일쑤였다.

잠을 줄이고 내 시간을 줄이면서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녀도 나한테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다. '집에서는 직장다니느라 아이들한테는 신경도 안쓴다, 직장에서는 집에 신경쓰느라 일은 제대로 안한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텨도 반복되는 질책속에서 작아지곤 한다. 지금이야 아빠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조금 이른 결혼을 한 나는 독박육아에 가깝게 아이를 키웠던 경험이 있어서 저자의 함께하는 육아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많이 부러웠다. 아이가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흔쾌히 내어준 나의 시간을,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 아이가 거친 세상에서 두려움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태어났다. 아이는 모유도 분유도 이유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랐다." (p.11)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는 직딩이라 출퇴근시간 책읽기를 좋아한다. 나 또한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하철이 책읽기 훨씬 좋은 환경이니말이다. 행여나 가방에 책이 없을 때는 웹소설을 읽곤 하지만,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웹소설은 종이책 같은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2%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흥미진진한 소설로 때로는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통해 여러가지 삶을 엿보면서 일상의 고됨을 날려보내곤 한다.

"이십 대 여성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삼십 대 남성인 내가 모르는 세상을 읽었다. 같은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각자 다른 온도로 사회를 감각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p.24)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해지는 한편 서운한 감정이 생긴다. 언제까지 내 품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 독립을 준비하고 엄마 보다는 친구를 여자친구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힘들고 고되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다.

"어떤 비법을 궁리하며 아이의 요구를 손쉽게 해결하려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평소에 늘 너에게 마음을 쏟겠다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후에야 네 차례가 오게 하지 않겠다고, 네가 잠든 후에도 너의 마음을 생각하겠다고." (p.57)

딸 아이의 아빠로서의 삶과 서점인으로의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발한발 내딪고 있는 저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서점인으로의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전 이나영과 이종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생각났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잘 팔리지는 않지만(돈은 안되지만) 꼭 필요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회식자리의 출판사 사장님 말씀이 떠오른다. 한권의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한권의 책도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책이 더 좋아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에도)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삶도 놓지 않는 저자의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한다. 새벽에 짬을 내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정시 퇴근 후 아이와의 시간에 전혀 소홀함이 없는 쉽지 않은 일상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말이다. 나도 이제 그만 아이의 독립이 다가오고 있음에 애닳아 하는 생각을 접고, 일과 일상의 삶의 균형을 넘어 부모로서의 삶과 내 자신의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겠다.

"선택과 집중 보다는 적절한 밸런스, 어느 하느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표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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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운명, 당신은 내 웬수
박정수 지음 / 창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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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이혼과 세번의 결혼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밝히고 있는 저자가 제안하고 있는 연인, 부부, 자녀관계에 대한 해법이라,,, 읽기 전부터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는 대체 왜? 두번이나 이혼을 하고 지치지도 않고 세번이나 결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읽기 시작한다. 이렇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을 들어도 될까?라는 의문도 함께 말이다.

다 읽고 난뒤의 느낌이라면, 부부관계에서 아직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계시다면 세번째 이혼도 어렵지 않게 실행에 옮기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요즘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관점에서의 부부관계에 대한 글이었다. 저자 소개글에 나온것처럼 반면교사하기 위해 읽어야지 해법으로 여겼다가는 관계가 더 안좋아질듯 하다.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의 많은 내용이 욕을 먹을 거라고 예상하고 글을 썼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지만, 내가 특별히 페미니즘적이거나 남녀평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대다수의 여성독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자녀관계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공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연인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관점은 공감하기 어렵다.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대쯤으로 날아간다면 모를까 21세기를 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는 대부분의 제안이 불편했다.

남편에게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이 오면 '제발 술 많이 드시고 많은 사람과 좋은 대화 나누고 들어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아내가 대체 몇명이나 있을까? 있기는 할까? 이런말은 60~70년대에도 하기 힘든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건 여자건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당한' 이라는 단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며, 가정생활에 불편함을 줄 정도의 술자리가 받아들여 질 수는 없다. 서로 관심없는 쇼윈도 부부라면 모를까 말이다.

부부관계의 불편한 해법중 공감이 갔던 해법은 서로가 말을 예쁘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부분도 '말을 예쁘게 하는 와이프라면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여기고도 남을 것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는 지라 괜스리 얹짢아 지기는 했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남편도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할 즈음 '상대방에게 말을 예쁘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동의하는 걸로.

"좋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특효약은 바로 '상대방에게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 아닐까?" (p.98)

이번주말에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반성했던 나의 양육태도를 다시한번 되집어 본다. 학벌과 스펙에 집중하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 못했던 일과 헬리콥터맘 저리가라하게 모든 결정을 엄마인 내가 해주고 있었던 과거를 반성한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아이가 베스트원 보다는 온리원이 되어,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지금 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자녀를 정말고 성공시키고 싶은 부모라고 한다면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스펙을 가졌다 해도 지금 이 시대에서는 중소기업을 입사하라고 하고 싶다. 중소기업에 가서 아주 밑바닥 부터 배우는 것이다. 대신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p.261)

연인, 부부, 자녀와의 관계를 '성공'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명쾌한 해법이라고 하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아쉬웠던 책이다. 다만, 짧은 상황에 따른 저자의 해법을 서술하고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히는 데다가, 표지가 산뜻하게 예쁘고 내지가 기분 좋아지는 재질이라 구성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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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 - 1등을 만드는 작은 관심의 차이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망고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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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박육아와 아빠의 무관심으로는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없다! 독박육아와 아빠의 절대적인 무관심을 경험했던 사람으로 '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의 마지막장을 읽고 느낀 한줄 표현이다.

치맛바람이라는 신조어에 이어 강남 돼지엄마, 타어거맘, 헬리콥터맘 등 지금까지 엄마들의 양육방식을 지칭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아빠들의 양육방식을 특정짓는 말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리어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조건으로 거론될 정도로 아빠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한발짝쯤 떨어져 있었던 것이 우리네 현실이었다.

SBS 스페셜 '바짓바람 시대 - 1등 아빠의 조건' 방송을 자세히 보지 못했던 탓에 '바짓바람'이라는 제목에 오롯이 끌려서 선택한 책이다. 여타의 자녀교육서적처럼 '사교육은 적게, 부모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라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이론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자녀교육서적과 달리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와 '아빠'의 역할에 대한 서술이 중심이다. 다만, 살짝 불만스러웠던 것은 입시제도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져서 엄마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조직적이고 분석적인 아빠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 환경이였다라는 전재가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엄마의 역할을 너무 가볍게 본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작년 아이가 고3이었던 탓에 입시제도의 복잡함과 불합리함에 넘치는 불만을 갖고 있는 학부모중 한사람이다. 고등학교 공부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가 혼자 입시를 준비해서 과연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입시제도는 부모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워킹맘이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조금은 수월한 수시가 아닌 정시로 아이 입시를 치른 엄마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학력고사나 오롯이 시험성적만으로 평가되는 정시가 공정하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또한 대학 현장에서도 수시와 정시의 학력차이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방법에 고심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의 지금의 입시제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에는 대다수 동의할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처럼 입시 제도가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으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부부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쪽에만 모든 부담을 지우지 말고 부부가 함께 고민하면 훨씬 행복할 것 같다고 엄마들은 이야기 했다." (p.69)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사람이 관여했음을 의미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요즘은 부모조차도 아이의 성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베이비시터와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을 전전하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에게 정해진 코스를 밟아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업을 갖기만을 바라게 된다. 물론, 말로는 건강하고 인성바른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내심 공부는 물론 잘해야 하고가 생략된 말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먼저가 아닌 보여지는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이들은 반드시 3대 마음영양소(소속감, 자율감, 유능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평소에 존중하고, 함/게 살지만 서로 구속하지 않으며, 가족 모두가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p.7)

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는 비단 아빠의 육아참여만을 강조한 책은 아니었다. 아이가 가정에서 느껴야 할 것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고집스럽게 오늘 해내려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가볍게 여겼던 일상을 반성하며, 지금까지 강조되던 '아빠의 무관심'이 아니라 '바짓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엄마와 함께 아빠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닌,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엄마의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운명이 된다.

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 P.21 / 대처가 어릴적 아버지가 해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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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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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죽일 수 있어."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에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되는 아이들이 종종 발생하고 한다. '가족동반자살'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부모에게 살해 당하는 '타살'임에도 불구하고 '자살'로 표현된다. 아이들만 남겨두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되면 아이들이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과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소유욕 탓에 아이들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희생 당하곤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가족 동반자살은 25건에 이른다. 한달에 두번꼴로 무고한 아이들이 부모의 그릇된 선택에 의해 살해당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생명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없음에도 말이다. 이 책의 사례처럼 부모의 그릇된 선택에서 극적으로 살아 남기도 하지만, 믿었던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죽음의 공포와 다른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겪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상처받은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보여준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나 역시 아버지에게 죽을 뻔했다고 항변해도 나는 여전히 살인자의 자식이었다. 아버지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를 향해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p.71)

조용한 시골마을이 유일하게 북적거리는 유등축제를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등축제를 하루 앞둔 어느날, 엄마를 죽이고 복역하던 진웅의 아버지가 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벌어진 살인사건... 오래전 진웅의 가족동반자살 시도에서부터 그간의 사건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살인사건의 수사망은 천천히 진웅의 가족을 위협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연쇄살인일까, 아니면 오래전 미궁으로 빠져버린 저수지 사건을 뒤로한채 마을을 떠나버린 형 진혁일까 그도 아니면 악의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선한 눈을 가진 진웅에게 숨어 있던 악마의 짓일까? 긴장감 넘치는 추리와 함께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들이 퍼즐을 맞춰간다.

아버지, 진혁 그리고 진웅 세사람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사건은 범인이 예상될듯 말듯 끝까지 나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 유등축제 소원등에 가족소원을 '각자 잘 살게 해주세요'라고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공감하고 나면, 범인은 누구 인가를 찾기 보다는 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비극의 원인에 함께 가슴아파하게 된다. 더이상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빼앗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가족 동반자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죽임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내가 뭘 잘못했을까’ ‘뭐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자책하며 자폐적으로 바뀝니다. 그런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치료도 시급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그릇된 소유욕과 사실상 살인을 당하는 이들의 경험을 ‘일가족 동반자살’로 치부해버리는 시선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20.3.5. 한국경제 김선미작가 인터뷰)

지난해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3회 추 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답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평소에도 카카오페이지의 소설을 즐겨보고 있는 나의 취향에는 좀더 딱 맞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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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퍼즐 추론게임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은경 옮김,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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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지루하고 졸릴때 잠깐 짬을 내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퍼즐을 풀곤 한다. 호기롭게 시도하지만 의외로 정답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를 던지고 풀기를 강요하면서 내가 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가끔은 누군가가 걸어놓은 커피쿠폰과 함께 퀴즈를 풀면서 졸음을 쫓는 즐거움도 있다.

우수한 두뇌를 대표하는 단어로 뿌리내린 '멘사'. 멘사는 100여개국에 1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능지수 상위 2%이내(IQ148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천재들의 모임이며, 멘사회원들은 유희처럼 퍼즐을 풀며 영재성을 확인한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두뇌회전이 한참 빨랐을때 멘사회원가입에 도전이라도 해볼껄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퍼즐을 풀어보기로 한다.

퍼즐은 수학자 같은 학자들이 논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창작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퍼즐 전문 제작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된다. 이 책의 저자 그레이엄 존스는 퍼즐 전문 제작자로 The times에 연재중인 스도쿠, 가쿠로, 암호퍼즐을 엄선한 Puzzle media에서 편집자와 검수자로 일했고, 퍼즐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현재는 프리랜서 퍼즐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직업의 세계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퍼즐의 답을 찾는 순간을 '전구에 불이 켜지는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까다로운 퍼즐을 풀고, 논리적인 구조를 해결하고 난뒤의 쾌감은 일상의 지루함을 해소하는 즐거움이다. '멘사'라는 높은 벽에 기가 죽어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퍼즐'은 넘어야할 벽이 아닌 즐겨야하는 놀이다. 이 책은 퍼즐의 즐거움, 전구에 불이켜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추리, 말장난, 단어, 시각 등 다양한 분야의 200여가지 퍼즐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이 대부분 종이책보다는 온라인책에(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소설 등), 신문보다는 인터넷 뉴스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조금만 길어도 읽기를 포기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인터넷 뉴스기사도 단 세줄로 축약해주는 기능까지 생겼을 정도다. 뇌가 더 무기력해지기 전에 좀 더 말랑말랑해 질 수 있도록 돕기위해 먼세퍼즐에 도전해 본다.

야심차게 덤볐으나 첫 문제부터 막힌다. 하지만 뭐 어떤가! 천천히 다시 생각해서 풀어보기로 한다. 숫자를 썻다 지웠다 하면서 문제를 푸는 동안 어딘지 모르게 스마트해 보이지 않았던 전현무 아나운서가 출연하는 케이블 방송의 문제적남자가 떠오른다. 멘사회원임을 자랑하듯 알쏭달쏭한 문제를 풀어가는 어울리지않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아서 다음문제로 넘어가고 있지만 퍼즐을 풀기위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아들이 퍼즐을 펴놓고 고민하는 엄마를 보고 옆으로 슬쩍와서 앉는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본다. 어이없이 문제가 풀리기도 서로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함께 푸는 과정이 즐거운 것 또한 퍼즐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만, 퍼즐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팁이 정답에 같이 수록되어 있다면, 퍼즐에 대한 해결여부와 상관없이 퍼즐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이 책을 푸는 동안 모든 걱정을 털어버리고 온전히 퍼즐의 즐거움에 빠지기를 바랍니다." (p.5 그레이엄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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