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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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과 표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하고, 화폐로 식물로 무기력화되는 과정을 작가의 기묘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11가지의 짧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첫번째 이야기,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에서는 고령화시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돌봄을 풍자한다. 일도 돈도 없이 치매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아들은 단돈 10만 원에 치매 노인을 돌아가실 때까지 책임져준다는 어이없는 광고에 이끌려, 더 이상 돌보기 힘든 나이 든 치매 아버지를 그곳에 맡긴다. 아버지가 어느곳으로 가는지도 알 구 없고, 자주 볼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나의 책임에서 떠난다는 것만이 중요한 사실이다. 저널리스트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들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그곳을 쫓게 되고, 그곳에 맡겨진 늙고 쓸모 없어진 노인들이 에코화라는 미명하에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아니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는 엄청난 범죄가 세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늙은 부모가 사라지는 일에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잔인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한편, 스스로 식물의 숙주가 되어 가는 인간이 등장하는 스킨플랜트에서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따라 작은 피부의 식물을 시작으로 전신을 덮는 스킨플랜트의 유행에 까지 이르게 된다. 진지한 연구결과 숙주가 죽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르게 되지만,,,, 피부에 붙은 씨앗이 발아되는 순간 성욕을 잃게 되는 막대한 리스크를 얻게 된다. 온 몸에 꽃을 피운 댓가로 아이러니하게도 생식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은 스스로를 멸종시켜 가고 있다.자연스럽게 멸종을 받아들이고 있을 즈음, 인간의 생식기능이 없는 아이 플라워즈가 태어나고 식물화되어 간다. 그렇게 인간이기를 그만두고 식물화가 되어가면서도 행복해 한다. 상상이니까 가능한 일일테지만, 인간의 욕심은 본능 조차도 이겨낼 수 없다는 작가의 전언이 아닐까 싶다.


엔의 허세를 털어내고 스페인 반정부 게릴라 멤버가 되기 위해 훌쩍 떠나왔지만 치노라 불리고 싶지않은 사람. 일본의 허세에 저항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다. 동양인을 함께 일컫는 치노라는 말에 일일이 반응하며 하포네스(일본인)를 외친다. 치노라고 하면 화가 나고, 하포네스라고 하면 좋겠지만 엔으로 보이는 건 싫지만, 동양인으로 보이는 건 상관없다. 허세가 가득찬 인간의 모습을 가볍게 풀어낸다. 그나저나 치노는 싫고 하포네스가 좋은 그는 왜 저개발국의 게릴라가 되고 싶은 걸까? 그 역시 자만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인간 스스로가 담보가 되어, 빚을 얻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스스로 화폐가 되어간다. 인간의 존엄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축의 사료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이어지다 급기야 식물이 되어간다.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짐으로 여겨지는 돌봄과 자본의 노예로 잠식되어 가는 인간성 그리고 욕망을 잃어가는 사람들... 인간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들을 작가의 기묘하고 신랄한 상상력으로 그려나간다.


11가지의 짧은 단편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들을 무겁지 않게, 생각지도 못했던 신박한 장법으로 유쾌하게 접근하고 있다. 욕심과 욕망으로 기본적인 욕망조차 잃어가는 길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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