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새로운 여정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엘리자베스 림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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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역경을 이겨내고 피어나 그 꽃이 가장 귀하고 아름답다." (p.300)

책 보다 먼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숯검댕이 눈썹 송승헌의 전 여자친구 유역비가 주인공으로 연기한 실사판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애니메이션을 자세하게 묘사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무겁지 않고 가벼운 문장과 함께 책을 중간중간 삽입된 이미지 컷은 흡사 그림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주인공 뮬란은 결코 예쁜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에 전쟁에 참가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여전사로, 하늘하늘 예쁘고 샤방샤방한 디즈니 캐릭터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독창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작년에 개봉했던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가 먼저 개봉했던 애니메이션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디즈니의 여주인공들은 예쁘고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현실적으로 용감한 여주인공이 버티기에는 다소 척박(?) 하다 할 수 있겠다. 이런 디즈니 세계에서 여전사 뮬란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험에 뛰어들어 위험에 빠진 전우를 구해내는 걸크러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오직 한 발의 대포만이 남아 있는 눈 덮인 설원, 남장 병사 핑은 절대적인 수적 열세와 함께 두려움으로 창자가 뒤틀려 버릴 것 같은 고요 속에서 그들의 전우와 함께 최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위풍당당하게 검은 말위에 올라앉은 훈족의 샨유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때 핑은 마지막 기지를 발휘해 마지막 남은 대포 한 발을 이용해 눈사태를 일으키고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는 듯하지만, 훈족 산유가 휘두른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뮬란을 애틋하게 여기던 샹이 몸을 던져 그녀를 구하고... 애니메이션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묘사는 책장을 쉴 새 없이 넘기게 한다.

뮬란을 구하기 위해 산유의 칼날에 몸을 던졌던 뮬란의 상사이자 사랑하는 샹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염라대왕을 찾아가게 되고, 염라대왕과의 대결은 다양한 형태로 뮬란의 용기와 진정성을 시험한다. 염라대왕과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여정속에서 샹의 영혼을 찾고 탈출에 성공하는 짜릿한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다.

예쁘고 샤방샤방한 공주이야기가 식상해 졌다면, 씩씩한 여전사의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애니메이션을 보고난 후 책을 읽으면 캐릭터 이해에 도움이 되겠지만,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고 읽어도 재미를 느끼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인생이 여행이라고, 내 선택에 따라 그 길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어. 그 길이 어려워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 왜냐하면 나의 가슴이 선택한 길만이 내가 따라야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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