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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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돈이 있어야만 가족이 되는 거냐?"

"돈 때문이 아냐"

"그럼?"

푸근하고 편안하지만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엄마가 입을 굳게 다물고 바라보고 있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든 해줘야겠는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들의 모습인 울랄라 가족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소재는 '돈'이다.  '돈'이 대체 뭘까? 물보다 진한 피로 이어져 있지만 돈 앞에서는 끈끈한 피 따위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걸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무엇도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울타리'를 가볍게 넘어 버리는 '돈'의 위력에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낡은 동네의 골목 끝에 위치한 '낙원 연립' 세련된 빌라라는 단어를 감히 붙일 수 없는, 낙원과 현실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겪지 않으려는 듯 연립이라는 단어를 부여잡고 있는 곳이다. 사는 게 전쟁 같은 낙원빌라 202호 울랄라 가족의 가훈은 '정도(正道) 정아(正雅) 정각(正覺)'이다. 바른길로 가고, 아름답게 크고, 바르게 깨우치라는 가훈을 갖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빠는 경마와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남들의 불륜이나 캐고 다니는 심부름센터 사장이고, 엄마는 교통사고로 4년째 코마 상태로 누워있다. 바른길을 걸으라고 이름 지어준 장남 정도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고 이어가고 있고, 아름답게 크라고 이름 지어준 정아는 눈에 띄게 예쁘지만 허세로 꽉 차 있다. 그리고 막내 정각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2% 부족한 가족들 사이에서 묵묵히 사춘기를 겪어 내고 있다.

울랄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족에게 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을 줄 테니 코마 상태의 엄마를 안락사에 동의하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잠시나마 유혹에 흔들리던 가족들의 뒤통수를 치듯 벌어진 사건으로 안락사 동의는 일단락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족에게 우연히 들어온 거액의 돈 가방! 상상할 수도 없었던 커다란 돈의 유혹 앞에서 오합지졸 울랄라 가족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가슴이 뜨끔뜨끔 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지만 이들은 결코 돈 가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엄마의 안락사를 결정하려고 하는 순간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그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달되듯 이어진다. 내가 하늘로 가기 전 우리 가족들을 정신 차리게 하겠다는 엄마의 굳은 신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가끔은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정도를 걸으며 의미를 찾는 그들의 모습이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나도 어디서 돈 가방 좀 주웠으면 좋겠다 ^^;;

"그냥 자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강박에 쫓기면 사라는 게 재미없어요. 변비 걸려서 똥도 제대로 안 나와요. 최고보단 최선! 그리고 조금 느리게 걷는다고 그게 실패는 아니니까 기죽지 말고요. 느리게 걷는 건 스타일이 그런 거지 실패가 아니거든요. 걷지 않는 것보다 백 번 낫죠."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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