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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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아니에요.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 건..." (p.227)


아주 좁지도 않고, 넓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다섯명의 아가씨들의 이야기다. 다섯 아가씨의 일상과 함께 하다보면 늦은 밤, 달콤한 피나콜라다와 함께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중국판 섹스 앤 더 씨티를 보는 듯 하다.


환락송 22층에 모여사는 다섯 아가씨. 사는 곳만 같을 뿐 각양 각색의 개성으로 똘떨뭉쳐있다. 천재적인 수학적 감각을 가진 도회적인 아가씨지만 마음은 너무나 여리고 세상이 두려운 앤디, 천재적인 앤디를 우상처럼 여기고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관쥐얼, 사랑에 빠지면 물불 안가리는 단순하고 철없는 막내 추잉잉, 오랜 경력의 인사팀 직원으로 약간의 허세가 있지만 환송락의 의리파 판성메이, 그리고 배 다른 두오빠에게 재산을 빼앗기는 게 못마땅해 경영에 뛰어든 천방지축 재벌 상속려 취샤오샤오까지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이 맞물린 모자이크화처럼 다섯 아가씨들의 일상이 환락송의 달콤하고 상쾌한 일상을 채워나간다.


조회수 183억뷰를 달성한 동명 드라마 환락송의 원작소설 답게 다양한 스토리가 상상을 유도한다. 마치 여고시절 푹빠져 있던 순정만화를 읽고 있는 듯 하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서로를 대하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도 너무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서로를 아껴준다.


2202호에 복도를 기준으로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판성메이와 관쥐얼, 추잉잉 셋이 함께 살고 있다. 그녀들은 매 분기 다가오는 월세와 매달 내야하는 관리비가 두렵지만 환락송의 삶이 즐겁다. 이런 그녀들앞에 말끔하게 공사를 끝내고 2201에는 앤디가 2203에는 취샤오샤오가 입주한다. 은근히 잘생기고 돈많은 싱글남의 입주를 기대했던 그녀들은 못내 아쉽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다섯명은 모두 친구가 된다.


추잉잉의 바람둥이 남자친구를 통쾌하개 응징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취샤오샤오의 계약을 성심성의껏 돕기도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넘어서기 어려운 빈부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들어내놓고 출발해서인지 묘하게 긴장감을 부르는 빈부의 차에서 오는 에피소드 또한 등장인물의 개성을 이해하는 요소가 된다. 클럽 오픈파티의 간판이 되어줄 외제차와 취샤오샤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나섰지만 취샤오샤오의 젊고 반짝거리는 모습에 움츠러드는 판성메이. 자칫 벽을 쌓아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거리를 만들게 되는 설정이 될 수 있지만 쿨허게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으로 정리된다. 현실에서는 보기힘든 쿨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가족, 연애, 일.... 상큼 발랄한 여자들의 솔직 담백한 일상으로 가득 채워진 에피소드들인지라 솔직하게 여운이 남는 책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물론, 동명의 중드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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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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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하고, 화폐로 식물로 무기력화되는 과정을 작가의 기묘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11가지의 짧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첫번째 이야기,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에서는 고령화시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돌봄을 풍자한다. 일도 돈도 없이 치매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아들은 단돈 10만 원에 치매 노인을 돌아가실 때까지 책임져준다는 어이없는 광고에 이끌려, 더 이상 돌보기 힘든 나이 든 치매 아버지를 그곳에 맡긴다. 아버지가 어느곳으로 가는지도 알 구 없고, 자주 볼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나의 책임에서 떠난다는 것만이 중요한 사실이다. 저널리스트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들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그곳을 쫓게 되고, 그곳에 맡겨진 늙고 쓸모 없어진 노인들이 에코화라는 미명하에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아니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는 엄청난 범죄가 세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늙은 부모가 사라지는 일에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잔인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한편, 스스로 식물의 숙주가 되어 가는 인간이 등장하는 스킨플랜트에서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따라 작은 피부의 식물을 시작으로 전신을 덮는 스킨플랜트의 유행에 까지 이르게 된다. 진지한 연구결과 숙주가 죽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르게 되지만,,,, 피부에 붙은 씨앗이 발아되는 순간 성욕을 잃게 되는 막대한 리스크를 얻게 된다. 온 몸에 꽃을 피운 댓가로 아이러니하게도 생식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은 스스로를 멸종시켜 가고 있다.자연스럽게 멸종을 받아들이고 있을 즈음, 인간의 생식기능이 없는 아이 플라워즈가 태어나고 식물화되어 간다. 그렇게 인간이기를 그만두고 식물화가 되어가면서도 행복해 한다. 상상이니까 가능한 일일테지만, 인간의 욕심은 본능 조차도 이겨낼 수 없다는 작가의 전언이 아닐까 싶다.


엔의 허세를 털어내고 스페인 반정부 게릴라 멤버가 되기 위해 훌쩍 떠나왔지만 치노라 불리고 싶지않은 사람. 일본의 허세에 저항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다. 동양인을 함께 일컫는 치노라는 말에 일일이 반응하며 하포네스(일본인)를 외친다. 치노라고 하면 화가 나고, 하포네스라고 하면 좋겠지만 엔으로 보이는 건 싫지만, 동양인으로 보이는 건 상관없다. 허세가 가득찬 인간의 모습을 가볍게 풀어낸다. 그나저나 치노는 싫고 하포네스가 좋은 그는 왜 저개발국의 게릴라가 되고 싶은 걸까? 그 역시 자만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인간 스스로가 담보가 되어, 빚을 얻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스스로 화폐가 되어간다. 인간의 존엄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이어지다 급기야 식물이 되어간다.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짐으로 여겨지는 돌봄과 자본의 노예로 잠식되어 가는 인간성 그리고 욕망을 잃어가는 사람들... 인간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들을 작가의 기묘하고 신랄한 상상력으로 그려나간다.


11가지의 짧은 단편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들을 무겁지 않게, 생각지도 못했던 신박한 장법으로 유쾌하게 접근하고 있다. 욕심과 욕망으로 기본적인 욕망조차 잃어가는 길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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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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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of everything ... 모든 것의 이론

우리는 늘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품어야 한다.

무거운 글을 즐기지 않는 탓에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시대적 이슈를 담고 있는 글들은 끌리 듯 읽게 된다. 그래서인지 김진명 작가의 글을 읽고 나면 한동안 묵직한 여운을 느끼곤 한다. 미중전쟁 역시 북핵과 미중일한의 관계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신랄하게 파고든다.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의 사이에 낀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모습이 얼마전 개봉한 강철비2와 묘하게 닮아 있다. 한반도의 종전 선언문에 서명 조차 할 수 없는, 서슬픈 대한민국의 모습이 다시 한번 그려진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의 수장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묵묵히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연기했던 정우성의 애잔함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미중전쟁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에 이어진 팩트소설이다. 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한반도 정세를 적절한 픽션과 버무려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픽션이지만 논픽션보다 더 소름끼치게 사실적이다. 한나라의 국운을 결정하는 전쟁 도발을 국가의 이익도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정되어진다. 그조차 깊은 논의의 가운데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벼운 티타임 속 수다속에서 결정되어지는 어이없는 모습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가족도 서슴없이 버릴 수 있는 이기적인 집단이다.

철저하게 계산적인, 한 나라의 수장이라기 보다는 장사꾼에 가깝다고 여겨지는(정치에 일도 관심없는 한 사람으로서 각종 뉴스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설 주장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을 실현하기 위한 트럼프노믹스의 검은 이면을 쫓는다.

워싱턴 세계은행의 특별조사요원인 변호사 김인철의 공적자금의 부적절한 자금세탁을 추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석연치 않은 흔적을 남기며 부풀려지고 있는 자금의 실소유주를 쫓던 인철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부활을 위해 중국을 쳐내기 위한 미끼가 되어버린 북핵. 서로를 견재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전쟁사냥꾼들은 고립된 북한을 도발한다. 그들의 영역은 철저하게 보호한 채 한반도를 미끼로 삼아 강해지기 위한 전쟁을 계획한다. 과연 인철은 마주하게된 충격적 진실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를 구하기 위한 인철의 Theory of everything ... 모든 것의 이론 찾기가 시작된다.

"Theory of evertything이라... 미국도 만족시키고, 중국도 만족시키고, 친미 국민들도 만족시키고, 친중 국민들도 만족시키는 이론. 음, 거기에 하나 더 있어. 북한도 만족시켜야지." (p.288)

17년 출간이후 재출간의 이유가 이해되는, 픽션과 논픽션을 묘하게 넘나드는 김진명 작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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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 밀레니얼이 어려운 X세대를 위한 코칭 수업
김현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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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주제어중 하나가 '90년생'이다. 나는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90년생들과 여러면에서 맞닿아 있는 X세대다. 한마디로 '낀세대'다. 밖으로는 어느덧 직장에서는 중간관리자쯤의 위치에 있는 나이가 되어 해석하기 어려운 90년생들을 팀원으로 두고 있는 팀장이고, 안으로는 90년생의 끝자락에 태어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여러부분에 아주 긴밀하게 맞닿아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이 어렵다.



팀원도 이해하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90년생을 주제로 하는 책은 어지간하면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집단이라서 말이다. 그들 또한 내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는 2011년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재직시절 부임 첫해에 밀레니얼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베스트티처상을 수상한 이력의 코칭전문가 김현정작가의 글이다.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했으니 강의평가 만점의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미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한다.

"밀레니얼을 이해하고 이들과 일하는 법을 모색하며 세대 차이를 성장 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지금 조직을 리드하는 40, 50대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와도 같다."(p.11)​



부제처럼 나는 밀레니얼들이 어려운 X세대 팀장이다. 여전히 바쁜 와중에도 본인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퇴근해버리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고, '제 일이 아닌데요'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그들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라는 표현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런 불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X세대를 풍족한 환경에서 어려움없이 성장했다고 서술하고 있으나, X세대 또한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과 급격한 시대적 변화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IMF와 같은 굵직한 경제적 위기를 지나고, 희망퇴직과 같은 강제 퇴직을 당연히 여기는 세대다. 밀레니얼 보다는 좋은 여건이었을지 몰라도 나름의 고충은 충분히 겪은 세대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름 어려운 시기를 지나 여유가 조금 생기기 시작하는 팀장쯤 되고 나니 수평적 구조를 중요하게 여기며 팀장에게도 팀원과 마찬가지의 업무가 부여되고, 팀원들은 정확한 R&R이 아니면 업무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낀세대의 한숨이 늘어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



밀레니얼들의 성향에 대한 기술은 이미 접했던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들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팀장의 전략에 대한 조언에서 많은 도움을 얻는다. 비록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고 여겨지는 X세대와 Y세대지만 서로가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여전히 어려운 낀세대 X세대지만 하루라도 더 살아본 선배로 굴곡진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들에게 기꺼이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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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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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_Ghetto] 중세 이후의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 지역 (네이버 지식백과)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고 있는 검은 고양이와 강아지의 눈빛을 마주하고, 게토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잔인함의 민낯에 몸서리치게 된다. 버려진 반려견의 안타까운 생존의지로부터 시작한 글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바깥 세계와 격리되어 사라져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치열하게 살아가고자 몸부림치는 동물들의 생존기를 포르노를 보듯 희열을 느끼는 사람까지... 인간은 그들과 공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잔인한 사냥꾼에 불과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천만 가구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가난한 집의 사람으로 태어나기보다는 부잣집의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귀하게 여겨지는 반려동물들도 많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은 동물들의 본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욕심을 따라 그들과 함께 한다. 아기 때의 귀여움이 없어졌다거나,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거나, 시끄럽다거나, 털이 많이 빠진다거나,,, 동물들이 선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인연을 끊어버리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말이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동물보호소를 거쳐 자신을 무한하게 사랑해 줄 것 같은 부부에게 입양되었으나 덕근은 '기다려'라는 말과 함께 차디찬 공원의 벤치 아래에 버려진다.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주인을 기다리는 덕근. 검은 길고양이 칠백을 만나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천천히 길에서의 삶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그들은 덕근을 버렸다. 양쪽 모두가 욕구를 충족시킬 도구를 잃었다. 주인은 더 이상 덕근을 귀여워하지 않았고, 덕근은 더 이상 충성할 대상이 없었다. 관계는 끝난 것이다. 그런데도 덕근의 마음은 끝내지 못하고 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p.77)

그러나 잔인한 인간들은 덕진의 희망을 무참히 밟아 버리고, 이를 계기로 덕근과 칠백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간과의 공존을 계획한다. 인간과의 상생을 꿈꾸는 칠백과 인간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싶은 덕진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의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고 덕근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인간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들의 야생성으로 인간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그들만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 덕근은 인간에 대한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철장 안의 삶은 즉, 죽기 위한 삶이다. 오늘 그곳을 빠져나온 이상 우리는 살기 위한 삶을 산다." (p.180)

덕근과 칠백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글은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인간의 터전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계획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강아지가 아주 아기였을 때 키우기가 편해진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중성화 수술을 했다. 백 프로 나의 입장을 반영한 행동이었다. 강아지의 본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채 집안에서 키우기 좋은 생명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나를 뒤돌아 보게 한다. 과연, 반려견을 입양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함께 하는 것만으로 나의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 역시 우리 강아지를 게토에 가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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