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빌리지 학습도감 14 : 거북탐정 - 만화로 보는 생물 백과 드래곤빌리지 학습도감 14
하이브로 지음 / (주)하이브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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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북에게 관심이 많은 조카를 위해 고른 책이다. 배송된 책의 두깨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북에 대해 알려줄 것이 이렇게나 많은 가?? 책을 펴보기도 전에 이 책 한권이면 거북박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호~ 두껍긴 하지만 만화와 다양한 거북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조카도 만족스러워 해준다.

책을 펴니 첫장에 편지봉투가 기다린다. 그리고 이어진 낱말퀴즈, 간단한 낱말퀴즈라 아이도 쉽게 풀수 있지만 왜 첫장에 낱말퀴즈가 있을까 하는 의문(심지어 거북이에 관련된 문제도 아닌데...)을 품고 책속으로 gogo!

학습도감은 자연에 숨겨져 있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관찰을 통해 찾아내고, 아이들이 관찰을 통해 창의력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위해 기획된 시리즈라고 한다. 어른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상상력의 기회를 열어주라는 당부의 말부터 전한다. 오래전 어른들이 아이였을 때의 학습법과 이제 막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학습법은 달라야 하지만,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한 어른들이 습관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는 '주입식 교육'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부드럽게 조언한는 소개글이 공감을 이끌어 낸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거북도감은 육지거북, 민물거북, 바다거북까지 커다란 거북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거북의 종류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에나 거북이가 이렇게 많았다니! 내가 알고 있는 거북은 커다란 바다거북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작은 청거북 정도가 전부였는데 세상은 넓고 거북은 많다.

 

거북탐정 버블의 사무실로 찾아온 의문의 의뢰인, 괴도 래빗을 잡기 위해 대부호 램곤의 크루저로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거북탐정 버블을 초청한다. 사건해결을 위해 크루즈에 탑승한 버블과 그의 거북친구 올리 그리고 조수 고신 이들은 크루즈에 숨겨진 수상한 비밀을 감지하고.... 흥미진진한 탐정스토리와 함께 소개되는 거북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거북의 구조를 시작으로 거북껍질이 진화된 과정 그리고 각각의 거북들의 특정을 설명해준다. 두툼한 다리와 긴목을 가진 알다브라코끼리 거북, 머리카 크고 넙적다리에 가시와 같은 돌기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가시거북 등 다양한 거북들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을 알려주고 만화캐릭터와 함께 거북의 특징을 기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2~3컷 만화로 다시 보여준다. 자연도감같은 거북이야기가 지루해질쯤이면 거북탐정 버블이 짠하고 등장해서 지루함을 덜어주는 구성이라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완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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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신과 영웅들 - 레전드 오브 레전드
댄 그린 지음, 데이비드 리틀턴 그림, 고정아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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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알고 있던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한곳으로 모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당연히 흥미롭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어른과 아이를 위한 책이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과장스러운 캐릭터들이 어렵지 않게 신화속으로 빠져들게 도와준다. 아이와 머리를 맞데고 함께 읽으면서 그림과 신화를 이야기하기 좋다.

글밥이 좀 있는 책이라 유딩이나 초등 저학년은 혼자 읽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동화책처럼 엄마가 읽어주면(생동감 넘치는 성대모사를 필수로) 신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인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신화들을 더듬으면서 좀 더 생생한 느낌으로 복기하듯 읽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신화를 단편처럼 구성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옛날이야기, 편지, 일기를 비롯해 생방송 화면을 보듯 서로를 부르며 마이크를 넘기는 것처럼 구성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고 있어서 알고 있었던 신화도 집중에서 보게된다. 눈길을 끌게하는 키워드와 익살스러운 캐릭터는 책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배가시켜 준다. 책의 마지막 장을 차지하고 있는 찾아보기를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신화와 영웅의 등장인물에 다시 한번 놀란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보기보다 신과 영웅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짧았었음에 혼자 슬며시 좌절아닌 좌절을 맞본다. :(

                            

예를 들어 신화 트로이의 목마에서는 목마의 겉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목마안에 숨어있던 병사의 일기를 통해 재채기를 참거나 작전을 실행하기 전에는 실패를 장담했어면서도 성공한 뒤에는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듯 빠른 태도의 전환을 보이는 모습 등 ,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색다른 방식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디오메데스는 우리에게 만약 재채기나, 트림, 방귀 같은 게 나오려고 하면, 말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내라고 했지. (p. 34 트로이에 준 선물 중)"

30여가지의 다양한 영웅신화와 마지막에 부록처럼 수록된 세계의 신화와 전설은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해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대륙별 신화에 대한 기원과 특성을 알려주고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확장시키는 매개로 세계 영웅신화를 이어 함께 읽을 책을 찾아볼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더불어 어른들에게는 디테일한 신화의 키워드로 가끔 유식한척(?)할 수 있는 유용한 잡지식을 늘려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밤새워 읽는 세계 신화와 전설"의 카피가 딱 이해 된다. 쉽고, 웃기고, 환상적인 신화책으로 인정! 아이들과 기분좋은 책읽기를 계획하고 있는 엄마아빠, 코로나19로 집콕하고 있는 무료한 어른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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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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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가 살 것같은 우주행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토끼와 고양이가 술잔을 부딪히고 있다. '인생 뭐 있어! 그냥 즐겁게 살면 되는 거야!' 맞다, 딱히 심오한 인생도 아닌데 여지껏 왜 이렇게 어렵게만 살려고 노오력에 노오력을 거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조금만 덜 신경쓰고, 눈치 좀 덜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책의 저자 또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무한 노력과 재능을 고려하지 않은 공부에 매진하며 남들이 정의해놓은 '모범답안'을 채워가면서 어린시절을 거쳐 풋풋한 청춘을 흘려 보냈다고 소회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나의 행복 보다는 주변의 시선과 이미 정해놓은 틀안에서만 무엇인가를 이루워내야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나 또한 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 하지만, 모범답안의 틀에 갖혀 있는 삶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료함과 함께 허무함을 만들어내곤 한다.

모범답안이 없는 인생, 각자가 각자의 인생에 대한 답을 채워나가는 것이야 말로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답이 없는 인생 모범답안에 나를 끼워맞추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채워가는 정답지를 만들어 가면 된다.

마음에 드는 표지와 함께 읽기 시작한 책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그보다 먼저 챕터 제목이 눈길을 끌고 마음에 가게한다.

Chapter1. 나는 왜 사는 일이 재미가 없을까,,, 내가 살고 싶은 데로 살기보다는 정해진 데로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재미있기란 쉽지 않은게 당연한 일 아닐까!

"행복은 어느 날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누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만이 내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p.48)

Chapter2. 그놈의 열심, 열심, 열심,,,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할 무렵부터 '열심히 해라!', '노력해라!',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듣기 싫어 몸서리를 쳤음에도 어느순간 나도 아이에게 '노력해라!'를 쏘아대고 있다. 본문의 어느 한 문장처럼 아이와 나의 30여년의 간극을 생각하지 않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을 그대로 요구하는 무지한 엄마였던건 아닌지,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없도록 강요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 번도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이다." (p.67)

Chapter3. 느린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예전에는 듣기 쉽지 않았던 '번아웃'이라는 말을 일상생활용어처럼 사용하게 된다. 앞만보고 무작정 달린탓에 배터리가 다 되어버린 것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암전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곤 한다. 인생은 길다. 그리고 나는 소중하다. 소중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당장 조금 빠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초심을 유지하며 자신을 믿고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p.114)

Chapter4. 한 번쯤은 주인공처럼,,, 어디서든지 종종거리며 열심을 장전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무대가 마련되면 무의식중에 구석을 찾아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버린다. 예쁘지 않아서, 키가 작아서 구석을 찾아서 숨어버리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마음속에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숨긴채 말이다. 예쁘지 않으면 어떻고 키가 작으면 어떤가 내인생의 답은 나인데! 갑에 맞서는 슈퍼을이 되어 어깨펴고 당당하게 살아보기로 한다.

Chapter5. 가장 나다운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누군가 만들어 놓은 모범답안을 쫓아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채워가는 나만의 정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가끔은 멍 때리고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나만 바라볼 수 있는 나를 위한 시간을 주기로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있다. 내 마음의 곳간에 인심이 그득해질 때까지 채우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해요(p.22)"를 실천할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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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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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미스터리 장르에 대해서 딱히 염두에 두고 읽지는 않았었지만, 코지미스터리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나그루에의 작품인지라 책을 읽기전 장르의 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역시나 아나그루에의 이름 없는 여자들은 덴마크의 평화로운 해변도시 크리스티안순을 배경으로 하는 완벽한 코지미스터리의 형태를 갖춘 소설이었다. 단, 가볍고 편안한 범죄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소재가 된 범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로 살기에 세상은 여전히 녹녹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들의 처절한 삶을 다시한번 곱씹어 본다.

코지미스터리(cozy mystery)는 범죄물, 추리물, 미스터리물의 하위 장르이다. 가볍고 편안한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로, 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 (위키백과)

광고기획사 쿠르트&코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단 소르메달과 형사 플레밍 토르프는 말못한 사연을 숨기고 있는 오랜 친구다. 평생 라이벌 관계이면서, 절친인 이들 앞에 등장한 살인사건. 크리에이티브디렉터와 형사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될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을 때, 우연히도 살인사건 현장이 단의 회사였던지라 빠른 해결을 위해 단과 플레밍은 함께 살인사건 현장에 함께 있게 된다. 형사나 탐정은 아니지만 세심한 관찰력으로 형사 못지않은 프로파일링을 하는 단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실마리를 얻게 되지만, 절친이지만 라이벌인 플레밍은 단 보다 못한 자신을 탓하며 자괴감에 빠져든다.

정교한 가로테에 의해 살해당한 릴리아나는 쿠르트&코의 청소원으로 쿠르트 & 코의 대다수 직원들은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그저 이름없는 청소원일 뿐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릴리아나와 함께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던 벤야민은 살인현장을 목도한채 숨어버리고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거론되지만 두려움에 떨며 진술을 거부한다. 릴리아나의 사건이 정리되기도 전 일어난 또 하나의 살인사건! 젊은 흑인 여성이 잔인한 성폭력과 구타에 의해 살해당한채 해변으로 밀려왔다. 누가? 왜? 이토록 잔인한 살해를 저지른 것일까.

잔인한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피해 달아났지만,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없는 그녀들. 그녀들은 이름을 잊은 채로 청소부로, 가정부로, 보모로 불리면서 부당한 대우에 만족하며 크리스티안순의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밖으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경찰을 찾아가면 처음에는 많은 도움과 원조를 받겠죠. 포주와 그 부하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보호시설로 보내기도 해요. (중략) 하지만 대부분은 공항에서 이미 그들 주인의 대리인에게 끌려가 심한 매질을 당하고 다음 비행기로 다시 돌로보내지죠. 새 위조 여권을 가지고 또 다른 지옥 여행이 시작되는 거에요." (p.236)

자의든 타이든 서로가 조사한 내용을 공유할 수 없는 단과 플레밍은 각자의 방법으로 살인사건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릴리아나가 살아된 날로부터 일주일. 단과 플레밍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그늘에 숨겨진 크리스티안순의 민낯을 맞닦드리게 되고, 비록 추악한 민낯의 어두움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멋진 콤비플레이로 사건을 해결하기에 이른다.

두 절친의 사건해결 시나리오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잠시잠깐 딴생각을 하면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놓치게 될 정도로 인물간의 관계가 촘촘하다. 일부라고 할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편안함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지원'이라는 가면을 씌운채 이주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하고 있다. 비단 크리스티안순만의 이야기는 아닌, 어쩌면 사회 곳곳에 크리스티안순의 칙 서포트 글로벌과 같은 가면을 쓰고 있는 위선자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여성들은 모두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죠. 외국 여성이라는 것, 크리스티안순에 몰래 숨어 산다는 것, 그리고 덴마크에서 추방당할까봐 무서운 나머지 어떤 형태든 관청에 도움을 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p.295)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도 가슴한켠에 찬바람이 부는 건,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더이상 그녀들이 이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공정한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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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오쓰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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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은 2009년 출간된 오츠이치의 ZOO의 개정판으로 다소 으스스한 11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곱 번째 방을 비롯한 ZOO, 카자리와 요코, SO-FAR, 양지의 시, 총 5편이 옴니버스식 영화 ZOO로 개봉되기도 했다. 음산한 5개의 각기 다른 단편이 옴니버스식 영화로 계속되면 보는 동안 움찔움찔하면서 화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보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 단편, 일곱 번째 방은 여느 남매처럼 투닥거리던 남매가 영문도 모른채 회색 콘크리트로 벽으로 둘러쌓인 방에 갇힌 사건으로 부터 출발한다.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텅빈 방에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방을 가로지르는 더러운 물이 흐르는 도랑 뿐이다. 남매를 가로막고 있는 철문 바닥으로 죽지않을 정도의 식빵과 물만을 제공한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은채로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위해 도랑을 통과할 수 있는 아이가 방을 나가보기로 한다. 도랑으로 이어진 일곱 개의 방 그리고 그 안에 가둬진 사람들... 그들은 공포에 휩싸여 세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단편의 마지막장을 읽을 때는 괴기스러운 웃음소리와 전기톱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너도 보았을 거 아니니? 못 봤을 리가 없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이 도랑에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p.22)

세번째 단편, ZOO 사진과 영화의 차이는 시와 소설의 차이를 닮았다. 100일이 넘게 우편함에 사진이 들어있다. 사진에는 연인이었던 여자의 시체의 모습이다. 하루하루 부패가 조금씩 진행되고, 시체 위를 가로지르는 벌레의 위치만 조금 바뀐사진이다. 오늘도 그는 그의 연인을 죽인 살인범을 찾아 헤맨다. 매일매일 발견되는 그날의 주유영수증과 구겨진 사진한장. 그는 그녀를 죽인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그는 'ZOO'라는 무자 앞을 지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니 뒤돌아 서서 소름끼치게 웃고 있을 것만 같다.

"나는.... 그녀를 죽였어...., 내가..... 그녀를....." (p.120)

네번째 단편, 양지의 시 작업대 위에서 눈을 뜬 나.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심지어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속에 없는 모든 것들은 할 수 없다. 흩어진 블럭으로 범선의 귀퉁이조차 만들어 낼 수 없다. 해본적이 없는 일이다. 나는 그를 매장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하지만 죽음이 갖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 슬프지 않다. 정확한 매장을 위해 구덩이를 파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 숲속에서 기르고 있는 야채를 갉아먹는 토끼가 있다. 야채를 뜯으로 간 어느날 나는 토끼와 함께 비를 만나고 절벽 밑으로 떨어진 토끼를 구해보려고 하지만 거친 빗속에서 피를 흘리며 토끼는 죽어간다. 매장을 위한 구덩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고 있던 내가 그의 죽음을 기다리는게 아파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집어넣은 그가 원망스럽다.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도 점점 잊어가는 죽음에 대한 상실감에 대해 작업대 위에서 태어난 이름도 없는 '그것'이 느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잊혀져 가는 죽음의 상실감을 되찾아 오려고 하는 것처럼.

"'그게 죽음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제야 알겠다. 죽음이란 바로 상실감이었다." (p.148)

이어지는 단편들 또한 세상을 풍자하듯 써내려 가고 있다. 말의 폭력성을 일깨우고 있는 '신의 말', 가정.학교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차별.편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카자리와 요코', 돈을 따라 움직이는 가족들을 비틀어 보고 있는 '혈액을 찾아라', 가해자는 범죄를 잊고 일상을 살하가지만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군상을 그린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등 하나하나의 단편들을 통해 때로는 괴기스럽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허무하게 사회의 어두운면을 꼬집어 내고 있다. 11개의 단편이 모두 흡인력이 있다고 말하수는 없지만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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