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레시피
이누카이 쓰나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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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잘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요리책은 좋아한다. 그림도 예쁘고 왠지 따라 해 보고 싶은 욕구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데다가 따라 하지는 않아도 '밥은 잘 안 하지만 그래도 요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엄마구나'하는 게으름을 살짝 덜어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워킹맘이라 하루도 맘 편히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요즘처럼 일에 치일 때는 요리는 고사하고, 냉장고에 냉동식품이라도 채워져 있으면 감사할 뿐이다.

신선한 제목을 가진 요리책 '번아웃 레시피'는 나처럼 일에 치인 워킹맘에게도, 혼밥을 주로 해야 하는 싱글족에게도, 그리고 워킹맘을 엄마로 둬서 배고픔을 달래야 하는 폭풍 먹성을 지닌 아들들에게도, 냉동식품에 지친 신혼부부에게도 너무나 유용할 것 같은 즐거운 요리책이다.

"얹기만 하면 완성되고, 돌리기만 하면 조리가 끝난다. 밥을 하긴 지쳤고, 배달은 지겨워. 눕기 직전 체력으로 만들 수 있는 집 밥 레시피" 이 얼마나 감사한 말인가! 책을 펴자마자 등장하는 질문은 요리 재료가 있는지, 도구는 있는지가 아니라 '당신은 체력은?'이다. 남아있는 체력을 기준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해 준단다.

"5% 될까 말까... 간단 레시피로 만든 밥을 먹고 얼른 잡시다. 이제 난 끝났다 싶을 때 힘을 주는 밥

20% 정도밖엔 없어... 간단하게 만든 밥을 먹으며 넷플릭스라도 보자. 주방에 설 기운이 아슬아슬 남은 순간 하는 요리

60% 정도 남아있어! 간단 요리를 만들기 위해 마트에서 장보기 좋아, 뭐라도 만들어 보자 결심할 때 추천하는 레시피

80% 이상! 아직 오늘은 쌩쌩 식단을 짜서 호화롭게 먹어보자. 조리도구를 활용해 후다닥 한상차림 만들기" (p.4~5)

알록달록 체력을 체크하는 파트를 지나면, 단계별 레시피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물론 요리고자 워킹맘인 나에게는 5%와 20% 사이의 요리가 적당하다. 식빵과 참치캔, 치즈만으로 만들어내는 참치 치즈 토스트를 시작으로 참치캔과 같은 반조리 식품을 활용해 그럴듯한 일품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 눈길을 사로잡느다. 다진 야채와 케첩, 참치캔 정도만 준비해두면 귀차니즘 충만한 우리 아드님께서도 후다닥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간단 레피시 들이다.

5% 남은 체력을 조금 더 보강해 20%의 체력이 남아있을 때는 조금 더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심지어 설거지를 줄 일 수 있는 팁까지 함께 설명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요리책이다. 반조리 식품을 벗어나 돼지고기나 야채를 활용해 만드는 일품요리는 재료 준비와 난이도가 살짝 있기는 하지만, 워킹맘이나 혼밥족이 시도해보기에 무리없는 레시피들로 채워져 있다.

나의 수준은 딱 20%까지지만 나머지 레시피들도 둘러보기로 한다. 나의 몸을 위한 든든한 요리를 위해 마트부터 들리고 - 준비된 재료와 함께 요리를 시작해야 하는 -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요리지만, 다른 요리책의 요리보다는 훨씬 가벼운 레시피들이다. 레시피가 이렇게 간단해도 되나 할 정도로 말이다.

외식도 귀찮고, 배달음식도 지칠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볼 수 있는 레시피들로 꽉 채워져 있다. 실제 시도는 빨간색의 범위를 넘어서기가 어렵겠지만, 근래에 본 요리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귀염귀염한 레시피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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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새로운 여정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엘리자베스 림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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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 역경을 이겨내고 피어나 그 꽃이 가장 귀하고 아름답다." (p.300)

책 보다 먼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숯검댕이 눈썹 송승헌의 전 여자친구 유역비가 주인공으로 연기한 실사판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애니메이션을 자세하게 묘사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문장과 함께 책을 중간중간 삽입된 이미지 컷은 흡사 그림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주인공 뮬란은 결코 예쁜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에 전쟁에 참가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여전사로, 하늘하늘 예쁘고 샤방샤방한 디즈니 캐릭터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독창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작년에 개봉했던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가 먼저 개봉했던 애니메이션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디즈니의 여주인공들은 예쁘고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현실적으로 용감한 여주인공이 버티기에는 다소 척박(?) 하다 할 수 있겠다. 이런 디즈니 세계에서 여전사 뮬란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험에 뛰어들어 위험에 빠진 전우를 구해내는 걸크러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오직 한 발의 대포만이 남아 있는 눈 덮인 설원, 남장 병사 핑은 절대적인 수적 열세와 함께 두려움으로 창자가 뒤틀려 버릴 것 같은 고요 속에서 그들의 전우와 함께 최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위풍당당하게 검은 말위에 올라앉은 훈족의 샨유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때 핑은 마지막 기지를 발휘해 마지막 남은 대포 한 발을 이용해 눈사태를 일으키고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는 듯하지만, 훈족 산유가 휘두른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뮬란을 애틋하게 여기던 샹이 몸을 던져 그녀를 구하고... 애니메이션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묘사는 책장을 쉴 새 없이 넘기게 한다.

뮬란을 구하기 위해 산유의 칼날에 몸을 던졌던 뮬란의 상사이자 사랑하는 샹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염라대왕을 찾아가게 되고, 염라대왕과의 대결은 다양한 형태로 뮬란의 용기와 진정성을 시험한다. 염라대왕과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여정속에서 샹의 영혼을 찾고 탈출에 성공하는 짜릿한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다.

예쁘고 샤방샤방한 공주이야기가 식상해 졌다면, 씩씩한 여전사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애니메이션을 보고난 후 책을 읽으면 캐릭터 이해에 도움이 되겠지만,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고 읽어도 재미를 느끼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인생이 여행이라고, 내 선택에 따라 그 길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어. 그 길이 어려워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 왜냐하면 나의 가슴이 선택한 길만이 내가 따라야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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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열린책들 세계문학 248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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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빠르게 가볍게 넘어가는 책이 아니였던지라, 조금 긴 호흡으로 읽기를 끝낸다. 한 소설가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희대의 사기꾼 '디미트리오스'를 쫓는 과정에서 인간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면 뒤에 숨어 사기, 마약밀매, 살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를 쫓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자신만을 위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말이다.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추리소설에 전념하고 있던 전직 대학교수 출신 추리소설 작가 래티머는 다섯번째 추리 소설을 따뜻한 햇빛 아래서 집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그리스인 친구의 권유로 문제의 출발지가 되는 이스탄불로 향하게 된다. 이스탈불에 도착한 래티머는 추리소설에 집착하는 하키 대령으로 부터 디미트리오스에 대해 듣게 되고, 호기심과 추리소설에 인용할 수 있는 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고 가면속에 꽁꽁 숨겨진 디미트리오스를 찾아 나선다.

살해된 디미트리오스의 행적을 쫓는 혼돈의 추리속에 숄렘과 피서르의 살인범이며, 마약 밀수업이자 포주이며 도둑이고 스파이였던 그리고 백인 노예 매매꾼이며 깡패와 번듯한 금융업자로까지 행세했던 디미트리오스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살해당해 마땅한 그런 자가 멀쩡히 살아서 잘 지낸다는 부조리한 사실에 광분한다. 어쩌면 여러가지 가면뒤에 숨어있는 디미트리오스의 모습이 그만의 모습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래티머 역시 디미트리오스의 숨겨진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차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짐이 그렇지요. 인간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인간에게는 온갖 화려한 색깔의 레이블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그 레이블은 오직 밖으로 향한 모습만 있습니다. 세상에 보이는 쪽에만요. 중요한 것은 안에 있는데요." (p.89)

스파이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는 작품 소개처럼 래티머의 쫀쫀한 추리와 심리변화가 흥미로운 책이다. 요즘 추리소설 문체에 익숙한 탓에 책장을 넘기는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파이, 범죄자 디미트리오스에 대한 래티머의 심경변화에 몰입하게 된다.

"인간은 악마의 가면처럼 얼굴을 사용한다. 얼굴은 자기 감정을 보충해 주는 감정을 타인의 가슴속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다. (중략) 사람들은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늘 충격을 받는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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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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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돈이 있어야만 가족이 되는 거냐?"

"돈 때문이 아냐"

"그럼?"

푸근하고 편안하지만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엄마가 입을 굳게 다물고 바라보고 있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든 해줘야겠는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들의 모습인 울랄라 가족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소재는 '돈'이다.  '돈'이 대체 뭘까? 물보다 진한 피로 이어져 있지만 돈 앞에서는 끈끈한 피 따위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걸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무엇도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울타리'를 가볍게 넘어 버리는 '돈'의 위력에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낡은 동네의 골목 끝에 위치한 '낙원 연립' 세련된 빌라라는 단어를 감히 붙일 수 없는, 낙원과 현실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겪지 않으려는 듯 연립이라는 단어를 부여잡고 있는 곳이다. 사는 게 전쟁 같은 낙원빌라 202호 울랄라 가족의 가훈은 '정도(正道) 정아(正雅) 정각(正覺)'이다. 바른길로 가고, 아름답게 크고, 바르게 깨우치라는 가훈을 갖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빠는 경마와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남들의 불륜이나 캐고 다니는 심부름센터 사장이고, 엄마는 교통사고로 4년째 코마 상태로 누워있다. 바른길을 걸으라고 이름 지어준 장남 정도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고 이어가고 있고, 아름답게 크라고 이름 지어준 정아는 눈에 띄게 예쁘지만 허세로 꽉 차 있다. 그리고 막내 정각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2% 부족한 가족들 사이에서 묵묵히 사춘기를 겪어 내고 있다.

울랄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족에게 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을 줄 테니 코마 상태의 엄마를 안락사에 동의하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잠시나마 유혹에 흔들리던 가족들의 뒤통수를 치듯 벌어진 사건으로 안락사 동의는 일단락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족에게 우연히 들어온 거액의 돈 가방! 상상할 수도 없었던 커다란 돈의 유혹 앞에서 오합지졸 울랄라 가족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가슴이 뜨끔뜨끔 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지만 이들은 결코 돈 가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엄마의 안락사를 결정하려고 하는 순간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그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달되듯 이어진다. 내가 하늘로 가기 전 우리 가족들을 정신 차리게 하겠다는 엄마의 굳은 신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가끔은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정도를 걸으며 의미를 찾는 그들의 모습이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나도 어디서 돈 가방 좀 주웠으면 좋겠다 ^^;;

"그냥 자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강박에 쫓기면 사라는 게 재미없어요. 변비 걸려서 똥도 제대로 안 나와요. 최고보단 최선! 그리고 조금 느리게 걷는다고 그게 실패는 아니니까 기죽지 말고요. 느리게 걷는 건 스타일이 그런 거지 실패가 아니거든요. 걷지 않는 것보다 백 번 낫죠."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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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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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정에서는 아직 낯선 제도인 배심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미국처럼 배심원의 판단이 유무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소설처럼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변호인이나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작년인가 문소리, 박형식 주연의 배심원들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기도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발되면 본인의 일정이나 선택없이 무조건 배석해야 한다는 의무가 거북하기도 했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설명하고 있었던지라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아무튼간 결론은 첫 국민참여재판의 판사가 정도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며, 무기력하던 배심원들이 점점 그들의 의무를 재인식하고 옳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자칫 죄없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던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드라마틱한 결말을 지닌 영화였다.

배심원들을 '단죄의 신'이라고 일컫고 있지만 그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들에게 주장하는 변론이 잘 먹혀들 수 있도록 한 편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옹호하기 쉽지않은 뒷골목 범죄자들을 위한 변호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이혼도 하게 되고 심지어 그의 딸은 바람직하지 않은 범인들을 변호하는 아빠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미키 할러는 변호사 사무실 운영까지 녹녹하지 않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다. 표지글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카피로 볼 때의 의미와 책속의 의미는 나의 예측을 가볍게 피해간다. 좋은 차를 타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실 운영조차 어려워 링컨 차속에서 사무를 봐야하는 조금은 서글픈 변호사를 의미하고 있으니 말이다.

링컨 차를 타고 다니며 사무를 보고, 딸에게 외면 받고 있지만 미키 할러는 본인에게 할당된 사건에 충실한 변호사다. 이런 그에게 살인 누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디지털 포주 안드레 라 코세로 부터 변호의뢰가 들어오고, 사건을 조사하던 할러는 안드레가 추악하고 어두운 조직의 희생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그는 안드레의 살인누명이 오래전 영혼의 교감을 나누던 글로리아 데이턴으로 부터 이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정황증거가 안드레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할러는 단죄의 신 배심원단을 설득하기 위한 극적인 시나리오를 이어가고, 마약단속국과 콜걸들의 부정한 커넥션으로 배심원들을 위한 시나리오의 절정을 장식한다.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할러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수임료를 내지 못해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얼 브릭스와 전직 콜걸이었던 켄달 로버츠, 그리고 이번 사건의 의뢰인 디지털 포주 안드레 라 코세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의 배경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할러의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우리를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단죄의 신들이 많다고 거기에 몇 명 더 보탤 필요는 없지 않겠니?" (p.33)

 

매력적인 악당 변호사 미키 할러와 그의 주변인물들 덕분에 쫀쫀하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잘짜여진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첫장에게 마지막까지 숨죽여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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