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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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정에서는 아직 낯선 제도인 배심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미국처럼 배심원의 판단이 유무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소설처럼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변호인이나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작년인가 문소리, 박형식 주연의 배심원들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기도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발되면 본인의 일정이나 선택없이 무조건 배석해야 한다는 의무가 거북하기도 했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것을 곳곳에서 설명하고 있었던지라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아무튼간 결론은 첫 국민참여재판의 판사가 정도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며, 무기력하던 배심원들이 점점 그들의 의무를 재인식하고 옳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자칫 죄없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던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드라마틱한 결말을 지닌 영화였다.

배심원들을 '단죄의 신'이라고 일컫고 있지만 그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들에게 주장하는 변론이 잘 먹혀들 수 있도록 한 편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옹호하기 쉽지않은 뒷골목 범죄자들을 위한 변호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이혼도 하게 되고 심지어 그의 딸은 바람직하지 않은 범인들을 변호하는 아빠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미키 할러는 변호사 사무실 운영까지 녹녹하지 않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다. 표지글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카피로 볼 때의 의미와 책속의 의미는 나의 예측을 가볍게 피해간다. 좋은 차를 타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실 운영조차 어려워 링컨 차속에서 사무를 봐야하는 조금은 서글픈 변호사를 의미하고 있으니 말이다.

링컨 차를 타고 다니며 사무를 보고, 딸에게 외면 받고 있지만 미키 할러는 본인에게 할당된 사건에 충실한 변호사다. 이런 그에게 살인 누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디지털 포주 안드레 라 코세로 부터 변호의뢰가 들어오고, 사건을 조사하던 할러는 안드레가 추악하고 어두운 조직의 희생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그는 안드레의 살인누명이 오래전 영혼의 교감을 나누던 글로리아 데이턴으로 부터 이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정황증거가 안드레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할러는 단죄의 신 배심원단을 설득하기 위한 극적인 시나리오를 이어가고, 마약단속국과 콜걸들의 부정한 커넥션으로 배심원들을 위한 시나리오의 절정을 장식한다.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할러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수임료를 내지 못해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얼 브릭스와 전직 콜걸이었던 켄달 로버츠, 그리고 이번 사건의 의뢰인 디지털 포주 안드레 라 코세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의 배경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할러의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우리를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단죄의 신들이 많다고 거기에 몇 명 더 보탤 필요는 없지 않겠니?" (p.33)

 

매력적인 악당 변호사 미키 할러와 그의 주변인물들 덕분에 쫀쫀하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는 아니지만, 잘짜여진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첫장에게 마지막까지 숨죽여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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