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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평점 :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절실하게 와닿는 문장이다.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들 대다수가 완전 공감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분단위로 초단위로 쪼개 써도 집은 집데로, 직장은 직장데로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이 이어지다보면 어느새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현타가 오는 순간마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한건 아닌데 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 일쑤였다.
잠을 줄이고 내 시간을 줄이면서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녀도 나한테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다. '집에서는 직장다니느라 아이들한테는 신경도 안쓴다, 직장에서는 집에 신경쓰느라 일은 제대로 안한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텨도 반복되는 질책속에서 작아지곤 한다. 지금이야 아빠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조금 이른 결혼을 한 나는 독박육아에 가깝게 아이를 키웠던 경험이 있어서 저자의 함께하는 육아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많이 부러웠다. 아이가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흔쾌히 내어준 나의 시간을,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 아이가 거친 세상에서 두려움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태어났다. 아이는 모유도 분유도 이유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랐다." (p.11)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는 직딩이라 출퇴근시간 책읽기를 좋아한다. 나 또한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하철이 책읽기 훨씬 좋은 환경이니말이다. 행여나 가방에 책이 없을 때는 웹소설을 읽곤 하지만,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웹소설은 종이책 같은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2%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흥미진진한 소설로 때로는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통해 여러가지 삶을 엿보면서 일상의 고됨을 날려보내곤 한다.
"이십 대 여성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삼십 대 남성인 내가 모르는 세상을 읽었다. 같은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각자 다른 온도로 사회를 감각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p.24)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마음이 편해지는 한편 서운한 감정이 생긴다. 언제까지 내 품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 독립을 준비하고 엄마 보다는 친구를 여자친구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힘들고 고되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다.
"어떤 비법을 궁리하며 아이의 요구를 손쉽게 해결하려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평소에 늘 너에게 마음을 쏟겠다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후에야 네 차례가 오게 하지 않겠다고, 네가 잠든 후에도 너의 마음을 생각하겠다고." (p.57)
딸 아이의 아빠로서의 삶과 서점인으로의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발한발 내딪고 있는 저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서점인으로의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전 이나영과 이종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생각났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잘 팔리지는 않지만(돈은 안되지만) 꼭 필요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회식자리의 출판사 사장님 말씀이 떠오른다. 한권의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한권의 책도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책이 더 좋아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에도)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삶도 놓지 않는 저자의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한다. 새벽에 짬을 내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정시 퇴근 후 아이와의 시간에 전혀 소홀함이 없는 쉽지 않은 일상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말이다. 나도 이제 그만 아이의 독립이 다가오고 있음에 애닳아 하는 생각을 접고, 일과 일상의 삶의 균형을 넘어 부모로서의 삶과 내 자신의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겠다.
"선택과 집중 보다는 적절한 밸런스, 어느 하느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나는 행복하다." (표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